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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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 이윤옥
1958년 서울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 및 동대학원 졸업(문학박사).
이화여대, 중앙대, 추계예대 등에 출강했다. 2003년 『현대문학』에 「넋의 문학―우리 마음속에 아기장수 기르기」를 발표하며 평론 활동을 시작했다. 번역서로는 장 그르니에의 『17인의 비구상 화가와의 대담』, 피에르 르베르디의 『언제나 무엇인가 남아 있다』, 마르트 로베르의 『기원의 소설, 소설의 기원』 등과 평론집 『비상학, 부활하는 새, 다시 태어나는 말』이 있다.
그림/만화 김선두
목차
- 작가의 말 "시와 그림이 나누는 행복한 대화"
묵화 / 김종삼
토막말 / 정양
호수 / 정지용
서리 / 문태준
나막신 / 이병철
시계풀의 편지1 / 김승희
초봄 / 정완영
모든 길이 노래더라 / 김선두
수면 위에 빛들이 미끄러진다 / 채호기
보림사 참빛 / 김영남
쓸쓸한 물 / 마종기
미모사1 / 심재상
그리움엔 길이 없어 / 박태일
소곡 / 신중신
상생 / 고두현
빈집 두 채 / 문태준, 기형도
지렁이 두 마리 / 임영조, 황지우
둑과 나 / 오규원
출판사 서평
낯익은 기표에서 얻은 서늘한 감동
문학평론가 이윤옥의 문학에세이 『시를 읽는 즐거움』이 출간되었다. 2003년 『현대문학』에 「넋의 문학-우리 마음속에 아기장수 기르기」를 발표하며 본격적인 평론 활동을 시작한 이윤옥은, 2005년 『비상학, 부활하는 새, 다시 태어나는 말』을 통해서 한국 문단의 거대한 축인 미백 이청준의 대변인적인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내며 수많은 이청준 기성 독자들이 쌓은 피라미드의 정점에 우뚝 섰다. 그런 치밀한 탐구 정신의 저자가 뜨거웠던 2007년의 여름을 보내며 내놓은 신간 『시를 읽는 즐거움』은, 한국 현대시 흐름에서 모더니즘 이후로 평가되는 정지용에서 기형도에 이르기까지의 위대한 시인 20명을 선별, 대표적인 시 한 편씩을 골라내어 이윤옥 특유의 진중하고 치열한 시각으로 다시금 읽어낸 것이다. 기존 해석이 이미 널리 알려진 유명 시를 재해석한다는, 자칫 고졸하고 구태의연할 수 있는 작업에 대해 이윤옥은 부담감을 뛰어넘고 성공적인 다시 읽기를 이끌어내었다. 또한 『시를 읽는 즐거움』에는 ‘시를 읽는 즐거움’ 외에 또 하나의 즐거움이 숨어 있다. 김선두 화백의 새로운 감각에 의한 해석으로 그려진 그림들이 선사하는 ‘시를 보는 즐거움’이 그것이다. 화백 김선두는, 익히 알려진 바대로 1985년 ‘오늘과 하제를 위한 모색전’으로 작가 활동의 문을 연 이래 1992년 금호미술관과 갤러리상문당에서 동시에 가졌던 첫 개인전으로 이듬해 석남미술상(한국미술평론가협회 주관)을 수상하고, 그 이듬해에는 중앙일보가 주최한 중앙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받으면서 그의 작가적 역량을 인정받은, 현재 가장 주목받는 중진 화가의 선두다.
본서 『시를 읽는 즐거움』에 수록된, 시적 감성의 시각적 구현자인 김선두 화백의 눈으로 해석하고 표현한 개성 있는 그림과 이윤옥의 감성적이며 압축적인 묵직한 대사로 드러나는 내밀한 메시지들은, 읽는 즐거움과 보는 즐거움이 서로 도와 곱씹어 볼수록 새로운 묘미를 발견하게 하는 환상적인 콤비플레이를 자랑한다.
우리의 일회적인 삶, 그 불가역의 궤적 …… 일상, 낯설게 보기
이윤옥은 시를 읽어야 하는 필연적 이유에 대해 본서를 통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불투명한 세상 속에서 삶은 알 수 없고 모호해진다. 그 삶을 어떻게 일상 언어가 드러낼 수 있겠는가. 시를 읽는 사람은 언어를 일상이 아닌 다른 차원에서 체험한다. 시를 읽은 후, 그 사람에게 눈에 띄는 변화가 없어도 괜찮다. 예술 체험을 통해 낯선 삶에 대해 회의했던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작가의 말 중에서
그렇다면 어떤 시를 읽어야 할까? 이윤옥은 무조건 어려운 시가 꼭 좋은 시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너무 말초적인 표현만이 난무하는 난잡함에 빠지는 것도 경계한다. 정형화된 해석과 감상을 강요받기 쉽다는 유명한 시의 폐단도 알지만 결코 그런 단점 때문에 멀리할 수는 없는, 단점을 충분히 덮을 만한 장점도 잘 알고 있다. ‘잘 알려진 작품이 다 좋지는 않아도 좋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지만 나는 내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시를 고르고 읽었다. …… 이런 시 읽기도 한 번쯤 용서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작가의 말 중)’는 양해를 구한다. 저자는 좋은 시란, ‘어떤 경우든 즐거움만 주거나 가르침만 주는 시’가 아니라 ‘풍부한 즐거움 속에 깊은 가르침을 담은 시(지렁이 두 마리 중에서)’라고 말한다. 그러한 이윤옥이 선정한 시 목록은 다음과 같다.
묵화-김종삼|토막말-정양|호수-정지용|서리-문태준|나막신-이병철|시계풀의 편지ㆍ1-김승희|초봄-정완영|모든 길이 노래더라-김선두|수면 위에 빛들이 미끄러진다-채호기|보림사 참빗-김영남|쓸쓸한 물-마종기|미모사ㆍ1-심재상|그리움엔 길이 없어-박태일|소곡-신중신|상생-고두현|빈집 두 채-문태준, 기형도|지렁이 두 마리-임영조, 황지우|둑과 나-오규원
‘감동은 동감에서 온다.’ 그렇다면 동감은 어디에서 올까? 동감은 낯익은 일상을 공유한 너와 나의 일체감에서 온다. 그러나 단순히 공유로 그치면 감동은 없다. 일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단지 익숙함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관통하는 통찰로 승화될 때 감동이 일어난다. 일상은 언제나 똑같지만, 그 일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새롭게 하는 것. 낯익은 일상에 숨겨진 낯선 진실을 간파하고 직면하는 용기와 지성을 맞닥뜨렸을 때 동감은 감동으로 변한다. 그리고 이윤옥의 글은 정확히 그것을 건드린다.
이윤옥이 읽어 주는 「토막말」은 ‘금기의 언어’에 대한 시다. 저자는 수많은 금기의 언어 중에서 ‘씨펄’이라는 막말이야말로 이 시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라고 주저 없이 말한다. 왜냐하면 저자가 규정하는 시어란 ‘시를 시답게 하는 것’이며, 세련되고 고상한 시어뿐만 아니라 어떤 비속어일지라도 그것이 적재적소에 놓여 다른 시어가 대체할 수 없다면 그것은 이미 훌륭히 잘 쓰인 시어이기 때문이다.
「나막신」의 시인 이병철은 좌파 성향과 월북 사실 탓에 암묵적으로 사상적인 꼬리표가 붙지만 이윤옥이 바라본 「나막신」은 ‘여러 해석을 낳는’ 좋은 시이다. 같은 시에 대해 시인 안도현은 ‘달뜨걸랑 나는 가련다’가 반복되는 데 주목하여 시적 자아가 그토록 가고 싶어 하는 곳이 어디일까 고민했고, 신경림 시인은 “일제의 박해 속에서도 여유를 갖고 우리의 몸과 정신을 온전하게 보전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읽는다. 이로써 저자는 문학이 사상의 부속물이나 이용물이 될 수 없는 이유를 우회적으로, 그러나 확고하게 암시한다.
「지렁이 두 마리」에서는 같은 상상력에서 출발한 임영조와 황지우, 두 시인의 시를 비교해 읽는다. 지렁이를 소재로 쓴 인생론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두 시는 몹시 다르다. 일종의 선시를 연상케 하는 황지우의 「삶」에 비해 임영조의 「화려한 오독」은 해학적이다. 「화려한 오독」에서 지렁이는, 살고자 몸부림치지만 궁극적으로는 죽음을 향해 배밀이하는 우리의 인생이며 중의적으로는 ‘발기한 남근’을 상징한다. 여기서 ‘발기한 남근은 가장 원초적인 삶의 모습’이며, 그것이 벌이는 생명을 향한 몸짓은 아이러니하게도 ‘한 행의 절명시를 남기고 곧 죽을 것’을 목전에 둔 죽음의 몸짓과 동일하다.
시와 그림이 나누는 행복한 대화
『시를 읽는 즐거움』에서의 저자의 논조는 에세이라고 하기엔 지적이고 평론집이라고 하기엔 다정하다. 이 책에 수록된 시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새로운 시는 없다. 그래서 시는 어렵고 난해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선입견을 깨고 오히려 친근하게 다가온다. 수록된 시들이 무조건 쉽거나 가볍지 않음에도 이렇듯 친근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이윤옥의 간결하고도 묵직한 해설 속에는 작품 하나하나를 오래도록 곱씹은 뒤 뱉어내는 치열한 통찰과 더불어 따뜻한 감성이 함께 녹아 있기 때문이다.
여기 시 하나가 있다. 이윤옥은 한번에 바싹 다가앉아 ‘썰’을 풀지 않는다. 조급하지도 않고, 서두르지도 않는다. 충분히 곱씹어 자신의 것으로 한 연후에야 그 내밀함에 대한 이야기를 조근조근 시작한다. 그러나 그 부드러운 힘이 주는 효과는 막강하다. 일단 그가 읽어낸 시는 전혀 낯설거나 어려운 시가 아니게 된다. 쉽다. 간단하다. 그러나 여운은 묵직하게 읽는 이의 심장을 후려친다.
그런 이윤옥의 글에 김선두의 감성 넘치는 그림이 입혀지며 두 사람의 글과 그림이 보여주는 이심전심의 일체감은 눈부시다. 김선두의 그림은 그저 삽화라고 할 수 없다. 그림 하나로써 하나의 시가 된다. 그림 속에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 있고 사람이 들어 있지만 조잡하거나 졸렬하지 않다. 그의 그림은 서정적이면서도 서사적이다. 간결한 시의 운율과 대하소설의 유장한 호흡을 가졌다. 응축된 이미지를 시처럼 그려내고 산문처럼 풀어내는 그의 작품은 한마디로 우리들의 모습이자 삶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 그러나 거기엔 인간이 살아가는 모든 모습과 정경이 다 있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낯설거나 어렵지 않다.
한 해의 결실을 갈무리하는 풍요로운 가을을 맞이하여 이윤옥이라는 눈 밝은 길잡이의 넉넉한 안내를 따라가면, 시를 그리고 그림을 읽는 행복한 책읽기의 전형을 체험하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수확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74564483 |
---|---|
발행(출시)일자 | 2011년 06월 20일 (1쇄 2007년 09월 20일) |
쪽수 | 201쪽 |
크기 |
134 * 195
* 20
mm
/ 323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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