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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제공
작가정보
이케다 기요히코(池田?彦)
1947년 도쿄도 출생. 도쿄교육대학(東京敎育大學) 이학부를 졸업하고 도쿄도립대학(東京道立大學)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야마나시대학(山梨大學) 교육학부 교수를 거쳐 현재는 와세다대학(早稻田大學) 국제교양학부 교수이다. 구조주의생물학을 주장하면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구조주의과학론의 모험』, 『구조주의와 과학론』, 『분류라는 사상』 등이 있다.
목차
- 옮긴이 서문 |진화론의 진화를 위하여
프롤로그 |다윈주의의 한계
1. 진화론의 기본 도식
2. 신다윈주의에 대한 세 가지 반증
1장 |'진화론'의 역사-다윈주의 이전
1.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2. '진화론' 전야-중세 및 근세 유럽의 생물관
3. 라마르크의 『동물철학』
2장 |다윈주의란 뭔가
1. 『종의 기원』을 읽는다
2. '생물'과 '진화'의 동어반복
3. 멘델의 재발견
3장 |신다윈주의의 발전
1. 종합학설의 제창자들
2. 분자생물학의 발전
3. 유전자란 뭔가
4장 |구조주의적 접근법
1. 이름과 시간
2. 공시성과 구속성
3. 형식과 인식
5장 |구조주의진화론
1. 진화법칙
2. 구조의 성질
3. 정보와 해석계
에필로그 |과학의 도전
감사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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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굴드는 진화론을 혁신함으로써 다윈의 근본정신을 소생시키려 했고, 도킨스는 그런 시도를 비판하면서 다윈 자체를 수호하려고 했다. 역자 또한 이들과 더불어 다윈이 매우 위험한 사상을 전개했으며 그 불온성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부글부글 끓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뜨거움이 잘 느껴지지 않는 것은 불온성을 억압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윈의 사상에서 무엇이 그토록 문제적이며 또 신다윈주의에서는 어떤 점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일까? (...) 나는 다윈의 사상이 인간중심주의와 목적론을 근저에서 비판하였으며, 현대 과학도 이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주목할 때 그의 사상은 ‘지금-여기’에서 더욱 불온한 사상이 될 수 있으며, 바로 그때 우리는 ‘인간’이 사라지는 세계 속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 책이 다윈의 불온성을 더 한층 부추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7~9쪽)
“생물은 물리화학계보다 복잡한 계여서 물리화학계로부터 일률적으로 연역되지 않는 어떤 기호론적인 관계성을 상정하지 않으면 아무래도 알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게 아닐까. 그러한 관계성을 생각하지 않고 DNA만을 열심히 연구해 가지고는 DNA와 형태, DNA와 행동의 대응밖에는 알 수 없고 진정으로 생물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전혀 진척이 안 되는 게 아닐까. 바로 이런 문제의식 때문에 우리는 소쉬르류의 구조주의생물학으로 생물에 접근하려 하는 것이다.” (146쪽)
“과학이 발전하과 취급하는 현상이 복잡해지자 실체론으로는 잘 설명되지 않는 일이 잦아졌다. 예를 들면 생명 현상은 실체론으로는 설명이 잘 안 된다. 생물은 실체론으로 설명 가능한 동일성으로 환원하기에는 너무나도 시간성을 많이 품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 생물 진화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거기서 더 나아가 관계론적 방향으로 연구틀을 전이시킬 필요가 있다. 이 얘기는 비단 생물의 진화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어떤 식으로든 복잡한 현상들은 실체론으로는 더 이상 설명 불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이제 과학은 실체론에서 관계론으로 흐름이 바뀌고 있다고 해도 좋다. 대략적으로 말하자면 구조주의진화론(구조주의생물학)도 이 흐름 속에 위치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96쪽)
출판사 서평
‘신다윈주의’의 유전자 환원론에 대한 구조주의진화론의 비판!!
- 현대진화론의 최전선에 대한 본격 입문서!
『굿바이 다윈?』은 ‘신다윈주의’(neo-Darwinism)로 대표되는 현대 주류 진화론에 문제를 제기하고, ‘구조주의진화론’이라는 독특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진화론을 보여 주는 책이다. 이 책의 주된 비판 대상인 신다윈주의는 1930년대에 유전학의 성과와 진화론이 결합하면서 탄생한 이래, 오늘날까지 꾸준히 진화론의 주류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특히 리처드 도킨스(C. Dawkins)로 대표되는 신다윈주의의 ‘유전자 중심주의’는 오늘날 ‘상식’으로 자리잡아 강력한 사회적 파급력을 자랑하고 있다(‘황우석 사태’를 필두로 하는 국내의 여러 생명공학 관련 논쟁들은 유전자에 대한 완벽한 지식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다는 이런 ‘통념’에 기반하고 있다).
신다윈주의의 ‘단선적 진화관’과 ‘유전자 중심주의’에 대한 비판은 스티븐 제이 굴드(S. J. Gould)나 린 마굴리스(L. Margulis) 등 여러 학자들로부터 제기되어 왔지만, 이들은 대부분 ‘신다윈주의’에서 ‘진정한 다윈’으로 돌아가자는 논지를 펼쳤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인 이케다 기요히코(池田淸彦)는 신다윈주의뿐 아니라 다윈의 ‘자연선택’이라는 대전제에 대해서도 반증례를 제시하면서, 다윈을 근본적으로 다시 살필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이케다 기요히코는 강력한 사례들과 이론적 근거로 무장하고 구조주의진화론을 진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기한다.
구조주의진화론은 이케다 기요히코가 처음 주창한 개념으로, 소쉬르(F. Saussure)의 언어구조학을 진화론에 도입한 독특한 이론이다. 다윈의 ‘자연선택설’에 반하는 다양한 사례들을, 구조주의로부터 도입한 ‘구조’와 ‘관계성’ 개념을 중심으로 설명해 내면서 ‘구조주의진화론’을 확립한 저자는 현재까지 저술과 강연 등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구조주의진화론의 확산을 위해 애쓰고 있다. 특히 이 책은 비전문가 대상의 강의를 책으로 엮은 것으로, 쉽고 명쾌하게 서술되어 있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어 저자의 구조주의 진화론에 대한 좋은 입문서가 될 것이다. 또한 중세부터 신다윈주의에 이르는 ‘진화론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서술하고 있어 ‘진화론’에 특별한 배경지식이 없는 독자들도 이 책을 통해 쉽게 ‘현대 진화론의 최전선’을 접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의 큰 장점이다.
구조주의와 진화론의 만남
이케다 기요히코는 DNA를 ‘실체’로 상정하고, 생물의 본질을 DNA로 환원함으로써 신다윈주의가 ‘매끄러운 이론’이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마치 화학자가 물을 ‘H2O'라고 규정하고 모든 ’H2O'를 보편불변의 ‘실체’로 상정함으로써 이론을 간명하게 하는 것처럼, 신다윈주의도 ‘고양이’라는 생물을 ‘고양이의 DNA’라는 실체로 환원한다는 것이다. 이는 애초의 다윈주의가 ‘종’(種)을 언제든지 ‘진화’할 수 있는, 이름뿐인 것으로 상정한 것과는 차이를 보이는데, 바로 이렇게 ‘유전자’라는 실체를 배치함으로써 ‘다윈주의’가 ‘신다윈주의’라는 ‘과학’이 될 수 있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하지만 신다윈주의의 이러한 전제는 생물을 살피는 데에는 적합하지가 않다. 생물은 간단히 ‘유전자’로 환원되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가 보기에 생물은 ‘시간’과 ‘관계’ 속에서 ‘동일성’을 유지한다. 생물의 동일성은 미리 결정되어 있거나, 마지막 순간에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 속에서 산출된다. 또한 생물의 차이성과 동일성은 세계와의 커뮤니케이션 속에서 구축되는 것이다. 이런 생각 하에서 저자는 레비스트로스와 소쉬르에 의해 정립된 구조주의를 진화론에 접목시켜, 구조주의진화론을 정립한다. 특히 저자가 참조하는 것은 소쉬르의 구조언어학이다. 저자는 소쉬르의 논의에서 ‘자의성’과 ‘공시성’이라는 개념을 끌고 와 ‘발생’과 ‘진화’에 대해 독특한 설명을 내놓는다.
소쉬르의 음운론에서 ‘개’(犬)라는 단어가 실제의 개를 가리키는 것이 순전히 자의적으로 결정되는 것처럼, 현재의 생물 형태를 가능하게 하는 질서도 순전히 자의적으로 결정되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200개의 아미노산 중 20종의 아미노산만이 생물 세계의 구축에 사용된 것은 특별한 물리화학적 이유 때문이 아니라, 처음에 ‘자의적으로’ 그렇게 구성되었기 때문이며, AMP(RNA와 각종 효소를 이루는 성분)라는 고분자 물질이 생물마다 다른 효과를 갖는 것(AMP는 인체에서는 호르몬 분비를 위한 중개물질, 특정 점균류에게는 개체들을 모이게 하는 신호, 대장균에게는 먹이가 없다는 신호로 작용한다) 역시, AMP의 화학적?물리적 특성이라기보다는, 그 물질을 ‘기호’로 받아들이는 질서의 차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자의적으로 결정된 질서는, 결정된 이후에는 일정한 구속성을 지니게 된다. 마치 자의적으로 결정된 언어가 ‘언어공동체’의 구성원들을 규정하듯이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질서는 자의적일 뿐만 아니라, 공시적이기도 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단숨에 생겨나는 것을 ‘공시성’이라고 하는데, 저자는 ‘언어가 단숨에 생겨났다’는 소쉬르의 생각을 차용하여, 생명의 질서 또한 단숨에 생겨났다고 이야기한다.
구조주의진화론에서의 진화
이런 구조주의적 사유를 접목하여 저자는 진화의 메커니즘을 설명한다. 최초의 생물은 원시 지구에서 많은 분자들이 우연히 어떤 배치를 취한 것을 계기로 단숨에 생겨난 것이며, 처음에는 그 배치를 일정하게 유지?구속하는 ‘정보계’를 갖지 못한 부정형의 구조였을 것이다. 그것이 DNA나 RNA 같은 정보계를 가지게 되면서 형태가 안정되고, 동시에 그 DNA나 RNA를 자손에게 전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구조주의 진화론은, 생물을 ‘정보계’와 ‘해석계’로 구분한다. 생물을 유전정보를 담고 있는 정보계인 DNA?RNA와 그것을 해석하는 ‘해석계’로 나누는 것으로, 이때 진화는 ‘정보계’의 진화와 ‘해석계’의 진화로 구분할 수 있게 된다. 진화에 대한 이런 구조주의적 해석 속에서, 진화는 곧 DNA의 변화만을 가리킨다는 신다윈주의의 주장은 넌센스가 된다. DNA라는 ‘정보계’가 변화했을 때 그것을 해석하는 ‘해석계’의 변화가 없다면, 진화는 불가능할 것이다. 저자는 이를 몇 가지 사례를 통해서 분명히 하고 있으며, 이런 설명을 통해서 신다윈주의의 유전자 중심주의를 반박하는 동시에, 구조주의진화론의 타당성을 증명하고 있다.
▶ 사례 1: 호메오박스 유전자의 사례
1984년 초파리에서 발견된 호메오박스 유전자는, 초기 발생과정에서 신체의 형태를 구성하도록 다른 유전자들을 제어하는 기능을 하는데, 이와 동일한 구조의 DNA가 사람을 포함한 포유동물에도 존재하고 비슷한 기능을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동일한 ‘정보계’(DNA)가 어떤 ‘해석계’에서 발현되는지에 따라 다른 형태의 생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역으로, 유전자가 아닌 다른 정보가 ‘해석계’에 의해 동일한 정보로 받아들여진다면, 유전자의 역할을 대신할 수도 있다는 실험도 제시되고 있다. 초파리의 배(胚)에 에테르를 가하면, DNA에 의해 그렇게 된 것처럼 체절이 나뉘게 된다는 것으로, 이 실험 역시 유전자가 ‘실체’가 아니라 해석계에 의해 해석되는 ‘정보’라는 사실을 잘 보여 준다.
▶ 사례 2: Pax6유전자의 사례
호메오박스 유전자와 비슷하게, 눈을 만드는 유전자인 Pax6유전자도 포유류와 초파리 모두에게서 발견되는데, 인간과 초파리의 Pax6유전자는 단지 4퍼센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거의 동일한 유전자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동일한 유전자가 초파리에서는 초파리의 ‘겹눈’을 사람에서는 수정체와 망막으로 이뤄진 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 유전자와 관련해서 흥미로운 실험을 소개하고 있다. 만약 눈을 만드는 유전자가 같다면, 쥐의 눈을 만드는 유전자를 초파리에 이식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실험하는 것이었는데, 초파리의 다리에 이식된 쥐의 Pax6유전자는 쥐의 눈이 아니라 초파리의 ‘겹눈’으로 발현되었다고 한다. 이 역시, ‘해석계’의 중요성을 보여 주는 분명한 사례로 제시되고 있다.
▶ 사례 3: 칼(KAL) 유전자의 사례
인간에게는 후신경(嗅腎經), 후구(嗅球), 생식샘의 형성에 관여하는 칼 유전자(KAL gene)가 있다. 쥐에게는 이 칼 유전자가 없는데, 쥐 역시 포유류로서 인간과 비슷한 후신경, 후구, 생식샘을 가지고 있다. 쥐의 경우에는 다른 유전자를 써서 이 기관들을 만들고 있다는 이야기로, 이렇게 전혀 다른 DNA라도 해석계가 같은 정보라고 해석한다면 같은 기관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굿바이 신다윈주의!
신다윈주의는 1940년대에 다윈의 자연선택설과 멘델의 유전학설이 융합되어 탄생한 것으로, 그 기본도식은 ‘진화란 우연히 발생하는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자연선택, 즉 적응적 프로세스를 거쳐 집단 속에 침투해 가는 것’이라고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도식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사례들을 들어, 신다윈주의의 세 가지 전제를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다. 그 첫번째는 ‘진화의 주된 요인은 자연선택’이라는, 다윈 이래 현재까지 면면히 이어지는 주된 전제이고, 두번째는 ‘돌연변이가 우연히 일어난다’는 전제, 세번째는 ‘변이의 처음 원인이 유전자에 일어나는 변화’라는 전제이다.
▶ ‘진화의 주된 요인은 자연선택이다’에 대한 반증 사례
영국의 ‘흑화 나방’(공업흑화)은 자연선택의 대표적인 사례로 여겨져 왔다. 산업혁명으로 인한 공해로 나무가 새카매지면서, 본래 다수였던 흰색 후추나방이 포식자에게 쉽게 잡아먹혀 줄어들고 눈에 잘 띄지 않게 된 검은 후추나방이 다수가 되었다는 것으로 자연선택이 진화에 미치는 영향을 잘 보여 준다고 여겨졌던 것이다. 하지만 이 사례가 발표된 이후, 계속해서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매연으로 오염된 잎을 후추나방의 유충에게 먹였더니, 그 유충이 성장해 검은 개체가 되었다는 것이다. 공업흑화가 자연선택이 아니라 생리적 반응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저자는 이렇게 자연선택의 대표적인 사례조차도 자연선택만으로 가능했던 것이 아님을 이야기한다.
매년 일부가 북상하여 동사하는 물결부전나비 또한 자연선택으로 진화가 이루어진다는 전제의 반증으로 제시된다. 일본 보소(房?)반도의 물결부전나비의 일부 개체들은 매년 북상해 동사하고, 그 북상한 개체들의 유전자는 매년 자손들에게 전달되지 못한 채 사라진다. 그렇다면, 자연선택에 의해서 ‘북상’이라는 행태는 도태되어야 하는데, 매년 북상하는 개체들은 다시 생겨난다. 이 역시 자연선택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사례이다.
▶ ‘돌연변이는 우연이다’에 대한 반증 사례 ― 케언스 현상(본 책 26~28쪽 참조)
돌연변이가 우연적으로 발생할 뿐 아니라 ‘적응적’으로 일어나는 사례로 이 책에서 제시되고 있는 것이 케언스 현상이다. 케언스 현상은 대장균에서 나타나는 돌연변이 반응이다. 통상 대장균은 포도당을 먹고 사는데, 아라비노스나 락토스 같은 당을 분해하는 효소도 가지고 있어서 포도당이 없더라고 생존할 수 있다. 그런데 유전자 조작을 통해서, 아라비노스와 락토스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를 존재는 하되 작동할 수 없도록 만든 다음 아라비노스와 락토스만 있는 배지에 넣는 실험을 한다. 이때 확률적으로 50%의 대장균이 돌연변이를 일으켜 유전자를 재배치하고 생존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포도당이 있는 통상적인 조건에서는 50억 분의 1로 나타나는 돌연변이가 극한 상황에서는 50%까지 늘어난다는 것으로, 돌연변이가 우연히 일어나지만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실험으로 제시되고 있다.
▶ ‘진화는 DNA에 발생하는 변화로부터 시작된다’에 대한 반증 사례
DNA가 진화의 주된 원인이 아니라는 증명은 앞서 나왔던 Pax6 유전자의 사례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DNA가 동일한데도 다른 형태의 기관이 생겨난다는 것은, 곧 진화에 DNA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해 준다는 것이다. 또한, DNA를 아무리 조작하더라도 애초의 생물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생물을 만들 수 없다는 사실도 마찬가지이다. DNA를 아무리 조작하더라도 대장균은 어떻게 해도 대장균이고, 초파리는 어떻게 해도 초파리라는 것은, 곧 DNA의 변화만으로 진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이 허구임을 증명한다는 것이다.
삶의 결정론을 거부하는 관계성의 과학
저자의 ‘결정론’ 비판은 단지 진화론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저자는 신다윈주의의 ‘유전자 환원론’에서 출발하여 실체론, 즉 ‘데카르트?뉴턴주의’라고 불리는 근대적 사유체제 전반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데카르트의 ‘주체―객체’ 이분법과, 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것을 실체로 보고 통일적인 법칙으로 그 모두를 설명하려 했던 뉴턴 역학을 합쳐서, 저자는 ‘데카르트?뉴턴주의’라고 명명한다. 이 데카르트?뉴턴주의가 결국 귀착하는 곳은 세계가 최종적으로 예측가능하며 미래는 현재에 의해 온전히 포착할 수 있다는 사상이다. 그리고 근대과학은 대부분 이런 결정론의 함정에 빠져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예컨대 H2O가 보편적이고 불변적인 존재라고 하는 것은 과학자 세계에 공유되어 있는 공동환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유들은 마치 역사의 시대 구분처럼 자의적인 것이다. 과학이 발전하고 취급하는 현상이 복잡해질수록 실체론과 결정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사례가 많아졌고, 법칙이라는 것이 시간이나 공간과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보편적인 것이라는 환상이 점차 깨져나가고 있다. 저자는 특히 생명현상은 실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생물은 실체론으로 설명할 수 있는 ‘동일성’으로 환원되기에는 너무나 많은 ‘시간성’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살아 있는 시스템’이라는 것은 모순이 끊임없이 몰려드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의 실상이자 생명현상의 실상이다. 모든 것이 예측가능하다는 ‘결정론’을 받아들이는 한, 자유는 없어진다. 그리고 그 순간 생명은 ‘살아 있다고 할 수 없는 상황’에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이 저자가 말하는 관계성과 구조주의적 사유를 삶의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시켜야 하는 근거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76823274 |
---|---|
발행(출시)일자 | 2009년 07월 25일 |
쪽수 | 216쪽 |
크기 |
153 * 224
mm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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