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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경향신문 > 2012년 2월 4주 선정
작가정보
저자(글) 바슬라프 니진스키
저자 바슬라프 니진스키(Vaslav Nijinsky)
러시아의 전설적인 발레 무용가로, 1889년 우크라이나의 키예프에서 태어났다. 1899∼1907년까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황실무용학교에서 수학했으며, 졸업 후에는 마린스키 극장에 독무자로 입단, 《아르미드 관》·《지젤》을 비롯한 많은 작품에 출연해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미 학창 시절부터 '세계 8대 불가사의'로 불리며 천재성을 인정받았다. 1909년 디아길레프의 '발레 뤼스'에 수석 무용수로 입단, 1911년부터 마린스키 극장을 떠나 파리에서 활동하면서 《사육제》, 《레 실피드》, 《세헤라자데》, 《장미의 정령》, 《페트루슈카》 등에 출연하였다. 이때 그는 '무용의 신(God of Dance)'으로 찬양받았다. 1912년 직접 안무하고 출연한 《목신의 오후》가 폭발적인 성공을 거두었으나, 이어 1913년 발레 미학에 혁신을 가져온 《봄의 제전》을 안무, 소동을 일으켰다. 1913년 남미 순회공연 도중 헝가리 백작의 딸 로몰라 드 풀츠키와 결혼하면서 애인이자 후원자였던 디아길레프와 결별하였다. 디아길레프의 방해로 1914년 런던에서 자신의 발레단을 창설하려다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1917년 9월 30일, 대중 앞의 마지막 공연이 된 몬테비데오 적십자 자선공연에 출연한 뒤, 가족과 스위스의 생모리츠에 정착했다. 1918∼1919년에 정신질환(정신분열증) 증세가 심해졌는데, 바로 이 시기에 《일기》 집필하였다. 그 뒤로 요양원을 전전하다 1950년 런던의 사설 진료소에서 신장 질환으로 사망하였다.
옮긴이 이덕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과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경향신문〉·〈조선일보〉 문화부 기자, 〈서울대학신문〉 조사부장을 거쳐, 중대·숙대 대학원 강사를 지냈다. 현재는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장편소설 《회생(回生)》, 산문집 《내 눈의 빛을 꺼다오》, 《마지막 불꽃이 더 아름답다》 등이 있고, 발레 입문서 《발레에의 초대》, 《매혹의 초대》, 평전 《불멸의 무용가들》, 《세기의 걸작 오페라를 찾아서》, 《음악가와 연인들》, 《음악가와 친구들》, 《음악가의 만년과 죽음》, 《토스카니니》, 《전혜린》, 편역서로 브로니슬라바 니진스카의 《나의 오빠 니진스키》, 역서로 프리드리히 니체의 유저(遺著) 《니체 최후의 고백》, 로몰라 니진스키의 《니진스키》, 베르나르 가보티의 《쇼팽》 등 다수가 있다.
번역 이덕희
목차
- 역자서문/5
역자해설-니진스키의 비극/13
영역자 서문/95
삶/103
죽음/353
편지/485
부록
출판사 서평
1. 개요
- 인간의 몸에 깃든 '무용의 신(God of Dance)', 그가 남긴 영혼의 자서전
진정한 의미에서 현대 발레의 새 장을 연 천재 무용가, 여성 무용수(발레리나)의 보조자에 불과했던 남성 무용수(발레리노)의 지위를 지금과 같은 수준으로 격상시킨 무용수, 시대를 앞선 파격적인 안무로 전 유럽을 충격 속으로 몰아넣은 안무가. 이 모든 찬사는 바로 바슬라프 니진스키(Vaslav Nijinsky, 1889∼1950) 한 사람에게 쏟아지는 것들이다. 이 책 《니진스키 영혼의 절규》는 현대 발레사에서 가장 중요한 무용수로 꼽히는 바슬라프 니진스키가 심각한 정신질환에 빠져들 무렵에 쓴 일기를 원문 그대로 옮긴 것이다.
61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니진스키는 천재 예술가로서는 비교적 장수한 편에 속한다. 그러나 정작 그가 무대에서 활동한 시간은 짧았다. 스물아홉 이후로 정신병원과 요양원을 오가면서 동안 그는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걸었다. 그리하여 니진스키의 전기 작가인 리처드 버클은 그의 일생을 가리켜 "10년은 자라고, 10년은 배우고, 10년은 춤추고, 그리고 나머지 30년은 암묵 속에 가려진 60 평생"이라고 표현하였다. 이번에 소개하는 《니진스키 영혼의 절규》(니진스키의 《일기》)는 바로 무용수로서의 짧은 생의 마지막 시기인 동시에 정신질환자로서의 삶이 시작되던 시기(무대에서 은퇴한 뒤 정착했던 스위스의 생모리츠에서 1919년 1월 19일∼3월 4일까지 6주간)에 쓰여졌다.
여기서 그는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한편으로 자신의 벌거벗은 내면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 광기에 희생된 천재들(휠덜린, 슈만, 고흐, 니체 등)의 삶을 다룬 책이나 그들의 정신질환을 분석한 책은 많이 있었지만, 이처럼 천재 예술가가 위태롭게 의식과 무의식 세계를 오가며 써내려간 글로는 니진스키의 일기가 역사상 전무후무한 것이다.(니체는 정신병원에서 집필하기도 했지만, 니진스키처럼 정신이 미로에 빠져드는 과정에서 그 혼란스런 기록을 남긴 것은 아니었다.)
2. 무삭제판 일기 출간에 얽힌 이야기
발레사에서의 중요성뿐 아니라 20세기 초 유럽 문화계의 판도를 바꾼 '아방가르드'의 주요 인물 중 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또한 동성애 스캔들을 비롯해 여러 가지 드라마틱한 인생 역정 때문에 니진스키의 삶을 추적하는 책이 꾸준히 출간되어 왔다. 1970년대 이후 국내에서도 니진스키의 삶을 다룬 책들이 출간되어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사실 니진스키의 일기는 그의 생전에 아내인 로몰라 니진스키가 《니진스키의 일기》라는 제목으로 펴낸 적이 있었다(1936년). 또 로몰라는 그보다 3년 전에 니진스키의 전기(《니진스키》)를 출간하기도 했다. 니진스키의 어린 시절과 무용가로서 한창 성장하던 시기에 대해서는 그의 누이동생이자 역시 유명한 발레리나인 브로니슬라바 니진스카가 쓴 《회고록》이 발표되어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이 밖에도 어린 시절의 친구 아나톨 부르망이 쓴 《니진스키의 비극》 등 여러 편이 있다.
하지만 아내 로몰라가 발표한 《니진스키의 일기》는 일기 원본을 로몰라가 임의로 편집하고 삭제해 만든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판단으로 남편의 명성에 해가 될 만한 내용(세르게이 디아길레프와의 동성애 관계 등)을 삭제하였으며, 그로 인해 니진스키 자신이 남긴 유일한 기록인 일기는 훼손되고 말았다. 그 뒤, 오랜 시간이 지나 1995년 러시아계 프랑스 작가인 크리스티앙 뒤메 류보프스키의 설득으로 니진스키의 둘째 딸 타마라 니진스키가 일기 원본을 공개하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마침내 '전혀 손대지 않은 원본 그대로의 일기'가 빛을 보게 된 것이다. 러시아어로 쓰여진 일기 원본이 먼저 1995년 프랑스에서 번역되어 나왔고, 그 뒤 1999년에 미국에서 영역판이 나왔다.
이번에 푸른숲에서 소개하는 《니진스키 영혼의 절규》는 1999년 영역판을 바탕으로 프랑스판과 러시아어 원본을 참조하여 완성되었다. 무엇보다, 발레 예술에 조예가 깊은 번역자 이덕희 씨가 20세기 초 유럽 문화계의 상황과 니진스키의 삶, 그가 안무하거나 출연한 수많은 발레 명작에 대해 충실한 주석을 달아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또 어린 시절의 모습부터 《사육제》, 《장미의 정령》, 《봄의 제전》 등의 발레 장면을 비롯해 여러 미공개 사진을 포함하는 사진 자료를 통해 시간 속으로 사라진 천재 예술가를 만나볼 수 있다.
3. 책의 구성
《니진스키 영혼의 절규》는 크게 <1부 - 삶>, <2부 - 죽음>, <편지>, <부록>의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와 2부의 구분이나 각 부의 제목(삶, 죽음)은 니진스키가 일기를 쓰면서 직접 정해놓은 것이다. 니진스키는 모두 세 권의 노트에 일기를 썼다. 1부는 처음 두 권의 노트를 모두 채우고 세 번째 노트의 앞부분까지 걸쳐 쓰여져 있으며, 2부는 세 번째 노트의 나머지 부분을 채우고 있다. 일기를 쓰면서 그는 한편으로 또 다른 노트(네 번째 노트)에 자신의 어머니(엘레오노라 니진스키)와 친구 등에게 보내는 총 16통의 편지를 썼다. 《니진스키 영혼의 절규》에는 이중 의미있는 8통의 편지가 실렸다. <부록>에는 일기 원본 발간과 관련해 니진스키의 둘째 딸 타마라 니진스키가 프랑스의 유명 무용 잡지와 가진 인터뷰, 니진스키 연보, 영역 편집자의 말 등을 수록했다.
* 1부의 앞에 역자 서문과 함께 <역자 해설 - 니진스키의 비극>이 실려 있다. <역자 해설>은 일기 원문만으로 알 수 없는 니진스키의 삶과 그의 발레 인생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고 있는데, 그 자체로 거의 완벽한 '니진스키 평전'이라 할 수 있다.
4. 책의 특징
(1) 서술구조의 특징 - 자유연상과 자동기술법
《니진스키 영혼의 절규》는 정신분석학적 텍스트로 쓰일 수 있을 만큼 온갖 환상과 일그러진 기억, 자유 연상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결과 문장에 단락이 거의 없으며, 잘못 쓴 단어들(언어유희로 일부러 말을 잘못 쓴 경우도 있다)이 많다. 이 책에서는 임의로 단락을 구분하지 않고 원본 그대로를 옮겼다. 니진스키가 '의식의 흐름'에 따라 써내려간 글들은 때로 읽기 벅찰 만큼 산만하다.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름다움에 대해 허튼소리를 쓴다. 아름다움은 토론될 수 없다. 아름다움은 비판될 수 없다. 아름다움은 비평이 아니다. 나는 비평이 아니다. 비평은 영리하게 되려는 시도이다. 나는 영리하게 되려고 애쓰지 않는다. 나는 나의 아름다움을 과시한다."
- 본문 199쪽
그러나 이런 글을 통해 우리는 비로소 전설로 남은 천재 예술가의 인간적인 모습을 만날 수 있으며, 그를 평생 동안 괴롭혔던 정신적 고통의 실체를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사람들에게서 소외되어 이해받지 못한 채 슬픔에 잠겨 정신의 파국을 향해 서서히 침몰해간 니진스키. 숱한 오해와 질시, 극단적인 외로움 속에서 영혼의 질병을 앓았던 한 천재 예술가의 진솔한 고백은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나는 돈을 원치 않았다. 나는 단순한 삶을 원했다. 나는 극장을 사랑했고 일을 하고 싶었다. 나는 호되게 일했다. 그러나 후에 나는 내가 호감을 사지 못한다는 걸 알았으므로 열의를 잃고 말았다. 나는 나 자신 속으로 은퇴했다. 나는 너무나 깊이 자신 속으로 은퇴했기 때문에 더 이상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울고 또 울었다……" - 344쪽
(2) 내용상의 특징
니진스키는 일기에서 대립되는 단어쌍을 자주 이용하고 있다. 예컨대, 그는 자주 '감정'과 '생각', '좋은 것'과 '나쁜 것'이라는 단어로 어떤 상황이나 사람을 평가하곤 한다. 그에게 '감정'은 직관적인 통찰력을 뜻한다. 즉 어떤 상황을 정서적으로(즉각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이다. 이 같은 능력은 '생각'이나 '지성'에 의해서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다. 그는 '생각'을 매우 낮은 수준의 인공적인 행위로 간주하고, 그것으로는 결코 사물의 이면을 꿰뚫어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생각만 하는 사람들은 진실을 알 수도 없고 진정한 관계를 맺을 수도 없다는 것이다. 니진스키는 곧잘 아내 로몰라가 생각만 하고 느끼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녀의 지적 발달은 대단하지만, 감정의 발달은 미미하다. 그녀가 발전할 수 있도록 나는 그녀의 지성을 파괴하고 싶다." - 191쪽
일기에 중요하게 나타나는 또 다른 개념으로는 '메마름(dryness)'이 있다. 그가 말하는 메마름은 '감정'의 능력을 빼앗긴 상태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메마름'은 '생각'처럼 '나쁜 것(a bad thing)'이다.
"내 시중을 드는 하녀는 메마른 인간이다. 그녀는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그녀는 너무 많이 생각한다. 그녀가 오랫동안 몸담았던 다른 직업으로 인해 그녀의 마음이 고갈돼버렸기 때문이다. 나는 취리히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곳은 메마른 도시이기 때문이다. 거기엔 수많은 공장들과 숱한 사업가들이 있다. 나는 메마른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다." - 103쪽
인공적으로 습득한 나쁜 행동양식인 '습관'과, '육식' 역시 그가 싫어하는 것들로 일기 속에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그 밖에 일기 안에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도 자주 나타난다.
"나는 선물을 좋아하지 않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나 다 그들에게 주고 싶다." - 106쪽
"가난한 사람들은 돈을 벌 수 없다. 부자들은 그들을 돕지 않으면 안 된다. 만약에 내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내 돈을 몽땅 어떤 단체에다 기증한다면 나는 그들을 돕고 있는 것이 아니다. … 가난한 사람은 이들 단체를 찾지 않는다. 사람들이 그를 나쁘게 생각할까봐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 150쪽
무엇보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삶'과 '죽음', '신'이다. 그는 삶을 사랑하고 죽음을 두려워했다. "나는 죽음을 원치 않는다, 나는 삶을 원한다"는 이야기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신'에 대해서는, 때로 자기 자신을 신이라 부르는 자아도취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하고, 자신의 행동이 신의 명령에 의한 것이라는 말을 자주 하고 있다.
"나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다. 나는 신이다. 나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나는 신이다. 나는 신을 사랑하고 '그'는 나를 사랑한다. 나는 누구나 나처럼 되기를 바란다. 나는 심령술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나는 신 안의 인간이다. … 나는 매개가 아니다. 나는 신이다. 나는 신 안의 인간이다." - 400쪽
5. 실패한 아웃사이더, 니진스키
1956년, 영국의 젊은 작가인 콜린 윌슨(Colin Wilson, 1931∼)은 세계 지성계를 놀라게 한 저서 《아웃사이더(The Outsider)》를 통해 바슬라프 니진스키를 '실패한 아웃사이더의 전형'으로 다루었다. 그리고 니진스키가 남긴 일기야말로 '아웃사이더가 직면하는 문제의 기록 가운데 다시는 일어날 수 없을 만큼 패배한 인간이 쓴 기록으로는 유일한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무용학교 시절에 이미 '세계 8대 불가사의'로 불리며 서구 최고의 발레 무용가로 자리잡은 니진스키. 천부의 재능과 끊임없는 노력 덕에 어려서부터 발레 신동으로 불렸지만 개인적으로는 아버지의 가출과 지독한 가난 등으로 불행한 성장기를 거쳤다. 무용학교에서도 그는 외톨이였다. 그를 시기한 급우들의 괴롭힘으로 심한 부상을 당할 정도였다.
어긋난 인간관계로 인한 괴로움은 평생 그를 따라다녔다. 특히 세르게이 디아길레프(S. P. Diaghilev, 1872∼1929)와의 만남은 그의 삶을 좌우하는 중요한 사건이었다. 당시 유럽 문화계에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던 예술 흥행사 디아길레프는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소년에서 청년으로 자라나려는 발레리노들을 애인으로 삼곤 했다. 니진스키도 그중 하나였다. 니진스키는, 예술적 안목이 없는 흥행사 디아길레프를 속으로 경멸하면서도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그를 떠나지 못했다. 일기에는 디아길레프에 대한 니진스키의 생각이 잘 나타나 있다.
"나는 흥행사들의 속임수를 안다. 디아길레프 역시 흥행사이다. 공연단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디아길레프는 다른 흥행사들로부터 사기 치는 법을 배웠다. 그는 자신이 흥행사로 불리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흥행사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이라는 걸 그는 잘 안다." - 287∼288쪽
"나는 디아길레프와도 5년 동안 함께 살았다. 나는 계산할 수가 없다. 지금 나는 스물아홉 살이다. 디아길레프를 만났을 때 나는 열아홉 살이었다. … 그가 곧잘 내게 여자들에 대한 사랑은 끔찍한 것이라는 말을 했을 때 나는 그를 믿었다. 만약에 내가 그를 믿지 않았던들 나는 내가 저지른 일을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 291쪽
니진스키의 예술 또한 제대로 이해받지 못했다. 그가 안무하여 파리에서 초연한 발레 《봄의 제전》은 한바탕 소동을 일으켰다. 훗날 현대 발레의 새 장을 연 것으로 평가받은 이 작품은 당시에는 고전 발레에 익숙해져 있던 관객들과 비평가들의 비난을 샀다. 같은 길을 걸었던 누이동생 브로니슬라바 니진스카만이 그의 유일한 친구이자 예술적 동반자였다. 그러나 그 누이동생이 결혼하면서 니진스키는 더욱 심한 고독에 빠졌고, 사람들에게 이해받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은 해소되지 못한 채 그의 영혼을 갉아먹었다.
"나는 단순하게 살고 싶다. 나는 사랑하고 싶다. 모든 사람을 위한 행복을 바라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이 서로 가진 것을 공유한다는 걸 알 때 나는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이다. 나는 연기를 하고 춤을 출 수 있을 때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되리라. 그리하여 이후론 돈이나 어떤 다른 종류의 보상도 없이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나는 사람들에 대한 사랑을 원한다. 나는 죽음을 바라지 않는다." - 393쪽
결국 니진스키가 헝가리 귀족 출신인 로몰라 드 풀츠키와 결혼하면서 '발레 뤼스'의 단장이자 유럽 문화계의 권력자였던 디아길레프와의 관계는 그대로 끝나고 말았다. 디아길레프는 니진스키가 다른 무대에 서지 못하도록 방해했고 무대를 잃어버린 그는 점점 정신의 수렁 속으로 빠져들었다. 만일 그 모든 괴로움에도 불구하고 춤출 무대를 잃지 않았다면 그는 아슬아슬하게나마 정신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의 누이 브로니슬라바 니진스키는 오빠가 정신질환을 앓게 된 뒤에도 이야기를 하다가 '춤' 이야기만 나오면 언제나 그에게서 돌연한 의식의 불꽃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니진스키에게 '무용'은 신앙이요 생명이며 영혼이었다. 그러나 극장이 없었으므로, 니진스키는 자기 속에 깊이 물러가 자신의 고유한 '무용'의 내면세계에서 살기 위해 삶의 현실로부터 문을 닫아버렸던 것이다." 본문 93쪽(브로니슬라바 니진스카의 《회고록》에서)
저자 소개
저자 바슬라프 니진스키(Vaslav Nijinsky)
러시아의 전설적인 발레 무용가로, 1889년 우크라이나의 키예프에서 태어났다. 1899∼1907년까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황실무용학교에서 수학했으며, 졸업 후에는 마린스키 극장에 독무자로 입단, 《아르미드 관》·《지젤》을 비롯한 많은 작품에 출연해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미 학창 시절부터 '세계 8대 불가사의'로 불리며 천재성을 인정받았다. 1909년 디아길레프의 '발레 뤼스'에 수석 무용수로 입단, 1911년부터 마린스키 극장을 떠나 파리에서 활동하면서 《사육제》, 《레 실피드》, 《세헤라자데》, 《장미의 정령》, 《페트루슈카》 등에 출연하였다. 이때 그는 '무용의 신(God of Dance)'으로 찬양받았다. 1912년 직접 안무하고 출연한 《목신의 오후》가 폭발적인 성공을 거두었으나, 이어 1913년 발레 미학에 혁신을 가져온 《봄의 제전》을 안무, 소동을 일으켰다. 1913년 남미 순회공연 도중 헝가리 백작의 딸 로몰라 드 풀츠키와 결혼하면서 애인이자 후원자였던 디아길레프와 결별하였다. 디아길레프의 방해로 1914년 런던에서 자신의 발레단을 창설하려다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1917년 9월 30일, 대중 앞의 마지막 공연이 된 몬테비데오 적십자 자선공연에 출연한 뒤, 가족과 스위스의 생모리츠에 정착했다. 1918∼1919년에 정신질환(정신분열증) 증세가 심해졌는데, 바로 이 시기에 《일기》 집필하였다. 그 뒤로 요양원을 전전하다 1950년 런던의 사설 진료소에서 신장 질환으로 사망하였다.
옮긴이 이덕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과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경향신문〉·〈조선일보〉 문화부 기자, 〈서울대학신문〉 조사부장을 거쳐, 중대·숙대 대학원 강사를 지냈다. 현재는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장편소설 《회생(回生)》, 산문집 《내 눈의 빛을 꺼다오》, 《마지막 불꽃이 더 아름답다》 등이 있고, 발레 입문서 《발레에의 초대》, 《매혹의 초대》, 평전 《불멸의 무용가들》, 《세기의 걸작 오페라를 찾아서》, 《음악가와 연인들》, 《음악가와 친구들》, 《음악가의 만년과 죽음》, 《토스카니니》, 《전혜린》, 편역서로 브로니슬라바 니진스카의 《나의 오빠 니진스키》, 역서로 프리드리히 니체의 유저(遺著) 《니체 최후의 고백》, 로몰라 니진스키의 《니진스키》, 베르나르 가보티의 《쇼팽》 등 다수가 있다.
기본정보
ISBN | 9788971843659 | ||
---|---|---|---|
발행(출시)일자 | 2002년 12월 14일 | ||
쪽수 | 530쪽 | ||
크기 |
153 * 224
mm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Cahiers/Nijinsky, Vasla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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