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질거리는 나의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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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 김성원은 20대부터 30대 초반까지 서울시철거민협의회, 노동정보화사업단, 노동정치연합, 구로와 울산 노동 현장에서 빈민·노동·진보정치 관련 단체의 활동가로 일했다. 이후로 30대 후반까지 IT분야 컨설턴트, 패션 마케터, 광고 전략가로 좌충우돌 직장생활을 했다. 마흔에 직장을 그만두고 뒤늦게 시민단체 '에너지전환'의 간사로 일하다 2007년 전남 장흥으로 귀촌했다.국내 최초로 흙부대 집을 짓고 자신의 경험담을 담은 『이웃과 함께 짓는 흙부대 집』을 출간했다. '로켓스토브'와 '고효율 개량화덕', '로켓매스히터', '구들 개량법'을 세계의 화목난방장치들과 비교하여 본격적으로 국내에 소개하고 『점화본능을 일깨우는 화덕의 귀환』을 출간하였다. 고효율 화목난로 공모전이자 적정기술 전람회인 《나는 난로다》의 공동 기획자이고 최근까지 이 행사를 주도하였다. 국내에 유럽의 고효율 화목난로, 러시아 페치카와 유럽 축열식 벽난로의 이론을 본격적으로 소개하였다. 완주에서 적정기술 활동가들과 함께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하고 에너지자립 워크숍, 고효율 화목난로 개량 워크숍, 축열 장인 워크숍과 강의를 통해 다수의 전문 인력들을 육성하였다. 이외에도 천연페인트, 흙미장, 석회미장 등 다양한 농촌생활 자급자족을 위한 생활기술, 적정기술과 직조를 비롯한 다양한 수공예 기술을 자신이 운영하는 흙부대생활기술네트워크와 전국귀농운동본부, 삶을 위한 교사대학, 대안교육연대, 하자센터, 지역 공동체, 환경단체들과 함께 보급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금은 장흥에서 살며 생태적이며 인간 삶을 회복할 수 있는 기술에 관심을 갖고 연구와 실험, 교육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기계화되어가는 산업문명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인간 회복의 기술은 무엇일까, 인문학적 기술교육이란 무엇일까 끊임없이 질문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이웃과 함께 짓는 흙부대 집』(2009, 들녘), 『점화본능을 일깨우는 화덕의 귀환』(2011, 소나무), 『화목난로의 시대』(2014, 소나무)가 있다.
- 적정기술, 생활기술 연구자
- 인터넷카페 흙부대생활기술네트워크 매니저
http://cafe.naver.com/earthbaghouse
- (사)한국흙건축연구회 기술이사
목차
- 서문 | 뒤로 걷는 자의 탐색
I. 손의 기억과 오래된 기술
1. 부스러지지 않는 삶과 수공예
2. 직조하는 그 남자의 사정
3. 현대의 대장장이와 ‘철든 사람들’
4. 복고기술과 기술의 과거성
II. 정주하는 삶의 기술
5. 계획할 수 없는 삶과 자급의 기술
6. 삶의 터를 만드는 기술
7. 불을 다루는 기술과 인간
8. 에너지를 만드는 마을
9. 인간적 규모와 농기계
III. 근원적인 기술들
10. 놀이와 숲 속의 원시기술
11. 바퀴 기계와 자전거
12. 밧줄과 매듭으로 만든 기계
IV. 절망의 시대, 희망의 기술
13. 설국열차와 기술사회
14. 도시를 바꾸는 희망의 기술
15. 요나와 환경기술의 배반
16. 자가 제작자 운동
17. 저항하는 적정기술
도움을 받은 책
도움을 받은 인터넷 사이트
책 속으로
공자의 제자 자공子貢이 길을 가다 한 노인이 채마밭에 항아리로 물을 대고 있는 것을 보았다. 효율은 낮고 힘들어 보였다. 자공은 용두레라 불리는 물 대는 기계를 써보지 않겠느냐고 권한다. 노인은 일을 쉽고 빠르게 하려고 기계를 만들어 쓰고자 하면 반드시 기심機心이 생기게 되어 순진하고 소박한 생명력을 잃게 된다고 한다. 기심으로 정신과 마음이 안정되지 않으면 위대한 도를 체험하고 살필 수 없다며 거절했다.
(13쪽, ‘기계지심과 기술적 게토’ 중에서)
적정기술운동에서 기술 선택에 대한 강조와 함께, 운동 내부에 문제를 발생시켰다. 첫째 ‘적정기술’의 의미에 대한 혼란이며 둘째, 적정기술을 사회운동의 흐름과 결합시키는 데 있어 불명확성이다. 사실 사회운동과 본질적으로 관련이 없는 이익집단과 결합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셋째, 적정기술의 실무자들과 많은 지지자들이 있지만 정책적 영향을 끼치는 데 실패하고 있다.
(242쪽, ‘저항하는 적정기술’ 중에서)
출판사 서평
스마트폰을 손에 쥔 바보들에게 바치는 책
하루 종일 컴퓨터를 마주보고 자판을 두들기는 사람과 공장에서 기계를 보조하게 된 사람들은 수십만 년 동안 이어져 온 ‘만드는 손’의 기억을 잊은 채 단지 ‘소비하는 손’으로 살아가고 있다. 한때 의식주와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스스로 만들던 당당한 손들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손에 익은 기술을 통해 생활과 문화를 풍성하게 일구던 재주 많은 손들은 어디에 있는가. 기계와 기술을 가지고 놀았던 능수능란한 손들은 어디로 사라졌는가. 21세기의 지구인들은 첨단을 추구하는 과학과 기술의 틈바구니에서 만드는 손을 잃어버린 첫 번째 세대가 되었다.
공자의 제자 자공子貢이 길을 가다 한 노인이 채마밭에 항아리로 물을 대고 있는 것을 보았다. 효율은 낮고 힘들어 보였다. 자공은 용두레라 불리는 물 대는 기계를 써보지 않겠느냐고 권한다. 노인은 일을 쉽고 빠르게 하려고 기계를 만들어 쓰고자 하면 반드시 기심機心이 생기게 되어 순진하고 소박한 생명력을 잃게 된다고 한다. 기심으로 정신과 마음이 안정되지 않으면 위대한 도를 체험하고 살필 수 없다며 거절했다.
(13쪽, ‘기계지심과 기술적 게토’ 중에서)
무언가를 직접 만든다는 것이 이렇게 기쁜 일이구나
이 책은 적정기술과 생활기술 연구자로서 다양한 분야의 연구와 실험과 교육 활동, 그리고 어릴 적의 기억에서부터 현재의 생활까지 저자의 삶을 통해 기술의 본래 모습, 인간 회복의 기술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2007년 전남 장흥으로 귀농한 저자는 우선 살 집을 짓기 시작한다. 인간이 달에 가서 기지를 지을 방법을 찾다가 생각해낸 ‘흙부대집’이다. 인터넷에서 찾아낸 4쪽짜리 팸플릿을 보고 시작하여 흙부대집에 대한 자료와 책을 보고 직접 지은 집은 우리나라의 첫 번째 흙부대집이다. 그 집에서 초특급 태풍을 맞은 어느 해 여름, 나흘 간 전기가 끊어지는 일이 생긴다. 현대 문명의 이기가 일거에 사라진 자리에 가장 먼저 방문한 건 정적과 공포였다. 그 후 무뎌진 자신의 감각이 생생히 살아나고, 막연히 상상했던 현대 문명의 ‘성장의 한계’를 실감하게 된다. 그 후 인간이 가진 불에 대한 근원적인 동경과 난방 적정기술을 다양한 화덕과 난로를 통해 실현시키고, 대장간을 만들어 불에 달군 쇠를 두들기며 ‘철든 사람들’을 모았다. 그가 기획한 《나는 난로다》라는 적정기술 축제가 해마다 전북 완주에서 열리고 있으며, 바다 건너 일본 히로시마에도 같은 기획으로 서로 교류하고 있다. 또한 오로지 사람 손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오래된 생활기술이자 예술인 직조를 짜며 《베틀베틀》워크숍을 만들어 사람을 불러 모았다. 이밖에도 집의 구들과 천연미장과 천연페인트를 만들고, 인디언 티피를 만들며 놀기도 하고, 바구니와 돗자리를 짜고 맷돌을 만들며 새로운 적정기술 분야로 감각과 창조력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한국의 적정기술은 어디쯤 와있을까
적정기술(適正技術, Appropriate Technology)은 1960년대 경제학자인 E. F. 슈마허가 ‘중간기술(Intermediate Technology)’을 제안하며 시작되었다. 선진국과 후진국의 빈부격차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하여 자본과 거대 기계에 기반한 기술의 대안으로 따뜻한 인간의 얼굴을 한 기술을 찾고, 원시적인 기술로부터 한층 진보한 기술을 찾고자 했다. 유럽을 중심으로 제3세계에 대한 원조와 에너지, 환경, 식량문제 등 현대 문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운동으로 확산되었다. 1970년 이후 슈마허의 뒤를 이은 활동가들은 ‘적정기술’이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했다. 이 운동은 무엇보다 과학과 기술이라는 엔진을 장착한 자본주의라는 폭주기관차에 끊임없이 의문을 품고 제동을 걸며 저항할 때 그 의미가 살아난다.
최근 한국에서도 ‘적정기술 붐’이 일고 있다. 한국이 OECD회원국으로 국제 무상원조가 의무화되면서 적정기술이 한 방편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제대로 된 적정기술 능력을 제대로 갖춘 단체들은 거의 없고 원조와 자선단체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 적정기술 활동 집단 내부에도 그 역할이나 방향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부족하고 적정기술 보급과 교육에 급급한 실정이다.
적정기술운동에서 기술 선택에 대한 강조와 함께, 운동 내부에 문제를 발생시켰다. 첫째 ‘적정기술’의 의미에 대한 혼란이며 둘째, 적정기술을 사회운동의 흐름과 결합시키는 데 있어 불명확성이다. 사실 사회운동과 본질적으로 관련이 없는 이익집단과 결합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셋째, 적정기술의 실무자들과 많은 지지자들이 있지만 정책적 영향을 끼치는 데 실패하고 있다.
(242쪽, ‘저항하는 적정기술’ 중에서)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으며 적정기술이 추구하는 친환경·재생·지속가능한 에너지에 대한 잘못된 사실도 밝히고 있다. 아프리카의 식수 문제를 해결한다고 알려진 ‘라이프 스트로우Life Straw’ 가 어째서 왜곡된 적정기술인지, 전기 사용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 없이 전기 사용을 전제로 한 친환경제품의 개발이 결국은 핵발전소를 포함한 전력 생산·공급 기업에 포위될 수밖에 없음을 지적한다. 또한 태양광 발전, 풍력 발전, 자전거발전기가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지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만드는 손이 희망이라는 까닭
아쉬울 것 하나 없는 이 풍요로움 속에서 느끼는 허기의 정체는 무엇일까. 내가 떠올릴 수 있는 40년 전 가난의 기억과 비교해본다. 참으로 요즘은 부족할 것 하나 없는 시절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현듯 스치는 이 비천함의 정체는 무엇일까. 역설적으로 가난과 궁핍의 시대를 감싸고 있던 그 어떤 풍부함이 사라진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엇 하나도 소중한 마음으로 다룰 수밖에 없었던 그 시절, 자연스러운 삶의 지혜와 소소하지만 창조적이었던 일상의 작업들이 사라져 버린 까닭이 아닐까. (33쪽, ‘직조하는 그 남자의 사정’ 중에서)
손으로 자신의 집을 짓고 화덕을 만들어 불을 피우는 희열, 나무를 깎고 천을 짜고 밭을 일구면서 느끼는 자신감과 생명력. 이런 체험이야말로 감동과 통찰로 삶을 풍성하게 채울 수 있다. 숲 속에서 찾아낸 원시기술에서부터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스스로 만드는 수공예의 전통과 현대의 식량, 에너지, 물 문제를 해결할 적정기술까지 무궁무진한 손의 가능성이 펼쳐져 있다. 어떤가. 손이 근질거리지 않는가. 건강을 위해 단식이나 소식을 하듯, 넘쳐나는 기술과 기계로 벗어나 손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기술을 찾아가 보자.
기본정보
ISBN | 9788971398289 |
---|---|
발행(출시)일자 | 2015년 11월 11일 |
쪽수 | 264쪽 |
크기 |
152 * 223
mm
/ 405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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