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인간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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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사소한 일상을 톺아보고 몸에 박힌 생활을 낯설게 보는 시각,
박제된 사건이 아닌 인간 행위와 숨결이 담긴 사전,
한편, ‘큰사전’을 시리즈명으로 내세운 이 시리즈의 구성은 특별하다. ‘섹션’이라 불리는 큰 범주(시각/섹슈얼리티/건축 등) 아래 다섯 개의 ‘키워드’(시각: 광고/박람회/텔레비전/영화/포스터)를 각각 하나의 책으로 엮어내는 구성이다. 즉 이렇게 모인 다섯 가지 키워드의 다섯 권의 책이 한 섹션을 이루고, 섹션들이 모여 큰사전을 이루는 구성이다. 사소하지만 중요한 개인의 일상들이 모여 사회와 인간의 역사를 이루듯, 한 권의 책으로도 충분한 키워드들이 시리즈로 모여 전체적인 근현대 생활사를 보여주는 셈이다. 이번에 시리즈의 시작으로 ‘시각’ 섹션의 두 키워드(광고/박람회)를 먼저 선보이고, 이어서 같은 섹션의 다른 키워드들은 물론, 다른 섹션들도 선보일 예정이다.
100여 년 전 광고에 담긴 근대 풍경 속에서
광고가 인조해낸 자본주의적 인간을 보다
‘시각’ 섹션의 ‘광고’ 키워드를 다룬 《인조인간 프로젝트》에서는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인 1890년대 후반부터 1945년 전까지 광고를 다룬다. 특히, 광고의 수가 많았던 1920~1930년대의 신문광고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저자는 먼저 광고 문안(‘문안: 유행과 시대정신을 이끈 최첨단의 언어’)을 이야기한다. 광고라는 자본주의의 최첨단 예술은 대중매체의 힘을 활용해 기술 발달의 산물인 신상품을 홍보하기 위해 다양한 설득의 기술을 구사하는데, 책에서 다루는 근대에는 텔레비전이 없었고 라디오에 광고를 하지 않았으므로 신문과 잡지에 실린 인쇄 광고가 최첨단의 형태였다. 그런 인쇄 광고의 구성 요소를 문안과 도안으로 나누었을 때 문안의 비중이 컸고, 광고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에는 문안 위주의 광고가 주를 이루었다. 광고 문안은 당대의 유행과 시대정신을 반영하고 선도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가장 먼저 문안을 살펴보았다.
이어서 광고 도안(‘도안: 모델로 제시된 이상적 근대인들’)을 다룬다. 앞선 장에서 중요시한 문안이 광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긴 했지만, 도안은 눈길을 잡아끄는 요소다. 문자보다는 그림이나 사진이 광고 수용자의 눈에 먼저 들어오며, 사람들의 감각에 직접 작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광고의 시각 기호 중에서도 인물 모델은 이상적으로 제시된 인물의 이미지를 제품에 전이하면서 제품의 이미지를 확장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광고 도안은 1920년대 이후 인쇄 기술이 발달하면서 늘어났고, 도안에 등장하는 광고 모델도 다양해졌다. 이러한 도안의 특징과 의미를 바탕으로 ‘이상적 근대인’을 들여다보았다.
광고의 문안과 도안을 살펴본 뒤, 마지막으로 3장 ‘광고가 겨냥한 신체와 감각’에서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인조인간 프로젝트’에 주목한다. 광고의 궁극적인 목표는 상품을 꾸준히 구매하는 소비자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특히 100여 년 전 근대 광고가 마주한 사람은 아직 소비자가 되지 않은 이들이었다. 그러므로 근대 광고에는 자본주의적 소비와 노동의 관습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을 소비자라는 ‘인조인간’으로 조직해내는 이데올로기가 광범위하게 작동했다고 볼 수 있다. 즉, 근대 광고가 소비자라는 인조인간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는 이 책이 근대 광고가 보여주는 풍경에서 찾아낸 가장 중요한 모습이기도 하다.
작가정보
저자(글) 권창규
포항공과대학교 인문사회학부 대우교수. 소비, 화폐, 자본을 연구 키워드로 한국 근·현대 문화와 문학을 살피고 있다. 《인조인간 프로젝트》(2020),《상품의 시대》(2014)를 썼으며, 함께 쓴 책으로 《근현대 서울 사람들의 여가생활》(2019),《팽목항에서 불어오는 바람》(2015), 《텍스트로 철학하기 1고독, 2성장, 3죽음》(2008), 《韓?文?ノ?ト》(2008) 등이 있다.
글과 삶이 분리되지 않는 인문학적 여정은 여전히 나의 화두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괜찮은 인간이 되고자하는 여정 중에서 내가 택한 일이 글쓰기다. 요즘은 화폐와 자본을 공부하며 좌충우돌하고 있다. 내게 주어진 시간 동안, 괜찮은 글을 쓰고, 괜찮은 인간되기도 놓치지 않고, 이곳 사회와 지구에 기여할 수 있는 만큼의 일을 하려고 한다. 지치지 않고 오만하지 않기 위해서 공부하고 살고 해나갈 것들이 많다. 모든 영혼들에게 인사를 전한다.
목차
- 서문_ 옛 광고를 보는 까닭
들어가기 전에_ 옛 광고, 매체의 물주이자 자본주의 제도
1 문안: 유행과 시대정신을 이끈 최첨단의 언어
소비가 개척하는 ‘문화’, ‘문명’
‘현대’ 요청, ‘유행’ 강박
‘건강’이 최우선
‘조선산’, ‘국산’: 광고와 내셔널리즘
2 도안: 모델로 제시된 이상적 근대인들
늙은 모델은 설 자리가 없다
여성적 혹은 남성적 모델
매스미디어의 영웅, ‘스타’ 탄생
상상되고 구성된 가족들
3 광고가 겨냥한 신체와 감각
인조인간 소비자들
인조인간 프로젝트 1: 연출되는 몸
인조인간 프로젝트 2: 성을 즐기는 남성들
인조인간 프로젝트 3: 성공이 권리이자 의무인 사람들
인사의 말
주
참고문헌
책 속으로
이 책에서 살피려는 옛 광고가 흥미로운 까닭은 생산하는 인간이자 소비하는 인간이 새로운 근대적 인간형으로 강력하게 떠올랐던 시대에 광고가 직접 소비를 권장하고 훈육하는 문화 제도의 기능을 했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우리 사회는 인구 대다수가 농촌에 거주하던 농촌사회이자 소비에 대한 훈육과 훈련이 시작된 소비사회였다. 당시 ‘문명화’, ‘문화화’라는 근대적 기치가 높았던 상황에서 문명화와 문화화의 정체는 자본주의적 생산과 소비에 적합한 신체와 감각, 의식으로의 개조 과정을 가리켰다. 식민지였던 한반도에서도 문명화, 문화화에 대한 요구가 컸으며 다양한 근대 담론이 전개됐다. 근대적 가치를 설득하고 유통했던 다양한 문화 예술 가운데 광고의 발화 방식은 선명하고 뻔뻔한데, 결국 ‘이 물건을 사라’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근대 광고의 궁극적 목표는 사람을 소비인간으로 ‘인조’해내는 데 있었다. 생산하고 남은 물자를 내다팔거나 소규모로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졌던 전통사회에서 사람은 소비하는 인간이 아니었고, 생산하는 인간도 아니었다. 물론 생산과 소비는 인류 역사를 구성해온 기본 활동이지만, 근대에 들어 화폐를 중심축으로 하는 행위로 변모했다. 생산은 화폐를 벌기 위한 활동으로, 소비는 화폐가 있어야 가능한 활동으로 바뀌면서 인간은 물품을 생산자로서 대면할 수 없는 존재인 소비자로 바뀌어갔다.
-〈서문〉 중에서
기본정보
ISBN | 9788974834074 | ||
---|---|---|---|
발행(출시)일자 | 2020년 06월 10일 | ||
쪽수 | 248쪽 | ||
크기 |
149 * 211
* 20
mm
/ 353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한국근현대생활사큰사전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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