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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허수경
?지은이 허수경 1964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경상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87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슬픔만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혼자 가는 먼 집』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 등이, 에세이로 『길모퉁이의 중국식당』이, 장편소설로 『모래도시』가 있으며, 현재 독일 뮌스터대에서 고대 근동 고고학을 공부하고 있다. 〈동서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작가의 말 중에서 무덤을 방문하는 자에게 무덤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무덤을 방문하는 자들이 무덤을 앞에 두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서 말하려고 하는 것이다. 결국 과거를 들여다보는 자의 내면에는 미래를 점치고 싶은 내면이 있으며 미래를 점치려는 내면은 현재의 문제를 분석하려는 내면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왜, 현재인가? 그 시간, 현재라는 시간만을 인간이 생물학적으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 현재라는 인간의 시간만이 나와 너를 이렇게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
목차
- 작가의 말 6
바빌론 9
글쓰기, 라는 것의 시작 24
아가사 크리스티와 고고학 40
‘그들’과 ‘신들’, 그리고…… 53
그러나, 뿌리를 위하여 66
몇 개의 순간들 77
타인의 얼굴 89
방아잎, 그리고 해골에게 말 걸기 101
서재 안의 흰 고래 112
늘어진 시계, 20센티미터의 여신 125
기억과 기역, 미음과 미음 139
바다 바깥 151
발견의 편견 혹은 편견의 발견 176
존재할 권리 188
끝이 전해지지 않는 이야기 198
사원과 꿈 210
니네베 혹은 황성 옛터 222
책 속으로
『모래도시를 찾아서』는 총 17개의 장으로 되어 있다. 오리엔트의 폐허 도시 바빌론을 중심으로 고대 건축물들의 발굴 과정을 소개하며, 유물이 의미하는 역사적 의의와 정복과 찬탈의 역사로 파괴에 파괴를 거듭한 유적들을 통해 시지프스적 인간의 숙명을 돌아보게 한다. 또한 허수경 시인 특유의 시적 표현으로 역사적 발굴 현장에서 느낀 인간의 근원적인 외로움과 고향에 대한 그리움 등, 발굴 현장에 얽힌 뒷이야기들이 읽는 이의 흥미를 돋운다. 특히 헤로도토스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격찬한 「바빌론」, 아가사 크리스티의 『메소포타미아에서의 살인』을 통해 상상할 수 있는 발굴 이야기를 「아가사 크리스티와 고고학」에서 만난다. 「‘그들’과 ‘신들’, 그리고……」「니네베 혹은 황성 옛터」 등은 매우 돋보이는 이야기들로, 기원전 1700년경부터 세계의 중심지로, 메소포타미아 전체를 지배했던 바빌론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독일 건축가이며 1899년부터 1917년까지, 무려 18년 동안 바빌론을 발굴한 고고학자 콜데바이의 기록과 함께 90여 년 전의 바빌론의 모습들을 다시 볼 수 있다. 여기에 우리는 전 인류의 역사를 막론하고 흔적을 남기고 싶어한 ‘인간의 불멸에의 열망’과 ‘세계와 존재’에 대한 허수경 시인의 진지한 통찰을 읽을 수 있다. 「아가사 크리스티와 고고학」에서는 아가사 크리스티 탐정소설의 기반이 된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 발굴지 등을 중심으로, 아가사 크리스티를 둘러싼 아주 재미있는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녀의 소설 『메소포타미아에서의 살인』의 배경이 된 우르의 발굴 과정은 매우 흥미진진하다. 죽은 이의 영면(永眠)을 위해 무덤을 파헤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허수경 시인의 개인적 고백에서 시작된 「방아잎, 그리고 해골에게 말 걸기」는 이집트 테베에 있는 투탕카멘이라는 소년 파라오의 묘 발굴 이야기다. 에드워드 카터는 그 무덤을 발굴하기 위해 10여 년 넘게 이집트를 헤매다가 1922년 드디어 파라오의 묘를 발굴한다. 그리고 이 사건은 유럽을 이집트 고고학의 열기로 뒤덮는다. 그러나 몇 년 후 파라오의 무덤을 발굴한 자들의 의문의 죽음, 그리고 그 죽음을 둘러싼 갖가지 무성한 소문들. 결국 그들의 죽음은 파라오의 저주 때문이 아니라 그곳에 있는 햇볕과 모기와 더위 때문임이 밝혀진다. 「‘그들’과 ‘신들’, 그리고……」는 수많은 민족 집단의 이주와 기원전 오리엔트에 살았던 수많은 신들의 이야기다. 기독교의 유일신을 모시는 거대한 종교 체계가 오리엔트를 뒤덮기 전까지 고대 동방의 신들은 그들의 도시국가에서 만신전을 이루며 살았다. 신 엔릴에 의해 만신전 통합이 ‘정치적 의지’로 이루어진 점 등을 들어 신들의 역사 역시 인간의 역사와 맞물려 있음을 보여준다. 「기억과 기역, 미음과 미음」에서는 오랜 시간 발굴 작업에 참여하면서 심하게 앓았던 허수경 시인의 이야기를 ‘ㄱ’ 선생님에게 보내는 편지의 형식을 빌어 잔잔하게 써내려갔다. 발굴 숙소에서 모어(母語)가 아닌 말로 아픔을 겪어내야 했을 때의 외로움과 향수가 담겨져 있다. 마지막 장 「니네베 혹은 황성 옛터」에서는 이라크 전쟁과 그 후에 일어난 테러에 의해 희생된 모든 이들과 폐허가 되어버린 유적지들에 대한 허수경 시인의 생각들을 니네베와 바빌론, 그리고 산헤립이라는 신아시리아 왕의 흥망성쇠에 견주어본다. ‘세계 질서’를 위한 살육이 과연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인지를 되물으며, 폐허를 바라보는 시인의 참담한 심경을 쓸쓸함에 드러내고 있다. ?본문 중에서 고고학자들이 문화 지층cultural stratum/Kulturschicht이라고 부르는 지층은 이렇게 세대가 지나면서 겹으로 겹으로 두터워지다가 결국은 언덕 모양을 이루는 것이다. 사람들이 살기를 포기하고 떠나 버린 오리엔트 도시들을 발굴하는 일은 그러니까 언덕을 파는 일이다. 언덕은 언덕이되 그곳에 살았던 인간의 기억을 궁글게 안고 있는 기억의 언덕을 파내려가는 일이다. 기억의 맨 아래층에는 아마도 폐허 도시가 태어날 때의 기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 위에는 유년이, 또 그 위에는 청년의 시간과 장년의 시간과 노년의 시간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죽음의 시간은 맨 위에 얹혀져 있다. 폐허 도시의 죽음의 시간은 지금과 가장 가까운 시간이다. 그러나 놀라워라, 인간의 시간과는 달리 폐허 도시의 시간은 죽음의 순간인 지층을 파내면 순간순간마다 유년과 청년과 장년과 노년이 한 지층 안에 어우러져 숨쉬고 있다. 각각의 지층이 머금고 있는 시간의 스펙트럼. 발굴은 도시의 죽음을 파내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 도시의 죽음은 그 도시에 아무도 살지 않으면서 진행된다.
출판사 서평
고대 도시 바빌론, 잊혀진 폐허의 발굴 현장에서 삶과 죽음의 기원을 파헤치는 허수경 시인의 고고학 기행 에세이 허수경 시인의 에세이집 『모래도시를 찾아서』가 현대문학에서 출간되었다. 이는 2004년 1월부터 2005년 7월까지 1년 반 동안 《현대문학》에 연재됐던 것으로, 현재 독일 뮌스터대에서 고대 근동 고고학을 공부하고 있는 필자가 고대 폐허 도시들의 발굴 현장의 체험으로 쓴 고고학 에세이다. 문학평론가 김병익이 추천사에서 말한 것처럼 “파괴됨으로써 영원해질 수밖에 없는 문명의 아이러니, 숨겨짐으로써 드러낼 수밖에 없는 인간과 삶의 비의”를 드러내는 고대 폐허 도시에서 허수경 시인은 탄생부터 소멸에 이르는, 마치 언덕처럼 누워 있는 문화지층을 파내려가면서 인간 존재에 대한 보다 철학적이고 근원적인 문제를 짚어내고 있다. 삶의 궤적과 흔적들의 고고학적 발견을 통해 인류의 거역할 수 없는 “보편적 운명과 열정”에 대한 “근원적 슬픔”이 허수경의 에세이 『모래도시를 찾아서』의 곳곳에 묻어난다. ?추천사_김병익(문학평론가) 메소포타미아의 평원, 아라비아의 사막, 그리고 험악한 중동의 산악들-그 에그조틱한 땅들에, 깊이 묻히고 산산이 흩어지고 조각난 수십 세기 전 인류의 가장 오랜 물건이며 지식이며 삶의 흔적들을 파들어가고 모아들이고 짜맞추는 고고학의 현장에, 극동의 한 여인이 함께 일하고 조사하고 연구하고 있었다. 그 자그마하고 한없이 어려 보이는 여자가 시인이라면? 아마도, 파괴됨으로써 영원해질 수밖에 없는 문명의 아이러니, 숨겨짐으로써 드러낼 수밖에 없는 인간과 삶의 비의, ‘세계’였기에 존재의 경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역사의 진실을 시적 상상력으로 투시하지 않을까. 나는 《현대문학》에 연재되는 허수경 시인의 에세이를 빠짐없이 읽으면서, 나에게는 낯선 아랍 문명과 고고학이란 학문, 그것들의 한국 시인과의 만남, 이란 아주 특별한 모습을 맺고 이어본다. 그 모습은 신선한 호기심이지만 그것을 넘어 우리가 거두어들이는 것은, 인간과 인류의 거역할 수 없는 보편적인 운명과 열정이고, 그것을 보는 누구에게든 언제 어느 때고 차오르는 근원적인 슬픔이었다. 그 슬픔을 사랑한다는 것은 진정 사치일까…….
기본정보
ISBN | 9788972753292 |
---|---|
발행(출시)일자 | 2005년 09월 05일 |
쪽수 | 237쪽 |
크기 |
154 * 210
mm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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