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종과 나비

Name: 잠수종과 나비
Rating: 9.30 (2 reviews)
Author: 장 도미니크 보비

양장

장 도미니크 보비 지음 | 양영란 옮김 | 동문선 | 2015년 08월 30일 출간 (1쇄 1997년 05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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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상세정보
ISBN	9788980386901(8980386907)
쪽수	192쪽
크기	135 * 195 * 20 mm /302g 판형알림
이 책의 원서/번역서	Scaphandre Et Le Papillon / Bauby,J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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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 프랑스에세이

『잠수종과 나비』는 장 도미니크 보비의 회고록이다. '바퀴의자', '기도', '목욕', '황후', '뜨내기 관광객', '또 다른 우연', '사진', '수호천사', '식물인간', '파리', '홍콩의 아가씨들' 등을 담고있다.

책머리에 . 13
바퀴의자 . 19
기도 . 25
목욕 . 29
알파벳 . 35
황후 . 41
치네치타 . 45
뜨내기 관광객 . 51
소시지 . 55
수호천사 . 61
사진 . 67
또 다른 우연 . 73
꿈 . 77
내면 독백 . 83
운수 좋은 날 . 89
뱀의 자취 . 91
커튼 . 105
파리 . 115
식물인간 . 119
산책 . 125
20 대 1 . 131
오리 사냥 . 141
일요일 . 145
홍콩의 아가씨들 . 151
메시지 . 157
그레뱅 박물관 . 159
허풍선이 . 165
'내 삶 속의 어느 하루' . 171
휴가 끝 . 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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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리의 나비가 되어 그는 떠났다 qu**tz2 | 2016-02-14 | 추천: 1 |

면도하기, 옷 입기, 코코아 한 사발 마시기. 매일 반복해 온 일상이 그날 아침에도 이루어졌다. 오랜 기간 병상을 지켜온 미테랑의 사망을 놓고 언론이 긴장하는 것 또한 며칠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저명인사의 불만을 토로하는 전화가 45분간 지속된 것도, 파김치가 되어 간절히 휴식을 원한 것도 평소 종종 있어오던 일이었다. 평범함 속에 담긴 불길한 징조를 알아챈 이는 아무도 없었다. 몸이 자신을 가두는 도구로서 그토록 효율적으로 작동하게 되리란 사실을 어느 누가 예측이라도 할 수 있었겠는가. 이름마저도 생소한 감금 증후군[lock... 더보기

면도하기, 옷 입기, 코코아 한 사발 마시기. 매일 반복해 온 일상이 그날 아침에도 이루어졌다. 오랜 기간 병상을 지켜온 미테랑의 사망을 놓고 언론이 긴장하는 것 또한 며칠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저명인사의 불만을 토로하는 전화가 45분간 지속된 것도, 파김치가 되어 간절히 휴식을 원한 것도 평소 종종 있어오던 일이었다. 평범함 속에 담긴 불길한 징조를 알아챈 이는 아무도 없었다. 몸이 자신을 가두는 도구로서 그토록 효율적으로 작동하게 되리란 사실을 어느 누가 예측이라도 할 수 있었겠는가. 이름마저도 생소한 감금 증후군[locked-in syndrome]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접한 건 몇 해 전 일요일이었다. 브라운관을 타고 나오는 영상에 나는 말을 잃었다. 오로지 한 눈의 깜빡임만으로 살아 있음을 증명할 수 있었던 남자는 책 한 권을 완성하고서야 세상을 떴다. 그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엘르> 지의 편집장이었다는 사실은 죽음의 순간에 그다지 중요치 않아 보였다. 20만 번 이상 눈을 깜박여가며 15개월에 걸쳐 책을 쓴 사람에게 과거의 직업적 성공에 대해 묻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 싶었다. 그와 함께 클로드 망디빌이라는 인물에 대한 경외감도 들었다. 그녀가 아니었더라면 장 도미니크 보비의 책은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단순히 알파벳을 조합해가며 그의 말을 받아 적은 대필가가 아니었다. 그녀의 방식은 잠수종에 갇힌 한 인간에게 나비가 될 자유를 선사했다.
책 속에서 저자는 현실과 이상을 오갔다. 눈을 뜨면 언제나 자유롭지 못한 몸 안에 갇힌 스스로를 인지할 수밖에 없었다. 움직이고 싶어도 반응하지 않는 몸을 바라보는 일은 고통 그 자체였다. 그 상황에서 과도할 정도로 예민해진 청력은 다시 한 번 그에게 괴로움을 선사했다. 병실의 문이 열리고 복도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어느 것 하나 그에게 의미가 있지 않았다. 한 때는 얼마든지 외면 가능했을 소리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면서 자신의 처지를 한탄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던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었다. 가족이라 하여도 이는 마찬가지였다. 사랑스러운 아이 테오필과 셀레스트를 볼 때마다 그는 생각했다. ‘이제 겨우 열 살 된 사내아이와 여덟 살 난 그 아이의 여동생에게 있어서, 삶의 갖가지 고뇌를 너무 일찍 경험시키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앞선다’고. 선택 가능한 사항이 아니었기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지만 부모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지 못하다는 자책감에 그는 시달리고 있었다.
이상의 적잖은 부분은 사고가 일어난 1995년 12월 28일 이전과 연결돼 있었다. 사실 그는 깨어나던 그 순간만 해도 머지않아 목발을 짚고 병원 밖으로 나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모든 게 점점 더 불투명해질수록 그의 희망은 사라지지 않았다. 불가능에 대한 확신이 일 때마다 그는 더욱 강렬하게 열망했다. 아프지 않았더라면 너무도 당연하기에 고려조차 하지 않았을 내용들을 글로 표현해가며 꺼져가는 불씨를 되살리려 애썼다. 그렇게 그는 한 마리의 나비가 되어 자유를 찾아 날아갔다. 세상 사람들은 ‘죽음’이란 단어로 그의 모든 행보를 설명하려 들었지만, 난 그것이 그가 원하는 바였으리라고 믿는다. 희망하던 대로 그는 자신을 옥죄던 잠수종을 벗어 던진 것이다!

햇빛이 창으로 하나 가득 들어온다. 눈부신 석양의 빛줄기가 정확하게 내 침대 머리맡에 와닿는 시간이다. 가족들의 출발에만 마음 졸이다가 커튼을 쳐달라고 부탁하는 걸 그만 잊었다. 세상이 끝나기 전까지는 간호사라도 와 주겠지.

한 줄기 햇빛 앞에서도 작아질 수밖에 없는 인간. 보편적으로 겪는 일은 아님에도 나는 그의 모습에 내 자신을 대입시키고 있었다. 비록 몸은 자유롭지만 병든 마음 안에 어쩌면 자신을 가두고 있는지도 모르는 나다. 내가 지녔던 수많은 가능성들을 부인해가며, 결국에는 어떠한 일도 추진할 수 없는 나약한 존재로 스스로를 격하시키는 데 성공한 인물. 여전히 튼튼한 두 다리가 있고, 마음 먹은 대로 움직일 수 있는 손가락이 있음에 감사해야 하는데, 왠지 병든 마음이 그것들마저 차단하려 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수족을 모두 잘라가며 잠수종 안에 나를 가둔 후에 나비가 되지 못했다며 울부짖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이미 난 갇힌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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