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미국은 소송의 나라라고 한다. 미국에서 자동차결함 소송을 다루는 일을 하면서 참으로 다양한 내용의 케이스들을 접할 수 있었다. 운전자가 음주운전을 하든, 마약에 취해있든, 과속을 하든간에 사고가 일어나 부상을 입으면 자동차 제작사를 상대로 결함을 주장하며 소송을 하는 일이 다반사이다.
1960년대 부터 시작된 미국의 자동차결함 소송은 해가 갈수록 그 건수가 많아지고 소송금액도 커지고 있다. 2014년에는 124명이 사망한 GM 점화스위치 결함 문제가 붉어져 수조원의 배상액이 달린 소송이 제기되었고, Takata 에어백 결함과 관련해서는 3백건이 넘는 소송이 쏟아지기도 했다.
높은 합의금이나 배상금을 기대하는 제조물책임법 전문 변호사들은 자동차 사고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찾아다니고, 제작사는 설계와 조립 및 품질 관리에 더 신경을 쓰고 문제가 될만한 자료를 만들지 않는 등 많은 노력을 한다. 일단 소송이 시작되면 제작사는 경제적 손해와 이미지 타격을 막기 위해 최고의 변호인과 전문가들을 고용하여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연간 2백만대의 자동차가 결함으로 리콜이 이루어지는 우리나라의 경우, 그동안 차량 급발진 등의 결함을 주장하는 소수의 제조물책임법 소송이 있을 뿐이었으나, 근래에 폭스바겐 배기장치 이슈, BMW 화재 이슈 등을 겪으면서 소비자들이 피해에 대해 소송에 나서는 등 제작사의 책임문제에 보다 관심을 갖게 되었고, 자동차 교환환불제 시행, 자동차 리콜 규정 개선, 집단소송제 및 징벌적손해배상 확대 도입 등을 통해 법제도도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어, 앞으로 자동차 결함과 관련된 소송의 수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책에서는 제조물책임법 소송의 종주국이자 자동차산업의 중심인 미국에서 직접 다루었던 다양한 유형(정면충돌, 측면충돌, 후방충돌, 차량전복, 차량화재)의 실제 사고 및 소송 사례들을 소개한다. 자동차 결함을 둘러싼 원고와 피고측 변론 및 전문가들의 분석을 바탕으로 그 쟁점이 무엇이고 어떻게 주장되는지 살펴본다.
책을 집필하며 사진이나 그림을 많이 넣고 중간중간에 소송 관련 용어설명이나 자동차안전기술 동향 등을 포함시켜 이해를 쉽게 하고 지루함이 없도록 하였다. 자동차의 안전과 결함 문제에 관심있는 전문가 및 일반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2021년 삼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