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큰글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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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낳은 세기의 대문호 루쉰을 만난다. 루쉰이 편집에 참여한 문집들과 루쉰 사후에 편집되거나 발견된 다양한 글들 중에 정수를 모은 문고본 '루쉰문고' 1권. 1907년에서 1925년 사이의 잡문 23편이 수록된 <무덤>은 루쉰이 청년 시절 품고 있던 고민과 낡은 것들과 결별하고자 하는 의지를 느낄 수 있는 글들로 채워져 있다.
특히 이 문집은 강렬한 은유와 풍자성을 띠고 있는 여타의 잡문들과 달리 호흡이 길면서도 논문과도 같은 논리와 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초기 루쉰이 받아들인 서구의 모습과 이를 중국인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열정, 그리고 중국 문화에 대한 견해와 비판의식을 느낄 수 있고, 풍자와 유머, 강렬한 비판과 주장이 녹아 있는 루쉰 특유의 잡문 문체가 형성되는 과정을 알 수 있다.
작가정보
본명은 저우수런(周樹人). 일찍이 서양의 신학문을 공부한 그는 1902년 국비유학생 자격으로 일본으로 건너가 센다이 의학전문학교(仙臺醫學專門學校)에서 의학을 공부했으나, 의학으로는 망해 가는 중국을 구할 수 없음을 깨닫고 문학으로 중국의 국민성을 개조하겠다는 뜻을 세우고 의대를 중퇴, 도쿄로 가 잡지 창간, 외국소설 번역 등의 일을 하다가 1909년 귀국했다. 1918년 「광인일기」를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한 그는「아Q정전」, 「고향」 등의 소설과 산문시집 『들풀』, 산문집 『아침 꽃 저녁에 줍다』, 그리고 시평을 비롯한 숱한 잡문(雜文)을 발표했다. 또한 러시아의 예로센코, 네덜란드의 반 에덴 등 수많은 외국 작가들의 작품을 번역하고, 웨이밍사(未名社), 위쓰사(語絲社) 등의 문학단체를 조직, 문학운동과 문학청년 지도에도 앞장섰다. 1926년 3·18참사 이후 반정부 지식인에게 내린 국민당의 수배령을 피해 도피생활을 시작한 그는 샤먼(廈門), 광저우(廣州)를 거쳐 1927년 상하이에 정착했다. 이곳에서 잡문을 통한 논쟁과 강연 활동, 중국좌익작가연맹 참여와 판화운동 전개 등 왕성한 활동을 펼쳤으며, 5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중국의 현실과 필사적인 싸움을 벌였다.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중국의 근대적 문학의식의 형성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중어중문학과에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는 『천상에서 심연을 보다?루쉰의 문학과 정신』(2005), 『현대중국, 단절과 연속』(2005), 『중국의 근대적 문학의식 탄생』(2007), 『중국현대문학사』(2009) 등이 있다.
목차
- 제기
인간의 역사
과학사교편(科學史敎篇)
문화편향론
마라시력설(摩羅詩力說)
나의 절열관(節烈觀)
지금 우리는 아버지 노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송대 민간의 이른바 소설 및 그 이후
노라는 떠난 후 어떻게 되었는가?
천재가 없다고 하기 전에
뇌봉탑이 무너진 데 대하여
수염 이야기
사진 찍기 따위에 대하여
다시 뇌봉탑이 무너진 데 대하여
거울을 보고 느낀 생각
춘말한담(春末閑談)
등하만필(燈下漫筆)
잡다한 추억
‘타마더’에 대하여
눈을 크게 뜨고 볼 것에 대하여
수염에서 이까지의 이야기
견벽청야주의
과부주의
‘페어플레이’는 아직 이르다
『무덤』 뒤에 쓰다
해제_『무덤』에 대하여(홍석표)
출판사 서평
중국이 낳은 세기의 대문호 루쉰을 만난다!
―낡은 것들과 결별한 청년 루쉰의 고뇌와 열정!
1907년에서 1925년 사이의 잡문 23편이 수록된 『무덤』은 루쉰이 청년 시절 품고 있던 고민과 낡은 것들과 결별하고자 하는 의지를 느낄 수 있는 글들로 채워져 있다. 특히 이 문집은 강렬한 은유와 풍자성을 띠고 있는 여타의 잡문들과 달리 호흡이 길면서도 논문과도 같은 논리와 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초기 루쉰이 받아들인 서구의 모습과 이를 중국인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열정, 그리고 중국 문화에 대한 견해와 비판의식을 느낄 수 있고, 풍자와 유머, 강렬한 비판과 주장이 녹아 있는 루쉰 특유의 잡문 문체가 형성되는 과정을 알 수 있다.
“어느 날 나는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중국 본토의 동포들을 화면 속에서 만나게 되었다. 무리 가운데에는 묶여 있는 동포가 있었고 많은 동포들이 그를 에워싸고 있었다. 그들 모두는 건장한 체격이었지만 무감각한 표정으로 구경만 하고 있었다. 설명에 따르면, 묶여 있는 동포가 러시아를 위해 스파이 노릇을 했으므로, 다른 사람들에게 본보기가 되도록 참수시키려 한다는 것이었다. 이 화면을 보고 나서 나는 의학이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학기가 끝나기 전에 도쿄를 떠났다. 아무리 육체적으로 건장하고 강할지라도 무지하고 약한 나라의 사람들은 오직 바보 같은 구경꾼밖에 될 수 없다. 병으로 죽어가는 것보다 그런 상황은 더 안타까웠다. 그러므로 가장 우선해야 할 과업은 동포들의 정신을 개조하는 일이었다. 그 목적을 달성하는 데 가장 적절한 수단은 문학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문학운동을 촉진시키기로 결심한 것이다.”
일명 ‘환등기 사건’이라 불리는 위 사건을 계기로 루쉰은 도쿄로 건너가 잡지 출간과 문학운동에 투신하기 시작한다. 먼저, 서양의 과학사와 정신사를 진화론적 관점에서 정리하고(「인간의 역사」와 「과학사교편」), 바이런, 셸리, 페퇴피, 레르몬토프 등 19세기 낭만주의 문학의 역사를 정신계의 전사(戰士)라는 특이한 관점에서 읽어 내는(「마라시력설」) 등 서구 문화에 대한 기본 학습과정과 이를 자신만의 관점으로 소화한다. 그러나 루쉰은 중국이 서구의 물질적 부와 문명 같은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에 경도되는 것을 경계하며 그 근저에 놓인 인간에 주목할 것을 요구한다. 그래서 “열강과 각축을 벌이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을 확립하는 일(立人)이다. 사람이 확립된 이후에는 어떤 일이라도 할 수 있다. 사람을 확립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반드시 개성을 존중하고 정신을 발양해야 한다”(「문화편향론」)라고 주장한다. 1907년에 쓴 이 네 편의 글은 문학으로 중국인을 깨우고자 하는 루쉰정신의 기본 토대라 할 수 있다.
이후 전통적 효제관과 절열관에 반기를 든다. 남편이 죽으면 수절하거나 죽어야 하고, 폭행을 당하면 죽어야 한다는 관념의 지배(「나의 절열관」), 어린 자를 어른의 소유로 보고 자녀의 의무만이 강조되는 관념의 지배(「지금 우리는 아버지 노릇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 벗어나, 자녀와 여성의 해방을 외친다. “그들을 넓고 밝은 곳으로 놓아주면서 그후 그들이 행복하게 살아가고 도리에 맞게 사람 노릇을 하도록 해야 한다.” 루쉰은 베이징여자고등사범학교의 강연인 「노라는 떠난 후 어떻게 되었는가?」, 「과부주의」 등 여성 해방과 관련한 글을 계속해서 발표한다.
한편, 「뇌봉탑이 무너진 데 대하여」, 「수염 이야기」, 「사진 찍기 따위에 대하여」, 「거울을 보고 느낀 생각」 등 세태에 대한 잡감을 늘어놓은 글들도 있다. 유머와 풍자가 녹아 있기도 하고, 미신, 변발, 전족 등 낡은 관습에 매어 있고 새로운 것에 두려움을 느끼면서 도무지 변할 줄 모르는 중국인의 행태를 비판하기도 한다. 이 글들 역시 잡감이라고 말은 하지만 낡은 것과 이를 고수하려는 권위에 대항하는 예리한 비수를 품고 있다. 가령 다음의 「등하만필」 같은 강력한 주장이 함축되어 있는 것이다.
“이 문명은 외국 사람을 도취시켰을 뿐만 아니라 벌써 중국의 모든 사람들을 다 도취시켜 놓았고 게다가 웃음을 짓는 데까지 이르게 했다. 왜냐하면 고대부터 전해져 와서 지금까지도 여전히 존재하는 여러 가지 차별이 사람들을 각각 분리시켜 놓았고, 드디어 다른 사람의 고통을 더 이상 느낄 수 없게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또한 각자 스스로 다른 사람을 노예로 부리고 다른 사람을 먹을 수 있는 희망을 가지고 있어 자기도 마찬가지로 노예로 부려지고 먹힐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크고 작은 무수한 인육의 연회가 문명이 생긴 이래 지금까지 줄곧 베풀어져 왔고, 사람들은 이 연회장에서 남을 먹고 자신도 먹혔으며, 여인과 어린아이는 더 말할 필요도 없고 비참한 약자들의 외침을 살인자들의 어리석고 무자비한 환호로써 뒤덮어 버렸다. 이러한 인육의 연회는 지금도 베풀어지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계속 베풀어 나가려 하고 있다. 이 식인자들을 소탕하고 이 연회석을 뒤집어 버리고 이 주방을 파괴하는 것이 바로 오늘날 청년들의 사명이다!”
특히 루쉰은 당시 군벌정부에 빌붙어 곡학아세하는 현대평론파들을 ‘정인군자’(正人君子)라고 비꼬면서 ‘그들이 아름답다고 여기는 세계도 그리 원만하지만은 않음’을 알려 주려 했다. 그리고 토신사(토박이 세력가)와 양신사(서양물 먹은 세력가) 등을 ‘물에 빠진 개’에 비유하며 물에서 올라오지 못하도록 계속 때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여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페어플레이’는 아직 이르다」). ‘부드러운 칼을 들고 있는’ 적들에 맞서고, 낡은 정신과의 결별을 통해 새로운 정신을 불러일으키는 것. 루쉰이 20년간 묵혀 둔 자신의 원고를 꺼내 『무덤』으로 다시 엮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76824967 | ||
---|---|---|---|
발행(출시)일자 | 2019년 05월 15일 | ||
쪽수 | 448쪽 | ||
크기 |
196 * 277
mm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루쉬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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