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삼매경론(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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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의 저서는 대략 80여 부 200여 권이 확인된다. 그야말로 엄청난 분량의 저술이다. 종횡으로 뻗어나간 원효사상의 면모를 살펴보면, “원효사상은 단연 ‘통섭通攝’적”이고, “열려 있기에 ‘서로 통하고’(通), 걸림 없이 받아들이고 또 들어가기에 ‘서로 껴안는다’(攝)”는 주장에 공감하게 된다. 동시에 우리에게도 이러한 인물이 있었다는 사실이 반갑게 다가온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원효학이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이다. 우리에게는 원효학이 지닌 보편 인문학적 생명력을 발견, 탐구해야 하는 과제가 남는다. 즉 원효에 대한 새로운 독법을 세워 현재의 문제를 해소하는 열쇠로서의 원효학을 만나야 한다.
기존의 원효저서 한글번역본이 취하는 현토형 번역과는 달리 원효학 토대연구소의 ‘원효전서 번역총서’는 해석학적 번역양식을 취한다. 기존의 난해한 현토형 번역은 의미 가독성이 떨어지는 탓에 전문가들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반면 해석학적 번역은 모든 한자어의 의미를 풀어쓰기 때문에 번역자의 이해를 보다 정확하게 반영한다는 장점을 지닌다. 본서의 번역문에서는 ‘[ ]’ 기호를 사용하여 번역자의 이해를 제시함으로써 문맥 이해를 돕는다. 기존 번역 양식의 문제점을 보완한 새로운 양식을 제시하는 것이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열반종요』와 『대승기신론 소·별기』 서문에 각각 게재했던 「원효학의 철학적 과제와 전망」과 「이해와 마음-원효와 붓다의 대화(Ⅰ)」를 이번에는 「차이(相)들의 ‘상호개방’(通)과 ‘상호수용’(攝)-『금강삼매경론』과 차이통섭의 철학: 원효와 붓다의 대화(Ⅱ)」라는 글로 대체하였다. 더불어 「『금강삼매경』과 원효의 『금강삼매경론』」이라는 글을 통해 한반도 지성에 의한 『금강삼매경』 찬술 가능성을 논하였다. 원효학 탐구를 위한 요긴한 자료가 되어 줄 것이다.
작가정보
신라 진평왕 39년(617) 압량군 불지촌(현 경북 경산)에서 출생했다. 소년 때(16세) 출가하여 여러 스승을 찾아다니며 치열하게 수행하였고, 지음知音의 도반 의상義相(625-702)과 함께 당나라 유학을 시도하다가 깨달음 성취로 인한 자신감이 생겨 유학을 그만두었으며, 서민 대중들에게는 신뢰와 희망의 대상이었고, 권력과 제도권 승려들에게는 불편하면서도 경외의 대상이었던 인물. 왕족 과부와 결혼하여 신라 십현十賢의 한 사람이 된 설총薛聰을 낳고는 환속하여 비승비속非僧非俗인 거사居士로서 수행하기도 하였던 인물. 특정한 삶의 유형과 진영에 소속되거나 머물지 않으려고 몸부림치듯 내달렸던 인물. 신분이 미천한 대중과 어울리며 그들에게 부처 되는 길을 알리려고 춤과 노래 등 다양하고도 파격적인 실험을 하였고, 심오한 체득과 혜안을 웅혼한 필력으로 종횡무진 글에 담아내어 당대 최고 수준의 불교지성을 동아시아 전역에 흩뿌렸던 인물. 인도의 불교논리학 대가인 진나陳那(Dign?ga)의 문도가 당나라에 왔다가 입수하여 읽고는 감탄하여 산스크리트어로 번역해 인도에 보냈다는 『십문화쟁론十門和諍論』을 지은 인물. 그와의 밀접한 연관에서 한반도에서 찬술된 것으로 보이는 『금강삼매경金剛三昧經』에 관한 최초/최고의 주석인 『금강삼매경론』을 저술하여 자신의 불교 탐구와 안목을 총정리하고 있는 인물. 만년에는 토굴같이 누추한 절(穴寺)에서 수행하다가 그곳에서 삶을 마감하였던 인물. -현존하는 원효 관련 기록에서 포착되는 단면들이다.
이칭異稱, 진찬眞撰 여부 등을 감안할 때, 대략 80여 부 200여 권이 확인되는 그의 저술의 양과 질은 당시 동아시아를 통틀어 가히 최고 수준이다. 양으로만 보아도 한반도에서 그를 능가하는 경우가 없을 뿐 아니라, 중국의 대저술가였던 천태 지의智?(538-597, 30여 부)나 화엄 법장法藏(643-712, 50여 부), 법상 규기窺基(632-682, 50여 부)도 원효에 비견되기 어렵다. 그의 80여 종 저서 중에서 완본으로 전하는 것이 13종, 잔본殘本이 8종이다. 잔본까지 합하여도 21종 저서가 현존하는 셈이다.
저자(글) 박태원
번역 원효학 토대연구소
책임연구: 박태원(울산대 철학과, 원효학 토대연구소 소장)
연구참여: 강찬국(울산대) 김준호(울산대) 장순용(울산대) 조상현(울산대) 김순미(울산대) 배경아(동국대) 권서용(부산대) 김성철(금강대) 박보람(충북대) 이영진(금강대) 조은수(서울대) 최원호(연세대) 석길암(동국대) 김영미(동국대) 정소희(원효학 토대연구소)
목차
- 일러두기 · 5
제4편 경문의 뜻을 자세히 풀어냄(消文義)
4. ‘사실 그대로가 온전하게 드러나는 지평’에 들어감[을 주제로 하는] 단원(入實際品) · 19
1) 핵심내용을 간략히 제시함(略標大意) · 20
(1) 들어가게 하는 수단과 방법을 펼침(開令入方便) · 20
① 총괄적인 제시(摠標) · 20
② 하나씩 펼침(別開) · 23
(2) 들어가게 되는 [‘사실 그대로가 온전하게 드러나는 지평’(實際)의] 도리를 제시함(示所入道理) · 27
① 간략히 밝힘(略明) · 29
② 거듭 해석함(重釋) · 30
③ 치우친 집착의 부당함(偏執不當) · 31
④ 통달한 사람이 누리는 뛰어난 이로움(達者勝利) · 32
2) 도리를 자세하게 나타냄(廣顯道理) · 33
(1) ‘사실 그대로가 온전하게 드러나는 지평의 뜻’을 드러냄(顯實際義) · 34
① 다섯 가지에 불변·독자의 본질/실체가 없다[는 이해]를 밝힘(明五空) · 34
② 불변·독자의 본질/실체가 없는 세 가지 경지[에 대한 이해]를 밝힘(明三空) · 39
③ ‘불변·독자의 본질/실체가 없음’이 바로 ‘참됨’이라는 것을 밝힘(明空是眞) · 44
④ ‘참됨’이 바로 ‘사실 그대로임’이라는 것을 밝힘(明眞是如) · 48
(2) [‘사실 그대로가 온전하게 드러나는 지평’(實際)으로] 들어가는 뜻을 밝힘(明趣入義) · 55
① 총괄적으로 밝힘(總明) · 56
② 하나씩 드러냄(別顯) · 57
③ 들어감이 허물에서 벗어나 있음(能入離過) · 65
④ 들어가는 것에서 치우친 견해를 벗어남(所入離邊) · 79
(3) 들어가는 수준의 차이들(入之階位) · 88
(4) 들어가는 수단과 방법(入之方便) · 93
3) 사리불이 핵심을 이해함(身子領解) · 137
4) 당시의 대중들이 이로움을 얻음(時衆得益) · 143
5. 참된 면모[인 ‘사실 그대로’]에는 불변·독자의 본질/실체가 없다는 것[을 주제로 하는] 단원(眞性空品) · 147
1) 자세하게 설명함(廣說) · 148
(1) [대승의] 세 부류 계율들이 참된 면모[인 ‘사실 그대로’]에 따라 이루어짐을 밝힘(明三聚戒從眞性成) · 150
(2) 깨달음에 이르는 [37가지] 방법과 실천이 참된 면모[인 ‘사실 그대로’]에 따라 세워짐을 밝힘(明道品行從眞性立) · 161
(3) 부처님의 가르침이 사실 그대로의 도리대로 설해짐을 밝힘(明佛言敎稱如理說) · 173
(4) 보살의 지위는 [깨달음의] 본연[인 ‘사실 그대로 앎’]이 지닌 이로움에 따라 출현함을 밝힘(明菩薩位從本利出) · 184
(5) 크나큰 지혜[로 밝히는 온갖 것들]이 [‘깨달음의 본연이 지닌 이로움’(本利)과] 완전하게 어우러져 [서로 불변·독자의 본질/실체로서] 다름이 없음을 밝힌 것(明大般若圓融無二) · 207
(6) 크나큰 선정은 모든 명칭과 숫자[로 지칭하는 현상들]을 넘어섬을 밝힘(明大禪定超諸名數) · 223
2) 간략하게 포괄[하여 설명]하는 것(略攝) · 232
6. 여래의 면모가 간직된 창고[를 주제로 하는] 단원(如來藏品) · 242
1) 모든 가르침과 온갖 수행이 똑같이 한곳으로 들어감을 밝힘(明諸法諸行同入一處) · 244
(1) 모든 가르침이 ‘하나처럼 통하는 사실 그대로를 드러내는 뜻’으로 들어감을 밝힘(明諸法入一實義) · 245
(2) 모든 수행이 ‘하나처럼 통하는 부처의 길’로 들어감을 밝힘(明一切行入一佛道) · 252
2) [‘여래의 면모가 간직된 창고’(如來藏)로] ‘들어가는 수행’과 ‘들어가는 지혜’의 원인과 결과의 차이를 드러냄(顯入行入智因果差別) · 254
(1) 들어가는 수행의 차이(入行差別) · 255
(2) 들어가는 지혜의 차이(入智差別) · 259
(3) 들어가는 원인이 되는 일의 작용(入因事用) · 266
(4) 들어간 결과인 ‘[사실대로여서] 한결같은 현상[에 늘 머무르는 것]’(入果[常住]常法) · 295
7. [육품六品의 핵심을] 모두 지니게 하는 단원(摠持品) · 325
1) [질문을 받아 주기를] 요청함(請) · 328
2) [질문을] 허락함(許) · 328
3) [대중들의] 모든 의문들을 곧바로 해결함(正決諸疑) · 328
(1) 여섯 단원[에 나오는] 여섯 가지 의문을 역순으로 해결함(六品六疑却次而決) · 329
① 하나씩 해결함(別決) · 329
가. 「여래의 면모가 간직된 창고[를 주제로 하는] 단원」에서 일어난 의문을 해결함(決如來藏品中起疑) · 330
나. 「참된 면모[인 ‘사실 그대로’]에는 불변·독자의 본질/실체가 없다는 것[을 주제로 하는] 단원」에서 일어난 의문을 해결함(決眞性空品中起疑) · 331
다. 「사실 그대로가 온전하게 드러나는 지평에 들어감[을 주제로 하는] 단원」에서 일어난 의문을 해결함(決入實際品中起疑) · 336
라. 「깨달음의 본연[인 ‘사실 그대로 앎’]이 지닌 이로움[을 주제로 하는] 단원」에서 일어난 의문을 해결함(決本覺利品中起疑) · 343
마. 「[불변·독자의 본질/실체로서] 생겨난 것이 없다는 [이해에 의거한] 수행[을 주제로 하는] 단원」에서 일어난 의문을 해결함(決無生行品中起疑) · 349
바. 「[불변·독자의 본질/실체로 차별된] 차이가 없다는 도리[를 주제로 하는] 단원」에서 일어난 의문을 해결함(決無相法品中起疑) · 352
② 총괄하여 마무리함(摠定) · 357
(2) 한 단원[에 나오는] 세 가지 의문을 차례대로 없앰(一品三疑順次而遣) · 373
① [여래장품如來藏品에서 일으킨] 첫 번째 의문(第一疑) · 374
② [여래장품如來藏品에서 일으킨] 두 번째 의문(第二疑) · 382
③ [여래장품如來藏品에서 일으킨] 세 번째 의문(第三疑) · 396
4) [부처님의 설법을] 이해함(領解) · 410
Ⅲ. [세상에] 널리 퍼뜨리게 하는 부분(流通分) · 418
1. 사람을 찬탄하여 널리 퍼뜨리게 함(讚人流通) · 419
2. 대중들에게 권유하여 널리 퍼뜨리게 함(勸衆流通) · 420
3. 명칭[의 뜻]을 세워 널리 퍼뜨리게 함(立名流通) · 421
4. 받아 지녀서 널리 퍼뜨리게 함(受持流通) · 426
5. 참회로써 널리 퍼뜨리게 함(懺悔流通) · 432
6. [뜻을] 받들어 행하며 널리 퍼뜨리게 함(奉行流通) · 437
【부록】 원효의 전체 과문표 · 440
원효의 삶을 증언하는 기록들(三大傳記) · 450
원효의 생애 연보年譜 · 465
번역어 색인 · 467
출판사 서평
“원효의 대표저술인 『금강삼매경론』을 관통하는 것은 흥미롭게도 ‘언어·사유·욕구와 접속해 있는 차이’(相)에 관한 통찰이다. … 원효는 ‘동일성’이라는 인지환각 때문에 배타적으로 충돌하면서 상호 오염과 폭력을 펼치는 차이들의 ‘소통과 화해 및 호혜적 관계’를 가능케 하는 ‘차이 치유의 통섭철학’을 『금강삼매경론』에 담아 세상에 선물하고 그 뜨거운 열정을 마감하였다.” -박태원, 「『금강삼매경론』과 차이 통섭의 철학」
원효학 토대연구소의 ‘원효전서 번역총서’
어떤 인물과 그의 사상에 대한 탐구가 ‘학學(Science)’의 자격을 갖추려면 다층적이고 다원적인 탐구와 다양한 독법이 결합되어 하나의 학적 체계를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한반도 지성사에서 ‘학學’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인물들 가운데서 원효는 단연 돋보인다. 원효는 한국학·한국철학을 보편인문학으로 승격시키는 데 결정적 가교가 될 수 있는 인물이다.
원효저서에 대한 기존의 한글번역들은, 직역의 형태든 의역의 형태든, 극복해야 할 문제점들을 노출하고 있다. 의역은 원문에 대한 어문학적 이해나 원전내용과는 무관하게 이루어지는 경우가 흔하다. 또한 현토형 직역은 원전언어를 거의 그대로 채택하면서 한글문장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한글접속어를 현토하듯 달아 놓기 때문에, 원문에 대한 번역자의 이해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으며 우리말 번역내용을 이해하기도 어렵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울산대학교 원효학 토대연구소에서 출간하는 원효전서 번역은 원문에 대한 번역자의 이해를 명확하게 드러내는 ‘해석학적 번역양식’을 채택하고 있다. 원효가 구사하는 한자어 전문개념과 문장 및 이론에 대한 번역자의 이해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동시에 가급적 현재어에 담아 풀어냄으로써, 번역의 해석학적 관점을 분명히 나타낸다.
이러한 새 번역양식은 전문 지성과 비전문 지성을 망라한 모든 지식범주의 학인들이 원효와 대화할 수 있는 길을 넓혀 준다. 또한 번역자의 관점과 이해를 분명히 표현함으로써 다른 관점과 이해의 등장 및 상호작용을 가능케 한다. 그리하여 선행 번역이 이후의 번역에 연속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번역의 연속적 전개와 발전’을 가능케 할 것이다.
『열반종요』, 『대승기신론 소·별기』(상·하), 『금강삼매경론』(상·하) 출간에 이어, 『본업경소』, 『이장의』, 『중변분별론소』, 『보살계본지범요기』, 『범망경보살계본사기』의 출간을 준비 중이다.
『금강삼매경』과 원효의 『금강삼매경론』에 대하여
『금강삼매경』은 그 기원과 저자가 아직 신비의 안개에 둘러싸여 있는 문헌이다. 현존하는 자료나 문헌연구 성과로 볼 때, 이 경전은 한반도에서 원효 생애의 만년에 최초로 등장하였으며, 그 찬술자 내지 찬술집단은 삶과 문제의식 및 사상의 지향을 공유하는 일군의 한반도 불교지성이고, 원효 및 대안 등이 그 지성의 핵심 인물로 추정된다.
주목되는 것은 이 『금강삼매경』 경문의 의미를 드러내 주는 최초의 해설서이자 『금강삼매경』과 동시적으로 등장한 것이 다름 아닌 원효가 저술한 『금강삼매경론』이라는 점이다. 『금강삼매경』만을 가지고서는 아무리 교학과 불교한문에 정통한 사람일지라도 경문해석이 잘 안되고 의미 파악은 더더욱 어렵다. 『금강삼매경』은 원효의 해설을 참고할 때라야 경문해석도 되고 의미도 잘 포착된다.
『금강삼매경』은 여타의 한역漢譯 경전들과 비교할 때 그 문체나 내용 전개방식이 현저하게 다른 독특한 문헌이다. 이 점만을 보아도 『금강삼매경』을 중국에서 역경되거나 찬술된 경전으로 보기가 어렵다. 게다가 원효의 『금강삼매경론』에 의거하지 않으면 『금강삼매경』의 해석과 의미파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만약 『금강삼매경』이 원효시대 한반도 불교지성들의 창작품이라는 추정이 타당하다면, 원효는 『금강삼매경』의 찬술작업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중국 찬녕의 『송고승전』에 의하면, 『금강삼매경』이 세상에 처음 나타난 것은 7세기 중엽 신라 대중불교의 기인 대안 화상의 편집에 의한 것이었고, 그 최초의 강설자는 대안 화상과 깊은 교분이 있었던 신라불교의 간판 원효였다. 여러 기록들을 참고하면서 원효의 일생을 기술하고 있는 일연의 『삼국유사』 역시 같은 사정을 전하고 있다. 『금강삼매경』의 찬술자(들)를 추정하는 작업에서 이 두 자료는 가장 중요하게 취급되어야 한다. 이 자료가 전하는 내용을 거부하려면 그럴 만한 반박자료가 존재해야 한다. 『금강삼매경』은 최초로 한반도에서 등장하였고 대안과 원효가 그 경전의 성립과 유포에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는 이들 기록을 외면하려면, 이들 문헌 기록의 내용을 반박할 수 있는 다른 기록이나 자료가 확보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송고승전』과 『삼국유사』의 기록을 부정할 수 있는 자료는 어디에도 없다.
『금강삼매경론』에서 원효는 평생 숙성시켜 왔던 ‘상호개방(通)과 상호수용(攝)의 통섭通攝철학’을 집대성하고 있다. 또한 통섭철학을 두 가지 초점을 중심으로 펼치면서 결국에는 이 두 갈래를 통섭적으로 결합시키는데, 그 두 초점은 ‘차이(相)’와 ‘선禪’이다. ‘차이’와 ‘선’을 주제로 삼아 통섭철학을 펼치면서 두 주제에 관한 성찰을 융합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의 방법론은 ‘불교 계보의 모든 교학들에 대한 통섭적 해석학’이다. 다양·다층의 교학들을 정밀하게 탐구하여 각 교학의 핵심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정밀하게 분석하며 비판적으로 검토한 후, 그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수립하는 동시에, 방대한 경론들을 종횡무진 인용하면서 ‘서로 통하게 하고 서로 받아들이게’(通攝) 한다.
『송고승전』과 『삼국유사』가 전하는 『금강삼매경』 및 『금강삼매경론』의 한반도 등장 이야기는, 필자가 보기에, 한국사상사에서 그 의미나 무게에 있어서 가장 빛나는 한 정점이 아닌가 싶다. 7세기 한반도 지성의 고도화된 역량과 그 보편지혜의 수준을 고도의 언어에 응집시킨 문헌, 그 문헌 형성을 가능케 한 인적, 사상적, 문화적, 역사적 조건들은, 생각할수록 매력적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한다. 『금강삼매경』·『금강삼매경론』은 원효의 구도행각이 결국 어떤 성취로 귀결되고 있는지, 또한 그 성취의 의미는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지금 여기 그리고 이후’의 인간과 세상을 어떤 길로 초대하는지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음미할수록 놀라고 환호하게 된다. 원효와 함께 웃고 울고 춤추고 노래하며 마음껏 어울리고 싶은 충동을 누르기 어렵다. 아, 원효여!
※ 원효학 토대연구소 소개
전형적인 한반도 토착 자생지성인 원효(617-686). 그는 아직도 인문의 길(道)이 미처 소화해 내지 못하고 있는 수준의 통찰들을 고도의 언어에 담아 마음껏 노래하며 춤추고 있다. 그의 노래를 감상할 수 있고 그의 춤사위를 즐길 수 있으면, 한국 인문학은 물론 모든 인문의 길이 이롭고 풍요로운 향상의 전망을 가득 품을 수 있다. 원효학 토대연구소는 원효와 대화하며 그를 등바람 삼아 열어 가는 자생적 보편인문학의 길을 전망하고 있다. 그리하여 그 길을 닦고 걸어 보려는 의지와 노력들이 결합할 수 있는 지성공동체의 구성과 그 지성들의 다채로운 상호작용을 추구한다. 이를 위해 그의 언어를 ‘지금 여기의 관심과 현재언어’에 접속시킬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하고 그 토대 위에 새롭고 이로운 담론들을 생산해 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본정보
ISBN | 9788984119925 | ||
---|---|---|---|
발행(출시)일자 | 2020년 12월 31일 | ||
쪽수 | 548쪽 | ||
크기 |
151 * 224
* 37
mm
/ 827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원효전서 번역총서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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