뇌와 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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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모기 겐이치로 茂木健一郞
1962년 일본 도쿄에서 출생한 모기 겐이치로는 도쿄대학 이공학부와 법학부를 졸업한 후, 도쿄대학 대학원 이학계연구과 물리학 전공 과정을 수료한 이학박사이다. 그는 일본 이과학연구소와 케임브리지대학을 거쳐 현재 소니컴퓨터 사이언스연구소의 수석연구원이며, 도쿄공업대학 대학원 객원조교수(뇌과학, 인지과학)이면서 도쿄예술대학 비상근 강사(미술해부학)로도 활동하고 있는 뇌과학자이다. 모기 겐이치로는 또한 ‘퀄리아(qualia)’를 키워드로 뇌와 마음의 관계를 계속 탐구하며 문예평론과 미술평론 등의 새로운 장르에까지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뇌와 퀄리아》, 《마음을 만들어내는 뇌 시스템》, 《의식이란 무엇인가-나를 생성하는 뇌》, 《뇌 속의 작은 신들》 등 다양한 뇌과학 관련 저작물이 있다.
손성애
일본 호세이대학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홋카이도신문〉, 〈니시니폰신문〉 서울지국 기자로 근무했다. 현재 한일-일한 기업에이전시를 운영하며, 번역과 출판기획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게으름뱅이로 살아라》, 《베지테리안 세상을 들다》, 《엄마가 차려준 자연밥상》, 《오염된 몸, 320킬로그램의 공포》 등이 있다.
번역 손성애
목차
- 머리말|산타클로스는 존재하는가?
1. 마음이란 무엇인가
2. 가상의 절실함
3. 삶과 가상
4. 안전기지로서의 현실
5. 새로운 가상세계 탐구하기
6. 타인이라는 가상
7. 기억나지 않는 기억
8. 가상의 계보
9. 영혼이란 무엇인가
후기|현실의 한계를 너머 펼쳐진 가상세계
옮긴이의 글|우리는 뇌가 만들어내는 가상 속에 살아간다
출판사 서평
현대과학과 뇌과학의 관계
‘어떻게 해서 물질에 지나지 않는 뇌에 수많은 주체적 체험으로 가득 찬 우리의 마음이 깃드는 것일까.’ 저자의 첫번째 질문이었다. 그런데 이 주체적 체험은 과학의 적용대상이 못되었기 때문에 해명된 바도 없는 문제였다.
현대과학은 경험적 데이터를 중시한다는 의미에서 ‘경험주의 과학’으로 불린다. 그러나 과학이 말하는 ‘경험’은 어디까지나 숫자로 셀 수 있는 것이며, 계량화할 수 있는 것에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인간의 경험 가운데 계량할 수 없는 것으로, 현대 뇌과학에서 ‘퀄리아(Qualia)’라고 부르는 것을 과학은 탐구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오늘날 과학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커다란 요인은, 퀄리아를 비롯해 우리의 마음을 둘러싼 어려운 문제에 거리를 두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우주의 근본원리를 이해하고자 하는 입장에서 볼 때 과학은 인류의 지적 욕구의 불완전연소에 지나지 않았다. 결국 현대의 과학적 방법론은, 우리의 의식을 만들어내는 자연이 지닌 질서의 본질을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
근대에 지적 왕좌를 차지했던 과학은 ‘지금, 여기’라는 인과성에 국한시킨 설명 원리는 제공하지만, 우리 의식의 기원은 물론이고 가상세계의 존재기반도 설명하지 못한 채, 단순한 테크놀로지의 지식으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데카르트 이후의 근대주의는 방법론적 곤경에 빠져 끝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저자는 이러한 과학에 대한 비판이, 오히려 과학이라는 행위의 탐구대상을 넓혀 인간이 바라보는 세계를 넓히고자 한 적극적인 제안이라고 말한다.
뇌가 만들어내는 현실과 가상의 세계
인간이 체험하는 모든 것은 뇌 속에 있는 1000억 개의 뉴런 활동에 의해 일어나는 ‘뇌내현상’이다. 우리가 마음속에서 느끼는 모든 것이 뇌내현상이라는 사실 자체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우리는 뇌내현상으로서의 세계 전체를 떠맡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마음은 뇌내현상인 동시에 뇌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해방된 존재이기도 하다. 우리의 주관적 체험을 만들어내는 뇌 속의 뉴런 활동은 ‘지금, 여기’라는 한계 안에서 일어나지만, 한편 우리의 마음은 ‘지금, 여기’라는 한계를 넘어설 수가 있다. 우리의 심리적 표상은 ‘지금, 여기’라는 시공간적 한계를 넘어 무한한 가상공간 속에서 노닐 수가 있는 것이다.
사실 인간에게 있어서 절실한 것은 거의 대부분이 가상의 세계에 속해 있다. 그럼에도 오늘날 우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실이다. 가상만으로는 현실세계를 바꿀 수 없다는 인식 탓으로 가상세계는 영화와 소설 같은 픽션세계에 갇힌 채 다만 현실생활의 활력소쯤으로 생각될 뿐이다. 더욱이 자본주의 세계에서 구체화되지 못하는 비전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결국 현실과 직접적인 연결이 없는 가상과는 올바로 만날 수가 없다. 우리의 생활체험은 현실과 가상이라는 씨실과 날실이 만들어내는 섬유와 같은데도 말이다.
물리적인 세계 전체보다도 넓은 가상공간 속에서 인류는 수많은 문학과 예술, 음악 작품을 창조했다. 그런데 그런 가상세계의 절실함을 우리는 과연 얼마나 진지하게 대면하고 있는 것일까? 과학은 사고당하지 않고 병에만 걸리지 않으면 노후를 맞이할 수 있는 문명이라는 안전지대를 많은 사람들에게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편하고 따스한 품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가상을 만들어온 삶이 주는 절실함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삶이 주는 절실함을 잃어버린 채 어떻게 현실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단 말인가. 가상으로 유지되고 영혼의 자유가 있고서야 우리는 비로소 가혹한 현실에 대면할 수 있게 된다. 그것이 의식을 가진 인간의 본성인 것이다.
문명에 길들여져 스스로도 안타까울 만큼 혹독하게 살아가는 현대의 우리들은 한번쯤 진정으로 이러한 문제를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결국 우리의 정신은 두개골 속 ‘지금, 여기’의 국소적 인과성의 세계와 ‘지금, 여기’에 한정되지 않는 가상의 세계에 걸쳐 존재한다. 우리의 정신은 본래 이중 국적자인 것이다.
다시 써야 할 뇌과학
근대과학에 있어서 계산주의, 시뮬레이션주의의 초석을 다진 데카르트의 출발점이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였다. 지극히 단순하다고도 할 수 있는 이 명제의 의미를 우리는 한번쯤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진실로 의식의 기원을 이해하기 원한다면, 다시 한번 데카르트의 길을 걷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세계에 대한 지식 가운데 불확실한 것을 버리고, 진실로 의심할 수 없는 사실에 입각해서 다시 한번 세계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물질인 뇌에 의식이 깃든다. 이 불가사의한 사실 속에 인간의 기쁨과 슬픔의 모든 원천이 있다. 우리 영혼의 고향이, 예를 들어 플라톤의 이상향이라 해도 우리는 인과적 현실 속에 붙잡혀 있다. 살아 있는 한 1리터의 뇌내현상 속에 붙잡혀 있다. 하지만 우리의 마음속에 떠오르는 가상은 한계가 없다. 가상세계 속에서 우리는 제대로 보면 어지럼증이 일 정도의 무한과 마주하고 있다. 유한한 현실세계와 무한한 가상세계의 양쪽을 살아가는 것이 인간의 운명이라면, 우리는 그 이중상황에서 길어 올릴 수 있는 기쁨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맛보아야 할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87203836 | ||
---|---|---|---|
발행(출시)일자 | 2007년 03월 05일 | ||
쪽수 | 207쪽 | ||
크기 |
148 * 216
mm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腦と假想/茂木健一郞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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