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주 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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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시인 김남주의 전체 시를 조망한 새로운 시선
작가정보
저자(글) 박종덕
충남 예산에서 출생하여 충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타자의 시 읽기, 주체의 글쓰기』, 『김남주 문학의 세계』(공저)가 있다. 2007년 필명 박현으로 계간 시전문지 『애지』를 통해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굴비』, 『승냥이, 울다』가 있다. 현재 충남대학교 강사로 있다.
목차
- 김남주 시의 탈식민성 연구
1. 서론 ··················································································· 13
2. 분석 텍스트의 확정 ···························································· 16
3. 저항 담론의 다양한 양상들 ················································· 38
1) 예술관에 투영된 탈식민주의적 특성 ········································ 38
2) ‘5월 광주’의 형상화 양상과 민주 정신의 투영 ··························· 57
3) 반미·반파쇼 이념의 형상화 ··················································· 84
4) 반자본주의 의식 ······································································ 95
5) 계급의식 중심의 민중애 ························································· 106
4. 형상화 기법의 특성 ·························································· 124
1) 아이러니와 풍자 ···································································· 124
2) 욕설과 비속어 ······································································· 133
5. 결론 ················································································· 143
패배와 재무장의 변증법
1. 다시 부르는 김남주 ·························································· 151
2. 닫힌 ‘광장’의 혼돈 ··························································· 152
3. 계급적 동지애와 낭만적 사랑 ············································ 155
4. 미제국주의의 침탈에 대한 투쟁 ········································ 160
5. 노동 계급에 대한 유물론적 인식 ······································· 165
6. 끝나지 않은 해방가 ·························································· 168
김남주 시에 투영된 여성 이미지의 양상들
1. 서론 ················································································· 173
2. 자기 관계 외의 여성에 대한 부정 ······································ 174
1) 부정적 메타포로서의 여성 이미지 ·········································· 174
2) 매매 대상으로서의 여성 이미지 ············································· 178
3. 자기 관계 내의 여성에 대한 긍정 ······································ 184
1) 애인-아내에 나타난 여성 이미지 ············································ 184
2) 어머니에 나타난 여성 이미지 ················································· 187
4. 결론 ················································································· 191
참고문헌 ············································································· 194
책 속으로
당대가 요구하는 문학의 소명을 가장 명확하게 인식하고 그것에 충실했던 김남주의 텍스트가 여성문제에 대해 집중하지 않았으며 여성 이미지 비평의 관점에서 상당한 결함을 드러낸다는 이유로 그의 텍스트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그것은 시대가 호명한 텍스트의 가치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한국문학사의 한 축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다만, 80년대에 창작된 텍스트에 대한 다양한 비평적 접근을 시도하는 이유는 이를 통해 80년대의 민중문학이 지니고 있는 함의, 즉 민족문학 혹은 민중문학으로 규정된 텍스트라 할지라도 그것이 당대의 사회구조적 모순을 전면적으로 포괄하는 데 일정 정도의 한계를 지니고 있음을 확인하는 과정으로 이해하여야 할 것이다.
[ 저자서문 ]
기억이 조작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인간의 뇌가 영악한 탓에 자신에게 불리한 기억은 지워버리고 반대로 자신에게 유리한 기억은 오래 지닐 뿐만 아니라 덧칠해져 감동과 흥분이 몇 배로 팽창되도록 한다는 말이었던 것 같다.
내가 김남주 시인의 이름을 최초로 들었던 것은 1988년 대학교 신입생이었던 해였다. 같은 학과 선배가 기거하던 방에 놀러 갔다가 책장에 꽂힌 두툼한 시집 한권을 집어 들었는데 그 시집의 제목이 조 국은 하나다 였다. 도서출판 남풍에서 발행한 초판본 시집이었다.
최초의 김남주 시집은 진혼가 이지만 김남주를 세상에 떨친 것은 조 국은 하나다 이후가 아닐까 생각한다. 책꽃이 앞에 서서 적당히 식은 국수 면발을 빨아올리듯 단숨에 책장을 넘겼다. 그 때 읽은 시가 이것이었는지 그 기억은 확실하지 않다.
창비에 실린 시를 보고
이 따위 시는 나도 쓰겠다 싶어보면서
나는 처음으로 시라는 것을 써 보았다
나의 칼 나의 피에 실린 나의 시를 보고
이 따위 시는 나도 쓰겠다 싶어보면서
노동자와 농민이 또는 전사가
시라는 것을 처음으로 써보았으면 한다
그것이야말로 나의 보람이고 나의 자랑이다
(이 따위 시는 나도 쓰겠다 부분, 조국은 하나다 , 97쪽)
장항선 기찻길을 따라 열리는 백일장에 출전하여 상깨나 타오던 나의 글 속에 곰팡이처럼 피어 자라나 나를 갉아먹던 사랑, 죽음, 슬픔, 영원, 번뇌, 고독 따위의 시어들과 결별한 것이 이 무렵이 아닐까 생각한다. 인쇄용지로 손끝을 베었을 때, 그 찰나의 당혹스러움. 서늘하게 파고드는 종이칼의 이물감. 관념을 탈피하고 삶을 바라보게 되었을 때의 희열과 슬픔을 처음으로 경험한 그 순간에 오늘과 같은 날이 올 것이라는 상상은 할 수 없었다.
김남주 시인을 실제로 만난 것은 1989년 5월 어느 날 밤이었다.
1988년 12월에 출옥한 그는 전대협 3기 발대식이 열렸던 모교 운동장에 연사로 왔다. 나는 선배들과 무리를 지어 운동장에 설치한 조명용 비계(飛階) 아래에 있었다. 야단법석을 치르던 그 와중에 시인이 무슨 말을 남겼는지는 기억에 없다. 다만 그의 손을 잡고 싶다는 욕망에 대열을 벗어나 연단 아래쯤 있다가 물러서는 그를 가로막고 악수를 청했다. 그는 지팡이를 짚고 있었다. 그의 손이 컸는지, 두툼했는지, 거칠었는지, 그가 나에게 어떤 덕담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시를 쓰고 있다는 말을 한 것은 확실했다. 아니다, 이 기억 또한 왜곡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후로 일상의 시간이 무참히 흘렀다. 다시 김남주 시인을 만났을때 그는 세상에 없었다. 그의 시집만이 책꽂이에 남아 있다. 진혼가 초판본을 어렵게 구했다. 그것이 시인을 위로하는 유일한 방법일 것같았다. 변하지 않은 세상에는 그의 시에 리듬을 얹은 노래만 남았다. 나는 지금도 시인의 노래들을 잘 흥얼거린다. 내가 김남주 시인에게 시인이 되겠노라 약속했는지 기억이 없지만 나도 시인이 되었다.
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내용은 김남주의 시를 탈식민주의적 관점에서 분석한 것이다. 저자의 궁금증은 다음의 질문에 집중되어 있다. 첫째, 타자의 담론에서 주체의 담론으로 건너가기 위한 방법으로 제시된 탈식민주의적 관점이 김남주의 시에 어떻게 적용되는가.
둘째, 김남주가 “시”라는 무기를 통해서 궁극적으로 지향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셋째, 김남주의 노동 시편들이 가지는 탈식민주의적 특성은 무엇인가. 넷째, 김남주가 구사하는 시어 및 형상화 기법의 특징과 그것을 통해 김남주가 의도한 바가 무엇인가. 여기에 책의 두 번째 꼭지는 김남주가 출옥한 이후에 출간한 텍스트를 살펴본 것이다.
세 번째 꼭지는 김남주의 텍스트에 나타난 여성의 이미지가 어떠한 가를 살핀 것이다.
우연한 기회에 나를 돌아볼 시간을 가졌다. 나는 그 시간들을 통해 나의 공포와 마주했다. 나의 분노와도 잠시 조우했다. 김남주의 공포와 분노와는 결과 질이 다른 감정들일 것이다. 그래서 이 글을 쓰는 지금 부끄럽기 그지없다. 김남주의 분노는 세계의 모순을 극복하려는 의지였고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계에 대한 열망을 지향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의 절규에 겨우 밑줄 이나 치고는 그러했을 것이라고 소용도 없는 토나 달고 있는 처지라 니. 그늘 아래 누워서 세계의 모순을 다 아는 체 하며 흰소리나 지껄 여대며 사는 주제라니. 그래서 다시 부끄럽다. 앞으로도 부끄러울 것이다.
김남주가 없는 오늘의 대한민국은 그가 살아 있을 때와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 독재자의 후예들은 노골적이고도 극렬하게 통일을 반대하고 있다. 그래서 민족의 통일은 아직도 이루어지지 못했다. 노동자들에 대한 자본가의 착취는 대를 이어 지속되고 있다. 이제 노동 탄압은 제도권 안에서 공공연히 이루어져 소년 노동자들이 연쇄 적인 죽음을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청년들의 나라는 ‘헬조선’을 넘어 ‘망한민국’이 되어버린 지 오래이다. 이토록 참혹한 모순의 현실이 바로 김남주를 다시 불러 세워야 하는 이유이다. 제가 낼 수 있는 가장큰 목소리로 김남주의 시를 읽어야 하는 이유이다.
높은 지위의 사람이 책을 내었다면 그것을 명패삼아 난장판에 뛰어들기라도 할 터이지만 나의 지위는 높지 않아서 이 책은 그런 용도 로는 별무소용이다. 그러나 하늘이 내게 주신 작지 않은 선물은 내가 글을 쓰고 사유할 수 있게 하신 것이기 때문에 나는 그저 주신 대로 받아 드러내어 다시 돌려드릴 뿐이다. 나의 마음을 헤아려주시는 모든 이에게 감사하다.
2019년 6월 박종덕 쓰다.
기본정보
ISBN | 9788975995651 |
---|---|
발행(출시)일자 | 2019년 06월 30일 |
쪽수 | 198쪽 |
크기 |
152 * 225
mm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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