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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기관 추천도서 > 한국의 아름다운 책 100
『칼의 노래』의 작가 김훈의 신작 장편소설. 이번 작품에서 저자는 너무도 평범한 저잣거리의 한 마리 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칼과 악기를 들여다보던 눈으로 굳은살 박인 개의 발바닥을 들여다보며, 오랫동안 인간의 곁에서 인간과 더불어 살아온 덕분에 이제는 인간의 표정까지 닮아버린 개의 자리로 돌연히 옮겨앉는다.
날것 그대로인 두 발바닥과 몸뚱이 하나로 척박한 세상 속을 뒹굴며 주어진 생을 묵묵히 살아내는 진돗개 보리의 세상살이를 통해, 작가는 생명을 지닌 것들이라면 누구나 감당할 수밖에 없는 살아간다는 일의 지난함과 그 속에 숨겨진 보석처럼 빛나는 생의 의미를 잔잔하고도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다. 더불어 작가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은 진돗개 수놈 보리의 눈에 비친 인간세상의 부조리들, 즉 덧없는 욕망과 집착, 의미 없이 떠도는 말들, 그로 인한 인간의 약함과 슬픔 역시 놓치지 않는다.
작가정보
김훈 金薰 194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고려대 정외과와 영문과를 중퇴하고 여러 언론사를 거치며 신문기자 등을 했다. 장편소설 《빗살무늬토기의 추억》 《칼의 노래》 《현의 노래》가 있으며, 산문집 《내가 읽은 책과 세상》 《풍경과 상처》 《문학기행》 《자전거 여행》 《밥벌이의 지겨움》 등이 있다. 동인문학상과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일러스트레이션 김세현 1963년 충청남도 연기에서 태어났다. 경희대학교 미술과에서 동양화를 공부하고, 수묵화를 중심으로 회화작업을 해왔다. 그린 책으로는 《부숭이는 힘이 세다》 《아름다운 수탉》 《모랫말 아이들》 등이 있고 펴낸 그림책으로 《만년 샤쓰》 《외딴 마을 외딴 집에》 등이 있다. 제4회 출판미술대상을 수상했다.
책 속으로
“내 이름은 보리, 진돗개 수놈이다. 태어나보니 나는 개였고 수놈이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어쩔 수 없기는 소나 닭이나 물고기나 사람도 다 마찬가지다. 태어나보니 돼지이고, 태어나보니 사람이고, 태어나보니 암놈이거나 수놈인 것이다.”(10쪽)
“개 노릇하기가 그렇게 쉽지는 않아. 여기까지는 기초에 불과해. 더 중요한 공부는 사람들의 슬픔과 고통을 정확히 알아차리고 무엇이 사람들을 기쁘게 하고 무엇이 사람들을 괴롭히는지를 재빨리 알아차리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야. 아주 어려운 공부지. 말하자면 눈치가 빠르고, 눈치가 정확해야 한다는 것이야.”(27쪽)
“나는 날지를 못한다. 나는 개이므로 고향이 있고, 주인이 있고, 주인이 주는 밥을 먹고 주인의 집에서 잔다. 나는 개이므로 네발바닥으로 땅바닥을 박차고 달리고, 땅 위의 모든 냄새를 들이마시는 것이다. 바닷가 마을에서 나는 세상의 모든 곳이 나의 고향이며, 사람의 냄새가 나는 모든 주인들이 나의 주인이라는 것을 알았다.”(74쪽)
“앞발을 창문틀에 올리고 사람처럼 뒷다리로 서서 교실 안을 들여다보면서, 나는 정말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내가 사람이 될 수 없는 것은 내가 달을 밟을 수 없는 것과 같았다. 내가 사람의 아름다움에 홀려 있을 때도 사람들은 자기네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모르고 있었다.”(124쪽)
“나는 넓게 파내려갔다. 주인님 몸의 경유냄새와 땀냄새와 발냄새를 향해서 나는 파고 또 팠다. 냄새가 맡아질 때 땅 속을 향해 우우우우 울어대면 주인님이 흙을 털고 일어서서 땅위로 걸어나올 것이라고 나는 믿었다. 파들어가면, 언저리 흙이 무너져내리면서 판 자리를 메웠다. 일은 더디게 진행되었고 주인님의 경우냄새는 맡아지지 않았다. 흙 속으로 수염을 들이밀어봐도 주인님의 몸은 더듬어지지 않았다.”(195쪽)
“강아지들은 어린 목소리로 앙알앙알 대면서 뒹굴고 놀았다. 노는 기세가 힘찼다. 거침없고 스스럼없이 달아나고 쫓아가고 맴돌고 올라타며 놀았다. 저런 어린것들을 빚어내는 씨앗이 악돌이의 몸 속에서 살아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지만, 갓 돋아난 여린 털 위에 가을 햇빛을 받아가며 뒹굴고 뒤엉키는 어린 개들은 영롱하게 반짝이고 있었다.”(213쪽)
출판사 서평
서럽고 빛나는 세상에 바치는 순결한 생의 찬가 김훈 신작장편 《개》 출간! “나는 개발바닥의 굳은살을 들여다보면서 어쩌면 개 짖는 소리를 알아들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세상의 개들을 대신해서 짖기로 했다. 짖고 또 짖어서, 세상은 여전히 고통 속에서 눈부시다는 것을 입증하고 싶었다.” 반성과 우려의 목소리가 여전한 한국의 문단에 새로운 가능성을 예고하며 홀연히 등장했던 소설가 김훈, 문단 안팎으로 예기치 못했던 성과를 거두며 이제는 ‘하나의 현상’으로 우뚝하게 자리한 소설가 김훈의 신작장편 《개》가 출간되었다. 냉혹한 역사적 현실 앞에 던져진 고독한 무인의 실존적 번뇌나 무너지는 왕국 앞에서 예술의 진정성을 찾아 국경을 넘는 한 늙은 예인의 삶을 잔혹하고도 아름답게 그려냈던 그가 이번엔 너무도 평범한 저잣거리의 한 마리 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칼과 악기를 들여다보던 눈으로 굳은살 박인 개의 발바닥을 들여다보며, 오랫동안 인간의 곁에서 인간과 더불어 살아온 덕분에 이제는 인간의 표정까지 닮아버린 개의 자리로 돌연히 내려와, 또다시 새로운 문장으로, 우리가 미처 눈여겨보지 못했던 삶의 풍경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살아 있는 것들은 기어이, 스스로 아름다운 운명을 완성한다” 지난해 한 시상식의 수상소감에서 작가는 소설을 준비하느라 자연 속에 묻혀 지내며, “살아 있는 것들은 기어이, 스스로 아름다운 운명을 완성한다”는 것을 보고 알았다고 했다. 이번에 새로 완성한 소설 《개》는 그러한 작가의 생명에 대한 깊은 통찰이 빛을 발하는 소설이다. 날것 그대로인 두 발바닥과 몸뚱이 하나로 척박한 세상 속을 뒹굴며 주어진 생을 받아들이고 또 힘차게 살아내는 진돗개 보리의 세상살이를 통해, 작가는 생명을 지닌 것들이라면 누구나 감당할 수밖에 없는 살아간다는 일의 지난함과 그 속에 숨겨진 보석처럼 빛나는 생의 의미를 잔잔하고도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다. 더불어 작가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은 진돗개 수놈 보리의 눈에 비친 인간세상의 부조리들, 즉 덧없는 욕망과 집착, 의미 없이 떠도는 말들, 그로 인해 고통받는 인간의 약함과 슬픔 역시 놓치지 않는다. 우리 주변 어느 곳에서나 만날 수 있는 흔한 개의 발바닥에 단단하게 박여 있는 굳은살을 바라보고 또 어루만지며 그 안에 내재된 한 생명체의 고단한 삶의 흔적과 눈부신 꿈의 기록들을 읽어내는 김훈의 이번 소설은, 부딪치고 깨어지고 또 견디고 기다리며 눈앞의 삶을 건너가야 하는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아름다운 생의 찬가이기도 하다. 그가 연민어린 눈길로 들여다보고 어루만지는 버려진 개의 발바닥은 소설가 김훈의 생을 지탱해온 굳은살 박인 그의 손바닥이기도 할 것이며, 그와 함께 현재의 생을 살아가는 우리의 고단한 어깨이기도 할 것이다. 찬란한 빛으로 번져나는 경이로운 생명의 기운들 김훈의 신작소설 《개》에는 살아 있는 것들에게서 뿜어져나오는 생명의 기운이 가득하다. 어린 강아지 보리가 처음 세상에 나와 엄마의 품에서 젖을 빨고 어린 형제들과 몸으로 부대끼며 그 살갗을 느껴가는 과정이나, 낯설고 신비로운 세상을 뛰어다니며 나무와 풀, 숲과 강, 안개와 바람에서부터 개미나 벌, 참새나 까치까지 모든 자연의 피조물들을 몸으로 체험하며 그것들의 냄새와 움직임, 사소한 느낌까지 하나도 놓치지 않고 자기의 몸 안에 직접 받아넣는 과정은 몹시도 섬세하고 구체적이다. 소설가 김훈은 직접 들판을 뛰노는 개의 자리로 내려가 진돗개 보리의 눈과 코, 수염과 발바닥이 되어 그 경이로운 생명의 움직임들을 놓치지 않고 빈틈없이 챙겨, 소설 전체에 생동감 넘치는 자연과 생명의 기운을 고스란히 불어넣는다. 또한 진돗개 보리가 당당한 청년, 수놈이 되어 주인을 섬기고 주인의 사랑을 욕망하고 또 아이들의 세상에서 인간의 아름다움에 가슴 저려하고, 암컷 흰순이를 그리워하며 수컷의 비애에 쩔쩔매고, 경쟁자 악돌이와 처절한 한판 승부를 치르고는 초라하게 상처를 핥으며 묶여 지내고, 주인의 죽음을 감당할 수 없어 무덤을 파며 주인의 냄새를 확인하려 애쓰는 장면 등에서 보여주는 절묘한 묘사는 누구도 굳이 들여다보려 하지 않았던 한 마리 개의 삶에 대한 빼어난 형상임과 동시에, 진돗개 보리로 대표되는 세상의 모든 ‘수컷’들이 겪어내는 삶의 비애로도 읽혀 유쾌한 폭소와 애잔함을 동시에 선사한다. 소박하고 단아한 문장, 따뜻하게 응축된 서정, 오래도록 기억될 깊은 감동... 소설 《개》를 감싸고 있는 주된 정서는 이전의 김훈 소설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을 만큼 매우 젊고 건강하다. 또한 따듯하고 아름답다. 세상에 대한 미움의 힘으로 썼다던 무인의 삶이나 마치 자신이 잡은 펜의 방향을 묻고 있는 듯했던 늙은 예인의 삶을 그 려낼 때와는 사뭇 다르다. 마치 김훈 자신의 어린 시절과 청년기를 불러들인 듯, 젊고 생기 넘치는 생명체에게서 작가가 느끼는 경이로움과 눈부심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그래서일까. 한 편의 소설을 준비하면서 미리 그에 걸맞은 문장을 고르는 것으로도 잘 알려진 김훈이 이번 소설에서 다듬어 완성한 문장은 삼엄한 긴장도, 화려하게 물결치는 장중함도 아니다. 버려진 마을, 우리 곁의 산과 들을 뛰어다니는 한 마리의 평범한 개를 위해 그가 선택한 것은 지극히 소박하고, 단아한 문장이다. 아주 조근조근, 때로는 친절하기까지 하다. 철부지 어린 강아지가 신바람에 가득 차서 뛰놀 때, 슬픈 수컷이 애달프게 암컷을 묘사할 때, 날카롭게 싸움에 임할 때, 달을 보며 구슬프게 짖을 때, ‘개의 소리’로 인간을 향해 쓴 소리를 할 때, 그의 문장은 적절한 리듬을 구사하며 매끄럽게 완성된다. 작가 스스로 ‘블랙홀’이라 칭했던 문장과 문장 사이의 먼 거리와 침묵을 최대한 배제하고 간결하면서도 정돈된 문장으로 곳곳에 빼어난 서정을 심어놓기도 한다. 더불어 수묵화가 김세현씨의 잔잔하면서도 함축적인 그림은 읽는 재미와 함께 보는 즐거움까지 더해주고 있다. 젊은 날의 추억과 깨달음의 힘으로 완성된 빼어난 성장소설 인간에 대한 연민과 세상에 대한 깊은 통찰이 담긴 김훈의 신작소설 《개》는 한 마리 진돗개를 통해 소설가 김훈이 들려주는 충만했던 젊은 날의 기록이기도 하며, 그 시간을 건너온 자가 이제 막 세상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는 젊은이들에게 선사하는 건강한 삶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들판을 뛰노는 철부지 강아지 보리에게서 독자들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찬 ‘악동’ 김훈을 볼 수도 있을 것이며, 당당한 청년 보리가 욕망하고 좌절하고, 그러면서 깨달아가는 세상은 젊은 날의 김훈이 건너온 삶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살아온 날들의 추억과 깨우침의 힘으로 완성된 빼어난 성장소설이자 오래도록 기억될 우화소설로도 읽히는 신작소설 《개》는, 소설가 김훈의 소설세계가 또다시 새로운 소재,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되어 나갈 것 같다는 즐거운 예감만으로도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인다.
기본정보
ISBN | 9788971844366 |
---|---|
발행(출시)일자 | 2005년 07월 18일 |
쪽수 | 231쪽 |
크기 |
148 * 210
mm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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