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아찌아 마을의 한글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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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작가정보
저자 정덕영은 대학에서 무역을 전공하고 제약회사에서 근무하던 평범한 직장인이었지만, 회사에서도 직원들 교육을 도맡을 정도로 평소 우리말과 글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그러던 중 2006년 KBS 〈우리말 겨루기〉에 출연해 우승을 차지한 뒤, 직장을 그만두고 2년 가까이 결혼 이민자들에게 우리말을 가르쳤다. 2009년 훈민정음학회에서 모집한 인도네시아 소수민족 찌아찌아족의 한글 교사로 뽑혀, 2010년 한 해 동안 인도네시아 부톤 섬 바우바우 시에서 초등학생과 고등학생들에게 한글과 한국어를 가르쳤고, 틈틈이 국립국어원 인도네시아 통신원의 역할도 수행했다. 2011년 초 귀국한 뒤, 고려대 교육대학원에서 공부하며 또 다른 곳에서 한국어를 가르칠 날을 준비하고 있다.
목차
- 추천의 글
- 권재일 _ 국입국어원 원장·서울대 언어학과 교수
- 백두현 _ 훈민정음학회 회장·경북대 국어교육과 교수
여는 글
1. 씨앗을 준비하는 농부의 지혜
“아빠 까바르” |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 | 드이어 찌아찌아족과 만나다! | 마음이 머무는 방 | 부톤 섬의 특별한 오후 4시
2. 봄, 한글 씨앗을 뿌리다
한글 씨앗, 텃밭을 만나다 | 찰칵, 사진 찍히기 좋아하는 사람들 | 인도네시아의 한류 스타 | 부톤 주민들의 발, 오젝과 베짝 | 김치를 배신하다 | 기분이 삼삼한‘사팡감’ | 부톤 섬의‘하회탈 웃음’ | 아이들과 끄라톤 성벽에 가다 | U.S.A? USA! | 한글에 그림을 입히다 | 세계에서 가장 작은 한인 교민회 | 안경과 송곳니가 없다
3. 여름, 한글 새싹이 자라다
한글을 가르치러 왔는데 한글이 그립다 | 한글 동지 아비딘 | 영혼을 조각하는 사람 | 인도네시아의 겡시 문화 | 잠시 귀국, 쉼표를 찍다 | 안녕하세요, 세종대왕님! | 다시, 인도네시아로 | 축제를 맛보다 | 아는 사람만 아는‘나무 그늘 수업’ | 아이르자뚜 소풍 | 우기와 반지르
4. 가을, 한글을 수확하다
교재 편찬과 사전 만들기 | “참 잘했어요”도장 | ‘코리아바루 초등학교’ | 한글에 대한‘온도차’ | 인기 만점 티푸스 환자 | 한류, 한국어, 그리고 한국 | 한글은‘선물’이다 | 퍽, 퍽, 바우바우 시의 날 | 찌아찌아 교과서 중급편 완성 | 가락에 한글을 얹다 |
5. 겨울, 다음해 한글 농사를 기약하다
제1회 찌아찌아족 한글 교사 양성 과정 | 인도네시아 시간은 네 개뿐 | 오랑 코리아 | 마지막 수업과 교사 양성 과정 수료식 | 행복한 삶이란? | 안녕! 까르야바루 초등학교
책 속으로
“아빠 까바르(인도네시아어로 ‘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갑고, 여러분과 할 수업이 매우 기대가 됩니다. 인니어를 잘하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나도 여러분에게 인니어를 열심히 배울 테니 여러분도 한국어를 열심히 배워 주시기 바랍니다.”
어제 인도네시아 말로 준비한 인사말이었다. 서툴렀지만 진심이 전달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학생들이 기쁨에 차올라 소리치고 싶은 것을 꾹 참으며, 힘껏 박수를 치려다가 손바닥이 마주치려는 순간 억지로 멈추는 동작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반짝반짝 빛을 내며 나를 쳐다보던 눈동자 때문에 부톤 섬을 찾아오는 동안의 고생이 눈 녹듯 사라졌다.
- 본문 24쪽
아이들은 자신의 이름을 적은 다음 옆에는 한국 연예인의 이름을 같이 적어 주기를 원했다. 사삐이는‘김붐’이라고 써 달라고 했다. 어떤 학생은 ‘비’라고 써 달라고 했고, 또 다른 학생은 ‘이민호’라고 써 달란다. 여학생은 ‘금잔디’를 써 달라고도 했다. 한국인 교사와 인도네시아 아이들을 ‘한류’가 연결해 줄 줄이야. 자신의 이름 옆에 좋아하는 연예인 이름을 나란히 놓고 보니 처음에는 서먹한 모습을 보이던 학생들까지도 크게 웃고 재미있어한다.
- 본문 64쪽
찌아찌아어로 ‘사팡가’라는 단어가 있다. 인니어로는‘뜨만’, 우리말로는 ‘친구’라는 뜻인데 ‘ㅁ’을 붙여 ‘사팡감’이라고 하면 ‘너의 친구’가 된다. ‘ㅁ’이관형격조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이랑 공놀이를 하거나 얘기를 하면서 ‘사팡감’이라고 하면 정말 좋아한다. 나에게 그 얘기를 들은 아이는 잊지 않고 꼭 옆에 다가와서 나를 가리키며 ‘사팡감’이라고 한다. 그 큰 눈망울에 웃음을 머금은 채 나에게 들려주는 “사팡감”. 전율이 느껴지도록 기분 좋은 순간이다. 고상한 말로 “기분 삼삼하다.”
- 본문 82쪽
아까 나를 데리러 온 친구에게 “가끔 이곳에 놀러오니?” 하고 물어보니 또 “으응.”하고 반말로 대답한다. ‘네’라고 그렇게 가르쳤건만. 다음 주 수업 때는 꼭 존댓말을 좀 더 가르쳐야겠다고 다짐하는, 나는 천상 한국어 선생이다.
- 본문 174쪽
1년 가까이 나에게 한글을 배웠던 4학년 아이들이 마지막 수업에 모두 교복을 차려 입고 왔다. 우리나라에서야 교복은 늘 입는 거지만 이곳에서는 학교 행사 때나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입는다. 그래서 1년 머무는 동안 말쑥하게 교복을 차려입은 아이들의 모습을 볼 일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누가 시켜서 입고 온 건지는 모르겠으나 한글 마지막 수업이라고, 고작 1년 있던 한글 선생이 떠난다고 교복까지 차려입고 나온 아이들을 보니 가슴이 먹먹해져 왔다.
- 본문 266쪽
출판사 서평
한글 가르치러 갔다가
글자로 표현할 수 없는 큰 행복을 배웠습니다
문자가 없어 사라질 위기에 처한 찌아찌아어를 지키기 위해 파견된 한글 교사,
처음 만난 ‘한글 친구’들과 어울려 울고 웃고 뒹굴며 행복을 만들다!
자신들의 고유한 언어는 가지고 있었지만, 문자가 없어 문화와 역사를 기록하지 못했던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 2008년 8월 찌아찌아족은 한글로 자신들의 말을 표기하기로 결정했고, 2010년 초 그들에게 한글을 가르칠 교사가 파견도었다. 이 책은 찌아찌아족 최초의 한글 교사 정덕영이 1년간 인도네시아 부톤 섬에서 겪은 이야기를 모은 것이다. 생전 처음 가 보는 새로운 곳에서 한글 교사가 겪은 웃기고 울리고 가슴 짠해지는 이야기가 생생한 사진과 함께 독자들의 가슴을 두드릴 것이다.
사라질 위기에 처한 찌아찌아어를 구하라
〈내셔널지오그래피〉 기사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 존재하는 언어는 7,000개 가까이 되는데 이중 절반가량이 21세기 내에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또한 ‘세계 사멸 언어 연구소’는 2주일에 한 개꼴로 언어가 사라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세계화와 통신 기술의 급속한 발달은 언어권의 통합을 불러일으키며 언어 소멸의 속도를 빠르게 증가시키고 있다. 미국의 언어학자 앤드류 달비는 자신의 저서 《언어의 종말》에서 ‘언어의 소멸’ 현상이 지속될 경우 인류는 ‘사라져간 언어들에 의해 보존되던 민족식물학을 비롯한 지역 고유의 지식’ ‘그 언어들에 의해 체현되던 대안적 세계관’ ‘그 언어들과 상호작용함으로써 이룩되어온 언어적 혁신’ 등 소중한 세 가지를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하나의 언어는 그 언중이 창조한 하나의 세계이다. 따라서 언어가 사라진다는 것은 하나의 세계가 사라진다는 것을 뜻한다. 인류가 쌓아온 다양하고 의미 있는 소중한 세계가 사라진다는 것은 슬픔을 넘어 크나큰 손실이기도 하다.
찌아찌아족은 인도네시아 부톤 섬에 약 8만 명이 살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만의 고유어인 찌아찌아어를 가지고는 있지만, 그것을 표현할 고유 문자가 없어 자신들만의 역사를 기록하지 못한 것은 물론 머지않아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었다.
첫 번째 찌아찌아 한글 교사가 파견되다
찌아찌아어가 소멸 위기에 처해 있다는 소식을 접한 훈민정음학회는 지난 2008년 8월, 찌아찌아족이 거주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부톤 섬 바우바우 시에 제안하여, 한글 사용 및 한글 교사 양성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전에도 중국 흑룡강 유역의 소수민족 오로첸족, 태국 치앙마이 라오족 등에게 한글 교육을 시도했었지만, 중앙정부의 불편한 시선, 체계적이지 못한 계획 등으로 인해 실패한 일이 있었다. 이에 훈민정음학회는 한글로 된 교과서를 제작하고 현지 찌아찌아족을 한국으로 불러들여 한글 교사 교육을 받도록 하는 등 한글 교육에 대한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 실행해 나갔다. 2009년에는 찌아찌아에 가서 현지 교사와 함께 한글을 가르칠 교사를 선발하였다. 이 책의 저자 정덕영은 당시 찌아찌아의 첫 한글 교사로 선발되어 2010년 1월 찌아찌아로 떠났다. 그리고 그때부터의 일을 하나하나 기록했다.
사람 냄새 나는 따뜻한 이야기
인도네시아어는 물론, 찌아찌아어도 전혀 모르는 상태, 한국 교민도 전혀 없는(나중에 그곳에서 한 명을 만났다) 곳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과 지내며 한글을 가르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처음 보는 음식을 손으로 먹어야 하고, 화장지 없이 화장실에서 뒤처리를 해야 했다. 외국인어서 어느 곳에서든 웃돈을 줘야만 했고, 공무원들의 시도 때도 없는 뇌물 요구에 시달렸다. 또한 바우바우 시의 요구로 찌아찌아족 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에서 ‘한글’이 아닌, ‘한국어’를 가르치기까지 했다.
하지만 저자는 그곳 사회에 빠르게 적응하여, 자연스럽게 공동체의 일원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한글과 한국어를 가르친다는 보람과 학생 및 주민들과의 우정이 큰 힘이 되었다.
정덕영 선생은 처음에는 영어와 각종 몸짓으로 의사소통을 해야 했지만, 빠르게 인도네시아어와 찌아찌아어를 익혀 일상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는 한글과 한국어를 효과적으로 가르치기 위해 직접 그림을 그려 설명하고, 한국 동요를 가르쳐주기도 했다. 또한 “참 잘했어요” 도장으로 아이들의 관심을 불러모았고, 특히 한류스타 이름으로 된 이름표를 만들어 주었을 때는 아이들이 너무도 좋아해 본인도 크게 놀랐다고 한다. 그의 이러한 노력들은 실질적 결과로도 이어져 한글을 배운 아이들은 2주 만에 기초적인 쓰기와 읽기가 가능하게 되었다. 저자 스스로는 ‘중급편 교과서’를 만들고 ‘한-찌아찌아 사전’제작을 위한 기초적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또한 현지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사 양성 과정’을 개설하여 1기 수료생을 배출하기도 했다.
《찌아찌아 마을의 한글 학교》 저자가 1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한글과 한국어의 교육과 보급이라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책임감과 성실함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현지 학생들, 주민들과의 끈끈한 우정이 큰 힘이 되었다. 저자에게 ‘사팡감’(너의 친구)이라 하며 살갑게 대해준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면 저자를 불러 함께 소풍을 가기도 하고, 저자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는 매일같이 병실을 찾아오기도 했다. 학부모들 역시 저자에게 음식을 갖다주고 가족의 안부를 걱정해 주는 등 수십 년을 지낸 이웃사촌같이 대해 주었다. 저자는 한국에 돌아와서도 언젠가 다시 찌아찌아에 돌아가 살고 싶다고 말할 만큼 커다란 정을 느꼈다고 한다. 《찌아찌아 마을의 한글 학교》에서 저자는 1년 동안 부톤 섬 주민들과 지내며 보냈던 행복한 경험을 이야기하는 데도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따라서 이 책은 첫 뻔째 찌아찌아 한글 교사의 한글 전파기인 동시에 문화 체험기이며 사람 냄새 나는 ‘따뜻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제약회사 샐러리맨, ‘우리말 달인’이 되어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듣다!
무려 27:1이라는 경쟁률을 뚫고 찌아찌아 파견 교사로 뽑힌 저자 정덕영은 대학에서 무역을 전공한 뒤 제약회사에 20년간 근무하던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다. 하지만 그는 책을 늘 가까이하고 ‘국어 선생님’을 꿈꾸던 ‘문학소년’이기도 했다. 학창시절에는 중학교 동기였던 시인 기형도와 문필을 겨루기도 했단다.
저자가 가슴속에 품었던 꿈을 다시 펼칠 수 있게 된 계기는 KBS의 〈우리말 겨루기〉에 출연해 ‘우리말 달인’이 된 뒤부터였다. 그는 20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2007년 서강대에서 한국어교원양성 과정(120시간)을 이수했다. 그 후 경기도 화성의 다문화가족센터에서 결혼 이주민에게 우리말을 가르치며 그전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커다란 보람을 느꼈다. 그러던 중 2009년 훈민정음학회의 교사 모집 기사를 접하며 자신의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리는 경험을 했고, 그 열정을 인정받아 결국 파견 교사로 선정되었다.
2011년 초 귀국한 저자는 현재 고려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공부를 계속하고 있으며, 또 다른 한글 교육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세종대왕의 선물
찌아찌아족이 한글을 문자로 쓰게 됐다는 것은 ‘배우고 쓰기 쉽고, 모든 소리를 표현할 수 있다’는 한글의 장점이 확인된 것이며, 고유한 역사와 문화를 보전해 온 우리의 경험을 다른 언어권과 나누게 된 소중한 성과이기도 하다. 훈민정음학회 백두현 회장은 찌아찌아 한글 보급이 유네스코가 지향하는 문화와 언어 다양성의 가치에 한글이 기여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고 평하기도 했다.
한글이 찌아찌아의 문자로 완전히 정착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노력과 지원이 필요하다. 다행히 지난 달 경북대와 훈민정음학회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인도네시아 부톤 섬 현지 부톤 대학교에 세종학당을 개설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정덕영 선생이 뿌리고 온 소중한 한글 씨앗이 찌아찌아족의 소중한 열매로 자랄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세종대왕은 백성이 서로 뜻을 쉽게 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학자들과 함께 글자를 만들었다. 저자는 자신을 가리켜 세종대왕이 준 선물을 전하러 온 사람이라고 했다. 모든 나라 모든 민족의 전통과 유산은 그들만의 것이 아니라, 모든 인류가 함께 만들어 온 것이라 할 수 있다. 565돌을 맞는 올해 한글날은 우리 조상이 남겨준 소중한 유산을 어떻게 인류와 나눌 수 있는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74834913 |
---|---|
발행(출시)일자 | 2011년 10월 09일 |
쪽수 | 268쪽 |
크기 |
150 * 210
* 20
mm
/ 447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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