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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목차
- 꽃 땀
까막편지를 읽는 법
불편한 온도
그림자들의 강
늙은 물의 사랑은,
목발
저녁의 목소리
눈의 집
작품 해설 충분히 연루되지 못한 사랑을 위하여 이철주
작가의 말
수록 작품 발표 지면
추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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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많이 불던 2017년 겨울 어느 날, 동갑내기 소설가 하명희를 처음 만났다. 91년 5월에 대한 귀한 증언이자 아름다운 성장소설인 『나무에게서 온 편지』를 벅찬 마음으로 읽고 난 직후였다. 그와 나는 새벽이 되도록 조그만 술집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나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고3 시절, 91년 5월의 진귀하고도 드문 경험을 나직한 목소리로 하나씩 들려줬다. 나는 부끄러웠고, 즐거웠으며, 그의 소설이 더 읽고 싶어졌다. 얼마 후 나는 『불편한 온도』에 실린 원고 묶음을 받았고, 즉시 그 자리에서 읽기 시작했다. 철거, 택배, 고공 농성, 트럭, 크레인, 양말 공장, 밤섬, 한강, 포장마차 리어카, 카바이드 막걸리. 하명희의 소설에서 만날 수 있는 단어들. 우리 삶과 노동의 현장 가장 밑바닥에 있거나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체취 어리고 숨결 가득한 소재들. 하지만 적어도 70년대 이후에 출생한 한국 작가의 소설에서는 어느새 자취를 감췄는지 좀처럼 만나기 힘들게 된 단어들. 그 단어들은 불편하다. 그러나 추억과 온기가 부드럽게 감싸고 있다. 『불편한 온도』 곳곳에는 고단한 노동의 자취들이 언어의 근육에 단단히 배어 있다. 마냥 고달프거나 팍팍하지 않고, 저녁처럼 안온하고 아늑하다. 하명희의 소설은 백반집에서 함께 밥을 먹는 남녀 노동자의 간절한 연대를 이야기하고, 저녁에 함께 걷고 싶은 연인들의 애달픈 그리움을 묘사한다. 밥의 연대와 살의 그리움, 파업의 현장과 살아온 날들에 대한 추억 모두 살림살이의 이치다. 그리하여 『불편한 온도』는 “땅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땅에서 자신의 온도를 생성하는” 범의귀라는 꽃을 닮았다. 그것은 단단하면서도 따뜻한 리얼리즘의 성취다.
출판사 서평
하명희의 첫번째 소설집이 나왔다. 2009년 『문학사상』 신인상에 단편소설 「꽃 땀」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하명희는 1991년 봄의 민주화 투쟁을 고등학생의 시각에서 그린 장편소설 『나무에게서 온 편지』로 22회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다. 이번 첫 소설집에서 작가는 불안정한 노동 환경에서 자존과 생존의 싸움을 이어가는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밀도 높은 언어와 균형감 있는 시선으로 포착함으로써 한동안 만나기 어려웠던 리얼리즘 소설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히 택배 청년의 일상을 다룬 「꽃 땀」과 70미터 고공 크레인의 여성 기사가 주인공인 「불편한 온도」는 강렬한 주제 의식 말고도 그 리얼리티에서 특별한 소설적 성취를 자랑한다.
소설집에는 총 일곱 편의 단편과 한 편의 중편이 수록되어 있다. 「꽃 땀」과 「불편한 온도」 외에 평생 신을 수 있는 양말을 여행 가방에 담고 사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목발」, 이주 여성과 결혼 후 아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와 할아버지의 남겨진 삶을 담은 「까막편지를 읽는 법」, 평생 오줌을 싼다는 것을 숨겨온 한 남자의 상담 진술을 통해 부모 세대의 사랑을 들여다본 「늙은 물의 사랑은,」, 상실의 자리를 껴안고 사는 여성과 그녀를 떠날 수 없는 영혼이 만나는 시간과 공간으로 기억이 되돌아오는 저녁의 잔상을 다룬 「저녁의 목소리」, 밤섬을 둘러싼 서울의 변두리 삶을 다룬 중편 「그림자들의 강」, 그리고 고려 시대를 배경으로 백제 유민인 양수척족의 한 여성의 인생을 다루고 있는 「눈의 집」이 있다.
하명희의 문장이 주는 단단함과 안정된 힘은, 존재론적 유사성으로 인해 서로를 지지하고 연대하는 삶, 그리고 그러한 삶을 시적 은유로 이끌어내는 명징한 통찰력으로부터 나온다.
꽃과 땀이라는 성과 속의 결합(「꽃 땀」),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과 그 결핍을 위무하는 ‘죽은 자들이 머무는 섬’이라는 은유(「까막편지를 읽는 법」), 살아남기 위해 존재가 상처에 대해 취하는 근원적 자세를 명명한 ‘불편한 온도’(「불편한 온도」), 뿌리 뽑힌 존재들의 갈망과 좌절을 형상화한 ‘그림자들의 강’(「그림자들의 강」), 가릴 수 없는 존재의 남루함을 ‘늙은 물’에 빗댄(「늙은 물의 사랑은,」) 이 뜨거운 시적 은유들은 하명희의 소설이 패배한 모든 생에 바치는 제문이며, 이 제문으로 인해 한없이 단단했던 도시의 뼈는 가까스로 그 이빨을 감춘 채 녹아내린다. 얼음처럼 굳게 자란 금이 녹아버린 자리엔 여전히 지울 수 없는 검은 심연이 존재를 향해 입을 벌리고 있지만, 패배한 존재들의 연대를 통해 해빙을 맞이한 상처는 조금 더 견딜 만한 오늘이 되어 지친 저녁의 무게를 새로 맞을 아침을 향해 열어놓는다.
제문이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윤리가 있다면, 함부로 이해하지 않겠다는 섬세하고도 냉철한 거리두기일 것이다. 하명희의 문장이 “저들 속에는 얼마나 많은 저녁이 있을까”(「저녁의 목소리」)라고 물을 때 이는 생의 폐허는 오직 내가 목도한 무수한 저녁들을 통해서만 증거하겠다는 서약으로, 혹은 자기의 상처로 세상의 모든 상처를 서둘러 이해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결심으로 들린다. 인간은 자신이 겪은 상처를 근거로만 타인의 상처를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이해는 모두 거짓된 오해일 것이다. 문학은 오직 진실된 오해를 꿈꿔야 하며, 스스로가 도달한 오해로부터 다시 되돌아올 수 있는 힘을 내장하고 있어야 한다. 하명희 소설의 중심축을 이루는 근원적 상처에 대한 시적 은유들은 나와 너가 근원적으로 동일하다는 것을 깨닫는 자기반복이 아니라, 삶을 살아낸 자의 무게로만 연대와 환대를 말하겠다는 다짐이며, 저녁의 햇빛이 보여준 그림자들의 자세로나마 서로의 상처를 조심스레 이해해보겠다는 진실된 오해의 선언이다. 그가 풀어내는 저녁의 문장은, 완결된 이해나 끝이 아닌 시작을 향해 언제나 열려 있다.
기본정보
ISBN | 9788982182303 |
---|---|
발행(출시)일자 | 2018년 06월 15일 |
쪽수 | 276쪽 |
크기 |
137 * 201
* 20
mm
/ 321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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