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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대필 작가로 살고 있는 주제 코스타. 그는 아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책의 실제 저자가 자신이라는 말을 내뱉고는 괴로워하다가 부다페스트로 떠난다. 아내에게 그때 한 말을 잊기 위해 그때 사용한 포르투갈어를 완전히 잊기로 마음먹고 몇 년의 노력 끝에 헝가리어를 완벽하게 익힌 그는 그곳에서도 대필 작가의 삶을 이어가던 어느 날 베스트셀러 작가로 불리며 언론과 대중의 주목을 한 몸에 받게 되는데…….
브라질 대중음악계의 전설적인 거장인 저자의 음악을 사랑해온 루시드 폴이 5년을 공들여 번역한 이 책은 인간의 원초적인 외로움을 다루고 있다. 영어가 통하지 않는 스위스에서 언어로 인한 정서적 고립을 겪는 중 자신의 이 이야기를 자신의 이야기로 느꼈던 루시드 폴은 포르투갈어를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음에도 2차 번역 과정까지 꼼꼼하게 거치며 정확한 번역을 위해 애썼다. 이처럼 책 곳곳에 담긴 그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 2003년 자부치상 수상
작가정보
저자(글) 시쿠 부아르키
저자 시쿠 부아르키는 “밥 딜런과 이언 매큐언이 한 사람이라고 상상해봐라. 그게 바로 시쿠 부아르키다”라는 평을 받는 브라질 대중음악계의 거장이자 평단의 찬사를 받는 소설가. 보사노바 뮤지션으로 데뷔해 지금까지 60여장의 음반을 발표한 부아르키는 조용하고 부드러운 목소리, 서정적인 가사로 큰 인기를 얻었다. 이와 같은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데는 브라질의 아픈 현대사를 함께해온 이력도 한몫을 한다. 군부 독재에 강력하게 저항했던 그는 실존주의 극본을 썼다가 투옥되기도 하고, 10만여 장이 판매된 브라질 민주주의 운동의 대표 음반을 폐기당하기도 했다. 결국 1970년 이탈리아로 망명했고 19개월 뒤 고국으로 돌아왔다. 어릴 적부터 문학을 공부하며 독특한 기법의 소설과 극본, 시 등을 꾸준히 써온 부아르키는 망명 이후 첫 번째 소설을 출간한 뒤 글쓰기에 더욱 매진했다. 그리고 2003년 소설 《부다페스트》로 브라질의 맨부커상이라 불리는 자부치상을 받은 뒤, 2009년 《엎지른 모유》로 두 번째 자부치상과 포르투갈 텔레콤 문학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현대 포르투갈어 문학계에서 손꼽히는 작가 반열에 올랐다. 《부다페스트》는 그의 음악을 사랑해온 루시드폴의 제안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다.
역자 루시드폴의 본명은 조윤석. 1975년 3월생. 음악인, 화학자. 1998년 인디밴드 미선이의 첫 앨범 《Drifting》으로 데뷔했다. 2001년 루시드폴 1집 《Lucid Fall》을 시작으로 《오, 사랑》, 《국경의 밤》, 《레미제라블》, 《아름다운 날들》, 《꽃은 말이 없다.》까지 모두 6장의 정규 앨범을 냈다. 아름답고 서정적인 가사와 약한 것들을 보듬는 따뜻한 선율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2008년에는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2009년 미국 화학회지에 논문 《Micelles for delivery of nitric oxide》를 발표했다. 지은 책으로는 가사집 《물고기 마음》과 시인 마종기와의 서간집 《아주 사적인, 긴 만남》, 소설집 《무국적 요리》가 있다.
목차
- 그것은 금물
어린이들 사건
나는 본 적이 없었다
눈보라가 불었다
너 이 자식
바다의 소리를 향해
저 책을 쓴 사람은
옮긴이의 말
책 속으로
나는 정말 무슨 일이든 가리지 않고 했는데, 사무실 월세나 낼 정도로 벌었던 돈 때문만은 결코 아니었다. 고객들은 마치 나이 든 대서인代書人이나, 타이프 치는 사람, 사전 필사자들에게 그러듯 장당 얼마씩을 시세대로 지불하곤 했다. 그리고 작품을 건네주면, 지폐가 몇 장이나 들었는지 보일 듯 말 듯한 반쯤 열린 봉투 속에 수수료를 남긴 채 허겁지겁 휙 떠나버렸다. 전공 논문이나 학위 논문들, 의대 시험지, 변호사들의 탄원서, 연애 편지, 이별 편지, 간절한 편지, 협박성 편지, 자살 위협 편지 등등, 삭제하기 전에 내가 아우바루에게 보여주었던 일거리들은 글쓰기 문체를 연습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는 컴퓨터 모니터를 들여다보면서, 늘 이렇게 말했다. 천재야, 천재. _P.20
부다페스트? 부다페스트에서 할 게 뭐 있다고? 나로서는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다. 다뉴브 강 보러? 술 마시러? 시 낭송 들으러? 반다는 영어를 더 연습하고, 뮤지컬을 보고 싶어 했다. 게다가 쌍둥이 자매 바네사가 런던에 살고 있었으니 함께 소호 거리를 돌아다닐 수도 있을 테고, 테니스도 같이 칠 수 있겠지. 하지만 부다페스트에는 아는 사람이라곤 한 명도 없다. 거기 백화점은 있어? 몰라. 제과점이나 훌륭한 박물관은 있을걸. 부다페스트? 생각도 마! 그녀는 여행사를 찾아가서 마치 몸에 안 맞는 옷을 바꾸듯 표를 환불받았다. 난 상처를 받았다. _P.57-58
이렇게 부다페스트에서 한 달가량을 보내자, 헝가리어 단어의 운율이 꽤 익숙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항상 첫 음절에 강세가 있는, 굳이 말하자면, 마치 앞뒤를 바꿔놓은 불어처럼 들렸다고나 할까. 사실, 부다페스트에서의 한 달이란 크리슈카와의 한 달을 의미한다. 나는 그녀 없이는 혼자서 시내를 다니는 모험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내의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혹시라도 그녀의 목소리를 통해서만 그나마 알아들을 수 있는 이 언어의 끈을 잃어버릴까 두려웠다. _p.87
페치케 갑을 구기고 나자 이내 후회가 밀려왔다. 어쨌든 내가 부다페스트에서 가방에 챙겨 온 거라곤 이 페치케 담배 한 갑, 그리고 fecske, 이렇게 쓰인 헝가리 단어 하나뿐이었으니 말이다. 담배는 사라졌다 쳐도, 헝가리 단어를 그냥 이렇게 버릴 수는 없었다. 난 담뱃갑을 허벅지 위에 올려두고 다시 펴서, 반다의 손이 닿지 않을 만큼 높은 선반에 꽂힌 프랑스 시집들 사이에 찔러넣어야겠다 생각했다. 이렇게 해두고 처음엔 매일 밤, 이어 하루 걸러 하루, 그다음엔 드문드문 혹은 특별한 날에 몰래 꺼내볼 것이다. 그러다 보면, 제비 그림이 박힌 노란 종이 위에 새겨진 fecske라는 단어도 언젠가는 아무 의미도 없는 단어가 되고 말 것이다. 그러나 반다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반사적으로 다시 담뱃갑을 구겨서 컴컴한 저 아래층으로 냅다 던져버렸다. _p.134-135
나는 그저 1분만이라도 단둘이 있고 싶을 뿐이었다. 소리치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몇 마디 하고 싶어서 시끄러운 소음이 멎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두 손으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고 내 코를 그녀의 코에 갖다 대었다. 그녀의 숨에서 샴페인 향기가 났다. 아니, 내 숨에서 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 두 사람의 심장박동을 느끼면서 우리는 가만히 있었다. 오케스트라가 힘차게 마지막 코드로 노래를 끝냈다. 박수 소리, 폭죽 소리, 환호 소리가 터져 나오기 직전, 삽시간에 조용해진 텅 빈 순간, 어쩌면 나의 목소리가 아닌지도 모를 목소리로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그 책 쓴 사람이 바로 나야. _p.151
그녀가 순수문학클럽과 연줄이 없었더라면, 그들은 나처럼 말이 서투른 외국인을 결코 친절하게 받아주지 않았을 것이다. 의미론이니 기호학이니 해석학이니를 논하는 이 똑똑한 사람들이 무식한 아랫것들과 말을 섞는 일도 결코 없지만 말이다. 가구를 밀고, 마이크를 설치하고, 소리를 조절하는 데에야 헝가리어 몇 단어면 충분했다. 마이크 테스트, 하나, 둘, 셋…… 하루 일과가 끝나면, 유지 관리를 핑계로 집으로 녹음기를 가져와서 테이프들을 반복해서 들으며 실력을 늘려갔다. _p.156
근데, 코슈터. 뭔가 이국적인 걸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어. 크리슈카가 말했다. 이국적? 어떻게 이국적인데? 그 시, 헝가리 시 같지가 않아, 코슈터. 무슨 말이야? 그냥 그게 헝가리어로 된 시 같지가 않아, 코슈터. 난 그녀의 말보다도 크리슈카가 꾸밈없이 발음하는 그 모습에 불쾌해졌다. 그녀가 또 말했다. 마치 외국 말투로 쓰인 시 같아, 코슈터. 그녀는 이 문장은 아예 노래하듯 말했다. 나는 이성을 잃고 스파게티 접시를 들어 벽에 던져버렸다. _p.188
내 기억 속에 이 사람은 없었다. 회의실에 있던 사람들은 아주 멀찍이 보였지만, 그는 너무 가까이에 있었던 탓에 한눈에 알아보진 못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의 낭독을 듣지 못했음에도 그가 읽는 헝가
출판사 서평
“시쿠 부아르키의 글을 읽으면 마치 한 손에는 담배, 다른 손에는 술 한 잔을 든 남자가 연상된다. 이 책을 편 당신은 구겨진 리넨 수트를 입고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어느 바에 앉아 있는 그에게서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 들 것이다.” _《LA 타임스》
브라질의 맨부커상인 자부치상을 수상한 시쿠 부아르키의 대표작
그의 음악을 사랑해온 루시드폴의 출간 제안, 완역으로 드디어 국내 출간!
“밥 딜런과 이언 매큐언의 결합(<선데이 타임스>)”이라는 평가를 받는 브라질 대중음악계의 전설적 거장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시쿠 부아르키의 장편소설 《부다페스트》(원제: Budapest)가 푸른숲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으로 ‘브라질의 맨부커상’이라 불리는 자부치상을 수상한 그를 두고 《눈먼 자들의 도시》를 쓴 노벨문학상 수상자 주제 사라마구는 “글쓰기를 통해 음악과 문학의 경계를 뛰어넘는 또 다른 경지에 이르렀다”고 극찬했다. 2009년에는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어 대중성과 작품성 모두를 인정받기도 했다.
모국 브라질에서 성공한 대필 작가 주제 코스타가 낯선 나라 헝가리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까지의 기묘한 삶과 사랑을 다룬 《부다페스트》는 익명의 그늘 아래 숨죽여 살아야 했던 유령 작가의 불완전한 자기 정체성과 언어에 대한 광적인 집착을 독특한 필치로 그려냈다. “리우데자네이루와 부다페스트 사이의 화자 이동을 통해 두 도시, 두 언어, 두 사랑, 그리고 두 가지 반쪽의 삶을 훌륭하게 대칭시켜 구성했다. 그의 글은 매혹적이고 시적이다(<인디펜던트>)”라는 호평을 받은 이 책은 작가의 몽환적인 작품세계를 내밀하게 엿볼 수 있는 부아르키 소설의 정수로 꼽힌다.
이 책을 처음 국내에 소개한 사람은 평소 부아르키의 음악을 사랑해온 뮤지션 루시드폴이다. 단순히 ‘팬심’으로 시작해 원서를 구해 읽다가 이 작품을 한국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번역을 결심했다. 전공자도 아닌 그가 포르투갈어 소설을 완역하는 일은 만만치 않았지만, “성실하게 뒤지고 고민해서 적어도 오역은 하지 않고 싶다는 마음”으로 5년을 공들였다. 마침내 생애 첫 번역서를 세상에 내놓은 루시드폴은 책의 출간을 기념해 오는 12월 19일, 시쿠 부아르키의 곡을 중심으로 오직 《부다페스트》 독자만을 위한 브라질 음악 연주회를 열 예정이다.
“이 책은 내게 위안이고 쉼이었다.“
음악인이자 화학자인 루시드폴의 첫 번역서
아름답고 서정적인 가사와 따뜻한 선율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루시드폴. 서울대학교를 거쳐 스웨덴 왕립공대 석사, 스위스 로잔공대 박사 과정을 밟으며 화학자로 살아온 그는 뮤지션으로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올해 초 소설집 《무국적 요리》를 출간하며 작가로도 본격 데뷔한 그가 이번에는 브라질 소설 《부다페스트》로 번역자로서의 첫발을 내딛었다. 번역이라는 쉽지 않은 작업에 용기를 낸 데에는 그동안 그에게 음악적 영감을 준 남미 음악, 특히 시쿠 부아르키 음악에 대한 경외심이 크게 작용했다. 스위스 유학 시절, 남미 삼바 음악에 심취해있던 그가 브라질의 대표적인 국민 뮤지션인 부아르키에게 이끌린 것은 필연이었다. 말하듯 읊조리는 담백한 창법, 깊은 울림을 간직한 감미로운 노랫말은 루시드폴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았고, 부아르키 음악에 대한 애정은 그가 쓴 소설로까지 이어졌다. 그렇게 만난 것이 《부다페스트》. 영어가 통하지 않는 스위스에서 언어로 인한 정서적 고립을 겪던 그에게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주인공의 삶은 곧 자신의 이야기로 다가왔다. 인간의 원초적인 외로움을 다룬 이 책으로 위안을 얻은 그는 한국에 돌아와 먼저 출간 제안을 했고 직접 번역까지 맡았다.
루시드폴은 포르투갈어를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다. 브라질 음악을 들으며 가사를 들리는 대로 따라 부르다가 그 뜻이 궁금해 유학 생활 중 등하교하는 전철, 버스 안에서 포르투갈어 교재를 들여다보며 독학했다. 앨범 작업을 하며 틈틈이 짬을 내 번역하다보니 오랜 시간 공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 번역을 마친 뒤에도 2차 번역 과정을 꼼꼼히 거쳤고, 영어본과 불어본, 일어본까지 구해 미심쩍은 문장들을 대조하는 등 적확한 번역을 위해 애썼다. 그렇게 고민하고 공부하며 작업한 그의 노력에 힘입어 5년 만에《부다페스트》가 국내에 소개될 수 있었다. 그는 이 책에 대해 “언어가 숙명적으로 갖는 교감의 한계, 그 외로움을 새로운 각도로 보여준 작품”이라고 평하며, “절망적일 때도 많았지만 이 매혹적인 이야기를 한국에 소개할 수 있게 되어 행복하다”라며 번역 작업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시대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으며 브라질 현대사의 굴곡을 함께해온
가수이자 작곡가, 극본가, 소설가인 시쿠 부아르키의 대표작
시쿠 부아르키는 브라질 대중음악을 대표하는 싱어송라이터이자 평단의 인정을 받는 작가로 브라질의 아픈 현대사를 함께해온 의식 있는 예술가이다. 저명한 저널리스트 겸 사학자인 아버지와 피아니스트였던 어머니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문학과 음악에 심취했던 그는 18살 무렵 첫 단편을 쓴 이래로 독특한 기법의 소설과 극본, 시 등을 꾸준히 발표했다. 보사노바 뮤지션으로 데뷔한 그는 조용하고 부드러운 목소리, 서정적인 가사로 국민적인 사랑을 받으며 지금까지 약 60장의 음반을 발표했다.
19개월간의 망명 생활 이후 고국으로 돌아온 부아르키는 본격적으로 소설과 극본 등 집필활동에 돌입했고 70~80년대엔 연극을 통해, 90년대 들어서서는 소설을 통해 자신의 문학적 재능을 펼쳐 보인다. 《모델 농장》, 《노란 모자》, 《벤자민》 등 독특한 기법의 소설로 브라질 문단에 화제를 불러일으킨 부아르키는 2003년에 발표한 《부다페스트》로 ‘국민 소설가’로 인정받는다. 그리고 2009년 《엎지른 모유》로 두 번째 자부치상과 포르투갈 텔레콤 문학상을 동시 수상하며 현대 포르투갈어 문학계에서 손꼽히는 작가 반열에 올랐다.
그의 소설은 꿈인지 현실인지, 허풍인지 진실인지를 쉽게 구분할 수 없는 기법으로 전개된다. “현실과 픽션을 넘나드는 독특한 환상 문학”이라는 번역자 루시드폴의 평은 부아르키 특유의 글쓰기가 지닌 장점을 잘 설명하고 있다. 이런 몽환적인 느낌은 고전적인 의미의 고독, 외로움을 다룬 기존 소설과는 차별성을 가지며 지루하지 않게 이야기를 이끈다. 이와 같은 노련함과 실험 정신이야말로 그가 거장이라는 칭송을 받으며 오랫동안 ‘브라질의 영웅’으로 사랑받아온 이유일 것이다.
책의 줄거리 ㅡ
표류하듯 살아온 대필 작가 주제 코스타의
현실 같은 꿈, 꿈 같은 현실 이야기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대필 작가로 살고 있는 주제 코스타. 그는 3×4제곱미터의 작은 방에서 코파카파나가 한눈에 들어오는 방 세 개짜리 사무실로 회사를 확장시킬 만큼 실력 있는 작가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이름을 달고 신문 1면에 실린 글을 볼 때마다 “비틀린 질투심”과 공허감을 느낀다. 남편이 무슨 글을 쓰는지조차 관심 없는 아내 반다와 다섯 살이 되었는데도 말도 제대로 못하는 뚱보 아들 사이에서 마음 붙일 곳을 찾지 못하는 그는 일하는 시간 외에는 자신이 쓴 글을 읽고 또 읽는 걸로 시간을 보낸다. 어느 날, 주제는 아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책의 실제 저자가 자신이라는 말을 내뱉고는 괴로워하다가 부다페스트로 떠난다. 그리고 아내에게 한 말을 잊기 위해 그때 사용한 포르투갈어를 완전히 잊기로 마음먹고, 헝가리어 선생 크리슈카의 도움으로 적극적으로 헝가리어를 배우기 시작한다. 몇 년의 노력 끝에 헝가리어를 완벽하게 습득한 그는 유명한 시인의 작품부터 학교 과제까지 맡으며 부다페스트에서도 대필 작가의 삶을 이어간다. 조금 안정적으로 삶을 꾸려갈 때쯤 결국 불법체류자로 추방당하게 되고, 다시 리우데자네이루로 돌아간다. 거기서 그는 일했던 회사도, 사장도 심지어 아내와 아들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혼란스러워한다. 그리고 헝가리 영사의 전화를 받고 다시금 부다페스트로 향한다. 그곳에서 그는 느닷없이 베스트셀러 작가로 불리며 언론과 대중의 주목을 한몸에 받는데…….
이 책은 코파카바나 해변의 이국적인 풍경과 부다페스트의 몽환적인 분위기가 기묘한 플롯으로 엮이며 독자를 환상과 현실의 경계에 데려다놓는다. 독창적인 상상력은 호기심을 자극하고, 여러 가지 연결 지점을 유추해 작가의 의도를 상상하게 한다. 부다페스트는 주제에게 끔찍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도피처이자 다시금 열정으로 들끓게 만든 곳, 꿈이 실현된 가능성의 도시이자 그의 베스트셀러 제목으로 설정되었다.
나약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방어벽을 쳐보지만
매순간 속수무책인 우리, 이방인들
아내가 ‘황홀하다’고 부르짖는 책이 사실은 자신의 대필 작품임을 밝힌 뒤 왠지 모를 수치심에 부다페스트로 도망쳐버리고, 자신의 대필 작품에 의문을 갖는 여자친구 크리슈카에게 애꿎은 스파게티 접시만 던지고 곁을 떠나는 주제 코스타. 익명으로 글을 발표해야 하는 대필 작가라는 직업 때문인지 자기 존재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더욱 고통스러워하던 그는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직업을 숨긴다. 정체가 들켜버릴 때면 숨거나 도망치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현실을 도피하듯 살고 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만큼은 존재를 인정받고 싶어 하지만 그 또한 언제나 좌절되고 만 채. 그러나 그는 익명성 때문에 괴로워하면서도 사람들의 비판과 조롱에서 비껴나 안전하게 숨을 수 있는 이 직업을 사랑하고 있다. 대필 작가로서 느끼는 공허, 부다페스트에서 겪는 철저한 고립은 나약한 자신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방어벽이 된다. 이런 정서는 시쿠 부아르키가 망명 생활 이후 “그늘”처럼 살아야 했다는 말에 녹아 있는 이방인으로서의 외로움, 낯선 언어에 대한 두려움과 호기심, 누구도 믿지 못하는 시대이기에 필연적으로 내재화되는 익명성에 대한 갈구, 그러면서도 마치 엄마와 같이 절대적으로 안심하고 사랑할 수 있는 대상을 찾게 되는 숙명을 표현한 것이다. 하늘은 인간에게 욕망을 준 것과 동시에 나약함과 비겁함도 부여했으니까. 어쩌면 비극은 우리의 나약함에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우리는 은둔하듯 사는 그의 모습을 손가락질할 수 없다.
그렇게 주인공 주제 코스타가 스스로 쳐놓은 고독과 고립에서조차 완전하게 숨을 수 있는 집이 바로, ‘언어’이다. 그렇기에 그는 항상 언어에 관해 엄청난 호기심을 드러낸다. 부다페스트에서도 “토론을 벌이는 자리에선 배웠다는 사람들의 말을 바로잡아”줄 만큼 수준 높은 헝가리어 실력을 쌓았다. 그 과정에 이르기까지 그는 골방에 짐짝처럼 버려졌어도 헝가리어를 배우고자 하는 집념으로 매일 밤을 새워 공부하고, 고급 언어부터 사투리까지 배우며 헝가리 사람보다 더 완벽한 헝가리어를 구사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에게 언어는 인간의 본질이 거처하는 가옥이 된다. 그렇기에 언어의 본질을 파수하는 것이 어떤 이에겐 운명과도 같다. 시인은 시작 활동을 통해, 대필 작가는 글쓰기를 통해. 그렇기에 언어에 대한 광적인 집착은 어디에서든 위태롭고 불안했던 주제 코스타가 얻고자 하는 필사적인 안정일지도 모른다. 표류하듯 살아온 그의 인생에서 언어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엄마의 품과 같은 것, 유일한 집인 셈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71849941 | ||
---|---|---|---|
발행(출시)일자 | 2013년 11월 29일 | ||
쪽수 | 240쪽 | ||
크기 |
128 * 188
* 20
mm
/ 395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Budapeste : romance./Buarque, Chic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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