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황제 50문 50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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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 책머리에 ... 5
차례 ... 7
고대의 역사와 천황제 ... 13
중세~ 근세의 정권과 천황 ... 105
근데 천황제의 창출 ... 157
일본제국주의와 천황제 ... 225
15년전쟁과 천황 ... 303
전후의 천황과 천황제 ... 373
보론 ... 431
출판사 서평
1945년 이전에는 살아있는 신이었고,
2차대전 후에는 세습적인 특별공무원으로서 상징적 존재가 되었다.
그 천황이 이제 바야흐로 '상징이신' 존재가 되려 하고 있다.
이 하수상한 시기에 일본의 지성들이 천황제에 보내는 메시지,
"군주여 죽음을 내리지 마소서 !"
러일전쟁 후 일본의 어린 아이들 사이에 유행한 노래 중에 이런 것이 있었다.
"짐이 무심코 방귀를 뀌었다. 너희 신민은 냄새가 날 거야, 국가를 위해서 참아라~"
전 국민에게 암기를 강제한 <교육칙어>의 내용을 약간 바꾸어 부른 것이다. 교육칙어가 천황의 신성성과 만세일계성을 못박고 전 국민으로부터 절대적인 충성을 요구한 것으로 1945년 이전 천황제 이데올로기의 전파에 중대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다소 의외로 보일지 모르지만, 아이들이란 그런 것이다.
이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아이들이 천황을 위해 '초개'처럼 목숨을 버리고 '일억이 함께 장렬히 전사하고' '가미카제'가 되는 것을 '광영'으로 여기는 사람으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폭탄이 비처럼 쏟아져 내리고 화마가 온 마을을 태우는 와중에 온 몸을 던져 천황의 초상과 칙어를 지키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그런 '바람직한 효과'가 물론 거저 얻어질 리 없다.
"기원절 날, 냉기로 썰렁한 강당에 입장하기 전에 담임선생님은 반드시 코를 훌쩍이지 말라는 주의를 주었다. 교장이 교육칙어를 봉독할 때는 고개를 숙이고 있어야 하는데, 그러다 보면 콧물이 흘러나와 훌쩍거리는 소리가 엄숙해야 할 분위기를 깨뜨렸기 때문이다."파시즘 교육의 강화를 위해 소학교 대신 발족된 국민학교의 행사 모습이다.
이제 이런 천황과 천황제는 그저 과거의 유물로만 전락하여 박물관에나 가야 볼 수 있는 그런 것쯤으로 퇴색한 것일까. 이 물음에 고개를 내젓는 학자들이 답을 내놓았다. 그들은 같은 군주제라 하더라도 "영국의 군주제는 한 번 가열이 된 티푸스균의 왁친이고, 일본의 천황제는 아직 살아 있는 티푸스균"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이 책의 <책머리에>도 밝혔듯이 쇼와 천황의 사망과 함께 전 일본을 뒤덮은 기이한 '자숙' 분위기에서 그 위험성을 더 확실하게 감지하였다.
이들이 쇼와 천황의 장례식과 현 헤이세이 천황의 즉위라는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서둘러 이 책을 기획하여, 일본의 천황제가 왜 티푸스균으로 지금도 살아 있는지, 그것이 초래할 위험은 무엇인지, 그것의 역사적인 연원은 무엇인지를 명확히 하려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 역사교육자협의회는 일본 전국의 교수,교사들과 시민이 참가하여 역사?사회과 교육의 실천과 역사연구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는 진보적인 단체로, 『천황제 50문 50답』(원제는 『일본의 역사와 천황 - 고대로부터 현대까지 50문 50답』)에는 도야마 시게키(遠山茂樹) 같은 우리나라에도 이름이 널리 알려진 저명한 교수들로부터 젊은 신진 교사들까지 다양한 필진들이 참여하였다.
일본의 일반 대중을 목표 독자로 삼아 대중적인 주제들을 가려뽑고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을 곳곳에 배치하고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썼다. 그러나 아무래도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는 생소한 내용이 많은데 그런 점에서 평이한 문체에 여기저기에 간단한 역사적 설명들을 덧붙이고 원문에는 없는 사진들을 시원하게 삽입하여 이 책의 원뜻을 충분히 살리고자 한 옮긴이의 노력도 사주고 싶다.
그런데 이 책은 쉽게 읽히는데도 자세히 보면 내용에 담긴 무게가 만만치 않다. 단순히 천황 자체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천황(제)을 역사 속에 짜여들어가 있는 존재로서 설명해 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에 등장하는 천황(제)은 우선 모두 살아 숨쉬고 있다. 현재는 물론이고 근세, 중세, 고대, 더 이전 시기까지도 모두 생생하게 호흡하고 있다.
이들 천황은 다양한 시대와 주제 속에서 매우 여러 가지 모습을 취하고 있는데, 하나같이 오늘날의 일본과 깊숙이 연결되어 있다. 그러니 옛날 천황 이야기라도 따분할 리가 없다. 제1장 천손강림신화만 해도 그렇다. 하늘을 주재하는 자의 아들이나 손자쯤 되는 사람이 지상으로 내려와 그 나라의 시조가 되었다는 얘기는 어느 민족, 어느 나라에서나 흔히 발견되는 이야기다.
그리고 일본의 천손강림신화는 역사적으로 농경민족에게 흔히 나타나는 추수감사제에 맥이 닿는 신상제(新嘗祭:니나메사이)라는 행사를 반영한 것이다. 여기까지는 수수하다면 수수한 내용이다. 그런데 이 신상제가 햇곡식을 먹고 벼의 영혼과 일체가 된 천황이 직접 주관하는 '죽음과 재생의 의례'로 발전한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지금도 천황이 즉위할 때마다 거대한 제단을 지어 대규모 신상제를 지냄으로써 '신'으로 거듭난 후(!) 제단을 흔적도 없이 허물어버리는 뭔가 이국적 냄새를 풍기는 대상제(大嘗祭)라는 행사를 계속하고 있다.
5세기에 나타난 거대한 천황릉에 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천황릉에는 천황이 없다'는 흥미로운 제목을 내세운 이 항목에서는 단순히 고대 왕의 무덤 이야기로 그치지 않는다. 천황릉의 허구성과 메이지기 이후의 천황릉 조작의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면서 메이지,다이쇼 천황에 이어 거대하게 축조된 쇼와 천황 무덤의 상징성에 주목한다.
이쯤 되면 문제가 조금 달라진다. 과거는 현재로 이어지고, 그래서 과거는 과거로 끝나지 않는다. 이는 상당 부분 이 책의 필진 모두에게서 발견되는 강렬한 현실 비판의식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제목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우리가 궁금해하는 것들을 거의 모두 포괄하고 있다. 지금까지 천황(제)을 다룬 책들은 많았지만(정말 많다) 그 가운데 전 역사에 걸쳐 이만큼 다양한 주제를 담아낸 책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주제가 이렇게 다양해질 경우에는 알맹이가 부실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어느 것 하나 허술하게 다루어지지 않았다. 50개나 되는 주제(사실 보론까지 합치면 54개다)를 담고 있어서 각각의 글이 상당히 짤막한 감이 없지 않지만 그 때문에 깊이와 긴장감이 떨어지는 일이 없다. 이는 이 책이 가진 무엇보다도 큰 장점이다.
그리고 여기에 실린 글들은 천황(제)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뚜렷이 하고 있는데(이 책이 기획되었을 때부터 예정된 것이었다), 그것이 비판을 위한 비판으로만 머물고 있지 않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제점들을 지적하고는 반드시 이런저런 방식으로 대안을 내놓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특별히 주목되는 것이 보론에 실린 4편의 글이다. '보론'이라고 했지만 그저 그런 부록쯤으로 여기면 오산이다. 옮긴이의 표현을 빈다면 '본문보다 오히려 더 흥미진진하게 읽히는 글'이다.
오늘날 천황(제)이 풀어야 할 숙제와 함께 그 대안을 제시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인은 눈앞의 것에 얽매이지 않아야 하며 인류 보편의 원칙과 모순되는 사고와 묵은 제도에는 결코 미래가 없다는 것을 20세기 역사에서 배워야 할 때가 왔다," "상징이라고 하는 것은 사회통합이나 국민통합의 수단이 될 때는 배타,억압,차별을 불러일으키며 폭력,강제적인 방법으로 통합의 완성을 추진하게 된다. 자주적인 아이덴티티의 선택과 결정을 규제하고 억압하며 동화를 추진해 나간다"라는 다소 상투적으로까지 들리는 주장은 러일전쟁 당시 반전을 주장한 요사노 아키코의 <군주여 죽음을 내리지 마소서>의 시에서 느껴지는 절박감과도 닿아 있다.
얼마 후면 헤이세이 천황이 우리나라를 공식방문하게 된다. 그렇게 오랜 세월에 걸쳐 천황이 존속할 수 있었던 것은 천황이 복수의 얼굴을 갖고 있었고, 거기에다 계속 새로운 얼굴을 덧붙여 왔기 때문이라고 보는 이 책의 주장을 상기하면서 21세기까지 살아남게 된 천황이 더하게 될 얼굴은 어떤 것인지를 생각해 본다.
기본정보
ISBN | 9788984941434 | ||
---|---|---|---|
발행(출시)일자 | 2001년 10월 30일 | ||
쪽수 | 470쪽 | ||
크기 |
152 * 223
mm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日本歷史と天皇/歷史敎育者協議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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