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들은 밤을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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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한복판 성산成山에 사로잡혀 어둠 속을 헤매는 사람들
전율도 No.1 미스터리
작가정보
宇佐美まこと
1957년 일본 에히메현 출생. 2006년 「룸비니의 아이」로 유幽 괴담문학상 단편 부문 대상 수상으로 데뷔했다. 2017년 『어리석은 자의 독』으로 제70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장편 및 연작단편집 부문에서의 수상으로 한 획을 그었다. 평범한 풍경에 도사리고 있는 균열을 예리하게 포착하여, 이 틈새로 괴이가 스며드는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방식은 우사미 마코토의 괄목할 만한 특기이다. 누구나 마음 깊숙한 곳에 품을 수 있는 시기, 질투, 미움, 분노, 혐오, 원망 등의 어두운 감정이 초자연적인 것과 뒤섞여 일상이 비일상으로, 현실이 환상으로, 올바른 것이 사악한 것으로 반전되는 작품을 주로 써왔다.
도시 한가운데 성산을 두고 벌어지는 미스터리 『소녀들은 밤을 걷는다』는 작가의 출신지이자 현재 거주지인 마쓰야마시가 배경으로, 폐쇄적인 지방 도시에서 생활해온 작가의 경험이 묻어난 작품이다. 은밀한 심리극인 동시에 불가사의한 공포의 요소 또한 지니고 있어 ‘미스터리에서 호러, 판타지를 넘나드는 마술사, 우사미 마코토의 놀라운 경지’가 드러나는 소설집이다. 다른 작품으로는 『무지갯빛 동화』 『뿔이 돋은 모자』 『전망탑의 라푼젤』 『뼈를 애도하다』 등 다수가 있다.
경북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일본어를 공부하던 도중 일본 미스터리의 깊은 바다에 빠져들어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직 국내에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이사카 고타로의 『후가는 유가』, 미치오 슈스케의 『투명 카멜레온』, 미야베 미유키의 『비탄의 문』, 고바야시 야스미의 『앨리스 죽이기』, 고바야시 히로키의 『Q&A』, 아시베 다쿠의 『기담을 파는 가게』, 미쓰다 신조의 ‘작가’ 시리즈 등 다수가 있다.
목차
- 시작의 끝
땅거미 지는 초저녁 · 비사문 언덕
고양이를 안은 여자
고치 속
내 친구
711호실
취부용
흰 꽃이 지다
밤의 트로이
끝의 시작
옮긴이의 말
책 속으로
나는 성산에서 꽤 멀리 떨어진 남쪽 지구에서 자랐다. 이 평야를 흐르는 2대 하천이 바다로 이어지기 직전에 합류하는 곳 부근이다. 거기서도 성산은 잘 보였다. 거기서 성산의 동쪽 기슭에 위치한 여고에 다녔고, 지금은 성 북쪽 지구에 산다. 돌이켜 보면 내 인생도 성산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는 셈이다. 어쩌면 여기에 갇힌 건지도 모르겠다.
400여 년이나 머리에 성을 이고 살았던 성산에는 이 도시를 지배하는 힘이 있는 듯하다. 그 힘은 산기슭과 너른 들판에 두루두루 퍼져 있다. 밤이 되어 어둠에 녹아든 산 위에서 푸르스름한 조명을 받는 성은 마치 허공에 떠 있는 마왕성 같다. 나는 그리로 끌어당기는 힘에서 벗어나지 못해 넋을 잃고 성을 올려다본다.
_ 「시작의 끝」, 10쪽
매립 등 불빛이 희미하게 비치는 아베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이번에는 정말로 비명을 질렀다. 그 남자였다. 그림의 덧칠된 부분 밑, 가시덤불 속에 서 있던 남자. 우리는 운명에 사로잡힌 것이다.
게이스케가 유령처럼 스르르 일어섰다. 문을 향해 걸어갔다.
“어디 가!!”
“경찰에. 내가 죽였으니까……”
“그건 안 돼!”
이건 그 그림이 놓은 덫이다. 아니 그 저택이, 어쩌면 성을 머리에 인 그 산이. 이런 일로 재능 있는 게이스케의 미래를 망칠 수는 없었다.
_ 「고양이를 안은 여자」, 84~85쪽
“쟤는 곧 죽을 거야.”
엔도 씨가 711호실 앞 복도를 지나가는 메이를 보고 말했다. 너무나 불길한 말이었다. 이런 곳에서 꺼내기에 제일 부적절한 말. 하지만 죽음에 한없이 가까운 엔도 씨에게만은 허용되는지도 모르겠다 싶었다.
그러나 대뜸 곧이들을 수 없는 말이기도 했다. 메이는 젊은 만큼 회복 속도가 빨랐다. 기분도 아주 좋은 듯, 방금 전까지도 내가 진저리를 칠 만큼 들떠서 떠들썩하게 말을 늘어놓았었다.
“전에 말씀하신 환영이라도 보신 거예요?” 내가 일부러 밝게 묻자 “응, 쟤의 환영” 하고 엔도 씨는 대답했다.
그로부터 30분 후, 메이는 병원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_ 「711호실」, 187쪽
가모 게이스케의 그림을 보았을 때 느낀 위화감의 정체를 그때 문득 깨달았다. 그가 그린 풍경화에는 전부 저 멀리 붕긋한 산이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는 흰색 건물이 작게 그려져 있었다. 어떤 것은 지붕 모양까지 뚜렷하게. 어떤 것은 흰색 점으로만 보일 정도로. 그건 이 성이었던 것이다.
나는 불려온 걸까? 여기서는 그렇게 불려온 자들의 운명이 교차하며 서로 얽히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모르는 사이에 요사한 뭔가가 섞여들어 조금씩 그 형태가 바뀐다면?
성을 비추는 조명은 아직 켜지지 않았다. 나는 묵묵히 걸어서 성과, 성의 영역에서 멀어졌다.
이제 이 도시에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으리라.
_ 「밤의 트로이」, 329쪽
출판사 서평
소녀는 홀연히 사라지고
잇따른 사건들 모두 미궁에 빠진다
성산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비극의 시작과 끝
『소녀들은 밤을 걷는다』는 성산을 둘러싼 열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느 날 성산 숲속에서 한 소녀가 홀연히 사라지고 잇따른 사건들 모두 미궁에 빠진다. 불치병에 걸린 남자, 수수께끼의 짐승과 소년, 죽은 사람이 보이는 여자 등 성산에 홀린 듯 어둠 속을 헤매는 사람들은 마치 이곳에 갇힌 것 같다.
「시작의 끝」
400년 전부터 머리에 성을 이고 살았던 성산에는 도시를 지배하는 힘이 있는 듯하다. 사람들은 그리로 끌어당기는 힘에서 벗어나지 못해 넋을 잃고 성을 올려다본다. 돌이켜 보면 내 인생도 성산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는 셈이다.
「땅거미 지는 초저녁 · 비사문 언덕」
엄마는 남자를 독차지하지 못하면 미친 듯이 집착했고, 손에 넣고 나면 버리기 일쑤였다. 나는 성산 동쪽의 여고에 진학해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그런 엄마와 헤어질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성산을 산책하다 중학교 때 선생님을 만나게 되고, 선생님은 내가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아버지처럼 여겨져 몹시 갖고 싶어졌다. 나는 그토록 싫어하던 어머니와 같은 운명을 더듬어가는 것일까?
「고양이를 안은 여자」
회화 복원사인 나는 지방 도시 성주의 자손인 화가 남편과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했다. 몇 년이 지나고, 문득 시어머니가 〈고양이를 안은 여자〉 그림 복원을 맡겨 살펴보는데, 그림 아래에 다른 그림이 그려진 듯하다. 그림을 조금씩 복원해갈수록 내 인생에서 지우고 싶었던 기억들이 하나둘씩 떠오르고…… 이건 마치 그림이 놓은 덫 같다.
「고치 속」
불치병으로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나는 속이 메슥거려 좀처럼 아무것도 입에 댈 수가 없다. 그러다 청소를 하며 발견한 애벌레가 풀을 맛있게 먹는 걸 보고 따라 먹어봤는데 먹을 만하다. 그길로 성산 숲속으로 들어가 그 풀을 구해 와 먹기 시작한다.
「내 친구」
성산 서쪽 기슭에 자리한 보육원에 사는 아키라는 가벼운 지적장애가 있어 남들과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다. 그와 마음이 통하는 상대는 사람이 아니라 동물들이다. 길 잃은 고양이가 보육원에 나타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경계를 풀지 않던 고양이가 아키라에게만은 달랐고, 둘은 금세 친한 친구가 된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 주인이 찾아오고, 둘은 헤어지기 싫어 성산 숲속으로 도망친다.
「711호실」
나는 동맥류 수술을 받고 창밖으로 성이 잘 보이는 711호 병실에 입원한다. 2인실이어서 옆 침대에는 머리에 붕대를 둘둘 만 아리따운 여자가 입원 중이다. 그녀는 투명하리만큼 피부가 하얗고, 입술은 피처럼 붉다. 종양을 제거하기 위해 세 번이나 수술을 받은 그녀는 후유증으로 환영이 보인다고 한다.
「취부용」
문을 열어놓고 청소를 하던 사이에 고양이가 사라졌다. 지난번 잃어버렸을 때처럼 보육원에서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거기에도 없었다. 결국 전문적으로 반려동물을 찾아주는 업체의 도움을 받게 되고, 업체는 수색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지난번에 고양이가 사라졌을 때의 상황도 조사한다. 하지만 그때 나는 친구들과 여행을 가서 집에 없었다. 기억을 더듬느라 무심코 정원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못 보던 붉은 꽃이 보인다.
「흰 꽃이 지다」
이 도시를 떠나기 전날, 마지막으로 성산을 올려다보았다. 산중턱 언저리가 환하게 밝아 보였다. 자세히 보니 한 나무에 흰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저런 곳에 딱 한 그루만 꽃이 피다니 신기했다.
그때 바람이 불었다. 흰 꽃이 일제히 허공으로 둥실 떠올랐다. 전부 다 가지에서 떨어져 바람에 휘날리는 것이었다. 앗! 꽃이 아니었다. 나방이었다. 엄청난 숫자의 커다란 흰 나방이 날아오른 것이었다.
「밤의 트로이」
어린이 사생대회 심사위원으로 와달라는 미술대학 동기의 부탁으로 또다시 이 도시에 오게 됐다. 고등학교 때 친구가 사라진 후로 와본 적 없고, 오고 싶지 않았던 이곳에 오고야 말았다. 성을 짊어진 음험한 산이 있는 이 도시로 나는 불려온 걸까? 여기서는 그렇게 불려온 자들의 운명이 교차하며 서로 얽히는 것일까.
「끝의 시작」
꽃에 한창때가 있듯이, 사람이 누리는 생명의 빛에도 정점이 있다. 나는 그렇듯 생생한 기운과는 제일 멀리 떨어져 있다. 친구와 나는 성산 입구 돌계단에 도착했다. 끝없는 세계로 통하는 입구 같은 녹색 통로를 따라 어둠이 내려온다. 우리는 돌계단에 발을 내디뎠다.
각 단편에서는 저마다 다른 화자가 등장하여 이야기가 독립적으로 전개되는 듯하다. 하지만 한 편씩 읽어나갈수록 이야기가 미묘하게 연결되며 불안감과 무서움을 더하고, 마지막 단편에 이르러 모든 퍼즐이 맞춰질 때 최고조의 오싹함과 짜릿함을 느끼게 된다.
「시작의 끝」이라는 단편으로 시작하여「끝의 시작」으로 끝나는 이 책의 수미상관식 구성은 마치 위아래를 막고 그 사이에서 이야기가 빙글빙글 도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이는 성산에 가로막힌 마쓰야마시의 구조와 흡사하며, 실제로 이곳에 사는 작가가 도시의 특성과 그 장소에 깃들인 분위기를 잘 살려내어 더욱 실감이 난다.
『소녀들은 밤을 걷는다』는 누구나 마음 깊숙한 곳에 품을 수 있는 시기, 질투, 미움, 분노, 혐오, 원망 등의 어두운 감정이 초자연적인 것과 뒤섞여 일상이 비일상으로, 현실이 환상으로, 올바른 것이 사악한 것으로 반전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책은 은밀한 심리극인 동시에 불가사의한 공포의 요소도 지닌 호러 미스터리로 이야기를 흥미롭게 직조해내는 작가 우사미 마코토의 뛰어난 기교로 인해 장르적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다.
■ 이 책을 먼저 읽은 독자들의 찬사
- 농밀한 문장 덕분에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책장이 넘어갈수록 성을 둘러싼 동네의 참으로 으스스한 인상이 머릿속에 구축된다. 환상소설과 괴담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적극 추천!
- 길이가 짧은데도 각 단편의 완성도가 높고 연관성도 절묘해 연작 단편의 묘미를 맛볼 수 있다. 호러 느낌이지만 심령물이 아니라 ‘열어서는 안 되는 문 안쪽을 엿보듯’ 오싹오싹한 느낌이다.
- 각 단편도 충분히 무섭지만 읽어나가다 보면 미묘하게 연결된 이야기 속에서 드러나는 인물관계와 배경 때문에 무서움이 더해진다. 처음부터 끝까지 글 속에서 불온하고 음울한 분위기가 배어나와 오싹오싹한 기분으로 페이지를 넘겼다.
- 그렇게 된 거구나, 하고 납득이 가는 호러. 퍼즐 조각이 맞추어지듯 사람들의 운명이 교차되며 수수께끼가 풀린다!
- 마치 톱니바퀴가 절묘하게 맞물려 돌아가는 정밀기계 같은 작품이다!
- 단편 열 편이 조금씩 이어지며 오싹한 호러, 기묘한 판타지, 퍼즐 조각을 맞추는 듯한 미스터리를 만들어낸다.
- 복잡하고 농밀하게 연결된 인간관계. 하나의 단편에서 느낀 위화감이 다음 단편에서 해소된다.
- 환상, 기상, 괴이, 미스터리가 잘 어우러졌다. 등장인물의 절묘한 배치가 제일 감탄스러웠다.
기본정보
ISBN | 9788972751762 | ||
---|---|---|---|
발행(출시)일자 | 2020년 07월 31일 | ||
쪽수 | 356쪽 | ||
크기 |
129 * 190
* 25
mm
/ 388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少女たちは夜步く/宇佐美まこと/著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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