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의 역사: 교양으로 읽는 시장과 상인의 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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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를 통해 바라보는 시장의 풍경
시장이라는 공간, 거래와 상품, 상거래 풍속, 그리고 상인. 바로 이 요소들이 왁자지껄하고 사람 냄새 풍기는 시장이라는 무대를 연출하고 마침내 하나의 시장 풍경을 만들어 낸다. 수많은 상품들이 시장에 등장하고 유행하며 소멸하는 역사를 거쳐 이 땅의 생활문화가 만들어 왔음을 보여준다. 다양한 현상들을 통해 우리의 역사를 들여다 본다.
시장 풍경 9개를 스페셜 페이지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시장에 내걸린 머리,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시장, 조선 상인과 청상ㆍ일상 사이에서 벌어진 사건, 흥정을 붙이는 여리꾼과 그들의 암호 ‘변어’ 등 다양한 풍경을 엿볼 수 있습니다.
☞ 이 책은《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교양서》라는 취지로 시행된 2008 간행물윤리위원회 우수출판기획안 공모 당선작입니다.
작가정보
저자(글) 박은숙
전북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대학원 사학과에서 석사ㆍ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특별시사편찬위원회 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근대로 이행되는 시기에 살았던 도시민들의 신분과 직업적 변화를 중심으로, 갑신정변과 역사의 저편에 묻혀버린 혁명가(참여층)들을 연구하고 있다. 또한 개항 후 자본주의 세계체제의 유입, 도시 공간구조의 변동, 도시권력의 이동, 사람들의 생활상 변화 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전통사회에서 근현대사회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역사의 뒤안길에 놓여 있던 상놈(常漢)이 어떤 과정을 통해 시민사회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했는지를 주목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개항기 한성부 하층민의 저항운동과 그 성격』(1999), 『갑신정변 참여층의 개화사상과 정변인식』(2004), 『개항 이후 분원 운영권의 민간이양과 운영실태』(2008) 등이 있다. 대표 저서로는 〈한국노동운동사 1〉(2004, 공저)과 〈갑신정변 연구〉(2005) 등이 있다.
목차
- 프롤로그 - 시대를 진열하는 창, 시장
1부 방방곡곡 시장이 열리다 - 전근대의 시장
1장 거래를 시작하다 - 삼국과 고려의 시장
[시장풍경] 시장에 내걸린 머리, 희로애락을 함께 하는 시장
2장 방방곡곡 시장이 열리다 - 조선 전기의 시장
[시장풍경] 시장에서 대중과 함께, 그를 버린다
[시장풍경] 나랏일에 따라 옮기거나 닫았던 시장
3장 시장의 공간이 확장되다 - 조선 후기의 시장
[시장풍경] 범죄의 무대가 된 시장, 과거에 낙방한 무사들의 구걸
[시장풍경] 흥정을 붙이는 여리꾼과 그들의 암호 '변어'
2부 남대문시장에서 화신백화점까지 - 근대의 시장
1장 상권이 재편되다 - 개항기
[시장풍경] 광고와 브랜드의 등장
[시장풍경] 조선상인과 청상, 일상 사이에 벌어진 사건들
2장 시장이 이원화되다 - 일제강점기
[시장풍경] 아지노모도(味の素), 고무신, 연탄, 치약의 등장
[시장풍경] 식민지배 아래 일어난 숱한 사건들
저자 후기
부록 - 참고문헌, 표, 미주
책 속으로
시전상인은 각 칸에서 독자적으로 영업을 했다. 대체로 1평 남짓한 가게에 앉아 장사를 했으며, 전방 문 바로 앞에 붙어 있는 퇴청(退廳)에 방석을 깔고 앉아 손님을 기다린다. 가게 공간이 좁고 귀중한 상품은 별도로 보관했기 때문에 상품 진열은 최소로 했고, 대부분의 상품은 창고에 보관하고 있었다.
이처럼 상인이 퇴청에 앉아 있기만 하고 상품 진열이 눈에 잘 띄지 않았기 때문에, 물건을 사러온 소비자는 시전 거리에서 헤매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런 상인과 고객의 틈새를 파고 든 것이 바로 ‘여리꾼(列立軍)’라는 존재였다. 여리꾼은 손님에게 무슨 물건을 사러왔는가를 묻고, 해당 점포에 데리고 가서 흥정을 붙이고 거래를 성사시킨다. 이때 여리꾼은 시전상인이 책정한 값보다 높은 가격으로 물건을 팔아주고 그 차액을 챙겼다. 그 차액이 바로 여리餘利(잉여이익)였다. 처음에는 상가 앞에 늘어서 있다고 해서 ‘열립(列立)’이라 했는데, 점차 ‘여리’의 성격이 강조되어 여리꾼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여리꾼이 자기 몫을 많이 챙기려면, 주인이 작정한 가격을 미리 알아내어 그보다 비싼 값에 팔아야 한다. 그래서 손님이 알아들을 수 없는 암호를 사용해 가격을 간파한다. 이 암호를 ‘변어’라고 했다. 여리꾼이 사용하는 변어를 보면, 1은 천불대(天不大), 2는 인불인(仁不人), 3은 왕불주(王不柱), 4는 죄불비(罪不非), 5는 오불구(吾不口), 6은 곤불의(袞不衣), 7은 조불백(皂不白), 8은 태불윤(兌不允), 9는 욱불일(旭不日)이었다. 이들 변어는 주로 파자(破字, 한자의 자획을 나눠서 푸는 방식)의 원리를 이용했다. 천(天)에서 대(大)를 빼면 1이 되고, 인(仁)에서 사람인(人)을 빼면 2가 되며, 왕(王)에서 기둥을 빼면 3이 되고, 죄(罪)에서 비(非)를 빼면 4가 되는 식이다.
이런 변어는 시전마다 차이가 있었다. 입전에서는 1을 잡(帀=脫巾), 2는 사(些=脫此), 3은 여(汝=脫女), 4는 강(罡=脫正), 5는 오(伍=脫人), 6은 (交=脫乂), 7은 조(皂=脫白), 8은 태(兌=脫兄), 9는 욱(旭=脫日)으로 표현했다. 잡(帀)에서 건(巾)을 제거하면(脫) 1이 되고, 사(些)에서 차(此)를 제거하면 2가 되고, 여(汝)에서 여(女)를 제거하면 3이 되고, 강(罡)에서 정(正)을 제거하면 4가 되는 식이다.
이들 여리꾼은 특정 가게에 전속된 것이 아니라, 아직 점포를 갖지 못한 가난한 자들이 대부분이었다. 때로 이익을 많이 남기기 위해 손님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일도 적지 않았다.
(3장의 〈시장풍경〉 "흥정을 붙이는 여리꾼과 그들의 암호 '변어'" 가운데)
출판사 서평
오늘날 모든 분야에서 ‘시장’이라는 개념과 단어가 강조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한국 시장의 역사와 의미’를 교양서 수준에서 다룬 책은 드물다. 이 책은 전통시대부터 현대까지 이 땅에 존재했던 시장의 역사와, 시장에서 거래된 상품과 상거래 풍속, 또한 다양한 상인들이 활동했던 시장풍경을 ‘재미와 교양’을 담아 전하려는 발상에서 출발했다. 사진과 그림 등 여러 시각자료들을 활용하되, 시장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에 관한 ‘사실’과 ‘이야기’를 중심으로 시장과 상인의 드라마틱한 변화를 그리고 있다.
1. 한국사를 통해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시장의 풍경〉을 만난다
- 시장, 거래와 상품, 상거래 풍속 그리고 상인들
시장이라는 공간에 관해서는, ‘반역자를 공개처형하는 장소로서의 시장’, ‘가뭄이나 애경사에 따라 문을 닫거나 옮기는 시장’, 국가공인시장인 ‘시전市廛’과 사설시장인 ‘난전亂廛’의 경쟁, 뒤에 각각 남대문시장과 동대문시장이 되는 ‘칠패’와 ‘이현’, 근대의 모더니즘을 표방하면서 신식상품으로 무장한 진고개(현 충무로)와 명동 일대의 외국상인들, 종로 네거리를 축제의 한마당으로 만들었던 ‘종로 야시장’, 마침내 ‘근대의 쇼윈도’로 불리는 백화점(미쓰코시, 조지아, 화신, 동아 등)의 등장까지, 그야말로 파란만장한 시장의 공간사를 보여준다.
거래와 상품에 관해서는, 예로부터 물건 사러가는 것을 “장 보러 간다”고 하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수많은 상품들이 시장에 등장하고, 유행하며, 소멸하는 역사를 거치며, 이 땅의 생활문화사를 만들어왔음을 보여준다. 일반적인 생필품은 물론이고 기존의 가치관을 완전히 뒤흔든 혁명적인 상품들의 등장은 그 자체로 흥미로운 문화현상이었다. 고추와 고추장의 탄생으로 비로소 보급된 빨간 김치, 금지된 쇠고기의 밀거래, 머리장식을 너무 과하게 하다가 목이 부러질 정도로 높아진 가발, 불씨 보존이라는 업보에서 여성들을 해방시킨 성냥, 조선인의 입맛을 장악한 일본조미료 아지노모도(味の素) 등, 실로 각양각색의 상품들이 시장을 통해 등장하고 소멸했다.
상거래 풍속 또한 격변의 세월을 거치면서 시대의 가치관을 대변하고 있었다. 오랜 옛날부터 존재했던 ‘에누리’(에누리에는 〈더 부르는 값〉이라는 뜻과 〈값을 깍는 일〉이라는 뜻이 함께 들어 있다)와 ‘덤’(더음)에서부터, 여리餘利(잉여이익) 곧 차액을 노리는 여리꾼列立軍과 그들만의 암호 ‘변어’, 상품 품귀현상 때문에 암거래가 성행하면서 등장한 ‘야미’(暗, やみ), 서양의 ‘10센트 스토어’를 모방한 ‘10전 균일점’의 등장까지, 시장의 풍속도 역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모습을 바꾸었다. 상거래 풍속은 때로 일제에 의해 ‘비문화적 악습’으로 치부되고 타파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예로부터 내려온 에누리나 덤의 판매방식은 오늘날 현대사회에서도 각장 할인판매나 사은품 및 포인트점수제로 당당히 부활하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컬하다고 할 수 있다.
시장의 주체는 무엇보다도 상인들이었다. 그들은 거래의 주체이자, 시장이라는 무대의 ‘시장스러움’을 연출하는 존재로서, 가장 천한 신분계급으로부터 시작해 오늘날 자본주의사회에 이르러서는 당당히 사업가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고대에는 국가의 노역조차 주어지지 않을 정도로 천시되었던 상인들(사농공상에서 맨 끝)이었지만, “장사꾼은 5리厘(작은 이익) 보고, 10리里 간다”는 속담처럼, 이윤추구를 목표로 시대의 변화에 대응했다. ‘~장수’, 흥정바치, 장돌뱅이 등의 하대에서부터, 조선 후기에는 국가공인 시전상인을 “힘써 일하는 자”로 일컬었고, 일제강점기에는 상인이 ‘만민공동회’ 회장이 되어 대중을 이끌거나 수시로 독립운동에 참여했으며, 오늘날 현대에는 웬만하면 ‘사장님’으로 불리는 실정이다. 물론 간교한 방법을 쓰는 모리배나 악덕상인, 매점매석(사재기)을 해서 대중들의 습격(미전습격사건)을 받는 독점상인 등 부정적인 모습도 있었다.
2. 〈시장풍경〉, 9개의 스페셜 페이지
시장이라는 공간, 거래와 상품, 상거래 풍속, 그리고 상인. 바로 이 요소들이 ‘왁자지껄하고 사람 냄새 풍기는 시장’이라는 무대를 연출하고, 마침내 하나의 시장풍경을 만들어낸다.
이 책 〈시장의 역사〉 곳곳에 이런 시장풍경이 소개되고 묘사되어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주목할 만한 소재들을 뽑아 별도의 스페셜 페이지 〈시장풍경〉 9개를 만들었다.
그야말로 시장풍경은 인간의, 역사의, 살아 움직이는 생활상을 담은 “시대를 진열하는 창”인 것이다.
[스페셜 페이지 〈시장풍경〉 리스트]
- 시장에 내걸린 머리,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시장
- 시장에서 대중과 함께, 그를 버린다
- 나랏일에 따라 옮기거나 닫았던 시장
- 범죄의 무대가 된 시장, 과거에 낙방한 무사들의 구걸
- 흥정을 붙이는 여리꾼과 그들의 암호 ‘변어’
- 광고와 브랜드의 등장
- 조선상인과 청상ㆍ일상 사이에 벌어진 사건들
- 아지노모도ㆍ고무신ㆍ연탄ㆍ치약의 등장
- 식민지배 아래 일어난 숱한 사건들
3. 2008년 우수출판기획안 공모전 당선작 -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주최
2008년 6월에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가 역사ㆍ과학ㆍ인문ㆍ사회 등 전 분야에서 ‘일반교양서’에 해당하는 우수하고 참신한 출판기획안을 발굴하여 창작을 활성화하기 위해 내놓은 〈2008년 우수출판기획안 공모전〉에 총 134편이 제출되었다. 짧은 응모기간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획안이 응모되었고, 그 가운데 모두 8편(역사 3종, 과학 2종, 철학 1종, 사회 1종, 인문 1종)이 당선되었다.
이 책 〈시장의 역사 - 교양으로 읽는 시장과 상인의 변천사〉는 17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역사 부분에 당선되었다. 애초 〈시장의 역사〉 기획 방향이 비록 범위나 대상은 한국사 전반의 사실을 다루더라도, 내용은 최대한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친절하고 설득력을 갖춘 교양서가 되고자 한 점이, 이 공모전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학술서가 아니라 교양서”라는 취지와 맞았던 것 같다.
기본정보
ISBN | 9788976965318 |
---|---|
발행(출시)일자 | 2008년 11월 20일 |
쪽수 | 436쪽 |
크기 |
148 * 210
mm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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