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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출판사 서평
작가의 말
천년의 빛은 가장 가까운 곳, 우리 마음에서 비치고 있다.
내가 처음 『천년의 빛』을 쓰겠다고 생각한 것은 1996년 봄이다.
부산예전 문예창작과 학생들과 함께 석굴암에 갔을 때 키가 작고 얼굴은 가무잡잡하며 음성이 울리는 한 기이한 사람을 만났다. 그는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자청하여 석굴암의 이모저모를 설명하며 안내해 주었다.
당시 유행한 우리문화유산에 대한 애정에다 약간의 통속적인 문화재 감식안을 곁들인 설명이었다. 안내인은 내가 어릴 때부터 들어왔던 전설도 얘기해 주었다. 석굴암 본존불의 이마에 꽂혀 있었던 백호광명은 금강석이었고 그 금강석이 광창을 통해 들어온 햇빛을 받아 찬란한 빛을 발하여 주실(主室) 공간을 밝게 했으나 어느 일본관리가 탐욕에 눈이 멀어 훔쳐갔다는 것이다.
안내인의 설명이 끝나고 나는 학생들에게 금강석의 전설을 모티브로 삼아 소설을 한 편 쓰면 재미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 다이아몬드는 어떻게 신라에 왔으며 지금은 어디에 있을까? 있다면 찾을 수는 있는 것인가?
그렇게 이야기하는 동안 나 자신이 어떤 기이하고 강렬한 흥분에 휩싸이며 이 이야기를 써야 할 임자는 바로 나라는 느낌에 사로잡혔다. 그러나 이러한 전율은 오래가지 않았고 토함산을 내려오고 난 뒤 삶에 부대끼면서 곧 잊어버리고 말았다. 그런 이야기는 흥미는 있을지 몰라도 분단문학과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나에겐 별로 어울리지 않아 보였던 것이다.
그런 몇 달 뒤, 범어사 밑에 작업장을 가진 한 조각가를 만나게 되었다. 그 분과 소주잔을 나누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우리는 자연스레 석굴암 본존불의 금강석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었고 그는 나에게 놀라운 사실을 들려주었다.
자기의 스승이 일제시대 북경도서관에서 석굴암 본존불의 금강석에 관한 내용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던 책을 읽었다는 것이었다. 일본 경도대학를 졸업한 수재로 비상한 기억력을 가지고 있던 그의 스승이 읽었던 『어금록』이라는 이름의 그 책에는 3000캐럿의 금강석이 석굴암 본존불에 꽂혀 있다는 기록이 적혀 있었으며, 금강석을 훔쳐간 것은 일본인이 아니라 프랑스인 이었다는 것이다.
그 동안 식어 버렸던 금강석에 대한 열정이 이 이야기를 듣자 다시 강하게 솟구쳤고 그해 여름 일정이 잡혀진 중국 여행을 마친 뒤에 『어금록』을 읽었다는 스승을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중국여행 도중 나의 취중 두만강 월북사건이 일어나는 바람에 그 약속은 취소되고 말았다. 대신 난 서울구치소에서 엉뚱하게도 무함마드 깐수라는 아랍식 이름을 가진 이채로운 인물을 만나게 되었다.
그의 본명은 정수일, 여러 번의 국적세탁을 거친 뒤에 국내로 들어와 모 대학 사학과 교수로 있으면서 간첩행위를 한 죄로 수감되어 있었다. 금강석의 신라 유입경로에 고민하고 있던 나에게 깐수는 자신의 책 ‘신라 서역 교류사’를 참고하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난 출소하자마자 ‘신라 서역 교류사’를 구해 읽고 깜짝 놀랐다.
그 내용이 매우 풍부하고 참신한데다 당시 서역문명이 어떻게 신라로 유입되어 들어왔는지에 대해 자세히 나와 있어 나에겐 더할 나위가 없는 참고 자료였기 때문이다. 그 책을 중심 텍스트로 해서 신라, 당, 서역의 국제관계를 복원했다. 감사한 일이다.
한 때, 소설을 쓴다는 일은 바위나 목판에 정과 끌로 글을 새기는 지난한 작업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실제로 목판에 완성되지 않는 소설을 새겨본 적도 있었다. 한 자 한 자 새기는 고통은 접어두고라도 잘못된 것을 되돌리기란 얼마나 어려운 작업이었던가.
그러나 요즘에 와서는 소설이란 새겨서 잡아두는 것이 아니라 강물 위에 써서 흘러보내는 것이라는 걸 깨닫는다. 물이 뒤챌 때 반짝이는 고기비늘 같은 물빛을 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가. 우리에게 무한한 에너지를 준다는 전설의 빛 천년의 빛은 멀리 있는 것일까? 천년의 빛은 가장 가까운 곳, 우리 마음에서 비치고 있다.
김하기 문학의 대변신
비전향 장기수의 세계를 다룬『완전한 만남』(‘91 창작과 비평사)과 학생운동의 전환점을 고뇌하는『항로 없는 비행』(‘93 창작과 비평사) 등을 통하여 현실의 아픔을 대변하던 분단문학과 리얼리즘의 작가 김하기가 장편소설 『천년의 빛』(전3권)을 통하여 대변신을 시도했다. 그 동안 문단에서 배척해 왔던 대중문학적인 요소와 역사소설의 장르를 한데 묶어내는 새로운 모험을 시도한 것이다. .
순수문학과 추리문학의 영역을 넘나드는 액자소설
제1권『여명의 빛』, 제2권『동방의 빛』, 제3권『평화의 빛』으로 구성된 『천년의 빛』은 통일신라의 연부루와 선화를 한 축으로 석굴암 본존불의 의미와 그 건축과정을 조망하고 다른 한 축으로는 그로부터 천 년이 지난 오늘의 인물 이민호와 김숙을 통하여 백호광명을 추적하면서 역사 바로잡기와 인류의 평화를 갈망한다.
이 두 개의 축은 제3권 『평화의 빛』에서 천 년의 영겁을 넘어 각기 속해 있던 액자 밖으로 나온다. 석굴암에서 발원되어 전 인류를 뒤덮은 평화의 빛과 함께....
조국의 통일과 인류의 평화를 향한 작가의 열망
‘석굴암 본존불에 다이아몬드가 있었는데 일본인들이 훔쳐갔다.’는 민간의 전설에 대하여 작가 김하기는 방대한 사료를 기초로 한 철저한 고증과 작가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사라진 민족의 보물 ‘동방의 빛’을 우리에게 돌려준다.
민족의 통일과 인류의 평화를 상징하는 전설의 보물 ‘동방의 빛’을 찾아 석굴암에 봉안함으로써 인류에게 되돌리는 과정을 그려낸 이 글에서 작가는 70년대 운동권출신의 두 주인공 이민호와 김숙, 그리고 북한에서 내려온 권호성, 이 세 사람의 갈등 구조를 해소하고 이데올로기의 벽을 넘어 민족통일을 성취하고 나아가 전 인류의 평화를 희구하고 있다.
줄거리
볼리비아, 지구의 반대편에서 만난 석굴암의 백호광명
파파라초 이민호는 세계적인 슈퍼모델 잉카와 함께 그녀의 고향인 볼리비아를 여행하던 중 인디오 노인으로부터 ‘여명의 빛’이라는 가짜 다이아몬드를 구입하게 된다.'일반적인 상태로는 한낱 유리알에 지나지 않지만 특별한 환경에 놓여지거나, 자신의 임자를 만나면 ‘동방의 빛’이라는 다이아몬드로 변하여 위대한 힘을 발휘한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 노인이 다이아몬드와 함께 건네 준 감정서를 읽던 민호와 잉카는 이 ‘여명의빛’의 출처가 고요한 동방의 나라, 코리아이며 경주 석굴암 본존불에 꽂혀 있던 ‘백호광명’이었다는 내용을 보고 경악한다.
잉카와 함께 ‘동방의 빛’의 신비를 추적하던 민호는 이것이 전설의 돌, 베델리엄과 동일한 것임을 알아낸다. 한편, 프리랜서 작자 김숙은 볼리비아에서 체 게바라의 죽음과 삶을 취재하던 중 체의 옛 동지 파초로부터 체의 숨은 비밀을 듣게 된다. ‘동방의 빛’을 지닌 체 게바라가 인류의 평화를 위한 투쟁을 벌였으며 동지의 배신으로 붙잡혀 처형을 당하면서 ‘동방의 빛’을 원래 자리인 석굴암에 봉안하여 전 세계의 평화를 이룩하라는 유언을 남겼다는 것이다.
그후 김숙은 석굴암의 백호광명을 추적해온 금강회에 가입하여 그들과 함께 ‘동방의 빛’과 그 비밀을 담고 있다는『어금록』의 추적에 나선다.
신라 시대, 경덕왕 4년(745년), 어려서 신동으로 소문났던 연개소문의 증손자 부루는 태자 진성의 추천으로 당나라에 유학을 가게 된다. 부루의 재능이 뛰어나기도 했었지만 그 배후에는 부루의 연인 선화를 탐내는 진성의 시기심이 감춰져 있었다. 부루가 당나라로 떠난 후, 선화는 진성의 잔혹한 협박과 회유에 결국 굴복하고 만다.
그 후 당에서 돌아온 부루마저도 역모 혐의로 투옥 당하게 된다. 부루의 스승이자 조정의 충신인 김대성의 간청으로 부루는 신라왕실을 위한 사찰 건립에 동참하라는 조건 하에 풀려난다. 결국 부루는 그 간 당나라에서 배운 여러 기술들을 총 동원하여 장엄한 석굴암을 세우게 되었지만 진성 태자의 질투에 다시 자신과 선화의 목숨이 위태롭게 된다.
결국 석굴암 천개석을 무너뜨려 진성 태자를 살해하게 되고 불행히도 같이 있던 선화까지 죽게 된다. 끝없는 회한 속에서 무너진 석굴암을 재건하려 애쓰는 부루에게 고승 혜초 스님은 단월을 통해 ‘동방의 빛’을 보내온다. ‘동방의 빛’을 지니게 된 부루는 멸망한 조국, 고구려의 재건과 신라의 멸망 등을 갈구하며 고뇌했지만 결국 삼한일통이라는 큰 뜻을 가지고 ‘동방의 빛’을 본존불의 백호좌에 봉안을 하게 된다.
세계를 정복하려는 자들...
사랑하는 잉카를 잃고, 여명의 빛마저 도난 당한 민호는 잉카의 살해범으로 프랑스 경찰에 구속된다. 거액의 보석금을 내고 가석방된 민호에게 금강회의 최정학은 잉카 살해의 배후로 여겨지는 이라크의 무기상인 카심을 만나보라는 제의를 한다.
최정학의 도움으로 이라크로 간 민호는 카심의 음모에 휘말려 죽음 직전에 이르게 되지만 벨리댄서 루카야의 도움으로 간신히 살아나게 되고 카심의 배후에 이라크의 대통령 후세인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후세인은 동방의 빛을 통해 세계의 지배자가 되려는 꿈을 갖고 있었다. 이라크를 탈출하는 과정에서 루카야마저 죽자 민호는 절망하나 금강회의 후원으로 모로코까지 온 김숙과 함께 『어금록』이 있다는 일본으로 향한다.
『어금록』을 갖고 있다고 알려진 도쿠가와 모도의 서고에 은밀히 잠입하던 민호는 그들에게 붙잡히고 ‘동방의 빛’을 통해 신동아 공영을 이루어 세상을 지배하려는 일본의 음모를 알게 된다.
도쿠가와의 일본 세력은 『어금록』의 비밀을 풀어내어 동짓날 일출을 석굴암 본존불의 백호광명에 맞추려한다. 지금까지 수많은 개보수로 위치가 바뀐 석굴암 내부를 정확한 위치로 돌린 후 정확한 위치에 ‘여명의 빛’을 꽂고 동해일출에 맞춰 넣으면 ‘여명의 빛’이 ‘동방의 빛’으로 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상치 못했던 금강회 산하 인왕무사단의 완강한 저항에 패배한 도쿠가와는 일단 후퇴한다. 목숨을 건 결투 끝에 어렵게 ‘여명의 빛’을 되돌려 받은 민호들은 도쿠가와 일당들이 재현해 놓은 시뮬레이션 석굴암에 들어가나 벽면에 조각되어 있던 각 신장들과 금강역사, 그리고 사천왕들이 게임의 천재 사카다의 조작에 의해 살아있는 캐릭터로 되살아나 민호들을 공격한다.
일출의 시간은 점점 다가오는데 각 신장들의 공격은 그칠 줄을 모른다. 그러나 홍문구 교수의 기발한 아이디어로 승리는 민호들 쪽으로 기울고 이에 당황한 일본인들은 결국 석굴암을 향해 핵미사일을 발사하게 된다.
그러나 갖은 우여곡절 끝에 동방의 빛을 원래 자리에 복원하자 일본의 핵미사일은 공중에서 파괴되어 버린다. 이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고 생각되는 순간, 그 동안 인왕 무사단을 이끌던 권호선이 북에서 내려온 간첩임이 드러난다.
동방의 빛이 권호선에 의해 북한으로 옮겨질 절명의 찰라에 이민호와 홍문구의 목숨을 건 저지가 성공한다. 결국 사랑하던 김숙의 간곡한 설득에 뉘우친 권호선은 김숙과 함께 동방의 빛을 다시 본존불에 봉안하게 된다. 민족의 통일과 인류의 평화를 염원하면서....
저자 소개
김 하 기
분단문학과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작가 김하기는
1958년 경남 울산에서 태어나 부산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마산 창신대학 문예창작과 겸임교수로 후학들을 양성하며 작품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1989년 단편『살아있는 무덤』(창작과 비평, 가을 호)으로 등단하였으며,『완전한 만남』(‘91 창작과 비평),『항로 없는 비행』 (‘93 창작과 비평),『마침내 철책 끝에 서다』 (‘95 문학동네),『은행나무 사랑』(‘96 실천문학) 등 다수의 작품을 발표하였다.
기본정보
ISBN | 9788986442786 |
---|---|
발행(출시)일자 | 2001년 05월 25일 |
쪽수 | 286쪽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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