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승부사는 인생을 걸고 승부한다.
인생의 계단마다 치열한 승부수를 던지며 살았던 정주영.
전쟁도, 열사의 사막도, 가로막힌 북녘땅도 하나의 기회였던 그에게
인생은 거대한 승부처였다.
그래서 우리는 그를 위대한 승부사라 부른다.

현대사의 위대한 신화를 이룩한 정주영 신화 읽기
정주영 신화를 통해 돌아보는 현대사 다시 읽기

"<정주영>의 신화"
이렇게 말하면 시대에 뒤떨어진 말이라고 고개를 내저으며 손사래를 칠지 모른다. 아니면 여기저기서 불거지는 현대와 연루된 각종 사건들을 들먹이며 “더이상 신화가 아니다.”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때 이 말은 온 국민의 신념처럼 자리잡아 우리나라가 한 발이라도 앞으로 나가기 위한 원동력이 되었던 때가 분명히 있었다. 현대그룹의 주역이었던 정주영, 이명박 등의 인물을 모델로 삼았던 드라마가 엄청난 인기를 끌었으며 그 결과 그들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높아져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 인사로까지 끌어올려졌던 것이다. 비록 정주영 사후 현대그룹이 예전 같은 저력을 보여주고 있지 못할지라도.

사후 1년이 넘은 현재 '정주영'을 다시 거론하는 것은 얼핏 무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정주영에 대한 평가 자체를 무의미한 것으로 치부할 것인가. 이같은 통념의 허를 찌르는 책이 출간되어 오히려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바로 도서출판 <찬섬>에서 발행한 <영원한 승부사, 정주영 신화는 계속된다>이다. '칭송' 받지 않으면 '비난의 대상'이 되기 일쑤인 사회적 풍토에 반기를 드는 책이라고 하겠다.

1. 집필동기
그렇다면 이 책은 단순한 흑백논리에 대한 반박을 위해 쓰여진 것인가? 물론 그것은 아니다. 저자는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를 현재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에 있다고 밝히고 있다. 정주영이 전후 우리 사회를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강철 같은 투혼과 집념으로 한국의 신화를 이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지금, 우리 사회는 그를 부정함으로써 더 큰 위기를 맞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한 인물에 대해 100%의 지지란 완벽하게 갇힌 독재사회가 아닌 다음에야 불가능한 일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그를 위대한 승부사라는 관점에서 다각적이고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이는 그만큼 지표를 잃고 헤매는 현 사회가 진정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저자가 말하고 싶어하는 대목이다.

이 책의 출간 동기와 관련, 저자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정주영씨에 대한 갖가지 연구와 평가는 많다. 그러나 그가 남기고 간, '종합적 역사성'에 비해 그에 대한 '입체적 조명'은 매우 부실하지 않느냐는 것이 필자의 평소 개인적 유감(有感)이었다. '입체적 조명'이란, 문자 그대로 정치, 경제적 측면 뿐 아니라 시대사적, 사회문화적, 때로는 사회 심리적 측면까지를 모두 함께 아우르며, '정주영'이란 거목(巨木)의 '창(窓)'을 통해, 우리 국가와 사회의 곳곳을 비춰보면 어떨까 하는 시각이다. '우리 근.현대사의 정치사회 구조와 삶의 궤적'을 있는 그대로 끄집어내어 그 교훈을 되새겨보는 작업을 의미한다. 그 진상(眞相)의 막전막후를 보다 진솔하게 노출시키고, 희망찬 내일을 향한 '국제적 시야'와 '선진화'의 잣대로 측정해 보고자 하는 노력이다. 이와 함께,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의 삶과 문화, 그리고 선배세대들이 걸어온 길이 오늘 한국의 밑거름이 되기까지 어떻게 흘러왔는지, 그 아픔과 고난, 영광과 좌절을 깊이 되새겨 보는, 민생사(民生史)의 교훈도 인간 정주영을 조명하는 데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중요한 관점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었다."

즉, 이 책은 단순히 정주영 개인의 생애나 일화를 소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주영이라는 개인을 통해 한국의 근대사와 현대사를 되돌아보고, 이를 통해 지금의 한국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데 더 큰 목적을 두고 있는 것이다.

한 사람의 위대한 일생은 그 한 사람의 인생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가 일구어온 삶은 바로 한 나라가 일구어온 삶이기도 하다. 이 점에서 우리는 한국의 신화를 이룩한 정주영이라는 인물에 대해 다각적인 검토를 함으로써 미래를 향해 나갈 발판과 위기의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정주영의 역사는 바로 대한민국, 나아가 한민족의 근.현대사 자체라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의 몸 전체에는 우리 민족 현대사 전체의 숨결이 그대로 묻어나고 있다. 저자는 더 이상 이 땅에서 그런 '종합적 역사성'을 갖는 인물이 앞으로는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에, 정확한 재조명을 시도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또한 저자는 특히 이 땅 언론인의 한사람으로서 이번 저술의 펜을 들지 않을 수 없는, '불가피성'을 이렇게 특별히 강조한다.

"일제 강점기에 빈농의 아들로 온갖 노동판 생활과 우여곡절을 거쳐 본격적인 사업가로 입신하기까지, 그리고 대한민국 건국 이후 21세기 정보화 혁명시대가 열리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경제인으로, 정치인으로, 사회사업가로, 무역인으로, 체육인으로, 민간 외교관으로 큰 보폭을 그리며 종횡무진 활약했던, 그의 굵고도 길고 긴 인생역정-. 정주영의 몸 전체에는 대한민국 반세기의 온갖 영욕과 모순, 그리고 명암이 피와 땀으로 얼룩지고, 뒤엉키며 고스란히 배어 있다고 표현해도 무리가 아니다. 따라서 '정주영'에 대한 정확한 재조명은 우리의 현대사 전체를 겸허히 되돌아보는 작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정주영 신화의 되일기가 바로 건강한 국부(國富)의 창출과 선진강국의 건설, 그리고 국민 개개인의 성공이라는, 내일의 한국 지표를 암시하기에 매우 적합하고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란 판단이다."

저자는 특히 "글의 내용이 즉각적 호기심을 만족시키는 차원을 벗어나, 대한민국의 내일을 걸머질 후학들과 자라나는 세대를 염두에 둔, 비교적 생명력이 긴 글을 써봐야 겠다는 의욕도 그 배경에 자리했다"고 덧붙힌다.

2. 저자가 바라본 정주영
아시아의 유력한 경제주간지로 일컬어지는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 이 시사지는 지난 99년 20세기 아시아를 빛낸 위대한 인물 10인에 정주영을 선정했다. 여기에는 마하트마 간디, 시성 타고르, 덩샤오핑(鄧小平) 등이 함께 올랐다. 당시 이 신문은 정주영을 가리켜 '불요불굴의 승부정신이 한국과 아시아를 빛내게 했다'고 밝혔는데 정주영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했다.
"나는 그저 산 정상을 향해 쉬지 않고 올랐고, 어느 순간 우연히 다른 사람보다 앞서 정상에 도착했을 뿐이다."

그야말로 끝까지 굽히지 않은 채 쉬지 않고 올라감으로써 성취하게 된 성공의 계단들이 많았다는 얘기다. 또한 저자가 정주영을 바라보는 하나의 키 포인트가 될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정주영 인생길의 그 계단 하나 하나에는 사회환경과 시대, 그리고 주변 인간들에 대한 치열한 '승부수'가 숨쉬고 있었음을 간과할 수 없다.”고 이 책은 설명한다.

이 책에서 바라보고 있는 정주영의 면모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그의 승부사적 면모를 들 수 있다.
인간 정주영의 생애를 치밀하게 탐색해 보면, 한마디로 주변과 세계를 향해 한계를 인정치 않는, 끝없이 크고 작은 새로운 도전들로 이어진, '영원한 승부사'임을 알 수 있다. 승부의 세계는 냉혹하고 영원한 안주란 없는 곳이다. 정주영은 이런 세계를 잘 알고 있었다. 그가 타고난 사업가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안주할 줄 모르는 도전정신과 게임을 즐기듯 사업을 냉철하게 구상하는 그의 승부사적 면모에 있다 할 것이다.

둘째, 그는 패기 발랄한 자유정신과 창의력의 투혼에 불탔던 인물임을 간과할 수 없다. 그는 우리가 벤처정신을 떠들기 이전에 이미 몸으로 보여준 벤처정신의 소유자였으며, '세계적 벤처정신'의 살아 있는 '해답'을 던진 인물이었다.

끝으로, 그는 충효(忠孝)의 전통사상을 공.사생활에 깊이 접목시켰으며, '근검·성실·자립'이라는 이 땅의 근대화 정신을 바탕으로 한발 한발 성공의 계단을 밟아간, 끈질긴 '한국인의 전형'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정신력은 이 땅을 살아가고, 또 앞으로 살아갈 모든 국민들에게 귀감이 될 수밖에 없다는 요지가 이 책을 시종일관 관통하고 있다.

이 책이 요약하고 있는 '인간 정주영'의 면모
"불굴의 도전과 끊임없는 창조적 상상력-. 인간 정주영의 일생이었다. 사업을 위해서는 어떤 새로운 발상도 마다 하지 않았고, '국익과 기업의 세계화'를 위해서라면 불 속으로라도 '가시덤불'을 안고 뛰어드는 시늉도 할 수 있는 인물. 탁월한 귀감이 될 만한 개인적인 근면 성실 근검 절약정신의 이면에는 철저한 사업계산의 '타고난 승부사' 기질이 언제 어디서나 숨쉬고 있었다. 이런 그의 궤적에는 거침없는 질주와 치열한 삶의 흔적이 도처에 남아있다. 대한민국 반세기, 우리 국가사회 '빛과 그림자'의 확연한 산물이자, 한국인의 정신풍토를 반사해내는 모두의 거울이기도 했다."

제1부 소떼의 눈물 제1화 '사후(死後)로 가는 승부열차'로부터 시작하여, 제12부 마지막 투혼 '바덴바덴 그림자'에 이르기까지 총 71화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은 '인간 정주영'의 전 생애을 둘러싸고 벌어진 각종 시련과 난관의 진상, 그때 그때 우리 사회구조상의 '숲과 나무''빛과 그림자'를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탄탄하고도 입체적인 보도 구성과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21세기적 시야의 날카로운 분석과 비평도 돋보인다. 그동안 일반적으로 알려져 왔던 사실들보다 훨씬 더 깊은 내막과 진실, 새로운 사실과 일화들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

'한반도 시베리아 통합 경제권 벨트 설계도' 구상의 실현을 위해서라면, '현대그룹을 북으로 이동해도 좋다'는 내부 결심, 중화학투자조정에 반발하는 정 회장에 대한 5공신군부의 '공수부대' 최후통첩 내용, 노태우, 김영삼 정권기의 권력 심부(深部)와의 갈등 비화, 김대중 정권기의 대북 프로젝트가 본격화되기까지, 일련의 시련 과정에서 있었던 물고 물리는 이면사의 얘기 등도 새롭게 발굴, 역동성 있는 구성력으로 전개된다.

국민학교 졸업장 단 한 장의 학력으로 한 평생, 수많은 역경과 간단없는 격동의 근.현대사 속에서, 곡절마다 '발상과 역발상'의 승부수를 점철하며 승승장구하는 모습, 표면상의 경위와 명암에도 불구하고, 20세기가 낳은 '걸출한 세계적 한국경제인'으로, 국내외적 공인(公認)을 얻기에 이르기까지, 그가 걸어온 길이 이 땅이 낳은 '위대한 승부사'였다고 부를 수 있게 할 만큼, 언론인으로서의 객관적 필치로 잘 와닿게 하고 있다.

저자는 이 작업과 관련, 우리 사회에 이런 일침을 던진다.
"위대한 인물은 역사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학생에게 존경하는 인물을 물으면, 언제나 옛 역사에서만 찾는다.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 등이 항상 거론되는 위인이다. 우리 시대에 국가적으로 세계적으로 존경할 만한 인물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이 시대, 우리 모두가 안고 있는 불행일 것이다. 인간 정주영의 생애는 오늘의 대한민국 '국부창출'과 세계적 관점을 모두 고려할 때, 실제로 국익을 위해 항상 첫 삽을 떴고, 큰일을 했던, 위대한 선각자이자 도전자였음에 틀림없다. 그런데도 그가 타계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잊혀져 가고, 오히려 우물안 식 정치.경제 현상의 쟁점 또는 개인적 집단적 이해관계 등으로 폄하되는 일마저 나타나고 있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사회의 가치체계와 판단력이 그만큼 낙후되어 있다는 증거가 아니고 무엇일까. 타계당시에 그렇게도 떠들썩하더니, 1주기가 되어도 그를 새롭게 기억하고 조명하려는 적극적 노력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심지어 각 언론은 물론 당사자인 현대관계사들 조차도 그렇다. 더욱이 오늘, 진정한 애국의 길이 무엇인지, 대한민국 국민들의 국가와 사회, 그리고 후세들의 삶의 방향이 무엇이어야 하는지, 백년대계를 향한 진정한 선진조국 길이 무엇이어야 할지, 혼돈이 거듭되고 있는 이 세태에 이런 인물조차 제대로 기려내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는 앞으로도 희망의 불빛을 굳건히 밝히는데 실패할지 모른다."

한마디로 이 책은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생애를 기존과 다른, 역사적 시각에서 새로운 밀도로 접근함으로써 정주영이란 인물이 한국 현대사에서 단순한 굴지의 경제인으로 평가되고 지나갈 인물이 아님을 말한다. 정주영이 지녔던 한 인간으로서의 진면목과 그의 성장사, 막전막후, 그리고 그를 둘러싸고 전개된 정치 권력과 경제의 생리 등 굽이친 한국사회의 구조적 배경까지 깊이 추적하면서 앞으로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길과 국민들의 생활가치관과 관련, 중대한 교훈과 메시지를 발견케 하고 있다는 데 더 큰 의의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