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거 새로운 거번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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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거, 새로운 거번먼트 from greenbee on Vimeo.
작가정보
목차
- 머리말 … 4
현장리포트 01 점거, 새로운 거번먼트ㆍ17
현장리포트 02 꽃을 든 점거자ㆍ22
〈노트 1〉 월스트리트 점거운동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_운동을 준비한 이들ㆍ31
현장리포트 03 이것이 민주주의다ㆍ36
현장리포트 04 USA와 OSAㆍ42
현장리포트 05 이집트로부터 배우자ㆍ51
현장리포트 06 처음으로 적을 알게 되다ㆍ58
현장리포트 07 빈 중심 _제너럴 어셈블리ㆍ69
〈노트 2〉 단체들의 회의 _스포크스 카운슬ㆍ75
〈노트 3〉 점거 시위에 쓰인 핸드 제스처ㆍ79
현장리포트 08 미국의 가을 _행진 스케치ㆍ80
현장리포트 09 미래가 도래할 수 있을까 _채무자본주의 비판ㆍ93
〈노트 4〉 통계로 보는 미국 사회ㆍ104
현장리포트 10 운동은 수단인가ㆍ110
현장리포트 11 민주주의는 직접적인 것이다ㆍ115
현장리포트 12 시각 _어느 토론회의 요약(1)ㆍ123
현장리포트 13 일국 민주주의와 세계 민주주의ㆍ135
현장리포트 14 탐욕과 금욕 _욕망의 거번먼트ㆍ142
현장리포트 15 폭력 비판을 위하여ㆍ151
현장리포트 16 불가능한 것을 실행하기 _합의 만들기에 관하여ㆍ159
현장리포트 17 운동의 도덕성ㆍ163
현장리포트 18 “모든 곳을 점거하라 : 기업 권력에 맞서는 새로운 정치와 운동의 가능성” _어느 토론회의 요약(2)ㆍ173
현장리포트 19 점거와 철거 _운동의 물리적 장소를 둘러싼 싸움ㆍ192
현장리포트 20 불복종ㆍ200
현장리포트 21 지상의 운동 _사라진 것과 남은 것ㆍ210
현장리포트 22 지하의 운동 _가능한 깊게, 가능한 멀리ㆍ218
〈노트 5〉 아큐파이 오클랜드 _‘함께할 권리’에 대하여ㆍ233
〈부록 1〉 데이비드 그레이버 _ 월스트리트 점거운동의 아나키스트적 뿌리ㆍ252
〈부록 2〉 가야트리 스피박 _ 총파업ㆍ263
〈부록 3〉 주디스 버틀러 _ 불안정을 위하여, 그리고 불안정에 반대하며ㆍ267
출판사 책 소개글(보도자료)
책 속으로
세계 곳곳, 그야말로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뛰쳐나오고 있다. 누군가는 광장에 진을 치고 누군가는 건물을 장악하고 누군가는 첨탑에 올라간다. 무슨 혁명가의 대단한 정세 판단을 가져서도 아니고, 미래 사회에 대한 숭고한 비전을 가져서도 아니다. 오히려 앞길이 막막하고 가슴이 답답한데 대표라는 이들이 속수무책으로 있고, 아니 어떤 때는 위기를 핑계로 가난한 이들을 노골적으로 방치하고 비열하게 추방하는 걸 보면서 그냥 뛰쳐나오는 것이다. 법과 제도를 들먹이는 것은 이제 한가한 소리가 되었다. 이미 삶의 위기가 그것을 초과해 버렸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법이 안 되고, 제도가 안 되고, 논리가 안 된다고 말하면 사람들은 이제 그것들을 바꾸라고 말한다. (19쪽)
‘이번 점거를 주도하는 사람이 누구냐’는 물음도 마찬가지다. 누가 무엇을 얻기 위해 이번 일을 벌였는가. 이 물음은 그 자체로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점거라는 사건을 행위자와 그 의도에 종속시키는 효과를 낸다. 만약 이런 물음이 성공적으로 작동하면 시위를 진압하거나 통제하려는 쪽에서는 일이 무척 쉬워진다. 주동자와 협상하거나 그를 제거하면 되는 것이다. 전체의 단일한 ‘목표’를 설정케 함으로써 과정을 하나의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것, 거기에는 우리가 성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아주 중요한 문제가 들어 있다. 운동은 과연 수단인가. (110~111쪽)
온갖 사람들이 대안적 삶의 형식, 대안적 삶의 유형을 여기서 실험한다. 주방에 결합한 생태주의자는 음식물 쓰레기를 쓰레기가 아닌 비료로 바꾸는 실험을 선보인다. 주방의 설거지 물이 곧바로 주방 옆에 만든 텃밭으로 흘러가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런 식으로 누군가는 생태 시스템을 시험하고 누군가는 도서관을 만들고 누군가는 신문을 제작한다. 음식과 노래와 춤, 책과 신문, 트위터와 페이스북. 하나의 마을, 마치 원형적 공동체, 태고의 공동체로 돌아가 새로운 미래의 공동체를 창안하는 사람들처럼, 이들은 대안을 만들고 있다. (121쪽)
스페인의 ‘분노한 사람들’(Indignados)이 1,700킬로미터라는 먼 길을 걸어 벨기에의 브뤼셀까지 갔을 때, 많은 다른 국적을 가진 이들이 그 대열에 합류했다. 왜냐하면 그것은 바로 자신들의 문제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G20과 같은 글로벌 거버넌스가 만들어지는 것과 동시에 그에 대한 저항도 세계성, 지구성을 띠기 시작한 것이다. 세계 금융의 위기가 지금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로 번지는 것과 보조를 맞추어 그쪽에서 대중들의 저항도 거세지고 있다. 그런데 유럽 금융의 위기는 실시간으로 미국 금융의 위기로 연결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월스트리트 점거’의 진행과도 맞물려 있다. 사람들이 ‘여행’이나 ‘비즈니스’가 아닌 ‘투쟁’ 과정에서 ‘세계’를 감각하고 있다. (138~139쪽)
시민들이 손을 잡고 경찰 앞에서 보란 듯이 발걸음을 도로에 내딛을 때, 그것은 사실상 엄청난 메시지를 정부에 보내는 것이다. 즉각적으로는 이번 리버티 스퀘어에 대해 경찰이 자행한 공격의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겠다(다시 말해 그것을 공무집행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메시지이며, 장기적으로는 정부가 ‘99%’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1%’를 위한 정책을 계속해 나갈 경우 정부의 공적 성격, 다시 말해 그것이 자신들의 정부임을 부인하겠다는 메시지이다. (207쪽)
출판사 서평
2011년 가을, 월스트리트로부터 시작되어 세계 곳곳으로 퍼진 ‘점거’(occupy) 운동. 그것은 ‘더 이상 이 체제를 참을 수가 없다’는 절박함의 분출구이자, 탐욕스러운 금융자본주의에 전면적 투쟁을 선포하는 하나의 신호탄이었다. 이 책은 월스트리트 현지에서 고병권이 전해 온 현장리포트로서, 이번 점거에서 꽃핀 새로운 삶의 양식과 지배의 형식(거버넌스)들을 고찰함으로써 우리에게 다시금 ‘민주주의’를 생각하게 한다. 대의제라는 민주주의의 통념에 근본적이고도 도발적인 질문을 제기했던 그의 전작 『민주주의란 무엇인가』(그린비, 2011)의 실전편!
끝나지 않은 점거, 끝없이 갱신되는 민주주의!
월스트리트 점거운동 현장에서 전하는 고병권의 르포르타주!!
2011년 가을, 월스트리트로부터 시작되어 세계 곳곳으로 퍼진 ‘점거’(occupy) 운동. 그것은 ‘더 이상 이 체제를 참을 수가 없다’는 절박함의 분출구이자, 탐욕스러운 금융자본주의에 전면적 투쟁을 선포하는 하나의 신호탄이었다. 그리고 이 운동의 현장인 월스트리트에 수유너머의 고병권이 있었다. 9월 17일부터 11월 15일까지 약 두 달간 이어진 점거에 직접 참여하고 그것을 관찰한 그에게 있어 이번 점거는 단발적이고 국지적인 시위 혹은 단순한 반체제 운동이 아니라 새로운 지배 형식(거버넌스)을 함께 고민하고 실험하고 만들어 가는 실천의 과정이자, 그가 쓴 『민주주의란 무엇인가』(그린비, 2011)의 실전편이었다.
이 책은 고병권이 월스트리트 점거가 시작된 직후부터 웹 공간(웹진 『위클리 수유너머』와 그린비출판사 블로그)에 연재했던 글들을 다듬고 꼭지들을 추가하여 묶은 것이다. 『민주주의란 무엇인가』를 통해 대의제라는 민주주의의 통념에 근본적이고도 도발적인 질문을 제기했던 고병권은 세계 금융자본의 심장부 점거라는 초유의 사건에 참여함으로써 민주주의라는 자신의 화두를 더욱 단단히 벼려 낼 수 있었다. 이 책은 월스트리트 점거운동을 ‘한때의 소란’으로 박제화하려는 모든 시도들에 맞서는 기록이자, 운동의 과정에서 꽃핀 새로운 삶의 양식과 새로운 민주주의에 주목할 것을 요청하는 선언이다. 저자가 ‘occupy'의 번역어로 (이미 번역 출간된 다른 관련 도서들처럼) ‘점령’이 아닌 ‘점거’를 택한 것 역시 점거장을 ‘탈취하여 지배해야 할 공간’으로서가 아니라 ‘함께 머무름으로써 삶의 공동성이 복원되는 공간’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뉴욕 경찰이 리버티 스퀘어를 급습하여 점거장을 철거함으로써 운동의 물리적 공간은 사라졌고, 제도의 형태로 가시화된 어떠한 성과도 남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 운동은 실패한 것인가? 결코 아니다. 이제 ‘occupy’라는 영어 단어를 이번 시위를 떠올리지 않고 말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듯이, 이 운동의 흔적은 주체들의 삶과 기억에 강력히 각인되어 작동하고 있다. 내가 겪고 있는 고통이 나만의 것이 아닌 ‘우리의’ 것이라는 사실을, 지금의 체제가 이런 우리를 대의(代議)해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스스로가 가꾸어 낸 공동체가 얼마나 활기 찰 수 있는지를 온몸으로 느낀 사람들이 있다. 세계 곳곳의 도시들에서, 그리고 이 운동에 참여하고 이를 지켜본 사람들의 벅찬 가슴 속에서, 점거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모든 곳을 점거하라, 아무것도 요구하지 말라!
점거, 그것은 사회의 어느 곳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찾을 수 없는 약한 자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가장 근본적인 저항이다. 그것은 존재의 비가시화를 강요받고 쫓겨난 자들이 자신의 육체를 통해 “자기 목소리를 강제로 들리게 하는 방법”(『민주주의란 무엇인가』, 101쪽)인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점거의 가까운 예를 너무도 잘 알고 있다. 309일간 이어진 김진숙 씨의 크레인 점거 농성은 점거가 (비록 그것이 단 한 사람의 점거일지라도!) 얼마나 큰 울림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를 생생히 보여 주었다.
나아가 점거라는 행위는 ‘새로운 거번먼트’를 만들어 낸다. 이 점에서 이번 월스트리트 점거는 하나의 이정표였고, 저자가 가장 주목한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서로를 지배하거나 통치하지(govern) 않았다. 지도부도 없고 단일한 요구도 없는 그 공간에서 끊임없는 대화를 주고받고 서로의 목소리와 몸짓에 집중하면서 질서를 만들고 삶을 가꾸어 갔다. 토론을 하고, 음식을 나누어 먹고, 청소를 하고,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명상을 했다. 진정한 의미의 자기 통치(self-governing)라고 할 수 있을까. 지배자들의 전유물인 ‘거번먼트’는 이렇게 구체적 개인들의 삶 속에서 부활했다. 그런 의미에서 점거는 과거의 바리케이드나 전통적인 농성과는 다르다. “그것은 오히려 문을 열고 모두에게 들어오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야기하자고 말한다. 사람들은 권력자들에게 말하기에 앞서 서로에 대해 말하고 또 듣고 싶어 한다”(19쪽). 김진숙 씨의 점거 역시 물리적으로는 고립되어 있었지만,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모두와 접속되어 있었다. 그 열린 공간 속에 모두의 이야기가 흘러들어 갔고 또 넘쳐났으며, 이를 통해 35미터 높이 크레인의 지평은 사방으로 확장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월스트리트 점거운동에 있어 정부에 무언가를 요구해서 얻어 내는 문제는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보수 언론의 공격처럼 점거자들이 통일된 요구도 만들어 내지 못하는 무능한 오합지졸이라서가 아니라 이들이 이 체제 ‘자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노동, 인종, 교육, 정보, 생태, 주택, 의료, 도시 등등 서로 환원되지 않고 대체할 수도 없는 여러 요구들이 함께 엮이면서 점거자들의 요구가 얼마나 크고 급진적인지 드러나기 시작했다. 대안은 개별 정책이나 제도가 아니라 다른 삶, 다른 체제라는 것 말이다”(8쪽). 모든 것을 요구해야 했기에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운동, 그렇기에 운동 그 자체의 증식만을 목표로 하는 운동. 그럼으로써 월스트리트 점거운동은 리버티 스퀘어라는 물리적 공간에 갇히지 않고 뻗어 나갈 수 있었다. 점거자들은 말한다. “모든 곳을 점거하라, 아무것도 요구하지 말라!”라고.
민주주의는 직접적인 것이다!
리버티 스퀘어 한 켠에 자리한 피켓 제작 구역(14~15쪽 지도 참조)에서는 그야말로 수많은 각자의 다양한 불만과 요구가 분출해 나왔다. 감당할 수 없는 대학 등록금에 대한 비판, 무너져 가는 공교육에 대한 우려, 형편없는 의료보험에 대한 분노, 사회안전망에 대한 촉구, 원자력 발전에 대한 경고 등……. 이것들은 우리 삶의 기본적 조건들을 뿌리부터 뒤흔들면서도 결국 1%의 이익만을 위해 복무하는 모든 현실들의 몽타주와도 같았다. 그리고 이는 곧 우리가 정당한 절차를 거쳐 구성했다고 믿는 소위 ‘민주주의’ 정부가 우리 99%의 이익을 완전히 배반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한 퇴역 군인이 든 피켓은 이 사실을 정확히 지적한다. “나는 기업지배체제(corporatocracy)가 아니라 민주주의(democracy)를 원한다.”
이처럼 월스트리트 점거운동은 지금의 지배적 체제가 얼마나 민주주의로부터 먼 곳에 위치한 것인지를 폭로했다. 하지만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은 그 운동의 과정에서 새로운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실험했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듯 점거운동에는 어떠한 중심적인 조직도 없었다. 이 운동은 점거자 전체 회합인 ‘제너럴 어셈블리’(General Assembly, 69~74쪽 참조)와 단체들의 회의인 ‘스포크스 카운슬’(Spokes Council, 75~78쪽 참조) 등의 협의체를 통해, 그리고 청소위원회, 식품위원회, 세탁 기부그룹 등 수많은 자발적 조직들의 활동을 통해 이끌어져 왔다. 발언은 육성으로 전달되면서 증폭되었고 의견은 미리 정해진 손동작(79쪽 참조)을 통해 조율되었다.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는 소수자 그룹의 비토권도 확실히 보장되었다. 누구도 대표가 아니었고, 그렇기에 모두가 자기 삶의 대표였다.
리버티 스퀘어의 한쪽에는 “민주주의는 직접적인 것이다”(Democracy is Direct)라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었다(118쪽 사진). 이는 소위 ‘직접민주주의’를 환기시키는 문구가 아니다. 그것은 정당 체제와 투표만이 민주주의의 전부인 양 생각해 왔던 우리의 관성을 흔들어 깨우는 외침이며, 지금까지 우리를 지배해 온 ‘대의’라는 통치 형식(거번먼트)의 바탕을 되묻는 폭로이다. 이번 점거는 누구도 내 삶을 온전히 대의할 수 없다는 것, 그렇기에 자기 삶을 스스로 꾸려 가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민주주의라는 것을 선언하는 자리에 다름 아니었다. 점거란 곧 새로운 거번먼트이고, 그러므로 새로운 민주주의의 다른 이름인 것이다! 우리가 처한 곳곳에서, 다시 도래할 민주주의를 ‘직접’ 사유하고 행동하자는 것, 그것이 이번 점거운동이 우리에게 전하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일 것이다. 이제 우리 역시 세계 시민들의 곁에 나란히 서야 할 때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76827593 | ||
---|---|---|---|
발행(출시)일자 | 2012년 04월 25일 | ||
쪽수 | 272쪽 | ||
크기 |
153 * 224
* 20
mm
/ 498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트랜스 소시올로지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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