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의의∥ ▶로드맵 사회가 다양성을 향해 내달리고 각자가 가진 흥미들이 온라인을 통해 무한히 발산되고 있는 오늘날, 딱정벌레에 대한 관심 또한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범람하고 있는 딱정벌레에 관한 각종 웹사이트들에는 정열 되지 않은 정보들이 연기처럼 떠다니고 있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딱정벌레의 생태, 딱정벌레의 역사, 인간과 딱정벌레의 관계 등 딱정벌레에 관한 모든 것을 한 권에 담은 이 책은 길 잃은 딱정벌레 매니아들에게 좋은 로드맵이 되어줄 것이다. ▶바이블 이 책은 딱정벌레에 관한 바이블이다. 외서가 가진 스케일과 체계적인 정보들에 한숨짓고 부러워해야만 하는 우리 출판계의 현실에서 이 책은 한 줄기의 빛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 책은 딱정벌레에 관해서라면 최고라 자부하는 한 연구자의 집요한 장인정신이 낳은 찬란한 결과물이자 그 모든 과정을 함께 해준 여러 학자들의 자존심이 낳은 결정체이다. 생태정보에만 그치지 않고 역사, 문화적 관점에서 바라본 딱정벌레에 관한 이야기들까지 포함되어 있는 이 책은 딱정벌레의 모든 것에 관한 이야기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본문 내용∥ ▶딱정벌레 세계의 입구 분류상으로 1개 목에 지나지 않는 딱정벌레. 그러나 그 안에는 무려 38만 종이나 되는 다양한 딱정벌레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 수치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동식물의 1/4에 해당한다. 이 시점에서 누구라도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과연 그들이 가진 무엇이 그들을 이토록 거대한 영웅으로 만들었는가?” 그 해답은 그들만이 가진 독특한 생김새에서 찾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그들만이 가진 독특한 생김새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렇다. 바로 그들의 이름에도 나타나있는 딱지날개이다. 날개라는 이름과 용도가 말해주는 자연스런 고정관념을 딱정벌레들은 스스로 내던졌다. 그 누구도 시도하지 못했던 과감한 선택은 바로 자연이 준 선물을 아예 다른 용도로 바꿔버리고자 했던 것이며, 결과는 그들의 승리였다. 단단한 큐티클로 된 딱지날개로 온 몸을 덮은 채, 딱정벌레들은 자신이 준 선물을 내던진 대가를 치르게 하려는 자연의 혹독한 시련을 이겨낸 것이다. 딱지날개 속에 접혀 들어갈 수 있는 뒷날개의 고안 또한 필자를 흥분시키는 딱정벌레의 매력이다. 이 부분에는 그 이외에도 딱정벌레의 분류, 재미난 각종 분야의 딱정벌레 기네스북 등이 담겨 있어 독자들이 딱정벌레에 한 발 더 다가서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딱정벌레의 생태 이제 딱정벌레를 만날 준비가 되었다면, 본격적으로 그들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여기서는 먹이, 삶터, 생존전략, 짝짓기에 관한 광범위한 딱정벌레의 생태가 풍부한 정보로 펼쳐진다. -딱정벌레가 알만 낳는가? 그렇지 않다. 흔히 곤충이 알을 낳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딱정벌레 중에는 알 대신 애벌레를 낳는 종들도 있다. 많지는 않지만 잎벌레과, 폭탄먼지벌레과, 거저리과 등에서 이런 형태가 발견되고 있다. -딱정벌레도 겨울잠을 잔다? 그렇다. 딱정벌레도 휴면을 한다. 종에 따라 여름잠을 자는 종도 있으며 겨울잠을 자는 종도 있다. 그 기간도 많게는 1년 이상 유지되는 것들까지 있다. -죽은 척 하는 딱정벌레를 본 적이 있는가? 많은 딱정벌레들이 죽은체하기를 생존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천적들을 더 완벽히 속이기 위해, 정말로 일순간 몸의 모든 기능이 정지한다는 것이다. 딱정벌레의 죽은체하기는 격이 다르다. -딱정벌레에게도 동성연애가 있다?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종인 장수풍뎅이나 풍뎅이, 무당벌레 등에서 이런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힘 센 수컷이 더 약한 수컷에게 강제로 짝짓기를 시도하는 것이다. 그 반대로 암컷이 상대방 없이 혼자서 알을 낳는 경우도 있다. ▶딱정벌레의 사생활 보고서 앞에서 각 주제에 따라 딱정벌레들이 가진 공통된 속성을 살펴보았다면, 여기서부터는 개별적인 그들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본다. 35개 과 딱정벌레들의 개성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는 이 부분에서 독자들은 이 책의 가치를 확실히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폭탄먼지벌레는 최초의 폭탄제조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폭발을 일으키는 화학물질을 몸 안에 가지고 있으며, 평상시에는 섞이지 않게 별도의 저장실에 이 물질을 저장해두었다가 유사시에 이 둘이 반응실로 보내져 섞이면서 폭발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위험한 순간 25cm까지 공중돌기를 하며 뛰어오르는 방아벌레의 힘은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25cm가 작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비례적으로 계산할 때, 그들이 자신의 몸무게를 넘어 25cm까지 떠오르기 위해서는 인간이 근육으로 발휘할 수 있는 힘의 100배를 내야한다! -골프장이 생기면 같이 좋아하는 딱정벌레가 있다? 등얼룩풍뎅이와 그 친척들은 관리인들이 뿌려대는 농약 따위는 비웃으며, 골프장의 잔디를 즐겨 먹는다. 인간에게 골프장이 고급스런 스포츠의 장이듯이, 이들에게 골프장은 먹이가 끝없이 펼쳐진 고급 패밀리레스토랑인 셈이다. ▶타임머신을 통해서 본 딱정벌레의 역사 딱정벌레의 기원은 얼마나 오래된 것일까? 놀랍게도 그들은 2억 9천만 년의 시간을 견디어왔다. 수많은 생물들이 나타나고 사라지고 하는 동안 그들은 모든 환경에 성공적으로 적응해왔던 것이다. 필자는 그들의 성공에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한 것이 속씨식물의 등장이었다고 말한다. 식물을 먹는 딱정벌레의 80%를 차지하는 잎벌레상과와 바구미상과의 종수는 현재 135,000종에 달하는데 바로 이들의 폭발적인 증가에 속씨식물과의 상호작용이 있었던 것이다. 수많은 학자들이 이 둘의 관계를 증명하기 위해 뛰어들었고, 필자는 그들이 결론에 이르는 과정을 차분히 보여주고 있다. 딱정벌레들은 대륙이동이라는 엄청난 변화도 겪었다. 대륙이동을 통해 현재 전 세계에 딱정벌레들이 자신의 위치에 분포하게 된 것이다. 물론 새로운 환경 속에서 굴하지 않고 이겨낸 그들의 힘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세계적인 분포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공존의 모색, 인간과 딱정벌레 딱정벌레는 인간에게 무엇이었는가. 때로는 식량으로, 때로는 장난감으로 그리고 장식품이나 무기의 재료로 그들은 항상 인간의 곁에 있었다. 그렇게 함께 해오는 동안 인간과 딱정벌레 간에는 웃지 못 할 에피소드들도 많았다. 기독교의 위세가 절대적이던 중세의 유럽에서는 밭작물의 뿌리를 모조리 갉아먹은 검정풍뎅이를 어찌하지 못해 종교재판에 제소한 사건도 있었다고 한다. 물론 피고인인 검정풍뎅이는 재판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판결은 내려졌다. 피고인 검정풍뎅이의 애벌레는 밭을 떠나야 하며, 법정에서 인정하는 땅으로 이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행하지 못하면 파문을 시킬 것이라 공포했고, 당연히 검정풍뎅이는 파문을 당했다. 딱정벌레에 대한 역사와 기억은 유럽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도 있다. 고려사, 조선왕조실록 등의 역사서를 합해 무려 385회의 곤충 피해가 기록되어 있으며, 이 중 상당수가 딱정벌레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또한 ‘쌀 아끼려다 바구미 농사짓는다.’ 등과 같은 속담들에도 딱정벌레들은 어김없이 등장한다. 그 뿐인가. 어린 시절 한 번쯤 딱정벌레를 가지고 놀아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딱정벌레는 이렇게 인간과 관계가 깊었다. 그러나 그것이 과거형으로 끝나야 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지금이 바로 그들과의 관계를 위해 뭔가를 해야 할 시기이다. 필자는 그들과 친해질 수 있는 방법을 단계별로 제시한다. 이질감을 극복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 실제 자연 속에서 그들을 만나는 단계까지 유용한 정보들이 이 부분에 담겨 있다. 또한 인간의 무책임한 욕심으로 설 곳을 잃어가고 있는 딱정벌레들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는 필자의 목소리도 분명 귀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