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생들이 나아가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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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지은이 김태웅
1961년 전라남도 영암에서 태어난 뒤 곧이어 서울로 올라왔다. 서울의 봄이 막 시작할 무렵인 1980년 3월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인문사회계열에 입학했고 이듬해에 역사교육과에 진입했다.
그는 청소년 시절에 역사와 교육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사범대학에 입학한 뒤 한국근현대사와 함께 제3세계 교육론에 심취하였다. 이 때 읽은 E. 라이머의 『학교는 죽었다』라든가 P. 프레이리의 『민중교육론』은 한국의 교육 현실을 비판적으로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사조와 이론들은 그의 문제의식을 심화시켰으나 오늘날 한국 교육의 구체적 현실과 그 역사적 기반을 설명하는 데는 거리가 있다는 인상을 남겼다.
이후 그의 이런 관심은 국사학과 대학원 석·박사과정에서 한국근대지방재정사를 전공하면서 교육재정 문제로 옮겨갔다. 그러나 이 문제는 한국근대교육사에 대한 체계적인 정리가 선행되지 않고는 그 깊이와 의미를 더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오늘날 우리의 교육 문제가 지난 과거와 뗄래야 뗄 수 없다는 점에서 역사적 성찰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절감하였다. 그는 앞으로도 한국재정사 연구를 꾸준히 수행하는 한편 사범교육, 국사교육사, 국사교육과정 등 교육 관련 문제를 정리할 계획이다.
1997년에 「개항 전후~대한제국기 지방재정개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정부기록보존소와 군산대학교를 거쳐 2004년부터 서울대학교 사범대학에 몸을 담고 있다. 현재 학생들에게 한국근현대사와 한국교육사, 국사교재 연구 및 지도법 등을 강의하고 있다.
목차
- 책을 내면서
1 소학교의 요람, 서당
아주 오랜 옛날의 서당
늘어나는 서당 그리고 훈장
학동들은 언제 입학하고 무엇을 배웠나
서당에서 공부하기와 놀기
2 새 나라를 꿈꾸며
서당에서 소학교로
드디어 얼굴을 내미는 소학교
소학교가 들불처럼 번져 나가다
제대로 된 교실을 없었으나
사범으로서의 긍지를 지닌 교사
무엇을 배웠나
소란한 교실 풍경
시간은 금이다
신나는 운동회와 즐거운 소풍
졸업하기가 어렵네
3 나라 없는 학교
자주 교육과 침략 교육이 맞서다
바보 교육이 이 땅을 뒤덮다
서당을 지켜라
조선인 교원의 두 얼굴
일본어와 일본사 교육이 우선이다
황국의 노래가 울려 퍼지다
성적과 품성 평가 그리고 훈육
언니, 형들과 만세 부르다
글을 마치며
책 속으로
이 학생들 중에는 예전 서당처럼 아들, 딸도 낳았을 수염 난 학생들이 있었으니, 한 반 아이들의 나이 차이가 대여섯 살은 보통이고 심하면 열 살이 넘기도 했다. 개중에는 장가 든 초립둥이도 있고 망건을 쓴 아이도 꽤 많았는데, 나이 많은 학생들은 저마다 담뱃값을 비단조끼에 넣어 다니곤 했다. 그리하여 하학종만 치면 칠판 밑에서는 선생님의 긴 담뱃대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운동장 담 밑에서는 장가를 간 학생들이 피우는 궐련 연기가 밥 짓는 연기처럼 무럭무럭 피어올랐다. - 75쪽 중에서
신식소학교는 시계가 분초까지 알려 주는 시간과 더불어 시작했다. 예전에는 학생들이 해 뜨면 서당에 나와 공부하고 해 지면 쉬었으나, 이제는 하루 시간표와 주간 시간표에 정해진 시각에 맞추어 학교에 등교하여 공부한 뒤 정해진 시각에 맞추어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수업 시작과 종교 시각이 정해져 있었다 …… 학교에서는 이런 시간 개념을 가르치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다. 『신정심상소학』의 ‘시’라는 단원은 다음 내용을 싣고 있었다.
“일주야는 24시가 되니 24시를 1일이라 칭하고 1시간을 60으로 나누거늘 1분이라 이르며 그 분을 또 60으로 나눈 것을 1초라 하옵니다.”
또한 당시 시계는 매우 귀한 사치품이어서 관공서와 상류층만 지닐 수 있었던 물건이었는데도 이 책에서는 ‘시계를 보는 법’도 소개하고 있었다. 그것도 산술 시간이 아니라 『신정소학독본』에서 배웠던 것이다. 시간 개념은 모든 국민이 문명 국민이 되기 위해서 반드시 알아야 할 요소였다. - 76~78쪽 중에서
감시와 훈육은 날마다 아침에 열리는 조회에서 절정을 이루었다. 조회는 원래 군주 시대에 신하들이 왕을 알현하는 행위였다. 매일 아침 교장은 전교생을 교정이나 적당한 장소에 모이게 했다. 그러고는 복장을 검사함과 동시에 교원에게 아침 인사를 하게 하고, 자세를 바로 하고 심호흡을 하거나 5분간 체조를 하도록 했다. 때에 따라서는 일동경례, 학교장의 훈유(訓喩, 가르쳐 타이름), 일동경례의 순으로 진행되었다. 이때에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학생들의 마음과 눈을 다른 데로 돌리지 못하게 했다. 교장의 훈유가 있는 날이면 교원들은 상급자의 말을 경청하였다가 각 학급에서 적당히 풀어서 그 취지를 알아듣도록 설명했다. 이처럼 조회는 경례, 호령, 훈화, 검열 등으로 이루어지는 가운데 명령과 복종의 상하 질서가 정연하게 드러났다. - 155쪽 중에서
출판사 서평
구한말 초기 근대 교육을 되돌아보다
지금은 초등학교란 말이 정착되었지만, 일정 연령 이상의 사람들 입에 자연스럽게 붙어 있는 말은 국민학교다. 국민학교는 ‘황국신민의 학교’라는 뜻으로 1941년 일왕의 칙령으로 시작되었고, 국민을 가르친다 함은 황국신민을 길러내는 것이었다. 1996년 국가적인 민족정기 회복 사업으로 교정되기까지 초등교육 기관을 지칭한 말은 바로 국민학교였다. 근대를 특징짓는 전 국민을 교육하는 보통교육은 이렇게 일제의 침략과 맞물려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1900년대 초반의 초기 근대 교육은 국가주의의 원천으로 추궁받거나, 문명화 교육으로 치부되며 경제 발전의 원동력으로 추앙되며 이중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단호하게 구한말의 초기 근대 교육과 일제의 황국신민교육을 구분한다. 대한제국의 보통교육은 인륜을 가르친 전통 교육에 뿌리를 둔, 조선 후기부터 이뤄진 자생적인 근대화의 모색을 잇는 것이고, 주체적인 삶을 가르치고자 했다. 반면에 황국신민교육은 바보 백성을 기르는 것이었고, 규율의 철저한 준수와 명령의 무조건적인 복종을 강요했으며, 부려먹는데 필요한 단순 지식만을 가르쳤을 뿐이다.
자주적인 서당 근대화를 모색하다
17~18세기 농업생산력이 증대하고 상품화폐경제가 발달하면서, 부농이 등장하고 중인층이 성장했다. 새롭게 부상한 신흥 계층은 서당을 설립하고 훈장을 고용했고, 서당교육은 이제 더 이상 지배계급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서당은 전국적으로 퍼져 갔고, 19세기 초에는 마을마다 하나씩 있을 정도였다. 홍대용과 정약용 등의 실학파 지식인들은 서당의 확산에 부응하여, 서당 교육에 대한 국가적인 지원을 주장했다. 바야흐로 자생적인 서당 근대화의 모색이었다.
정부 역시 동몽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서당을 정비하여 근대식 소학교로의 발전을 도모했다. 특히 개항 이후에는 부국강병을 목표로 서구식 근대적 학제로의 개편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갑오개혁을 전후하여, 학제 개편은 보다 근대적이고 체계적으로 시도되었고, 근대 교육은 도리를 가르치는 전통 교육과 실용적 지식을 가르치는 신식 교육을 접목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구한말 잦은 외세의 침략과 간섭으로 근대 교육의 모색이 순탄치는 않았다. 청일전쟁 후 일본의 내정 간섭이 본격화되며 대학 설립 계획이 백지화되고 자주적인 인재양성과는 동떨어진 방향으로 교육 개편이 이뤄졌다. 이제 근대 교육은 외세의 개입과 맞물려 이뤄졌고, 외세의 지배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식민 교육과 자주 독립 국가의 꿈을 기르는 민족 교육이 공존하는 복잡한 공간이 되었다.
일제의 침략 교육에 자주 교육으로 맞서다
러일전쟁과 을사조약 후 일제는 지배와 수탈을 위해 교육 체제를 재편했다. 소학교의 이름을 보통학교로 바꾸고, 초등교육을 고등교육을 위한 기초 교육이 아닌 단순한 보통지식만을 익히는 완성 교육으로 제한했다. 또 보통학교를 증설하고 일본인 교원을 전면 배치하고 조선어 시간을 줄이고 일어 교육을 강화했다. 조선의 전통과 문화, 생활양식을 말살하고 일본천황과 제국에 절대적으로 충성하고 양순하고 무기력한 신민을 만드는 교육을 추진했다.
좌절된 교육 입국의 꿈은 교육을 통하여 나라를 구하려는 교육구국운동으로 이어졌다. 지식인과 민중들은 사립소학교를 세우고, 민족의식을 기르기 위해 조국의 말과 글, 역사와 문화, 산천을 가르쳤다. 을지문덕, 이순신 등 구국의 영웅들 이야기를 가르치고, 운동회를 열어 신체를 단련하는 한편 태극기를 걸고 군사행진을 벌이며 애국심을 고취했다. 사립소학교에 대한 일제의 탄압은 신식교육을 도입한 개량서당을 민족 교육의 요람으로 성장시켰다.
초등교육을 통한 일제의 지배와 억압과 통제는 강압과 훈육을 통해 행사되었지만, 기개와 도리를 가르친 전통 교육이 계승된 민족 교육은 애국과 자주를 가르쳤다. 면면이 이어진 민족 교육의 힘은 3.1운동에 이르러 폭발했다. 당시 시위를 주도한 청년과 지식인들은 모두 서당과 보통학교에서 배운 이들이었고, 보통학교와 서당에 다니고 있는 어린 학생들도 참여했다. 어린 학생들은 등교를 거부하고 졸업을 거부하고 일제에 저항했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어린 학생들의 만세소리가 울려 퍼졌다.
서당과 소학교의 일상적 풍경을 재현하다
조선 후기부터 3·1운동까지의 초등교육사를 서술하는 이 책은 교육제도의 변천사와 더불어 당시 서당과 소학교의 일상적 풍경을 세세히 재현한다. 서당의 입학부터 졸업까지, 교과내용과 학습방법, 평가방식, 하루 일과와 방학과 소풍, 놀이문화 등의 복원은 문화사, 생활사의 경향을 따르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당시의 시대적인 조건과 일상은 분리되지 않는 것이고, 외세의 침략과 더불어 신문물이 유입되던 근대 소학교의 풍경은 어린 학생들의 천진함과 더불어 지배와 저항이 교차하는 공간으로서 그려진다.
학생들은 시간표에 따라 시간을 익히고, 학적부와 성적표, 신체검사로 관리되며 근대적 생활방식을 익혔다. 또 우리말, 우리 역사는 물론이고 세계 역사와 지리, 산술, 과학을 배우며 근대적 지식을 습득했다.
교과서와 학적부와 성적표, 창가집, 회고록과 수필, 소설 등의 자료를 기반하여 당시 소학교 풍경을 실증적으로 재현한 이 책에는 쏠쏠한 재미를 주는 이야깃거리들로 가득하다. 당시를 살았던 역사적 인물들인 방정환, 변영로, 양주동, 이미륵 등의 일화가 등장하기도 하고, 체벌의 광경이 그려지기도 하며, 교실에서는 교사가, 학교 담장 밑에서는 학생이 담배를 피워대기도 한다. 또 정치활동으로 퇴학당한 소학생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구한말과 초기 식민 시기의 초등교육사를 시대적 조건과 제도 및 정책, 일상적 풍경을 종합하여 서술한 『우리 학생들이 나아가누나』는 거시사와 미시사, 실증과 사관이 통합적으로 구현된 역사서라 할 수 있다.
기본정보
ISBN | 9788974832841 | ||
---|---|---|---|
발행(출시)일자 | 2006년 06월 20일 | ||
쪽수 | 171쪽 | ||
크기 |
122 * 190
m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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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서해역사문고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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