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법의 품격’이란 한마디로 말해 ‘말의 격(格)’이다. 그러니까 말 속에 들어 있는 그 사람의 인격이라 할 수 있다. 화법의 품격이 중요한 것은 이기는 대화나 논쟁이 화법의 품격에 막대한 영향을 받기 때문인데, 같은 말도 품격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달라진다. (p.26)

“사람은 누구나 그가 하는 말에 의해 그 자신을 비판한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말 한마디가 남 앞에 자기의 초상을 그려놓는 것과 같다.” 이는 랠프 월도 에머슨이 한 말로, 자신이 한 말과 행동이 곧 자신을 평가받게 하는 바로미터라는 의미다. (p.37)

목소리가 호감을 좌우하는 것은 청각을 자극해서인데, 좋은 목소리는 듣는 순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일까 하는 호기심을 갖게 만든다. 즉 목소리는 ‘말의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이미지가 좋은 사람이 괜찮은 느낌을 주는 것과 같이 좋은 목소리 또한 상대에게 호감 있는 이미지를 심어준다. (p.53)

열띤 논쟁을 하다 보면 서로를 질타하며 이를 악물고 싸우는 경우도 종종 있다. 지기 싫어하는 마음은 이처럼 이성을 잃게 만든다. 하지만 유머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웃음을 자아내어 논쟁의 과열된 분위기를 부드럽게 해준다. (p.75)

특히 뛰어난 논객이 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사상과 철학을 가져야 하고, 어떤 논제에도 막힘없이 논리를 펼칠 수 있는 논리력과 다양한 지식을 갖춰야 한다. 또한 논쟁에서 밀리지 않는 ‘말발’도 있어야 한다. 대화나 논쟁에서 상대를 이기려면 상대의 주장을 뒤집을 수도 있어야 한다. 상대의 주장을 뒤집는 좋은 방법은 상대의 논거를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p.97)

시사평론가로 활발히 활동하는 진중권은 대표적인 직설화법의 소유자이다. 그의 화법은 다분히 인파이트적이다. 그는 권투선수가 상대 선수를 코너에 몰아넣고 공격을 퍼붓듯 거침없이 밀고 나간다. 대화의 상대나 논쟁의 상대는 물론 청중이 숨을 쉬지 못할 만큼 거침이 없고 매우 저돌적이다. (...) 진중권이 각종 토론에 주요 논객으로 참여하는 것은 ‘논쟁의 본질’을 잘 살리는 데 그가 최적격이기 때문이다. 그가 참여하는 토론은 열정과 냉정이 교차한다. 뜨거움과 서늘함은 논쟁을 논쟁답게 만든다. (p.163-165)

손석희가 함축되고 절제된 화법을 지녔다면 김제동은 감성적 논리의 유쾌한 화법을 지녔다. 다시 말해 그는 자신의 소신을 유쾌한 화법으로 표현한다. 이는 성격에 기인하는 것이다. 손석희가 단정하고 냉철한 이성을 지녔다면 김제동은 유머와 따뜻한 감성을 지녔다. 이런 성격의 차이는 화법에 있어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이 둘 중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둘 다 그만의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김제동이 가진 감성적 논리의 유쾌한 화법은 딱딱하고 골치 아픈 문제나 사회적 이슈, 잘못된 정부의 정책 등을 비판할 때 유머로 녹여낸다는 장점이 있다. (p.191-192)

질문화법으로 자신의 생각을 펼치는 논객으로 이철희를 들 수 있다. 그는 어떤 논제든 차분한 목소리로 조분조분 자신의 논리를 펼쳐나간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하지만 강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특히 그의 강점은 팩트를 바탕으로 한 연속된 질문으로 상대방을 당황하게 만들고 코너로 몰아넣어 한 방을 날림으로써 논쟁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어내는 것이다. 마치 권투시합에서 아웃복서가 링사이드를 돌며 빠르게 툭툭 잽을 날리다 상대가 틈을 보이면 번개같이 달려들어 훅을 날려 경기를 끝내는 것과 같은 화법이다. (p.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