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신에 관하여

Name: 라신에 관하여
Author: 롤랑 바르트

롤랑 바르트 지음 | 남수인 옮김 | 동문선 | 1998년 10월 10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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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상세정보
ISBN	9788980384259(8980384254)
쪽수	224쪽
크기	148 * 210 mm 판형알림
이 책의 원서/번역서	Sur racine / Barthes, Roland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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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프랑세뒤 리브르에서 출판된 라신의 연극 총서에수록된 연구글 `라신적 인간`을 비롯해 TNP에서 공연 된 <<페드르>>에 대한 비평을 담은 `라신 극의 대사표현법에 대해`과 비평의 일반적 문제를 다룬`역사인가,문학인ㄱ?`까지 총 세 편의 연구글을 모아 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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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랑 바르트의] 라신에 관하여 dm**ub | 2015-01-09 | 추천: 1 |

삶은 어둠 속에 있다. 어둠은 한꺼번에 휴식이고, 비밀이고, 교감이고, 죄악이다. 오늘날 왜 라신에 대해 말하는가? 이 시사성은, 모두가 알다시피 아주 풍부하다. 라신의 작품은 10여 년 전부터 프랑스에서 시행되고 있는 어느 정도 중요성을 지닌 모든 비평적 시도에서 관심의 대상이었다. 뤼시엥 골드만의 사회학적 비평, 샤를 모롱의 정신분석적 비평, ... 더보기

삶은 어둠 속에 있다.
어둠은 한꺼번에 휴식이고, 비밀이고,
교감이고, 죄악이다.

오늘날 왜 라신에 대해 말하는가?

이 시사성은,
모두가 알다시피 아주 풍부하다.
라신의 작품은 10여 년 전부터 프랑스에서 시행되고 있는
어느 정도 중요성을 지닌 모든 비평적 시도에서 관심의 대상이었다.
뤼시엥 골드만의 사회학적 비평,
샤를 모롱의 정신분석적 비평,
장 포미에와 레이몽 피카르의 전기적 비평,
조르주 풀레와 장 스타로빈스키의 심층심리학적 비평에서.
요컨대 고전적 투명성의 관념에 가장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고 볼 수 있는
프랑스 작가 라신은,
주목할 만한 역설에 의해 금세기의 모든 새로운 언어활동들을
그에게 집중시키는 데 성공한 유일한 작가인 것이다.

그것은 투명성이란 것이 실제로 양가적인 가치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우리가 할 말이 전혀 없으면서도
동시에 할 말이 가장 많은 것이 투명성이 아닌가.
그러므로 결국 이 투명성이야말로 라신을 프랑스 문학의 정말 평범한 것으로,
비평 대상의 일종의 영도(零度)로,
텅 비었으면서도 영원히 의미작용에 제공된
하나의 광장으로 만드는 것이다.
만일 문학이 본질적으로, 저자가 생각하듯이
제시된 의미임과 동시에 확립되지 못한 의미이라면,
라신은 분명 프랑스의 가장 위대한 작가이다.
그의 천재성은 결국 차례차례 그의 운명을 이루어 왔던 미덕들 중
특별히 어느것에 위치하는 것이 아니라
(왜냐하면 라신의 윤리관은 끊임없이 바뀌어 왔으니까),
그보다는 유동성의 비길 데 없는 기술에 위치한다고 하겠다.
이 유동성에 의해 그는 어떤 비평언어의 영역에서도
영구히 존립하는 것이 가능하다.

유동성은 미미한 미덕이 아니다.
유동성이란 오히려 반대로 정상에 이른 문학의 존재 자체이다.
쓴다는 것, 그것은 세상의 의미를 뒤흔들어,
거기에 간접적인 의문을 주입시키고는
작가가 이 의문에 최후의 유예로 대답을 삼가는 것이다.
대답, 그것은 우리 각자가 하는 것이다.
거기에 자신의 역사를, 자신의 언어를, 자신의 자유를 부여하며.
그러나 역사와 언어와 자유란 끝없이 변화하므로,
세상이 작가에게 보내는 대답 역시 끝이 없다.
사람들은 모든 대답과 동떨어져 쓰여진 것에 대답하고, 또 대답한다.
의미들은 확언되고, 경쟁에 붙여지고, 대체되며 흘러가는데,
문제는 머문다.

이리하여 역사를 가로지르는 문학의 존재가 있을 수 있음이
아마 설명될 것이다.
이 존재는 한쪽 끝이 고정되어 있고(작품으로),
다른 쪽 끝은 변하는(이 작품을 소비하는 세상과 시간) 기능적인 체계이다.
하지만 유희가 수행되기 위해서는,
오늘도 여전히 라신에 대해 새로이 말할 수 있기 위해서는
몇 가지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
우선 작품이 진정으로 하나의 형식이어야 하고,
작품이 폐쇄된 의미가 아니라
진정 뒤뚱거리는 의미를 가리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 다음 (우리의 책임이 덜한 것이 아니므로) 세상은 작품이 제기하는 질문에
긍적적으로 대답해야 하고,
세상이 자기 고유의 질료로써 확립된 의미를 시원스럽게 채워야 한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겉으로는 단언하는 척하면서
기실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작가의 숙명적인 이중성에,
겉으로 의문을 제기하는 척하면서 대답하는 비평가의 이중성이
상응해야 한다는 말이다.

암시와 단언, 말하는 작품의 침묵과 청취하는 인간의 말,
이러한 것이 세상과 역사 속에서의 문학의 끝없는 숨결이다.
그리고 라신이 문학 작품의 암시 원칙을 더없이 드높였기 때문에
라신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의 단정짓는 역할을 원없이 행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주저 없이 단언하자.
각자 자신의 역사와 자신의 자유를 위하여
역사적이거나, 심리적이거나, 정신분석적이거나, 시적인
라신의 진실을 단언하자.
우리의 세기가 우리에게 제안하는 모든 언어활동들을 라신에 관하여,
라신의 침묵 그 자체의 이름으로 사용해 보자.
우리의 대답은 언제나 일시적인 것일 수밖에 없는데,
그런 연유로 우리의 대답은 전면적일 수 있다.
독단적이지만 그래도 책임질 줄 아는 우리는
오직 우리의 시대만이 발견해 낼 라신의 어느 한 '진실' 뒤로
우리의 대답을 피신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가 라신에게 보내는 대답이 우리를 훨씬 초월하여,
세상이 스스로에게 주는 역사의 핵심적인 일부분이자
우리의 세상이 스스로에게 말하느라 사용하는
이 언어활동 전체를 참여시키는 것으로 우리는 충분하다.

[차례]

제1부 라신적 인간
1. 구 조
      방
     외부의 세 공간: 죽음, 도피, 사건
     원시부족
     두 에로스
      동요
     성애적 '장면'
      라신적 테네브로소(tenebroso)
     기본 관계
      공적 기법
     사람들
          분열
     아버지
     반전
      죄악
     라신적 주인공의 '독단주의'
      해결의 시도
     상담역
      기호에 대한 두려움
     로고스와 프락시스
  2. 작 품
     <라 테바이드>
          <알렉상드르>
     <앙드로마크>
     <브리타니퀴스>
     <베레니스>
     <바자제>
     <미트트리다트>
     <이피제니>
     <페드르>
     <에스테르>
     <아탈리>
제2부 라신 극의 대사표현법에 대해
제3부 역사인가, 문학인가?

[저자] 롤랑 바르트
프랑스 북부 쉐르부르에서 태어났다. 출생과 성장 과정에서 다양성에 대해 열린 태도를 체득했다. 청년시절 폐결핵으로 고등사범학교 진학과 교수자격시험을 포기한 바르트는 소르본느에서 고전문학을 전공한 후, 젊은 시절 루마니아와 이집트의 대학에서 프랑스어 교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바르트가 프랑스 지성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53년 <글쓰기의 영도>와 1957년 <현대의 신화>를 잇달아 발표하면서. 문학비평에서 가장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저작은 1970년에 발간된 <텍스트의 즐거움>. 이 책에서 바르트는 저자의 죽음과 독자의 탄생을 선언했다. 그 이전까지의 독서와 문학비평은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저자가 던져 놓은 문장을 따라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바르트는 문학 작품이란 완벽하게 새롭게 창조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 선조들과 문화가 남겨 놓은 것을 조립한 것에 불과하다는 관점에서 저자가 아닌 '필사자(scripteur)'라는 용어를 썼다. 바르트에 따르면 저자와 독자는 일방적인 생산자와 소비자가 아니라 텍스트 속에서 서로를 찾고 만나고 텍스트를 즐겨야 할 관계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 만화, 사진, 패션 등 현대 부르주아 사회를 둘러싼 신화를 읽어내고 그 베일을 벗겨내려는 노력을 기울이던 그는 1980년 미테랑 사회당 당수가 주최한 회식에 참석하고 걸어서 귀가하다 트럭에 치인 후유증으로 한 달 후 사망했다.

[역자] 남수인
이화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보르도III대학에서 프랑스 문학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상명대학교 불어교육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스완의 사랑'의 재검토> <발벡과 소녀들> <게르망트가> <프루스트의 인물들> 등 다수의 논문이 있고, 가에탕 피콩의 <프루스트의 읽기>, 마르그르티 유르스나르의 <하드리아누스의 회상록> <알렉시> <세 사람> 등을 역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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