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몽마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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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직접 바라보아야 해요.
_ 영화 〈알라딘Aladdin〉 중에서
길지 않은 인생이지만, 그래도 돌이켜보면 내 인생에서 좋았던 일보다 좋지 않았던 일은 더 강력한 기억으로 남는다. 제대로 살지 못했던 어제를 후회하고, 다가올 내일을 두려워하며 온몸으로 그 삶을 살아내지 못한 탓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대로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던 인생이라고 자평하고 싶다. 어쩌면 좋지 않았던 기억들 때문에 내 인생이 훨씬 단단해졌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단단해지지 않았다면 넘어졌을 때마다 다시 일어나는 일이 더 힘들었을 테니 말이다. 나는 오랫동안 길을 찾지 못했고, 때로는 후회할 선택으로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경험을 몇 차례나 하면서 인생을 소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까닭에 오랫동안 내 인생이 실패작이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하니 그건 절대 아니었다. 비록 허다한 삽질에 힘들고 좌절했지만, 결국 나는 길을 찾았다. 그리고 또 다른 길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그리고 생각지도 않은 선물도 받았다. 그 무수한 삽질들 덕분에 내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나는 괜찮아, 너만 괜찮다면…. 너는 너의 행복만 생각해. 그러면 나는 네 곁에서 행복해”라는 진심을 나눠주는 평생지기도 얻었다. 그렇게 나는 몽마르트에 닿았다. 내가 선택한 골목길, 저마다 다른 마음으로 오는 여행자들과 같은 길을 걷지만, 그 길은 늘 새롭다.
작가정보
저자(글) 이이레
(L?a Yireh LEE)
대한민국 입시전쟁의 최전선이라는 서울 강남에서 초중고를 꽤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다. 2005년 11월 수시 2차 합격을 위한 수능시험 하루 전, 우연히 만난 친구와 먹은 점심으로 인생이 바뀌었다. 친구와의 행복한 조우는 전날 먹은 상한 조개 리조또 때문에 식중독에 걸려 수능을 망치는 걸로 그 값을 치렀다. 다음해 10월 예정에도 없던 프랑스로 유학, 프랑스어를 프랑스인에게 프랑스어로 배우기 시작했다. 자동차 경주가 유명한 프랑스 르망의 르망지역예술대학 실내디자인학과 입학 후 건축학교로 재입학, 파리 발드센 국립 고등 건축학교를 1년에 60학점씩 이수하느라 일주일에 사흘만 자며 졸업하고, 동 대학원은 1년에 60학점씩 이수하며 일주일에 엿새씩 자는 인간다운 생활을 하다 결국 중퇴했다.
이후 공간건축사무소(이후에 공간건축 법정관리 들어감), IMZ.co 건설현장(이후에 회사폐업), 삼우종합건축사무소(이후에 삼성물산에 합병), Y건축사무소 등의 험난한 인턴 시간을 거치며 탈출을 꿈꾸기 시작했다. 2014년 D건설 알제리 현장 통역으로 채용, 연봉협상까지 완료 후 계약서 보내오길 기다리던 중 D건설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감으로써 채용취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라도 되겠지 싶어 힘을 내 에코드라코레 프로젝트 기획팀에서 일했다. 유네스코 한국 대표부 대통령 특별연설 행사와 같은 주요 프로젝트 등을 진행했다. 설계와 기획대로 돌아가지 않는 인생을 탓해보지만, 조직이나 국가도 별반 다르지 않음을 깨닫고 큰 용기를 얻어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했다. 2017년부터 우연히 찾아 큰 기대 없이 예약했는데 “먹어 보니 맛집이네”의 콘셉트로 〈몽마르트 로맨틱 투어〉를 운영 중이다. 당신 한 사람이 국가나 조직보다 중요하며 계급, 지위 상관없이 모든 삶의 가치는 동등하고, 중요하다는 프랑스적 휴머니즘으로 단 한 사람이 예약해도 투어를 진행하는 걸 원칙으로 삼았다. 프랑스에서 수학한 역사, 예술, 건축 지식과 전시회 및 컨퍼런스 기획을 하며 익힌 경력을 살려 쓸데없이 고퀄리티 투어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이다. 골목집 심야식당처럼 입소문이나 우연히 찾아오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 블로그나 SNS에서 투어를 홍보하지 않는다. 얼마 전부터 인★그램(@lea.yireh.lee)으로 소통을 시작했지만, 여전히 아날로그를 지향하는 삶을 살고 있다.
목차
- 프롤로그 prologue
PART 1 몽마르트 순례길에 들어가기
첫 번째 잃어버린 지도 실패한 대학입시 / 두 번째 잃어버린 지도 실패한 아버지의 사업 / 세 번째 잃어버린 지도 실패한 건축학교 / 네 번째 잃어버린 지도 실패한 직장생활
PART 2 몽마르트 계단 오르기
첫 번째 계단 마이리얼트립과의 조우 / 두 번째 계단 인생의 모든 순간은 ZERO WASTE / 세 번째 계단 몽마르트 로맨틱 투어 / 네 번째 계단 처음이지만 아주 오랜 인연처럼 / 다섯 번째 계단 나를 알게 하고, 좋아하게 하고, 신뢰하게 하는 것 / 여섯 번째 계단 아는 만큼 보이는 것들 / 일곱 번째 계단 눈과 귀를 훔치는 대신 마음속에 자리 잡기 / 여덟 번째 계단 대접받고 싶은 만큼 누군가를 대한다는 것에 대해 / 아홉 번째 계단 헨젤과 그레텔은 과자로 만든 집에 반했다 / 열 번째 계단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서
PART 3 막다른 골목이 아닌 ‘막’ 다른 세상
첫 번째 문 그녀들은 예뻤다 / 두 번째 문 삶이 그대를 속일 지라도 / 세 번째 문 그 남자 그 여자의 여행
PART 4 낯선 이를 홀대하지 마라, 그들은 변장한 천사들일지 모르니
첫 번째 벤치 삶이 영화처럼 느껴지는 그런 날이 다시 올 때 / 두 번째 벤치 둥그런 지구에서 미끄러지지 않고 잘 걷는 법 / 세 번째 벤치 골목 끝 분홍색 집
에필로그 Epilogue
책 속으로
살면서 실패라는 걸 겪지 않으면 좋겠지만, 삶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 그러니까 누군가의 성공담에 어깨를 축 늘어뜨릴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실패담에 ‘이런 일까지 겪다니…. 차라리 내 상황이 낫군’혹은 ‘이렇게 해도 실패를 했는데, 이번엔 내가 부족한 거야’라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위로해 보는 건 어떨까. 그럴듯한 성공담과 합격수기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이야기 대신 사람냄새와 짠내가 어우러진 누군가의 고군분투기를 읽고 바닥까지 내려앉은 자존감의 먼지를 툭툭 털고 일어나는 거다. 나보다 나은 사람을 찾아도 끝이 없지만, 나보다 더한 처지의 사람도 사실 끝이 없다. 세상엔 아픈 사람 천지다. 솔직히 어떤 상처든 내 상처가 제일 크고 아프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탕하게 웃고, 하늘 한 번 노려봐주고 다시 일어서는 거다._17쪽
인연은 신기하다. 처음엔 고작 아르바이트 한 번이었는데 내게 또 다른 길고 긴 인연이 시작되었다. 행사용 테이블보를 빳하게 다리고, 갑자기 웨딩용 장갑을 구해오라고 하면 파리를 뒤져서라도 찾아오는 나의 집요한 수행능력을 인정받아 결국 기획팀 팀장으로 덜컥 채용되었다. 생각지도 않은 기회가 왔고, 나는 지난번에는 어이 없이 탈출계획에서 실패했지만, 이번에는 그렇게 되지 않겠다는 굳은 믿음과 함께 회사 프로젝트에 전념하고 싶었다. 교수님께는 다른 일을 좀더 잘 해보려고 자발적으로 학교를 그만두겠다는호기로운 인사와 나의 확고한 의지를 표명한 메일을 마지막으로 그토록 꿈꾸던 건축학교 탈출에 성공했다._55쪽
어차피 조직이나 국가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게 계획에 실패하고 있는 듯해 보이니 나 하나쯤, 여기서 한 번 더 실패한들 범인류적 관점에서 그게 무슨 큰일이겠냐는 대수롭지 않은 마음도 생겼다. 그래도 사랑은 남겠지. 나쁘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아니 굉장히 멋진 일이 될 거 같았다.
“젊은 시절 한때를 파리에서 보낼 수 있는 행운이 그대에게 따라준다면, 파리는 ‘움직이는 축제’처럼 평생 당신 곁에 머물 것이다. 내게 파리가 그랬던 것처럼.” 헤밍웨이가 이십 대 시절 7년을 파리에 살고 노년에 내린 결론이라는데, 난 나의 이십 대를 몽땅 파리에서 보냈다. 나의 삼십 대는 동네를 찾아드는 유랑극단의 공연 정도가 아니라 여름 락 페스티벌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묘한 오기도 무럭무럭 차올랐다._62쪽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배낭여행’이라는 이름이 주는 ‘자유’와 ‘개인의 만족’이라는 두 가지 토끼를 잡으려는 수요가 확장되었다. 신기술의 발달과 각종 SNS에 넘쳐나는 정보들은 낯선 여행지가 주는 자유의 가치가 혹시나 하는 두려움에 침식당하는 것을 강력하게 밀어내고 있었지만, 여전히 ‘자유여행’이라는 단어는 ‘위험성’을 동반했다. 이때 등장한 마이리얼트립은 자유여행이 주는 높은 개인적 만족도와 패키지여행의 가이드가 담보하는 안전성, 현지를 잘 아는 준전문가급 가이드가 제공하는 동선과 정보를 책임지는 낯설지만 익숙한 상품을 제공하면서 문을 열었다. 이 ‘발칙한’ 플랫폼을 페이스북 광고에서 처음 발견했을 때, 개발자의 정밀한 의도를 한눈에 읽을 수 있었다. 이 플랫폼을 개발한 이들이 바로 여행업계의 ‘창조적 파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_75쪽
구불구불 엉겨 이어진 골목들 그리고 계단 너머 새롭게 열리는 풍경들, 발코니에 정성스레 놓인 화분들, 어떤 거리건 집집마다 이야기가 스며들어 있다. 그 어떤 것도 어느 순간 갑자기 불쑥 생겨난 일이 아니다. 낭만은 이 동네 고유의 전통이다. 그렇기에 전 세계를 사랑에 빠트린 프랑스 영화 〈아멜리에Amelie of montmartre〉의 주인공 아멜리에가 몽마르트의 주민으로 설정된 것이 자연스럽다. 그리고 그 사랑이 몽마르트의 평범한 주민들로 이뤄진다는 것도.
하지만 몽마르트만큼 관광객들에게 악명 높은 관광지도 없다. 관광객들에게 몽마르트는 치안이 나쁘고, 팔찌를 강매하는 흑인들과 소매치기를 일삼는 집시들이 득시글대는 무서운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 편견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중세, 예루살렘을 향한 순례길, 그리고 그 길에 오른 순례자들의 주머니를 터는 떼강도의 이야기는 오늘 몽마르트를 찾은 여행자에게도 아직 유효하다._101쪽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은 시간 속에 붙잡혀 꼼짝없이 이불 밑에 갇혀있을 때, 그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이불 밖 세상으로 날 꺼내주었다. 감히 두려워 밖으로 나갈 생각도 못했는데, 내 곁에 든든하게 버티고 선 누군가가 있다는 느낌이 정체 모를 두려움을 걷어냈다. 이제부터는 아무도 빼앗을 수 없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겠다며, 이리저리 부딪히며 다닐 때도 나의 방황과 고민에 대해 한 번도 비웃지 않았다. 그는 답을 찾지 못하고, 자꾸 주저 않으려는 내게 늘 한결 같았다. 언제나 묵묵한 모습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걱정하지 말라고, 혹여 그가 변할까 두려워하는 나의 숨겨진 불안에 대해서도 절대로 자신은 변하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말고 너의 행복만을 생각하라고 응원해주었다. 어떤 책의 제목대로 ‘네가 무엇을 하든 나는 언제나 너만을 응원할 거야’라는 마음을 말로,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내가 아는 세상과 너무 달라 작은 체구가 더 쪼그라들 것 같은 날에도 어떤 일을 해도 너는 성공할 수 있다며 응원해주었다. 첫 투어를 하러 나가는 아침, 몽마르트를 향하는 버스를 탈 때, 버스가 떠날 때까지 창문 밖에서 한결 같은 모습으로 내게 응원과 격려의 눈길을 보내주었다. 그는 언제나 내편에서, 내 입장에서 나를 생각한다._302~304쪽
출판사 서평
꼭 아파야만 청춘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일까
한동안 세상은 ‘나는 이렇게 성공했다’라는 식의 자기계발서로 요란을 떨었다. 아니 이런 식의 성공의 역사는 지금까지 우리 곁에 머물며 ‘보통사람’이고 싶은 나의 어깨를 한층 더 무겁게 만들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대한 반발이었을까? 예전이었다면 ‘루저’라는 이름으로 폄하되었을 만한 제목을 단 에세이들이 위로라도 해주는 것처럼 서가에 자리를 잡았다. 처음 그런 책을 접했을 때, 세상엔 나 혼자만 길을 헤매고 있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마음에 든든함을 느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그들 역시 나 같은 보통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을. 혹하는 제목을 달았을 뿐, 그들 역시 그들의 분야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이들이라는 걸 알았을 때 끊임없이 삽질만 하고 있는 나의 웅덩이는 더 깊어지기만 했다. 지구가 좁다고 하지만, 그래도 나처럼 작은 몸 하나는 어딘가에 들어갈 자리가, 내게 꼭 맞는 자리가 있을 법도 한데 도대체 구멍조차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열심히 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치열하게 살던 날들 속에서 받아들여야 하는 좌절은 훨씬 더 아팠다. 생각지도 않았던 길 위에서 내게 맞는 일을 찾고 싶어서 고군분투했지만, 세상엔 노오~력만으로 되는 일은 거의 없다는 걸 깨달아야 했을 때는 지구가 무너지는 것 같은 충격을 받기도 했다.
살다보니 청춘만 아픈 것은 아니더라
살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은 절대 직업으로 삼지 말라는 이야기도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있다. 물론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대접을 받는 직업이 있다면 더 좋을지 모르겠다. “저 이런 사람입니다”라고 명함이라도 한 장 내밀고 싶을 날이 왜 없을까. 하지만 우리 삶의 생태계가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는 날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 5년 후면 현재 인구의 상당수가 자영업을 하거나, 프리랜서가 될 것이라는 뉴스를 마주할 때마다 가끔은 내가 걷고 있는 길이 맞는 길이구나, 하는 이상한 위안을 얻는 순간도 있다.
열심히 살고 있지만, 자신이 걷고 있는 그 길에 의문을 품기도 하고 다른 길을 곁눈질하기도 한다. 그러다 문득 일상에 매몰되어버린 자신의 얼굴을 발견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외면하고 싶은 날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런 날이면‘괜찮다, 괜찮다…’라고 중얼대며 마음 한구석으로 밀어두었던 내밀한 로망을 꺼내본다. 그리고 상상한다. 이것이 바로 보통의 우리다. 거기서 마지막 한 발을 내딛지 못하는 한계를 넘어서려 용기를 내보지만 삶의 무게가 대부분 그 용기를 잡어 먹는다. 물론 실패는 일상처럼 찾아온다. 이상한 건 실패는 면역이 되지 않는다. 그 정도 실패를 하면 예방주사 정도의 효과는 보여줘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시간은 흐르고, 나는 변함이 없고, 세상은 변하고, 나는 제자리고. 달라지는 것은 나이와 몸무게뿐이라고 자학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그런 순간은 아프다. 청춘이고 노년이고 간에 실패 앞에 아프지 않을 누군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는 계속 살아야 하고, 계속 실패를 해도 일어서야 한다. 그게 바로 삶이니까. 스마트폰도, 지도도, 동행도 없이 길을 잃었다는 생각에 아득해하고 있을 누군가가 있다면, 정처 없이 헤맨 나의 이야기로 위로받기를 청한다. 그리고 깨닫기를 바란다. 세상에 길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누군가가 걷기 시작하면, 그게 바로 길이 되는 것이라고.
기본정보
ISBN | 9788986022117 |
---|---|
발행(출시)일자 | 2019년 12월 24일 |
쪽수 | 328쪽 |
크기 |
119 * 179
* 30
mm
/ 378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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