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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독일 출신의 유태계 언어철학자, 번역가, 좌파 지식인으로서 한때 20세기 독일어권 최고의 비평가로 자처하기도 했다. 베를린의 유복한 가정에서 출생. 프라이부르크, 뮌헨 대학 등에서 철학을 공부하던 중 나중에 평생의 친구이자 유대사상에서 지적 동반자가 된 게르숌 숄렘을 만난다. 전쟁을 피해 스위스로 간 그는 1919년 [독일낭만주의 비평개념]에 대한 연구로 베른 대학에서 최우등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신문과 잡지에 기고를 하거나 번역가로서 활동하기 시작한다. 그는 괴테의 소설에 대한 비평문 [괴테의 친화력]을 통해 당대의 보수적인 문예학의 풍토를 비판하기도 한다. 1924년 교수자격논문인 [독일 비극의 원천]을 집필하지만 아카데미 세계로 진출하려던 계획은 결국 좌절하고 만다. 같은 해 알게 된 연인 아샤 라치스 이외에 나중에 베르톨트 브레히트에게서 유물론적 사유의 영향을 받으면서 비평, 번역, 방송 활동을 펼쳐나간다. 1928년 출간된 철학적인 아포리즘 모음집 [일방통행로]는 그가 즐겨 왕래하던 프랑스에서 당시 태동한 초현실주의 운동에서 받은 영향을 보여준다. 또한 그는 나중에 그의 정신적 유산의 관리자가 된 테오도르 아도르노를 비롯해 지그프리트 크라카우어를 알게 되면서 이들과 지적 교분을 나눈다. 파시즘의 먹구름이 드리우기 시작한 유럽에서 스스로 ‘좌파 아웃사이더’로 이해한 그가 택한 길은 교조적 마르크스주의에 거리를 두고, 유대신학적 사유와 유물론적 사유, 신비주의와 계몽적 사유 사이의 미묘한 긴장을 유지하면서 아방가르드적 실험정신에 바탕을 둔 글쓰기를 통해 현대의 변화된 조건 속에서 지식인의 역할에 대해 성찰하고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이었다. 초현실주의를 비롯해 마르셀 프루스트, 베르톨트 브레히트, 프란츠 카프카, 카를 크라우스, 샤를 보들레르, 니콜라이 레스코프 등에 대한 글 이외에 그는 [생산자로서의 작가]와[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등 정치적 성격을 강하게 드러내는 글을 발표한다. 1940년 벤야민은 당시 뉴욕에서 사회연구소(프랑크푸르트 학파)를 이끌던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의 지원을 받아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하기 위해 프랑스를 탈출하던 중 스페인 국경 통과가 좌절되자 자결한다. 그로써 그가 13년간 매달렸던 프로젝트, 즉 마르크스의 ‘상품물신’의 구상을 상부구조(문화) 전체에 적용하여 19세기 자본주의와 모더니티의 근원을 고고학적으로 탐구하려던 필생의 저작 [파사주](Das Passagen-Werk)는 미완으로 남는다. 스탈린-히틀러의 밀약을 접한 충격에서 쓴 유물론적 역사철학의 결정체 [역사의 개념에 대하여]는 그가 남긴 최후의 글이다. 게오르그 짐멜의 에세이적 글쓰기 스타일이 엿보이는 벤야민은 뛰어난 산문가였고, 모더니티, 매체미학, 언어철학, 역사철학에 대한 글들을 비롯해 인문사회과학의 다양한 모티프들을 풍부하게 담고 있는 그의 사상은 70년대 전집 발간 이래 21세기 들어서도 여전히 주목받고 있으며, 자크 데리다, 조르지오 아감벤 등 현대철학자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번역 김남시
목차
- 옮긴이 서문
독일어판 서문_ 게르숌 숄렘
모스크바 일기
부록_ 모스크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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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벤야민의 가장 특별한 책, 『모스크바 일기』!! 독특한 언어 철학과 문예비평, 특유의 역사철학으로 현대의 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발터 벤야민은 자본주의 시대의 예술에 대한 탁월한 비평인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 그리고 ‘아우라’와 ‘알레고리’ 같은 개념들을 통해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러나 이런 지명도와 현대의 미학과 예술비평, 문화 분석에서 차지하는 벤야민의 위상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번역·소개된 벤야민의 저작은 매우 적은 것이 사실이다. 그의 수많은 논문과 비평들 중 극소수만이 편역되어 국내에 소개되었을 뿐인데, 이로 인해 우리 사회에서 벤야민은 그 사상이 가진 방대함에 비해 단편적으로 이해되어 왔다. 발터 벤야민이 약 두 달간 모스크바에 머물며 쓴 일기를 엮은 이 책 『발터 벤야민의 모스크바 일기』(이하 『일기』)는 근 4년 만에 번역 출간되는 벤야민의 저작으로 그동안 벤야민의 저작에 목말라 하던 국내의 독자들이 벤야민과 그의 사상의 궤적을 종합적으로 들여다 보고 벤야민의 삶에 한걸음 더 다가서는 데 좋은 참고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벤야민은 카프카에 대한 그의 비평 「좌절한 자의 순수성과 아름다움―카프카에 관한 몇 가지 고찰」에서 카프카의 작품을 “멀리 떨어진 두 개의 초점이 있는 타원과 같다”고 언급했다. 카프카에 대한 벤야민의 이 언급은 벤야민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벤야민 역시 유태적 신비주의와 카발라적 전통이라는 초점, 그리고 마르크스주의라는 또 하나의 초점이 그려내고 있는 타원 속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두 초점 사이에 벤야민이 두 달간의 모스크바 체류 경험을 기록한 『일기』가 존재한다. 『일기』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매우 특별한 텍스트다. 「베를린 연대기」와 「베를린의 유년시절」, 『일방통행로』 등 벤야민이 남긴 자전적인 에세이는 많지만, 전혀(그 자신에게서도) 검열받지 않은 채 자신을 드러내는 텍스트는 이 『일기』가 유일하다. 아무리 자전적인 성격의 글이라 해도 어느 정도 ‘살균처리’되기 마련이며, 가까운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조차도 이미 받는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는 쓰여질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벤야민의 텍스트 중 이 『일기』에서만 벤야민의 생생하고 솔직한 모습을 느낄 수 있다. 연인인 아샤 라시스에 대한 감정, 지인들에게서 받은 인상, 아샤에게 접근하는 다른 남자들에 대한 질투와 좌절, 공산당 가입과 사회주의에 대한 고민, 심지어는 모스크바의 추위에 대한 불평까지도. 두 달간의 모스크바 체류를 시시콜콜 기록해 놓은 이 일기를 통해 우리는 벤야민이 모스크바에서 보낸 두 달을 온전히 재구성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또 『일기』가 벤야민 사상이 마르크스주의적 관심으로 옮아가던 중요한 전환점에서 쓰여졌다는 것도 이 텍스트에 특별함을 더한다. 모스크바 체류 동안 소비에트의 혁명을 경험한 벤야민은 이 『일기』를 기점으로 하여 유물론에 기반한 다수의 저작들을 집필하기 시작한다. 프루스트와 보들레르에 관한 저작들과 베를린에서의 유년시절을 다룬 일련의 글들이 이 시기에 집필되기 시작했고, 또한 미완성 원고인 ‘파사젠베르크’로 나아가는 일련의 작업들(「마르세이유」, 「바이마르」, 「파리, 거울 속의 도시」)도 이 『일기』와 이 책의 부록에 실린 잡지 기고문 「모스크바」를 쓰면서 발견한 (도시에 관한) 새로운 글쓰기의 방법을 통해 시도되기 시작했다. 이런 여러가지 이유로 벤야민의 생애를 다루는 다른 연구서들에서 이 『일기』는 매우 자주 인용되는 텍스트이기도 하다. 모스크바에서의 벤야민 1926년 12월 6일부터 이듬해인 1927년 2월 1일까지 발터 벤야민은 사회주의 혁명이 한창이던 모스크바에 머무른다. 벤야민의 절친한 친구로 벤야민과 밀접한 지적 교류를 나누던 게르숌 숄렘이 밝히고 있는 것과 같이 벤야민의 이 모스크바 체류에는 세 가지 목적이 있었다. 사회주의 혁명이 진행중이던 모스크바를 관찰하고 그 속에서 활동하고 있던 여러 예술가들이나 문화 담당 간부들과 접촉하는 것, 그럼으로써 공산당 가입 등 자신의 거취 문제를 분명히 하려 했던 것이 그 하나이고, 모스크바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 모스크바의 인상을 얻는 것이 또 다른 하나였다. 그러나 벤야민에게 무엇보다도 중요했던 여행의 목적은 바로 ‘리가 출신의 볼셰비키’ 연극 배우이자 감독인 아샤 라시스를 만나는 것이었다. (1924년 벤야민과 처음 만난 아샤 라시스는 이후 벤야민이 마르크스주의적 관심에 심취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이 『일기』의 많은 부분은 아샤 라시스에 대한 ‘좌절된 구애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아샤 라시스와 연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말년에는 라시스의 남편이 되는) 연출가 베른하르트 라이히에 대한 질투 그리고 벤야민의 구애에 대한 라시스의 거절과 그로 인해 겪게 되는 좌절 및 비애 등을 벤야민은 이 『일기』에서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고 이 글이 벤야민의 사적인 기록인 것만은 아니다. 여기서 애정과 갈등을 둘러싼 개인적 삶의 곡선은 사회주의 건설을 둘러싼 당시 소비에트 연방의 사회·정치·문화적 사건들의 좌표 속에서 움직이고 있으며, 그 사이사이를 벤야민의 섬세한 시선을 통해 드러나는 도시 모스크바의 인상학이 메우고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많은 러시아의 예술가, 비평가, 관료들, 그리고 그들과의 만남에 대한 생생한 기록은 우리에게 혁명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건설하려던 문화·예술가들의 이상과 현실적인 사회·경제적 과제들이 어떻게 맞부닥치고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통해 벤야민은 혁명의 구호 속에 감추어져 있던 불안과 위험, 고통을 이미 혁명이 한창 건설 중일 때부터 감지하고 있었다. 모스크바의 ‘파사젠베르크’ 벤야민은 이 『일기』에 모스크바에서 보고 들은 거의 모든 것을 적어놓고 있다. 이는 모스크바에 오기 전 마르틴 부버와 약속했던 잡지 『피조물』에 실릴 글을 쓰기 위해서였는데, 벤야민은 이 『일기』의 기록을 크게 재구성하여 잡지 기고문인 「모스크바」를 완성한다. 러시아어를 알지 못했던 벤야민은 이 글을 쓰기 위해 모스크바에서 시각적인 인상을 얻으려 노력한다. “이론적인 면에서가 아니라 생생한 인상이라는 면에서만 풍요해”져서 돌아오는 것이 애당초 벤야민의 의도였으며, 벤야민은 이런 식의 관찰을 통해 스탈린 집권 직전의 모스크바를 있는 그대로 그려내고 있다. “어떤 유기체도, 어떤 조직체도 이 과정에서 예외가 되지 않는다. 직장인들은 직장에서, 관청들은 건물에서, 가구들은 집에서 새로 조직되고 다른 곳으로 옮겨지고 다시 제자리로 돌려보내진다. 새로운 형태의 명명식과 결혼식 예식이 클럽의 실험행사로 공연된다. 하루하루 지침들이 바뀌고, 전차 정류장도 이곳저곳으로 방황하며, 가게들은 레스토랑이 되었다가 몇 주 후엔 사무실이 된다.”(본문 286쪽) 하지만 벤야민의 눈에는 이런 끊임없는 변화와 더불어 그 이면이 동시에 관찰된다. ‘죽어가는 자들의 집합체’인 구걸하는 자들은 사회적 양심의 가책이라는 강력한 토대를 상실한 채 같은 자리에 붙박혀 있고, 러시아에 만연한 시간에 대한 무감각과, 무엇이든 계획된 대로 일어나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은 끊임없는 실험과 뒤얽혀 삶을 뒤죽박죽으로 만든다. 사회주의 혁명이라는 가장 진보적인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모스크바의 한가운데에서 항상 눈이나 비에 젖어 있는 시골스러운 광장, 눈으로 뒤덮인 도로, 도로를 완전히 메우는 ‘썰매 카라반’, 도축장으로 운송되는 소들과 수많은 노점, 허름한 주점 같은 전(반)근대적 풍경을 만날 수도 있다. 영웅적인 코뮤니즘 대신 영웅적인 네프(NEP) 인들이 들어서고 있고, 경제계획이 전반적인 우위를 점하면서 공식적인 문화는 반동적이 되어가고 있다. 전시 코뮤니즘 시기만 해도 일정한 역할을 담당했던 형식은 예술에서 더이상 중요한 것이 아니며 이제는 소재가 중요한 것이 된다. 그 소재가 바로 그 작품이 반동적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는 것이다. 유럽의 다른 나라들을 소비에트 연방의 작은 반도들처럼 그려놓은 소비에트 연방의 지도와 갖가지 재료와 크기로 만들어져 곳곳에 걸리거나 놓여 있는 레닌의 초상이 새로운 제의의 중심이 된다. 이렇게 상세하게 모스크바의 인상을 기록하고 있는 벤야민의 작업은 흡사 그의 필생의 역작이었던 미완성 원고 ‘파사젠베르크’를 생각나게 한다. 도시의 인상을 다양한 인용문을 가지고 몽타주로 구성하려던 ‘파사젠베르크’와 동일한 형식은 아니지만, 이 일기의 곳곳에서 파편적으로 튀어나오는 모스크바의 인상은 마치 ‘별들이 모여 어느 순간 별자리를 이루듯’(‘파사젠베르크’의 방식으로) 우리 앞에 도시 모스크바의 인상을 펼쳐 놓는다. 『모스크바 일기』와 「모스크바」 『일기』의 한국어판에 실린 「모스크바」(Moskau)는 『모스크바 일기』의 독일어본(Moskauer Tagebuch)에는 실려 있지 않은 글이다. 벤야민은 『모스크바 일기』에 기록한 모스크바의 인상들을 크게 재구성하여 이 기고문을 썼기 때문에 이 두 텍스트는 마치 서로 다른 그림찾기의 두 그림처럼 서로 유사하면서도 서로를 보충적으로 지시하고 있는 독특한 관계(Konstellation)로 맺어져 있다. 벤야민은 하루하루의 일기에 기록된 사소한 사건과 감정, 생각들이 「모스크바」라는 글의 어느 부분에서 가장 멋지게 연출될 수 있으리라는 것을 알고 활용한 뛰어난 감독이다. 때로 그는 원래의 시나리오(말하자면 『일기』)에는 없는 내용들을 기억을 통해 재구성해 이야기를 더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순발력을 발휘하는가 하면 어떨 때에는 『일기』에 등장한 구절을 글자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인용’해 활용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독자들은 이 두 글을 비교해 보면서 벤야민이 인상들을 구성하여 한 편의 글로 만들어내는 비밀스러운 과정을 엿보는 즐거움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76829481 | ||
---|---|---|---|
발행(출시)일자 | 2005년 03월 30일 | ||
쪽수 | 336쪽 | ||
크기 |
148 * 210
mm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Moskauer tagebuch./발터 벤야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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