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적 사회학으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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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동아일보 > 2015년 5월 3주 선정
작가정보
저자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는 1930년 프랑스 남부 딩겐에서 태어났다. 파리고등사범학교에 입학, 철학 교수 자격을 취득하여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던 중 1958년 알제리 전쟁에 징집되었으며, 전후에는 알제 대학에서 조교로 근무하였다. 그 뒤 파리 대학에서 레몽 아롱의 조교 생활을 했고, 릴 대학 강사를 거쳐 1964년 30대 초반에 사회과학고등연구원의 교수이자 연구주임으로 취임한 뒤 교육문화사회센터(1969년에 유럽사회학센터로 개칭)를 창설해 소장 연구자들과 공동 연구를 추진했다. 1975년 학술연구 잡지인 『사회과학 연구 논집』을 창간, 편집장으로 재직하면서 정치, 경제, 종교, 교육, 예술, 문학, 민족, 언어, 취향, 스포츠에 이르는 광범위한 주제를 다루었다. 1981년에는 콜레주 드 프랑스의 사회학 강좌교수에 임명되었고, 2002년 타계하였다.
저자 로익 바캉(Lo?c Wacquant)은 프랑스 몽펠리에에서 자라 HEC(고등상업학교)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다 피에르 부르디외를 만나면서 사회학으로 전공을 바꾸었다. 시카고 대학 사회학부에서 박사 과정을 밟았고, 지금은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또한 프랑스 콜레주 드 프랑스/파리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 유럽사회학센터의 연구원이다. 여러 지면에 사회학, 인류학, 정치학, 범죄학, 도시학, 철학과 관련한 다양한 논문을 게재하며 활발한 학술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피에르 부르디외의 대표적인 제자로서 이 책 외에도 부르디외와 함께 공저 논문 여러 편을 발표했다. 번역된 저서로는 『가난을 엄벌하다』(시사IN북)가 있다.
목차
- 피에르 부르디외의 서문 / 로익 바캉의 서문
공동 서문 / 프랑스어 개정신판 서문
1부 / 사회적 실천론을 향해: 부르디외 사회학의 구조와 논리
1. 사회물리학과 사회현상학의 대립을 넘어서
2. 분류 투쟁, 그리고 사회 구조와 정신 구조의 변증법
3. 방법론적 관계주의
4. 실천 감각의 모호한 논리
5. 이론주의와 방법론주의에 맞서서: 총체적 사회과학
6. 인식적 성찰성
7. 이성, 윤리, 정치
2부 / 성찰적 사회학의 목적(시카고 워크숍)
1. 사회분석으로서 사회학
2. 독특한 것과 불변하는 것
3. 장의 논리
4. 이해관심, 하비투스, 합리성
5. 언어, 젠더, 상징폭력
6. 이성의 현실 정치를 위하여
7. 객관화하는 주체의 객관화
3부 / 성찰적 사회학의 실천(파리 워크숍)
1. 직능의 전수
2. 관계 중심적으로 사유하기
3. 근본적 의심
4. 이중 구속과 개종
5. 참여 객관화
| 부록 |
감사의 말
부르디외를 기억하며
부르디외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부르디외를 읽는 두 가지 경로
옮긴이의 말
옮긴이 용어 해설
참고문헌 | 인명 찾아보기 | 문헌 찾아보기 | 항목 찾아보기
책 속으로
이는 『성찰적 사회학으로의 초대』가 학문적 영묘(지적인 기념비는 더더욱 아니다)로의 진입구가 아닌, 사회학 작업실의 문이 되고자 한다는 이야기이다. 그 문에는 부르디외가 사람들을 만났다 헤어질 때면 즐겨 하곤 했던 권유의 말이 휘갈겨 쓰여 있다. “자, 일하러 갑시다!” (35쪽)
1960년대 중반에 내가 그 연구를 시작했을 때,?내 의도는 사회학적 실천 그 자체에 대한 사회학적 테스트를 수행하는 것이었다. 나는 다음과 같은 점을 예증하고자 했다. 즉 사회학자들이 사회 세계에 관한, 사회적으로 결정된 관점을 취한다는 근거를 들어 사회학적 지식의 토대가 변변치 못하다거나 사회학이 과학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내세우고자 하는 사람들의 주장과는 반대로, 사회학은 사회과학이 생산되는 사회 세계에 대한 지식에 의거해서 이 세계에서 작용하며 동시에 사회학자들에게 가해지는 결정 요인들의 효과를 통제할 수 있다고 말이다. (131쪽)
사회학은 사람들이, 심지어 사회학자들이 일반적으로 믿고 있는 것보다도 더 많이 진보된 과학이다. 전공 분야의 성과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자신이 정통해야만 하는 것에 대해 사회과학자가 가지고 있는 견해의 수준은 아마도 그가 분과 학문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가늠하는 좋은 기준이 될 것이다. 방법, 기술, 개념 혹은 이론에서의 최신의 성취에 대한 지식이 증대함에 따라 그 자신의 과학적 능력에 대한 가식 없는 이해 성향도 증가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사회학은 아직도 거의 규약화되어 있지 않으며 별로 형식화되어 있지도 않다. (…) 따라서 과학에 부응하는 실천을 이끌어 내기 위해 우리는 무엇보다도 하비투스라는 체화된 도식에 기대야만 한다. (357쪽)
이 저작은 부르디외 사회학에 대한 소개문, 주제별 인터뷰, 부르디외의 강의 원고 순으로 이루어져 있다. 즉 부르디외의 제자이자 공저자이기도 한 사회학자 로익 바캉이 먼저 부르디외의 이론을 상세하게 정리, 평가하는 개관을 제시하고, 그 구체적인 논점들을 부르디외와 함께 심도 있게 토론하며, 마지막으로 부르디외가 독자-연구자들에게 사회학적 사유와 분석을 위한 실용적인 지침을 제공하는 식이다. (465쪽)
부르디외는 사회학이 과학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그것은 근대 자연과학의 모델을 모방해, 연구자 주체와 구체적 맥락의 흔적을 최대한 지우고 객관화 기법을 엄격히 적용하는 실증주의적 방식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그는 사회학이 과학적일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도 성찰적이어야 한다고 보았다. 즉 성찰성이야말로 과학성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는 것이다. (500쪽)
출판사 서평
책 소개
현대 사회학을 대표하는 학자 중 한 명인 피에르 부르디외의 방대한 학문 세계를 집대성한 책. 제자인 로익 바캉이 질문을 던지고 부르디외가 답하는 인터뷰(2부)가 중심을 이루고, 바캉이 쓴 부르디외 사회학 개관(1부)과 학문하는 자세에 관해 부르디외가 학생들에게 행한 강연(3부)이 더해졌다. 이 책에서는 부르디외가 연구했던 거의 모든 주제(사회학을 위시한 학문 환경 자체에 대한 성찰, 권력, 불평등, 관습, 언어, 젠더 등등)와 관련 논쟁들이 다루어지며, 다른 저작들에서는 선명히 드러낼 수 없었던 그의 솔직한 연구 동기들, 다른 사상가들과의 영향(또는 대결) 관계 또한 밝혀진다. 더불어 부록으로는 바캉이 제시하는 부르디외 저작 독법과 옮긴이의 꼼꼼한 부르디외 용어 해설 등이 함께 실렸다.
『성찰적 사회학으로의 초대』는 1992년 영어 초판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2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 출간되며 모범적인 부르디외 입문서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한국어 번역본은 새로운 해제와 참고문헌이 추가되고 본문상에도 상당한 개정이 이루어진 2014년 프랑스어 신판의 개정 내용까지를 반영해 현존하는 판본 중 가장 알찬 구성을 갖추게 되었다.
출판사 보도자료
현대 사회학의 마지막 거장,
피에르 부르디외의 지적 여정을 집대성하다!
‘진정한 과학으로서의 사회학’을 추구한 부르디외와 그의 유산!
2002년 1월 24일, 일간지 『르몽드』 1면은 “좌파 중의 좌파이자 모든 방면에서 투쟁한 사회학자”의 별세 소식을 전했다. 이 사회학자는 바로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 1930~2002), 평생의 학술 활동을 통해 사회 모순과 대결하고, 말년에는 전 세계적 시장 지배에 맞선 저항을 조직하고 견인하는 데 헌신한 비판적 지식인이다.
오늘날 부르디외의 명성은 의심할 바 없고, 그가 창안한 ‘하비투스’나 ‘상징권력’, ‘장’ 등의 개념들은 사회학의 영역 바깥으로까지 활용 범위를 확장해 가고 있다. 『성찰적 사회학으로의 초대: 부르디외 사유의 지평』은 그런 부르디외 사회학의 전체상을 이해하기 위한 훌륭한 진입로로 평가받으며 1992년 미국에서 처음 출간된 이래 전 세계적으로 번역되며 읽히고 있다. 이 책은 부르디외 스스로 자기 사유에 대해 설명한 ‘자기 해설서’의 유형(『사회학의 문제들』, 『말한 것들』, 『실천 이성』이 이 유형에 포함)에 들어가지만, 다른 책들과 달리 기획 단계부터 제자이기도 한 사회학자 로익 바캉(Lo?c Wacquant)과의 면밀한 소통 속에서 체재를 잡아 작성한 것이기 때문에, 부르디외의 생생한 목소리와 함께 그의 사회학의 주요 주제가 빠짐없이 체계적으로 다뤄진다는 고유한 장점을 가진다.
이 책의 맹아는 1987년 부르디외의 미국 체류 시기, 당시 시카고 대학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로익 바캉이 조직한 워크숍에 있다. 이 워크숍에서 부르디외는 사회학, 인류학, 정치학 전공의 박사 과정 학생들과 치열하게 소통하며 자기 작업이 거둔 성취와 마주한 오해를 확인할 수 있었고, 두 사람은 이때의 경험과 대화를 토대로 외국 독자들(특히 영미권)을 겨냥한 책 『성찰적 사회학으로의 초대』를 기획하게 된다. 바캉은 책의 중심이 되는 부르디외 인터뷰(2부 「성찰적 사회학의 목적: 시카고 워크숍」)를 주요 주제와 쟁점들을 중심으로 치밀하게 구성했으며, 부르디외는 전형적 비판들에 대해 가감 없이 의견을 밝히고 자기 작업의 의도를 상세히 설명하며 인터뷰에 응했다. 책을 엮으며 바캉은 부르디외 이론의 제1원리와 공리를 밝히는 개관을 작성해 인터뷰 앞에 배치?고(1부 「사회적 실천론을 향하여: 부르디외 사회학의 구조와 논리」), 부르디외 저작 읽기 방법에 관한 조언과 방대한 참고 서지를 정리해 부록으로 덧붙였다. 3부 「성찰적 사회학의 실천: 파리 워크숍」은 부르디외가 프랑스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행한 입문 강의로서, 독자-연구자들에게 사회학적 사유의 자세와 실용적 지침을 들려준다.
『성찰적 사회학으로의 초대』는 1992년 프랑스에서도 출간되었지만 불가피하게 축약본의 형태를 취했고, 작년에야 대폭 개정을 거친 새 프랑스어판이 출간되었다. 부르디외 전문가로 꼽히는 이상길 교수가 번역을 맡은 이번 한국어판은 새 개정판의 개정 내역을 반영하고 상세한 용어 해설까지 덧붙여 더욱 알찬 구성을 갖게 되었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부르디외가 열어젖힌 새로운 사회학적 인식의 지평으로 초대받게 될 것이다.
대서양을 넘나들며
: 지적 전통의 융합에서 신자유주의 비판까지
이 책의 중심이 되는 바캉과 부르디외의 대화는 시카고와 파리를 오가며 3년의 기간에 걸쳐 이루어졌다. 특히 기획의 시발점이 되었던 1987년 시카고 워크숍은, 당시 시카고 대학이 미국 사회과학의 중심지로 표상되고 있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프랑스 변두리에서 태어나 고등사범학교로 상징되는 최고 엘리트 코스를 밟으면서도 항상 경계인의 시각을 유지했던 부르디외는, 자신의 지적 토대와 끊임없는 긴장 관계를 유지하며 사유를 발전시켰다(자신의 토대를 끊임없이 흔들고 객관화하는 그의 사유 스타일은 철학에서 사회과학으로의 ‘개종’에서도 확인된다). 즉 그는 이른바 이론주의적 유럽의 전통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작업해 온 학자인 것이다. 그런 그가 유럽 지적 전통의 대극(對極)에 놓이는 실증주의적 미국 사회과학이라는 시약을 통해 어떤 모습을 드러내게 되는지에 눈길을 줄 필요가 있다. 이 책 곳곳에서 거듭 확인하게 되는 것은 부르디외가 무엇보다 모든 종류의 ‘이분법’을 극복하려 고투한 통합적 지식인이었다는 점인데, 이론주의와 실증주의라는 방법론적 대립에서도 어느 한 극에 기울지 않으면서 변증법적 통합을 추구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비타협적이면서도 개방적인 태도로부터 부르디외 사유 특유의 다채로운 스펙트럼이 가능했음 또한 알 수 있다. (책을 통틀어 수많은 영미권과 유럽의 학자들이 거명되고 그들과 부르디외의 관계가 논해지는데, 독자들은 이를 통해 부르디외 사유의 발전 경로를 추적할 수도 있고 그가 스스로를 어느 좌표에 위치시키고 싶어하는지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 책이 쓰인 시기는 부르디외가 학문적 활동 반경을 영어권으로(따라서 국제적으로) 확장시키던 시기와 포개어진다. 1980년대부터 미국에서 『구별 짓기』, 『호모 아카데미쿠스』, 『실천 감각』, 『언어와 상징권력』 등의 주요 저작들이 연이어 번역되었고, 그러면서 부르디외가 영어권에서 먼저 논문을 발표하는 일도 점점 잦아졌다(『성찰적 사회학으로의 초대』의 출판도 미국에서 먼저 이루어졌다). 이것은 부르디외가 프랑스의 (자족적인) 지적 풍토에 대해 가졌던 위화감의 표현인 동시에, 비판적 지식인으로서 시장 지배의 세계적 확장에 대응하고자 하는 의지와도 부합한다. 단적으로 이 책 곳곳에서 부르디외의 관심이 ‘호모 이코노미쿠스’라는 주제에 집중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그가 세계화의 이름으로 진행되는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공세에 일찌감치 예민하게 반응했음을 알려준다(실제로 이 책 출간 후부터 그는 “신자유주의의 침공에 맞서는 저항을 지원하기 위한 논고”라는 부제가 붙는 책 『맞불』과 『세계의 비참』 등을 출판하면서 신자유주의의 공세에 맞선 ‘참여’의 도상에 오르게 된다).
부르디외의 대담자인 로익 바캉 또한 또 한 명의 횡단적 지식인이다. 그는 미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지적 수련기를 보냈고, 경영학에서 사회학으로 옮겨 온 이력도 특이하다(부록 “부르디외를 기록하며”에 부르디외와의 만남을 통한 이 ‘개종’의 장면이 담겨 있다). 바캉은 부르디외 사유의 최대 이해자이자 최상의 대화 상대로서 부르디외 사회학의 요체를 선명히 드러내 보이고 그 지적 도구들의 유용성과 사용법을 독자들에게 전해 준다. 또한 (아직 국내 소개는 미비하지만) 현재 가장 생산적인 사회학자 중 한 명으로서 명성을 쌓아 나가고 있는 그가 어떤 방식으로 부르디외를 계승하고 또 확장시켜 나가고 있는지도 이 책을 통해 엿볼 수 있다.
과학으로서의 사회학
: 하비투스에서 성찰성까지
부르디외는 사회과학의 전형적인 이분법들(개인/구조, 미시/거시, 경험/합리 등)을 거부하고 변증법적 통합의 길을 제시하고자 했다. 그리고 부르디외의 이름에 따라붙는 하비투스, 장, 자본 등의 개념은 그러한 이분법들을 넘어서려는 의도를 함축적으로 보여 준다. 대표적으로 하비투스 개념은 개인-행위자와 구조-필연성이라는 이분법이 낳는 오류를 지양하는 개념으로서, 행위자가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구조적 필연성에 포획되는지, 또 행위 속에서 어떻게 구조를 유지하고 강화시키는지를 드러내 보인다. 개인과 구조 양자 중 어느 것인가를 실체로서 제시하기보다는 둘 사이의 ‘관계’야말로 사회학적 분석의 대상이 되어야 함을 주장한 것이다. 장 개념은 실체로서의 ‘사회’ 개념을 몰아내고 사회를 각각의 고유한 논리들을 지닌 장들의 집합으로 재정의한다(‘지배 계급’ 개념을 대체한 ‘권력 장’ 개념 등이 그의 관계 중심주의를 예증해 준다). 그리고 자본은 각 장 안에서 희소재들을 전유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되는데, 이에 따라 그의 자본 개념은 경제적 의미에 국한되지 않고 문화자본, 상징자본 등의 다원적 자본 형태를 식별할 수 있게 해준다.
이렇듯 하비투스 개념은 다시 장과 자본 등의 개념과 유기적으로 연계된다. 부르디외의 개념들은 서로 긴밀한 네트워크를 이루면서 그의 사회학적 기획의 궁극적 겨냥을 시사해 주는데, 그것은 바로 사회 세계를 지배하는 상징적 지배(상징권력에 의해 유지되는)의 실체를 폭로하고 거기에 균열을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경험 중심적 조사 연구와 추상화하는 이론 중 어느 것이 우위이냐를 따지는 따위는 부르디외에게 너무나도 소모적인 논쟁으로 보인다. 또 경제학, 언어학, 인류학, 역사학, 철학, 예술을 망라한 분과들을 포괄하는 부르디외의 사유는 사회과학과 인문학을 통합하는 ‘인간학’(혹은 인간 실천의 정치경제학)에 대한 지향을 품은 것이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분과 학문별로, 그리고 각 분과 학문 안에서도 세부 주제별로 단편적으로 수용되는 데 그치는 일이 흔하다. 바캉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책의 구성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는데, 먼저 서설인 1부에서 부르디외의 방대한 탐구들 간의 유기적 연관성을 압축적으로 그려 보이고, 2부에서는 정교한 질문들의 연쇄를 통해 수많은 연결고리들을 부각시키는 것이다.
부르디외가 사회과학의 주요 주제들을 광범위하게 다뤘다는 사실은, 그를 통해 사회과학 전반의 쟁점들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여기서 이 책의 제목이 “성찰적 사회학으로의 초대”인 이유를 생각해 보면 좋겠다. 이 책은 부르디외 사회학의 다양한 면모를 조망하고 그의 지적 기획을 명료화해 보여 주는 동시에, 거기에 그치지 않고, 부르디외라는 성찰적 지식인의 시선과 더불어 사회(학)의 주요 문제들을 바라보게 해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부르디외는 사회학이 진정한 인간 과학이어야 하며 또 그럴 수 있다고 믿었다. 이때의 사회학은 분과 학문으로서 고착된 현재의 모습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통합적 인간학을 지향했던 발생 초기의 사회학 기획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부르디외는 그 길이 결코 자연과학을 모방하는 실증주의적 방식에 있는 것이라 아니라 ‘성찰성’에 있다고 보았다. 사실 부르디외가 사회학에서 성찰성을 주창한 유일한 인물은 아니다. 대표적으로는 앤서니 기든스의 성찰성(재귀성) 개념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들 개념 간의 차이점들을 확인하는 일은 독자의 몫이 되어야 할 테지만, 부르디외의 성찰성은 사회학을 하는 당사자로서의 사회학자와 그의 분석 도구, 분석의 절차를 향하는 것이라는 점을 짚어두자. 이는 사회학의 인식론적 토대를 시험대 위에 올리는 것이고, 베일 뒤에 있는 지식인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객관화하는 주체의 객관화”)이다. 따라서 부르디외의 성찰성은 사회학의 연구 성과들을 사회 변혁을 꿈꾸는 이들에게 신뢰할 만한 도구로 만들고자 한 부르디외의 의지를 응축한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지식인이여, 분노하라!”
: 저항하는 지식인의 초상
부르디외는 엘리트 코스를 밟은 아웃사이더였다. 68 혁명 이전 프랑스에서 지방 공무원의 아들로 태어나 고등사범학교에 간 건 무척이나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러한 부르디외의 출신은 권위주의적 제도와 문화에 대한 반발(그리고 상처)을 낳았고, 그것이 그의 연구 관심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해석된다. 즉 그에게 사회학은 사회가 자신에게 준 상처들에 대한 저항이자 자기 치유의 수단이었던 것이다. 그는 당대를 대표하는 지식인이 된 뒤에도 피억압자들에 대한 연민과 유대감을 버린 적이 없고, 그들이 비판적 사회과학의 성과들을 공유함으로써 자명한 질서로서 군림하는 상징권력에 저항할 힘을 갖기를 원했다(471쪽 이하 참조).
따라서 그는 언제나 참여하는 지식인이었고 다만 시기별로 참여의 형식을 달리했다(419쪽 이하 참조). 학자로서 연구에 가장 몰두하던 시기에도 그는 시민 사회의 논쟁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연구에 임했다. 1990년대에 들어 부르디외는 보다 직접적인 참여로 나아가게 되는데, 이는 시장 독재의 위협성이 유례없이 고조되는 현실에 맞서, 세계적 명망을 얻은 지식인으로서의 자신의 입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저항에 더 큰 힘을 실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물론 그런 중에도 야심적인 연구는 계속되었고, 대표적으로 그 성과를 응축한 유작이 2012년 프랑스에서 처음 출간된 콜레주 드 프랑스 강의록 『국가에 대하여』이다. 이 강의가 행해진 시간은 『성찰적 사회학으로의 초대』가 준비된 시간과 포개어지고, 따라서 이 책에도 그 그림자가 곳곳에 드리워져 있다).
부르디외의 ‘성찰성’은 결코 지식인에 대한 사회학적 연구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동시에 이론과 실천의 단단한 결속을 요구하는 개념이었고, 아카데미에 안주하며 이론과 현실의 괴리에 눈감는 지식인들에 대한 질타를 동반하는 개념이었다. 생애 마지막 나날을 보내던 2002년 2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 기고한 글 「지식인이여, 분노하라!」에서도 그는 학문과 참여를 분리하는 지식인들을 향해 현실 참여는 선택 사항이 아니라고 강변하고 반세계화 논리 개발에 앞장서야 할 지식인들의 역할을 강조했다(한글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2009년 2월호에 번역 게재). 그리고 부르디외의 외침이 여전히 퇴색하지 않고 오히려 그 울림을 더해 가고 있음은, 이 책이 20년이 넘는 생명력을 갖고서 거듭 번역되고 또 (2014년 개정신판처럼) 다시 쓰이며 읽혀 왔다는 사실이 입증해 줄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76827869 | ||
---|---|---|---|
발행(출시)일자 | 2015년 05월 10일 | ||
쪽수 | 600쪽 | ||
크기 |
152 * 224
* 35
mm
/ 762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트랜스 소시올로지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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