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적이고 역동적인 캐릭터 심리 설정과 변화의 모든 것

이 책은 스토리를 탄탄하고 깊이 있게 만들고 싶은 작가들에게 꼭 필요한 ‘캐릭터 아크(character arc)’ 구성법을 풍부한 사례와 함께 차근차근 일러주는 길잡이이다. ‘스토리 아크(내러티브 아크)’가 사건의 전개와 같은 외부적 상황의 흐름이라면, ‘캐릭터 아크’는 주로 성격, 태도, 관점, 마음가짐과 같은 캐릭터 내면의 변화를 일컫는다. 캐릭터 아크의 유형은 크게 포지티브 체인지 아크, 플랫 아크, 네거티브 체인지 아크 등 세 가지 기본 패턴으로 나뉜다. 캐릭터의 어떤 행동이나 결정을 독자가 자연스럽게 공감하고 이해하게 하려면, 무엇보다도 캐릭터의 심리 변화를 세심하게 그려낼 줄 알아야 한다.
소설 작가이자 글쓰기 교육가인 저자는 〈제인 에어〉, 〈위대한 개츠비〉 등의 고전 소설을 비롯하여 〈토이 스토리〉, 〈배트맨 비긴즈〉 같은 할리우드 영화에 이르기까지 수십 편의 스토리에 담겨 있는 다양한 패턴의 캐릭터 아크를 분석하면서, 스토리의 시작부터 결말까지 진행 단계별로 캐릭터의 성격과 내면을 입체적, 사실적으로 설정하고 극적인 변화의 타이밍을 잡는 법을 꼼꼼히 설명해준다.

잘못된 믿음을 벗어던지고 성장하는 캐릭터

‘포지티브 체인지 아크(Positive Change Arc)’를 따라가는 캐릭터는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점차 자신의 결점을 깨닫고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해간다. 이런 캐릭터 아크는 가장 대중적이며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샬럿 브론테의 소설 〈제인 에어〉에서 어린 시절 학대를 받았던 제인은 자신이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고 한탄하면서 사랑을 얻을 수만 있다면 다른 사람에게 예속되는 것도 마다치 않으려 하지만, 기나긴 역경 끝에 진정한 영적 자유를 추구하고 획득하기에 이른다.
이 유형의 캐릭터는 초반에는 내면이 불완전하며, 자신이나 세상에 대해 뿌리 깊은 오해를 품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런 오해가 강점처럼 작용하기도 하지만, 스토리가 전개되면서 아킬레스건이라는 사실이 점점 뚜렷해진다. 캐릭터는 크고 작은 사건을 겪으며 자기 자신과 세상에 대해 가지고 있던 자신의 믿음에 의문을 품게 된다. 마침내 그는 자기 내면의 악마를 정복하고, 이런 깨달음에 힘입어 외부 적대자나 난관을 물리치는 데 성공한다. 픽사 애니메이션 〈카〉의 주인공 라이트닝 매퀸은 오직 자신만의 힘으로 세계 최고의 경주차가 되기를 꿈꾸는 이기적인 태도를 고집하다가 우연히 만난 라디에이터스프링스 마을 주민들의 질책과 격려를 통해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삶의 기쁨을 깨닫게 된다.

한결같은 신념을 지키며 주변 세계를 변화시키는 유형

〈치킨 런〉에서 양계장 탈출을 염원하는 암탉 진저, 〈글래디에이터〉의 충직한 군인 막시무스, 〈이성과 감성〉의 이해심 많고 차분한 맏딸 엘리너 대시우드, 이들의 공통점은 스토리가 시작될 때부터 이미 완벽한 모습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플랫 아크(Flat Arc)’ 캐릭터는 내면적 성장을 이룰 필요가 없기에 그 아크가 ‘평탄’하다. 그러나 주인공의 캐릭터 아크에 굴곡이 별로 없다고 해서 스토리가 쉽게 흘러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체인지 아크와 차이점이 있다면, 세상이 주인공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이 주변 세계와 캐릭터들의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스토리의 시작 부분에서 주인공이 처해 있는 세계는 갈등이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전 캐릭터의 삶과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세계는 〈헝거 게임〉의 잔혹한 독재국가 파넴과 같이 암울함에 뒤덮인 곳일 수도 있는데, 주인공은 이 사악한 세계를 파괴하고 더 나은 세상을 건설하기 위해 싸우게 된다. 그런가 하면 〈라스트 모히칸〉의 아름다운 자연과 단순하고 보람 있는 삶처럼 바람직한 진실을 반영하는 세계일 수도 있는데, 주인공은 이곳을 지키기 위한 투쟁 또는 이곳으로 되돌아가기 위한 여정에 돌입하게 된다.

어둠 속으로 떨어지는 비극적 캐릭터

‘네거티브 체인지 아크(Negative Change Arc)’는 간단히 말해 포지티브 체인지 아크를 뒤집은 아크로, 스토리가 시작되었을 때보다 더 나쁜 상태로 끝나는 캐릭터를 보여준다. 네거티브 체인지 아크는 다시 환멸 아크, 하강 아크, 타락 아크 등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환멸 아크’를 따라가는 캐릭터는 포지티브 체인지 아크에서처럼 오해와 편견에서 벗어나 진실을 깨닫게 되지만, 그 진실은 장밋빛이 아니라 오히려 냉혹하고 씁쓸한 사실이다. 그의 인생관은 부정적으로 바뀌고, 스토리는 여전히 우울하다. 이런 캐릭터로는 〈위대한 개츠비〉의 닉 캐러웨이가 있다.
〈폭풍의 언덕〉의 히스클리프와 같은 ‘하강 아크’ 캐릭터는 이미 잘못된 믿음에 뒤덮인 채 스토리를 시작하지만, 진실을 포용할 기회를 거부하고 점점 더 죄악의 수렁에 빠져든다. 결국 광기, 부도덕, 죽음으로 끝나는 이런 스토리는 비극에서 가장 흔히 나타나는 형태이다.
‘타락 아크’ 캐릭터는 진실이 가득한 세계에 살면서 자신도 선한 잠재력이 다분함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받아들일 기회를 버리고 어둠을 선택하게 된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I~III에 등장하는 아나킨 스카이워커가 대표적이다. 추락하는 정도가 너무나 크기 때문에 어쩌면 독자와 관객의 가슴을 가장 아프게 만드는 아크라고 할 수 있다.
문학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 가운데 상당수는 네거티브 체인지 아크를 따라가는 비극이다. 그 이유는 작품이 전하려는 도덕성이 아니라 바로 더없는 친숙성에서 찾을 수 있다. 우리 모두는 삶 속에서 네거티브 체인지 아크를 크건 작건 반복해서 연기하기 때문이다. 잘 짜인 네거티브 체인지 아크는 세상의 진실, 더 나아가 독자 자신에 대한 진실까지 드러내는 주인공을 선사한다.

기억에 남을 감동적인 캐릭터 아크를 만들기 위한 질문과 답

어느 날 짜릿하고 흥미진진한 아이디어와 매력적이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것을 어떤 스토리로 만들어내야 독자의 관심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그러나 어쩌면 적절한 스토리 구성법을 배우는 것보다 견고한 캐릭터 아크 창작법을 배우는 것이 훨씬 더 어렵고 복잡할 것이다. 그저 캐릭터를 변화시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못하다. 그 장면을 보면서 우리가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의 모습을 통해 체험해온 삶의 일면을 문득 떠올릴 법한 변화를 이루어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비로소 독자가 캐릭터의 변화에 공감하고 감동할 것이다.
이 책 『캐릭터 아크 만들기』는 ‘캐릭터의 출발 지점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캐릭터가 가장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캐릭터를 속박하는 과거의 상처는 무엇인가?’, ‘캐릭터가 추구해야 할 진정한 목표는 무엇인가?’, ‘캐릭터를 각성 또는 타락시키는 사건은 무엇인가?’ 등을 비롯하여 캐릭터의 내면을 탐구하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문제의 답을 찾을 수 있는 길을 안내해준다. 이제 사실적이고 역동적인 인간 변화의 심리학을 더욱 깊이 파고들면서 실감 나고 설득력 있는 캐릭터 아크를 만들어갈 차례다. 좋은 스토리를 뛰어넘어 진정으로 위대한 작품을 쓰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