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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이수태
- 이수태 1951년 경북 안동에서 태어났다. 서울사대부고와 연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였으며 중앙대학교 대학원 문화예술학과를 수료했다. 1989년 「한국가곡의 재인식 문제」로 제5회 《객석》 예술 평론상을 수상했으며, 「흐르지 않는 시대의 한 음악 논의를 위하여」등의 글을 발표한 바 있다. 저서로는 『새번역 논어』(1999)와『논어의 발견』(1999), 에세이집 『어른 되기의 어려움』(2002) 등이 있다.
목차
- [ 글쓰기의 어려움 ]
-
. 사물은 다면적이다
. 우리는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
. 승강기 안에서
. 안양천에서
. 등촌동
. 간소한 생활에의 꿈
. 옥수수빵과 내복 소매의 즐거움
. 상처
. 일탈
. 아직도 그곳은 있는가
. 달리기
. 김민기도 한물 갔어
. 잃어버린 음악을 찾아서
.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 원망의 비극성에 대하여
. 편안한 사람
. 이루지 못한 꿈들의 세상
. 무엇이 공평한 것인가?
. 글쓰기의 어려움
-
-
[ 푸르른 마음들의 행방 ]
-
. 역사는 먼저 이야기여야 한다
. 무(武)의 정신
. 미국이 신뢰를 잃을 때
. 의좋은 형제
. 대통령의 꿈
. 진정한 변화는 어디에서 오는가
. 이 시대의 권위
. 예양(禮讓)의 꿈
.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뿌리
. 노인을 잘 돌보는 나라
.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관심
. 국민총생산의 인간계수
. 푸르른 마음들의 행방
-
-
[ 한국음악에 대한 세 가지 생각 ]
-
. 시대의 구조와 음악의 구조
. 한국가곡의 재인식 문제
. 흐르지 않는 시대의 한 음악 논의를 위하여
책 속으로
나의 별난 감수성은 언젠가부터 문명과 불연속선을 이루는 저 폐허의 황량한 풍광에서 불온한 희열을 느껴 왔다. 순수한 자연, 이를테면 그림 같은 전원이나 조용한 산사 혹은 가없는 바닷가 등의 정경에서 나는 별로 매혹을 느끼지 못하는 편이다. …… 그것은 취향에 앞서 자연의 순진무구함을 믿지 않는 나의 소견에서 오는 것이다. 오늘날의 현실에 있어서 자연은 이미 태초의 순결과 신성을 잃어버렸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 그러나 폐허는 좀 다르다. 거기에는 일차원적 아름다움과는 다른 특별한 메시지가 있다. 거기에는 문명에 대한 조소와 저주가 있고 아직도 진행 중인 혈투가 있다. 아름다운 자연이 분 바르고 머리 조아린 채 고스란히 문명의 수청을 들고 있는 것과는 달리 폐허에는 거친 호흡으로 문명에 시비를 걸고 그것을 부식시키는 뻣뻣함과 긍지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 pp.30~31, 「안양천에서」 삶에는 일련의 스산함이 있어야 한다. 그 스산함은 우리가 헐벗은 상태로 태어났다는 사실에의 끝없는 상기가 아닌가 한다. …… 라면집의 간소함에는 그런 스산함이 있다. 젓가락 통에 젓가락이 조용히 꽂혀 있는 모습이라든가 단무지 접시들이 차분하게 포개져 있는 모습, 그리고 저 거울 속에 전철을 타러 부산하게 지나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는 스산함이 있다. 그리고 그 스산함은 나를 편안하게 하고 고즈넉하게 한다. - pp.51~52, 「간소한 생활에의 꿈」 어떤 유형의 인간에게 있어서는 삶의 체험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와는 달리 자기 일신에만 국한되지 않고 매우 심원한 관계망을 지니고 있어서 그가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이 심대한 자극으로 그의 영혼에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그는 스스로의 가난이나 피의 비극성 등등에 제한되지 않고 가장 먼 곳에서 오는 가장 미세한인간사의 메시지마저도 그것이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문제와 관련된 것이라면 그것을 자신의 삶의 내용으로 받아들이고, 인식하고, 반응하는 타고난 체질을 지닐 수 있다는 것이다. …… 상처란 무엇인가? 가난만이, 피의 흠결만이, 좌절된 꿈만이 상처가 아니다. 사문유관 후 싯다르타에게는 그가 본 모든 것이 상처였다. 그것은 단지 궁성 밖의 현실이 아니라 화려한 궁실 안, 왕자라는 신분에 둘러싸인 그 자신에게 있어서도 똑같이 관류하는 근본적 인간운명이었다. pp.62~63, 「상처」 미국은 좀더 많은 경험을 쌓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미국은 이라크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더 많은 이슬람 국가들의 사람들, 더 많은 동양인들, 더 많은 유럽인들과 라틴 아메리카인들의 마음속에 절망과 회의와 불신을 안겨준 결과와 싸워야 할 것이다. 그것은 당연히 최첨단 정예 무기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후세인을 제거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지금도 어느 난민 수용소에서 굶주림과 질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어린 소년의 마음에 쌓이는 원한을 제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오사마 빈 라덴도, 세계무역센터와 펜타곤에 부딪쳐 함께 폭사한 아랍 청년들도 한때는 다 그런 천진한 소년들이었다. - pp.151~152, 「미국이 신뢰를 잃을 때」 물론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에 따라 먹는 희한한 세상에 대한 꿈은 이제 그 광간함을 드러내었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 어떤 세상이든 그 세상이 현실적인 세상이라면 거기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들에 대한 이처럼 적막한 무관심을 정당화시켜주지는 않는다. - p.177,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관심」
출판사 서평
『어른 되기의 어려움』을 잇는 우리 수필 문학의 깊은 품격과 아름다움 - “모든 진정한 변화는 사실 발효하듯 이루어진다” 생활의 뒤안에서 소리없이 발효된 그윽한 산문의 맛 - - ◆ 생활하고 읽고 사유하고 쓰다 - 평범한 생활인 이수태가 두 번째 에세이『누룩곰팡이의 노래』를 세상에 내 놓는다. 대학을 졸업하고 한 직장(건강보험공단)에 들어가 30여 년 가까이 오로지 그 한 곳에서 일하고 있는 생활인으로서의 그의 이력은 그리 유별날 것이 없다. 소박한 마음새의 아내와 누구를 닮았는지 엉뚱스런 아들과 함께 서울 하늘 아래 넘치고 넘치는 네모난 주거상자에 생활의 터를 두고 있는 그저 한 평범한 생활인이다. 그런데 그는 글을 쓰고, 공부를 한다. 한때의 ‘문청’으로서의 소소한 자의식이 담긴 잡글이 아니라 “인간과 세계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일급의, 품격 있는 글을 쓴다. 그가 하는 공부의 내용도 범인의 그것을 훌쩍 뛰어 넘어 있다. 논어 해석에 대한 새 지평을 열었다는 학계의 평가를 받은 두 권의 책『새번역 논어』『논어의 발견』은 그가 하는 공부의 결과물이다. 또 한국음악에 대한 평론으로 월간《객석》의 예술평론상을 받았고, 관련 글을 《문학과 사회》에 기고하기도 했다. 벌이로서의 공부, 직업으로서의 학문이 아닌 그의 작업은 카프카를 연상시킨다. 프라하의 ‘노동자재해보험국’에서 15년간 낮에는 일을 하고, 남들이 잠든 밤에 인간의 실존이 아로새겨진 소설을 써 내려갔던 카프카처럼, 이수태는 일하고 읽고 사유하여 글을 썼고, 이제 또다시 새 책을 내놓는다. - - ◆ 눈이 아닌 마음으로 읽는 산문 - 순전한 개인의 노력으로 오랜 세월 닦아온 이성의 창을 통해 일상의 틈새와 사회의 원리를 사유하는 그의 모습은 급제하지 않은 선비, 그저 삶을 ‘계속’ 공부하는 성실한 인간의 그것이다. 책은 크게 세 가지 종류의 글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부분은 “우연한 기회에 아무 격식없이” 써 내려간 일상의 기록들이다. 노래방이나 라면집, 한 평 남짓의 승강기 안, 낯설어진 옛 동네의 어느 자리에서든 그는 긴장을 놓지 않고, 항상 생각을 꿈틀거린다. 일상에 새겨진 삶의 진리는 보려고 하는 자에게만 보인다. 이수태는 “자신의 최전선, 총알이 쉴새없이 날아오는 그 (일상의) 전선에서, 한순간도,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버티고 서”서 항상 깨어 있는 정신으로 “파면 팔수록 더 견고해지는” 삶의 실체에 도달하고자 한다. 흔히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고 말한다. 내가 믿고 지키고 싶은 가치며, 관계며, 사랑이며 쉬 변질되고, 상처받는다. 하지만 영원에의 바람이 불가능한 것과는 별개로, 그것을 지켜내고자 하는 노력은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아름다움의 기준은 달라지지만, '아름다운 것'에 매혹되고, 그것을 즐기며 얻으려는 욕구 자체는 사라지지 않는 것처럼 사람을 사람이게끔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회의하고, 사유하고, 추구하는 노력은 계속되어야 마땅하다. 이수태에게는 지켜내고 싶은 가치가 있다. 모든 가치가 돈으로 매겨지는 가혹한 자본주의 사회의 극단에서 그는 ‘인간의 존엄’을 이야기하고, ‘덜 갖는 삶’을 지지하며, '삶의 스산함'에 매혹 당한다. 인간의 존엄이 우선되는 세상, 청빈한 삶에 마음의 끈을 놓지 못하는 그의 ‘낮은 자리’에 대한 관심은 단순한 연민이나 감상과 구별된다. 그의 연민은 계속 성찰되어지고, 회의의 대상이 되는 움직이는 마음이기 때문이다. 이번 에세이집에서 특히 도드라지는 것은 삶의 쓸쓸한 이면에 대한 성찰들이다. 사물의 표면 아래를 꿰뚫어 보게 하는 상처의 경험, 고난스런 세상살이에서 아예 튕겨 나가고자 하는 일탈의 욕구, 반듯한 자연 풍광보다는 헝클어진 폐허의 모습을 옹호하면서 느끼는 불온한 희열, 라면집의 젓가락 통에 담겨 있는 삶의 스산함과 경건함 등의 마음들은 그의 사유 안에서 잘 발효되어 단아한 품격의 문체로 드러난다. 쉽게 내닫지 않는 그의 사유만큼이나 쉽게 내뱉지 않는 그의 글에는 잘 곰삭혀진 성실하고 경건한 사유가 담겨 있다. 잘 숙성된 음식처럼 그의 사유는 깊고 뒷맛이 오래 남는다. 눈으로 읽는 것이 아닌, 마음으로 읽는 산문을 이 책에서 만나게 되는 이유이다. - - ◆ 안일하지 말 것, 깨어 있을 것 - 책의 두 번째 부분은 세상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가 세상의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도 그의 비판은 어느 독자의 평처럼 “서투른 발재간으로 공을 차내듯” 내뱉는 무책임한 비판이 아니라, 두루 살피고 생각을 다듬어 말하는 진중한 비판이다. 세상에 대해 발언할 때 그가 느끼는 어려움은 “배구시합의 심판관처럼 높다란 곳에 올라앉아”, 내려다 본 세상을 말해야 하는 데 있다. 그 세상에 자신은 쏙 빠져 있어야 하는데, 항상 제 발밑을 내려다보고 살아 온 그는 그 기본설정 자체를 못 견뎌 한다. 어쩔 수 없는 한계는 있지만, 그래서 그의 세평에는 관찰자가 아닌, (그가 말하고 있는)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참여자로서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가령, -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바로 그 점이다. 나는 주한미군이 철수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물론 계속 주둔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려는 것도 아니다. 그 판단은 역시 어려운 일임에 틀림없다. 다만 주둔 상태를 마치 추운 겨울날에 따뜻한 외투를 입고 있는 것처럼 편안하고 만족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이 민족의 의식이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음을 지적하려는 것이다. 무엇을 잃어버렸는지를 알고 있는 동안은 언제라도 그것을 되찾을 수 있다. 그러나 무엇을 잃어버렸는지조차 모르고 있으면 그것을 되찾을 길이 없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무의 정신을 잃고 또 그것을 잃었다는 사실마저 잊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 이 시점에서 내가 던지고 싶은 화두다.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과 육체를 위하여(김수영)'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다. - 「무(武)의 정신」중에서 - 그 때문에 그의 세평에서 비슷한 목적의 다른 글을 통해 볼 수 있는 단호함이나 명쾌함을 기대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사물이나 사안의 양면성을 두루 살피는 그의 복합적 시각 때문에 그의 주장은 덜 강하고, 덜 자극적이다. 하지만 다소 소극적인 발언의 습관은 스스럼없이 말해지는 강한 주장들에 실망하고 회의한 결과이다. “안일하지 말 것, 깨어 있을 것”을 주문 외는 그의 글에는 자신과 세상에 대해 긴장을 놓지 않은 단단한 속이 느껴진다. 깊은 강은 더 천천히 흐르는 듯 보인다. 하지만 더 많은 물을 담고 있고, 더 많이 흘려 낸다. - - ◆ 한국음악에 대한 세 가지 생각 - 책의 세 번째 부분을 차지하는 세 개의 소고는 한국음악에 대한 저자의 열정이 담겨 있는 글들이다. 앞의 글들이 “일상을 살아가는 생활인으로서 무리에 속해 있는 구성원으로서 주변과 세상에 맞닿은” 그의 성찰이 녹아 있는 산문이라면, 세 편의 음악론은 80~90년대에 논의된 한국음악의 정체성 문제에 대한 전문적인 평론글이다. 그 중「한국가곡의 재인식 문제」는 비전공자로서는 최초로 월간《객석》의 예술평론상을 그에게 안겨주었으며, 「흐르지 않는 시대의 한 음악 논의를 위하여」는 계간지《문학과 사회》에 실렸던 글이다. 세부적 내용이나 과제는 조금씩 다르지만 세 편 모두를 관통하는 공통분모는 역사적 관점에서 음악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 그것은 음악이 귀를 울리는 한갓 소리가 아니라 영혼의 어떤 요구에 대응하는 의미체라는 사실에 기반한다. 모든 의미체는 한 시대가 빚어내는 의미망에 의존한다. 따라서 음악은 그 시대의 구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오히려 그 시대의 궁극적 구조를 추구해야 하고 추구할 수 있는 ‘필연성’ 속에서 스스로의 진정한 자유를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 「시대의 구조와 음악의 구조」중에서 - 마음을 움직이고, 마음과 소통하는 것들에 대한 관심이 미술이나 음악 등의 심미적 활동에로 그를 이끌었다. 특히나 음악에 대한 한때의 열정은 남달랐다. 사람의 마음바탕이 가장 잘 우러나오고, 그 마음바탕을 가장 잘 움직이는 예술 장르가 음악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바로 거기에 성숙한 마음바탕이 드러나 있는 산문과 이 음악론이 만나는 이음매가 있을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8498359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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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출시)일자 | 2004년 09월 03일 |
쪽수 | 286쪽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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