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미술의 언어를 꿈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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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 한창호 중앙일보사에서 기자로 일할 때(1988~1997), 매주 수요일 영화 토론 모임을 가졌는데, 그 인연으로 영화 공부를 시작하였다. 1995년 『할리우드 장르의 구조』를 동료와 함께 번역하면서, 영화의 세계로 점점 매혹돼 들어갔다. 1997년 이탈리아로 유학, 볼로냐 대학에서 영화학을 공부했다.(1998~2004) 볼로냐 대학의 학위(라우레아) 논문은 ‘에로스와 타나토스: 루키노 비스콘티의 멜로드라마 연구’이다. 어디를 가나 미술과 마주칠 수 있는 ‘미술의 땅’ 이탈리아는 영화와 미술에 관한 글의 탄생에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현재 『씨네 21』을 비롯한 여러 매체에 영화평을 기고하고 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출강 중이다. 저서로 『영화, 그림 속을 걷고 싶다』, 『필름 셰익스피어』(공저)가 있다.
목차
- 저자의 글- 화가를 찾아가는 '혼 들린' 감독들
1. 르네상스 미술, 부활
그림자의 미학- 파졸리니의 <아카토네>와 마사치오의 사실주의
'탈중심'의 미학- 타비아니 형제의 <로렌초의 밤>과 파올로 우첼로의 전투화
네오리얼리즘으로 그린 예수의 삶- 파졸리니의 <마태복음>과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
고립된 세상의 외로움- 즈비야진체프의 <귀향>과 만테냐, 그리고 호퍼
르네상스 회화의 만화경- 파졸리니의 <캔터베리 이야기>와 보스의 상상화
시대와의 불화- 루이스 브뉘엘의 <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과 그뤼네발트의 제단화
2. 플랑드르 미술, 생의 한가운데
'생각하는 바다'의 덫에 갇힌 악몽- 안드레이 파르코프스키의 <솔라리스>와 피터 브뤼겔의 계절화
과거가 달콤한 이유- 페데리코 펠리니의 <아마코드>, 피터 브뤼겔이 어린 시절 풍속화
단테의 눈으로 보카치오를 읽다- 파졸리니의 <데카메론>과 브뤼겔의 세계, 그리고 조토
브뤼겔의 <바벨탑>속에 숨은 '도주의 욕망'- 페데리코 펠리니의 <8 1/2>, '옵 아트' 그리고 플랑드르의 풍속화들
3. 바로크 미술, 밤으로의 긴 여로
'저주받은 화가'를 위한 노래- 데릭 저먼의 <카라바조>, 그리고 비스콘티와 파졸리니의 오마주
스크린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 피터 그리너웨이의 <영국식 정원 살인사건>과 카라바조의 후예들
타락한 신부와 순결한 성모- 루이스 브뉘엘의 <아르치발도 데 라 크루즈의 범죄 인생>, 세속화된 성화
베르메르에 미쳐- 피터 그리너웨이의 <하나의 Z와 두 개의 O>, 그리고 '마카브르'
4.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 미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자기를 보지 못하는 남자들의 희비극- 알렉산더 페인의 <어바웃 슈미트>. <사이드웨이>와 미술의 유머
그림 그리기 과정을 드라마로 만들다- 자크 리베트의 <누드 모델>과 앵그르
고딕과 낭만주의의 경계- 팀 버튼의 <슬리피 할로우>, 프리드리히의 낭만주의를 기웃거리다
죽음은 안개에 젖어- 알렉산더 소쿠로프의 <몰로흐>, 프리드리히의 '죽음의 명상'
나르시스의 사랑과 죽음- 데이비드 린치의 <멀홀랜드 드라이브>와 거울 이미지
5. 야수파. 입체파, 변신
그림은 춤춘다- 빈센트 미넬리의 <파리의 미국인>, 툴루즈 로트레크와 라울 뒤피
'단테의 상상력'으로 바라본 지옥 같은 세상- 파졸리니의 <살로, 소돔의 120일>과 입체파, 페르낭 레제
화성에도 혁명을 전파하자- 야코프 프로타자노프의 <아엘리타>와 입체파 미술, 라이오넬 파이닝거
붉은색과 청색의 누아르- 고다르의 <미치광이 피에로>와 피카소, 그리고 팝아트
6. 아방가르드, 이방인
도시의 '멜랑콜리'- 안토니오의 <태양은 외로워>와 데 키리코, 우울한 도시의 풍경화
회색빛 청춘예찬-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몽상가들>, 다다이즘
사랑에 빠진 감정, 진정일까?- 미켈란젤로 안토니오의 <정사>, 데 키리코의 '형이상학'
인적 없는 세상의 쓸쓸함- 에릭 로메르의 <가을 이야기>와 조르지오 모란디의 풍경화
폼페이, 비잔틴에 사이키델릭과 팝아트를- 페데리코 펠리니의 <펠리니 사티리콘> 그리고 회화의 만화경
유머로 풀어놓은 전복적인 가치들- 루이스 브뉘엘의 <황금시대> 그리고 달리, 밀레
7. 팝아트, 고도를 기다리며
반 전통의 깃발을 내건 반항-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자브리스키 포인트>와 팝아트
나는 내가 보는 것을 믿지 않는다- 미켈란젤로 안토니오의 <욕망>, 팝아트 시대의 사진 예술
폭력과 풍경의 외로움- 테렌스 맬릭의 <황무지>와 앤디 워홀, 제임스 로젠퀴스트
'조각처럼 외로운'남자의 오디세이- 마틴 스코시즈의 <특근>과 하이터리얼리즘
퍼렇게 멍든 프랑스- 장_뤽 고다르의 <만사형통>, 앤대 워홀의 팝아트
예술가와 관객의 경계가 무너지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크래쉬>와 보디 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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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1. 미술의 언어로 영화를 읽는다
이탈리아에서 영화를 공부하고, 미술과 클래식 음악, 오페라에 대해서도 마니아적 열정과 깊은 식견을 가진 저자는, 명작 영화의 독특한 미학 뒤에 숨겨진 회화 작품을 날카롭게 간파해내어, ‘영화 미학의 발달사’와 더불어 그 속에 스며든 ‘서양미술사의 흐름’을 친절하게 짚어주고 있다.
저자는, 서양미술사의 연대기를 따라 ‘르네상스 미술’부터 ‘팝아트’까지 7개의 주요한 미술사조로 각 장을 나누고, 그 미술 양식으로부터 영향받은 영화들을 소개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미술사조의 미학과 특징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책에는, 미술을 전공했거나 미술에 대한 사랑이 지극한 감독들이 서양미술사의 대표적인 주제, 모티프, 미술작품의 이미지를 자신의 영화 속에 어떻게 인용했는지, 미술의 이미지로 등장인물의 감정과 영화의 줄거리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했는지가 잘 담겨 있다.
피터 그리너웨이, 팀 버튼, 브뉘엘 등 이 책에서 소개되는 감독들은 사랑하는 화가의 작품을 스크린에 그대로 옮겨오기도 하고, ‘미술작품의 주제와 미술가의 창작 의도’를 영화 속 등장인물의 심리를 묘사하거나 영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적절하게 이용하기도 했다. 르네상스 미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는 파졸리니, 펠리니, 타비아니 형제 같은 이탈리아 감독들은 자신의 영화 속에 르네상스 미술의 대표적인 회화 작품을 녹여내 아름다운 화면을 만들어냈다. 안토니오니와 고다르, 베르톨루치의 전복적·반전통적인 영화에는 전통을 거부하는 반항의 미학 팝아트의 정신과 이미지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영화를 감상하는 데에도 해당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영화를 좋아하는 독자들이, 논리적으로 일사불란하게 전개되는 영화의 스토리에만 집중하지 않고, 영화 속에 표현된 회화적 구도의 의미나 영화의 주조를 이루는 컬러의 상징, 배경으로 나오는 그림의 주제와 등장인물들과의 관계성에 주목해서 영화를 본다면, ‘영화의 아름다움’, 더 나아가 ‘예술의 아름다움’을 향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씨네 21』에 연재됐던 ‘영화와 미술’ 칼럼 중 35편을 책으로 묶어낸 것이다. 전작 『영화, 그림 속을 걷고 싶다』가 인간의 심리와 정서, 사랑과 죽음을 중심으로 한 7가지 주제를 통해 영화의 상상력이 미술을 어떻게 사용했는가를 그려내면서, ‘영화와 미술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새로운 영화 읽기를 시도했다면, 후속편이자 완결편이라 할 수 있는 이 책 『영화, 미술의 언어를 꿈꾸다』는 미술사조를 중심으로 좀더 이론적이고 체계적인 구성으로 영화와 미술의 관계를 논하고 있다.
2. ‘영화 속의 서양미술사’, 르네상스 미술부터 팝아트까지
후발주자인 영화는 전통적인 시각예술인 미술, 특히 그림으로부터 많은 아이디어를 훔쳐오기 시작했다. 조르주 멜리에스의 작업 이후 수많은 회화 이미지들이 영화에 인용되었는데, 영화의 역사뿐 아니라 미술의 역사도 깊은 유럽의 영화들, 특히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영화들에서 ‘미술’의 흔적을 자주 볼 수 있다.
01 르네상스 미술, 부활 르네상스 미술의 권위자인 로베르토 롱기의 애제자이기도 한 파졸리니는 <아카토네>, <마태복음>, <캔터베리 이야기>에서 마사치오,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그림들을 풍부하게 인용하였다. 그의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르네상스 미술’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좌파적 미학을 중시하는, 르네상스적 교양주의자 타비아니 형제는 <로렌초의 밤>을 만들면서 파올로 우첼로의 <산 로마노의 전투>를 인용하여 어떤 파시스트의 죽음 장면을 인상적으로 그려냈다.(본문 24쪽 참조)
02 플랑드르 미술, 생의 한가운데 타르코프스키는 브뤼겔의 <눈 속의 사냥꾼>이라는 작품에 큰 애착을 가진 듯, <거울>에 이어 <솔라리스>에서도 이 작품을 인용하였다.(본문 66쪽 참조) 감독은 그림 속 아이들의 모습에서 절대적인 순결의 이미지를 보는 듯하다. 프랑드르 화가들의 17세기 풍속화를 좋아했던 펠리니는 <8 1/2> 중 귀도의 상상 장면에서, 아내 루이자를 베르메르의 <연애편지>에 나오는 하녀와 똑같이 꾸몄다.(본문 90쪽 참조)
03 바로크 미술, 밤으로의 긴 여로 베르메르의 그림에 미쳐 있는 외과의사가 등장하는 피터 그리너웨이의 <하나의 Z와 두 개의 O>는 회화의 이미지가 넘쳐나는 ‘과잉의 미학’으로 유명하다.(본문 124쪽 참조) 데릭 저먼은 교회로부터 그림 솜씨는 인정받았으나 점잖치 못하다는 평을 받아 결국 거부당한 화가 카라바조의 일대기를 영화에 담았다. 그는 하층민을 모델로 삼아 성인들을 그려냈던 카라바조의 그림 제작 과정을 영화 <카라바조>에 그대로 담아냈다.(본문 100쪽 참조)
04 신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어바웃 슈미트>에서 알렉산더 페인은 죽음을 눈앞에 둔 철없는 노인 슈미트를 풍자하기 위해, 다비드의 <마라의 죽음>을 끌어들였다.(본문 134쪽 참조) 팀 버튼은 <슬리피 할로우>에서 프리드리히의 그림을 직접 인용하기보다 주조를 이루는 이미지를 빌려 썼는데, 영화 속에 자주 등장하는 뒤틀린 나무는 프리드리히의 <까마귀와 나무>에 묘사된 떡갈나무와 아주 비슷하다.(본문 150쪽 참조)
05 야수파·입체파, 변신 빈센트 미넬리는 라울 뒤피, 모리스 위트릴로, 앙리 루소 등 자신이 좋아하는 프랑스 화가들의 작품을 <파리의 미국인>의 주요 배경으로 사용하였고, 주인공 제리는 마지막 장면에서 아예 로트레크의 그림 <아킬레스 바의 초콜릿 댄싱> 속으로 들어가 춤을 춘다.(본문 176쪽 참조) 프로타자노프 감독의 <아엘리타>에서 화성의 공간이 지구보다 훨씬 더 발전돼 보이는데, 이는 라이오넬 파이닝거의 작품처럼 입체주의적으로 묘사된 공간 이미지 때문이다.(본문 192쪽 참조)
06 아방가르드, 이방인 안토니오니의 영화를 볼 때면, 정물화에 가깝게 표현된, 시간이 죽어 있는 풍경화를 그린 데 키리코가 떠오른다. 안토니오니는 데 키리코와 비슷한 방식으로 도시 속 현대인의 ‘소외, 소통 불능, 고독’이라는 추상적인 주제를 시각적으로 잘 묘사했다.(본문 210, 226쪽 참조) 베르톨루치는 <몽상가들>에서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속 여신의 얼굴 위에 마릴린 먼로의 사진을 붙여놓아, 이 유명한 걸작에 대한 경외감을 거둬내고 웃음을 유발시켰다.(본문 218쪽 참조)
07 팝아트, 고도를 기다리며 테렌스 맬릭의 <황무지>에서 살인자 키트는 앤디 워홀의 <펩시라고 말하세요> 같은 그림이 그려진 장소에서 경찰에 발각되는데, 이런 식으로 왠지 불안한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암시를 주는 데 팝아트의 이미지가 적절하게 이용됐다.(본문 276쪽 참조) 팝아트의 이미지를 즐겨 사용했던 마틴 스코시즈는 <특근>에서 팝아트 조각가 조지 시걸의 작품을 인용하여, 도시 속 외로운 사람들의 지루한 일상을 표현했다.(본문 284쪽 참조)
3. 유명하지만 너무나 낯선 ‘유럽의 거장 감독들의 재발견’
새로운 영화 형식을 보여주거나 미술작품을 인용해서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어냈던 파졸리니, 안토니오니, 브뉘엘, 펠리니, 고다르 등 이 책에서 주로 다뤄지는 유럽 감독들은, 우리들에게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너무나 유명한 인물들이다. 하지만 그들의 많은 작품들을 쉽게 접할 수 없는 우리들로서는, 그들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갖게 되는 등 그들의 실체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이 책에는 영화 일을 하기 전 감독들의 경력과 그들에게 영향을 끼친 화가들의 작품 세계, 한 작가의 여러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주제의식, 그들이 이뤄낸 영화의 새로운 미학적·형식적 성취 등이 담겨 있어, 그들의 작품 세계를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특히 명쾌한 주제 전달과 단순한 플롯이 주를 이루는 요즘의 감각적인 영화들에 많이 익숙해진 독자들에게 이 감독들과의 만남은,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한 ‘고전의 중요성’을 재확인시켜줌과 동시에 영화를 보는 또 하나의 ‘눈’을 더해줄 것이다.
①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시적인 화면을 만들어낸 단호한 좌파 지식인
수록 작품: <아카토네>, <캔터배리 이야기>, <데카메론>, <마태복음>, <살로, 소돔의 12일>
우리에게 <살로, 소돔의 120일>의 엽기적인 장면으로만 기억되는 파졸리니는, 파시스트 시절 레지스탕스 활동을 벌였으며, 네오리얼리즘을 한 단계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은 좌파 영화감독이다. 사실주의자들의 영화는 화면이 단조로운 경우가 많은데, 그의 영화들은 르네상스의 그림들을 연상시키는 장면들이 주마등처럼 눈앞에 재현되는 등 그 어떤 시적인 영화들 못지않게 풍부한 상징들로 넘쳐흐른다. 파졸리니는 <마태복음>에선 피에로 델라 프란체스카, <데카메론>에서 브뤼겔, <캔터베리 이야기>에서 보스의 그림을 끌어들여 독특한 사실주의 작품을 완성했다.
②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현대인의 소통 불능’을 시각적으로 묘사한 모더니즘의 거장
수록 작품: <태양은 외로워>, <정사>, <자브리스키 포인트>, <욕망>
모더니즘 영화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안토니오니는 ‘현대인의 고독과 소외, 소통의 불가능성’이라는 주제로 빼어난 작품들을 만들어왔다. 이런 주제의식보다 더욱 돋보이는 그의 작업은, 그런 추상적인 주제를 시각적인 형상화를 통해 상징적으로 묘사했다는 데 있다. 감독이기 이전에 화가였던 그는 <태양은 외로워>, <정사>에서 몬드리안의 그림처럼 수평, 수직선으로 표현된 건물이나 배경을 통해 등장인물의 심리상태를 시각적으로 표현하였다. 또한 팝아트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던 안토니오니는 <욕망>, <자브리스키 포인트>에서 반항적인 예술 팝아트를 영화의 주제 전달에 적절히 이용하기도 했다.
③ 페데리코 펠리니, 독특한 캐릭터로 환상의 세계를 그려낸 호기심 넘치는 광대
수록 작품: <아마코드>, <8 1/2>, <펠리니 사티리콘>
로베르토 로셀리니를 영화 스승으로 둔 펠리니는, 리얼리즘 계열로는 마지막 작품인 <카비리아의 밤>을 만들 때 미술감독 피에르 게라르디를 만나는데, 이때부터 그는 자기 작품에 미술적 효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다. 그의 최고작으로 평가받는 <8 1/2>에서 펠리니는 베르메르와 브뤼겔의 작품을 인용하여 플랑드르 미술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드러냈다. <펠리니 사티리콘>은 로마를 배경으로 한 시대물인데 현대 회화를 끌어들여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과거와 현재의 미학을 마구 섞어놓았다. 캐리커처 화가로도 활동했던 펠리니 는 <아마코드>에서 저마다 독특한 색깔을 갖고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수많은 캐릭터들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④ 루이스 브뉘엘, 부르주아의 가치관을 초현실주의적인 유머로 비웃는 반기독교주의자
수록 작품: <아르치발도 데 라 크루즈의 범죄 인생>, <황금시대>, <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
브뉘엘은 <아르치발도 데 라 크루즈의 범죄 인생>에서 ‘성모’를, <황금시대>에선 ‘예수’를 욕보였고, <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에선 ‘부르주아의 가치관’을 매섭게 공격하였다. 프랑코군에 맞서 싸우던 좌파 공화주의자이자 초현실주의자, 반기독교주의자인 그의 성향이 영화 속에 고스란히 담긴 것이다. <황금시대>는 서구인들의 모태신앙인 ‘기독교’를 공격한 장면 때문에 상영 금지 처분을 받았고, 필름이 압수되기까지 했다. 그는 영화 속에서 초현실주의자들의 아이콘인 기린까지 던져버려, 기독교뿐 아니라 자신들까지 풍자의 대상으로 삼기도 했다.
⑤ 장-뤽 고다르, 다다이스트에 가까운 누벨바그의 기수
수록 작품: <만사형통>, <미치광이 피에로>
고다르는 데뷔작 <네 멋대로 해라>부터 르누아르, 마티스, 피카소 등 자신이 좋아하는 화가의 작품을 즐겨 인용했는데, 그의 그림 인용 방법은 조금 독특하며 주목할 만하다. <미치광이 피에로> 같은 그의 60년대 작품에는 팝아트의 아름다운 시각적인 이미지가 영화 속에 적극적으로 이용되었다. 앤디 워홀이 ‘복사와 반복’을 통해 작품의 메시지를 무화시키듯, 고다르는 <만사형통>의 유명한 트래킹 장면에서 모든 건물의 세트 장치를 그대로 다 보여줌으로써 이 영화가 실제로는 허구임을 통렬하게 일깨워줬다.
기본정보
ISBN | 9788971992401 |
---|---|
발행(출시)일자 | 2006년 05월 29일 |
쪽수 | 315쪽 |
크기 |
165 * 215
mm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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