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파니의 비밀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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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중앙일보 > 2010년 선정
작가정보
1936년 프랑스 몽토방에서 태어났다.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영화감독이자 작곡가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젊은 시절 미국에서 유학했으며, 유럽으로 돌아온 이후‘유럽 1’과‘프랑스 수아르’ 방송국의 기자였으며, 드라마 감독을 거쳐 1962년에는 알제리 전쟁에 참전하였다. 이후‘RTL’,‘ 파리 마치’,‘ TF1’,‘ Antenne 2’ 방송국에서 기자 생활을 거쳐 영화감독과 소설가로 활동 중이다. 그간지은책으로는《조용할날없는어느미국인》(1960),《 꺼지지 않은 불씨》(1967),《 밤에 떠난 배 두 척》(1982),《 외국인》(1986, 앵테랄리에상 수상),《 서부에서 보낸 여름 한철》(1988, 구텐베르크상 수상), 《꼬마》(1990),《 열다섯》(1992),《 파리의 초보자》(1994),《 마뉘엘라》(1999),《 나는 모든 종류의 사람을 안다》(2002),《 일곱 번 넘어지고 여덟 번 일어서고》(2003), 《프란츠와 클라라》(2006) 등이 있으며, 이외에 수십 편의 영화를 감독했고, 조니 할리데이의 노래를 작곡하기도 했다.
번역 조재룡
문학평론가.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 1994년 성균관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2002년 프랑스 파리8대학에서 석ㆍ박사학위를 받았다. 2002년《비평》지에 평론을 내면서 문학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시학과 번역 이론, 프랑스와 한국의 비교문학을 연구해 왔으며, 저서로《앙리 메쇼닉과 현대비평–시학ㆍ번역ㆍ주체》가 있으며《시학을 위하여 1》,《 앙리 메쇼닉–리듬의 시학을 위하여》, 《시학입문–문학이론에 접근하는 방법론들》등 다수의 번역서를 출간하였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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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그들은 사무실로 일하러 가며, 우리는 학교에 간다. 부모님들은 당신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아휴! 피곤해 죽겠네. 사무실 일이 얼마나 많은지.”
나였다면 그들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아휴! 피곤해 죽겠네. 연달아 여덟 시간이나 수업이 있었네.”
그러면 어른들은―특히 엄마는―마치 내가 저질스런 말이라도 내뱉은 것처럼 쳐다볼 것이다. ―113쪽
아빠는 이 자전거를 욕실에 놓았고, 집에 있을 때, 따라서 자주는 아니지만, 그래도 시간이 일 분이라도 생기면 곧장 페달을 밟아 대기 시작한다. 나는 왜 그들이 땀을 흘리고 헐떡거리는 일에 이토록 열중하는지 그 이유를 나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그건 분명 부모님이 무언가를 두려워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항상 등 뒤에서 자신들을 쫓고 있는 누군가가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누군가 자기들을 지켜본다고 그들 자신이 생각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그들은 쉴 새 없이 달리고, 또 달린다. ―59쪽
하늘은 정말로 나의 유일한 관심사라고 해도 좋다. 하늘이 유달리 내 관심을 끄는 또 다른 이유는 내가 전혀 이해할 수 없으며, 하늘과 우리들 사이에 놓여 있는, 하늘에 이르기 이전에 존재하는 어떤 빈 곳 때문이다.
두 눈과 정신을 최대한 집중하여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지만 아직도 이 빈 곳에 머무르고 있으며, 그러면 푸른 하늘로 날아오르는 데 성공하지 못한다. 이따금씩 나는 이 빈 곳을 조금도 통과하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러면 나의 내면 역시 텅 비어 가는 걸 느끼게 된다.
내가 원하는 것은 빈 곳을 통과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 아니라, 하늘과 직접적이고도 즉각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몹시 어렵다. ―90-91쪽
나는 왜 내가 겪은 이 모든 사건들과 모든 문제들, 그리고 모험들과 내 가엾은 가펑클의 끔찍스런 죽음 이후에야 생리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아주 오랫동안 내 자신에게 물어보았으며, 우리가 피를 흘리는 것은 우리가 고통스러워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생리를 할 권리를 갖게 되는 것은 오로지 고통을 겪은 다음이라는 것이며, 따라서 그것은 일종의 보상과도 같은 것이다. ―288-289쪽
출판사 서평
최소한 자신에게만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 스테파니는 잠시는 우리 모두의 이름이었다. 열넷, 따라서 아이도 어른도 아닌 어중간한, 아니 세상 모든 것과 대치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뜨거운 나날의 사춘기. 스테파니는 자신의 그 한때를 비밀리에 노트에 기록했고, 이제는 한 권의 소설이 되어 여러분의 비밀이 될 준비를 마쳤다.
학교란 훈육을 핑계로 학생을 강제하고 자존심을 구겨놓는다. 이 점은 어디라고 해서 다르지 않으니, 스테파니에게 학교는 ‘농장’으로 불러 마땅하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일제히 감시하며 늘 떼 지은 암송아지 무리로 보는’ 축사지기일 뿐.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우리에게서 우유를 짜내지는 않는다’. 그러니 농장에서 스테파니의 생존전략은? 숨을 참아 기절하기다. 그리곤 양호실에 앉아 평화롭게 하늘의 새를 따라 날아올라 자유를 만끽하는 것. 이것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지옥’ 같은 농장을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스테파니의 부모로 말하자면 ‘완벽하게 우스꽝스러운 인종’로 분류되는데, 엄마는 미적인 안목이라곤 전혀 없이 유행을 쫓아다니느라 가구며 옷을 마구 사들여 보기에 희귀할 지경이며, 아빠는 케케묵은 군수품들을 사고파는 데 모든 시간을 소비하는 고약한 취미를 가졌고 옷차림은 ‘여덟 살 꼬맹이처럼 변장’을 하고 다닌다. 말하자면 ‘유행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사람들’인데 스테파니로서는 함께 외출하기 창피한 존재들이다. 게다가 그들은 스테파니를 시도때도 없이 방치하기 일쑤라 스테파니는 이미 ‘지나치게 혼자’라는 고독을 곱씹으며 자신에게는 ‘꽃 속에, 새들 속에, 혹은 고양이 안에, 혹은 바다 깊은 곳에’ 또 다른 삶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할 정도다.
스테파니에게 위안을 주는 친구는 나이 지긋한 고양이 가펑클과 급우를 통해 알게 된 ‘다른 애’ 정도. 가펑클은 ‘환상적인 제 삶을 가진 완벽하게 독립적인’ 친구다. 그는 때로 스테파니를 점잖게 타이르기도 하고 그 어떤 이야기라도 지루해하지 않으며 끝까지 들어 주고 대화를 나눌 줄 안다. ‘다른 애’는 선천적인 불치병으로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남자 아이. ‘다른 애’는 하루 종일 휠체어를 떠나지 못하지만 엄청난 양의 독서와 영화감상을 통해 사람들의 심리를 꿰뚫어볼 수 있는 놀라운 아이다. 그는 때때로 스테파니 생각을 읽어내 스테파니를 깜짝 놀라게 하고 스테파니의 고민거리를 조숙한 시각으로 분석해 조언해 주는 거의 유일한 친구이다. 스테파니는 그런 그를 사랑하고 연민을 느낀다.
위기는 늘 겹으로 온다. 농장에서 수학선생님 자리에 흰 액체를 뿌린 범인으로 지목된 크자비에의 퇴학 결정은 어른들의 부당함을 총체적으로 드러낸다. 크자비에를 부추긴 공범이 따로 있음에도 이 사건을 바로잡을 어른은 단 한 명도 나타나지 않는다. 그토록 믿었던 음악선생님도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고 항복하고, 심지어 아빠는 학생주임에게 건의의 말을 꺼냈다가 핀잔을 듣게 되었다며 나무란다.
그 날 스테파니는 일생일대의 충격적 사건을 연거푸 경험한다. 크자비에 사건으로 정신이 없어 오후 수업을 잊고 집에 있던 스테파니는 낯선 남자를 끌어들여 외도를 즐기는 엄마를 목격하고 엄마와 다툼 끝에 기절한다. 그리고 그럼에도 저녁까지 약속을 지키지 않고 돌아오지 않는 엄마, 스테파니는 모든 ‘분노’가 사라진 뒤의 공포스런 ‘공허함’을 경험한다. 그리고 ‘이 일은 내가 이전과 똑같은 여자아이가 아니게끔 만들었다. 전날의 스테파니, 그녀는 죽었고, 나는 이제 다른 사람이 되었다’고 조용히 기록한다.
... 한 줌의 재처럼 연소된 현실, 스테파니는 이제 더 이상 여기 머물 수 없어 여행을 떠난다. 그 여행은 자신의 오래전 흔적을 찾는 일이기도 했다. 아기였을 때 ‘진짜로’ 자신을 키워준 ‘마모’를 찾아가 위안을 받는 것. 다시 한 번 사랑받는 것.
가펑클을 길동무 삼아 자살충동을 이기지 못하는 중년 사내의 차를 얻어 타는 등 우여곡절 끝에 찾아간 마모의 집. 그러나 마모는 더 이상 예전의 사랑을 주는 마모가 아니었다. 힘겨운 생활과 싸우느라 피로한 한 노파일 뿐. 그녀는 스테파니가 ‘죽지 않을 정도로만 돌봐줄’ 따름이었다. 그리고 급기야 그녀의 개는 가펑클을 쫓아내 아스팔트에서 트럭에 치여 죽게 만든다. 그러나 죽은 가펑클을 안고 마모 집으로 돌아오는 스테파니를 포옹해 주는 사람은 그녀의 엄마였다. 마모는 스테파니가 도착했을 때 바로 부모에게 사실을 알렸고 며칠 말미를 두고 찾아오라고 권했던 것이다. 엄마는 사랑을 회복한 사람처럼 진심으로 스테파니를 끌어안고 스테파니는 가족을 되찾게 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스테파니는 그토록 기다렸던 월경을 경험한다. 이제 그녀는 격정의 시간을 거쳐 여성이라는 아름다운 얼굴을 갖게 되었으며, 비밀노트는 잠정적으로 중단한다고 선언한다.
기본정보
ISBN | 9788976417138 | ||
---|---|---|---|
발행(출시)일자 | 2010년 04월 05일 | ||
쪽수 | 308쪽 | ||
크기 |
128 * 188
* 30
mm
/ 429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Des cornichons au chocolat/Labro, Philippe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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