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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안드레 브링크
안드레 브링크
해마다 노벨상 후보에 오르내리는 작가 안드레 브링크는 1935년 남아프리카의 네덜란드계 백인(아프리카너)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남아공의 포체스트룸대학과 프랑스의 소르본 대학에서 영문학, 아프리칸스문학(아프리카너들의 문학), 프랑스문학, 역사, 비교문학을 전공했고, 로즈 대학의 아프리칸스문학 교수를 역임했고, 현재 케이프타운대학의 펠로 교수로 있다. {어둠을 바라보며}(Looking on Darkness) {바람 속의 한 순간}(An Instant in the Wind) {메마른 백색 계절}(A Dry White Season) {이어지는 목소리들}(A Chain of Voices) {모래의 상상}(Imaginings of Sand) {악마의 계곡}(Devil's Valley) {욕망의 권리}(The Rights of Desire) 등의 소설과, 수십 편의 희곡 번역서 비평서 등을 출판했다. 그는 CNA상(남아공), 라이나 프린센 히어리그스상(네덜란드), 마틴 루터 킹 기념상(영국), 레지옹 도뇌르 훈장(프랑스), 모니스마니엔 인권상(스웨덴), 몬델로상(이탈리아) 등 화려한 수상경력도 갖고 있다.
브링크는 "작가는 문학을 정치의 수준으로 저하시켜서는 안 되고, 오히려 정치를 문학의 수준으로 세련시키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믿으면서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에 저항했던, 남아프리카의 대표적인 반체제 지식인이자 작가였다. 그는 브레히트와 카뮈와 고디머가 그랬듯이, 정치와 미학이 어우러질 수 있다는 강한 신념을 갖고 작품활동을 계속해오고 있다.
옮긴이 왕은철은 전북대 영문과 교수이며 문학평론가이다. 전북대 영문과를 졸업한 후, 미국 메릴랜드 주립대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이어하트 재단과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대학의 펠로 및 객원교수를 역임했다. 저서와 역서로 <콘라드의 도덕적 상상력과 배반의 주제> <래그타임> <내 영혼의 밤> <즐라타의 일기> <콘라드> <거짓의 날들1·2> <한톨의 밀알> <추락> <페테르부르크의 대가> 등이 있다.
번역 왕은철
출판사 서평
1979년에 출간되어 그 해의 부커상 후보로까지 올랐던 [메마른 계절]에 대해 세계 독자들의 반응은 놀랍고도 뜨거웠다. 수십 개 국에 번역 출판됐으며, 1989년 말론 브랜도 주연의 동명 영화(국내 제목 <백색 건조기>)로 만들어져 80년대 휴머니즘 영화의 백미로 알려지기도 했다. 세계 각국의 호응을 보면서 저자는 불의와 거짓과 억압에 대항하여 끝없는 싸움을 계속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이 매혹적인 소설은 아프리칸스(초기 네덜란드 백인 식민주의자들의 후손이 쓰는 언어)로 교육을 하라는 정부의 강압정책에 대한 저항으로 1976년 6월부터 다음 해까지 계속돼 600여 명이 죽은 소웨토 봉기와 스티브 비코라는 흑인 자의식(Black Consciousness) 운동가가 살해된 실제 사건에서 영향을 받았다.
이 소설의 화자는 벤 듀 토이라는 아프리카너가 남긴 일기장을 통하여, 그 친구가 경찰한테 끌려갔다가 죽은 두 흑인의 사인을 규명하는 작업에 끼여들었다가 죽음을 당하는 사건을 재구성하기 시작한다. 화자는 주로 "옛 케이프를 배경으로, 혹은 먼 이국적인 배경에서 사랑과 모험을 다룬" 소설들을 쓰며, "정치는 내가 상관할 일이 아니다"는 지극히 편리한 사고 방식을 갖고 있는 소시민 백인 작가이다. 그의 친구에게는 삶이었던 흑인에 대한 관심이 화자에게는 하나의 스토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스토리를 알기 위해서는 일기에 씌어진 언어를 참조하여 친구의 삶을 재구성해보는 길밖에 없다. 언어가 비밀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다. 화자는 일기 속의 언어를 통하여 그 친구의 삶을 완전히 파악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그의 친구를 자신으로부터 떼낼 수도 없다. 언어를 통한 사건의 복원 작업은 그를 더욱 언어의 미로로 밀어 넣으며, 그 속에서 남은 것은 절망감뿐이다.
결국 화자는 자신이 소망할 수 있는 것은 <그것에 대해 글을 쓰는 것 이상은 아니다. 내가 알고 있는 걸 알리는 것 말이다. 그래서 다시는 어떤 사람도 "난 그것에 관해 아무것도 몰랐소."라고 말할 수 없도록 말이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밀란 쿤데라의 말을 빌려 말하면 '권력에 대한 인간의 몸부림은 망각에 대한 기억의 몸부림'인 것이다. 바로 이것이 브링크가 이 소설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이다.
브링크는 샤프빌 사건(1969년 경찰이 통행증 제도에 반발하여 평화적인 시위를 벌이던 군중에게 발포해 69명이 죽고 많은 사람이 다친 사건) 이후 아프리카너라는 사실에 점점 더 죄의식과 분노를 느꼈으며 자기 민족으로부터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이런 의미에서 [메마른 계절]은 아프리카너 주인공인 듀 토이가 토로하는 죄의식은 작가 자신의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듀 토이는 자신이 어떤 일을 하든 백인일 수밖에 없으며, 남아프리카에서 백인이라는 것은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혜택받은 종족임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는다. 자신이 흑인들의 상황을 아무리 동정해도 그들의 삶을 살아줄 수 없으며, 아무리 자신이 체제에 저항한다고 해도 자신은 결국 백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불의를 보고도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행동을 하는 과정에서 결국 패배감을 맛보게 되는 상황보다 더 나쁘다. 인간의 양심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듀 토이는 체제에 대한 저항이 아무리 무위로 끝난다고 해도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 소외당하는 사람들과 잠시 동안만이라도 교감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이 세상에서 소망할 수 있는 가장 경이로운 것'이라고 여긴다.
적어도 이런 희망이 있기 때문에 듀 토이의 행위가 가능했던 것이다. 브링크가 남아프리카의 현실에 절망하면서도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것은 이러한 믿음 때문에 가능했다. 2001년 현재 이미 아파르트헤이트정책은 역사의 저편으로 물러간 상황이지만 배가 지나가면 출렁이는 여파가 남듯이, 아직도 그 사회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따라서 사랑과 미래에 대한 신념을 갖고 정의의 편에 서서 싸우는 평범한 개인에 관한 이 이야기는 여전히 유효하다. 역시 불의와 거짓이 곳곳에 숨어 있는 우리 사회에도 이 작품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한국어판 서문
남아프리카의 역사에 짙은 어둠이 드리워져 있던 1979년에 발표한 나의 소설 <메마른 계절>이 이제 한국어로 번역되어 한국 독자들을 찾아간다니 대단히 만족스럽고 명예롭다. 이 소설에 대한 세계 독자들의 반응은 정말 놀랍고도 뜨거웠다. 나는 불의와 거짓과 억압에 대항하여 끝없는 싸움을 계속할 수 있는 용기를 그들에게서 얻었다.
지금은 상황이 변했지만, 이 소설의 시간적 배경이 되는 1970년대의 남아프리카 사회는 절박하고도 숨막히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나는 내가 직접 체험했던 아파르트헤이트 비밀경찰들과의 만남, 그리고 아주 가까웠던 흑인과 백인 친구들이 경험했던 오싹한 일들과 그들의 죽음을 이 소설의 소재로 삼았다.
그래서 이 소설의 상당 부분은 자전적이다. 이제 남아프리카는 달라져 있다. 남아프리카는 해방이 되어 자유를 찾았고,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진실과 화해 위원회’(TRC)가 설치되면서, 내가 <메마른 계절>에서 형상화하고 증언한 바와 같은 과거의 숨겨진 잘못과 폭력이 밖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비록 그것이 완전한 것은 아니지만 과거 청산을 위한 첫 단추는 끼운 셈이다.
그러나 남아프리카가 달라졌다고 해서 경계심을 풀어서는 안 될 일이다. 불의와 거짓과 억압은 동양과 서양, 북반구와 남반구에 있는 모든 나라에 아직도 이런저런 형태로 숨어 있다. 이 소설을 읽고 세계의 수많은 독자들이 나에게 연락해왔다. 특히 두 통의 편지가 인상에 남는다. 한 통은 아일랜드에서 온 것이었고, 또 한 통은 인도에서 온 것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두 편지에는 거의 같은 내용이 담겨 있었다.
"당신은 자신이 남아프리카에 관한 소설을 썼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아일랜드(인도)에 관한 얘기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 악이 존재하는 곳이면 어디나 그것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 또한 존재하기 마련이다. 세상에는 밀로셰비치만 있는 게 아니라 만델라도 있다. 인간에게는 최악도 가능하지만 최선도 가능한 법이다.
다른 한 편 이런 생각도 든다. 그것은, 정치체제는 변할 수 있고 선악의 개념도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지만, 우리에게는 언제나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파르트헤이트 시대는 지나갔을지 모르지만, 사랑과 미래에 대한 신념을 갖고 정의의 편에 서서 싸우는 평범한 개인의 이야기는 아직도 큰 의미가 있다. 나는 그런 개인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작업을 지속할 것이다.
본문 중에서
"대학 다닐 때, 너는 "행복한 사회"와 "새로운 시대" 등에 대해서 구체적이고 명확한 꿈이 있었잖아. 그런 것들은 다 어떻게 된 거니?" 그는 씩 웃으며 하던 일을 계속했다.
"사람은 세상을 개혁하려고 해 봤자 별 수 없다는 걸 곧 깨닫게 되는 법이야."
"그래서 넌 그런 일에서 벗어나 있어 행복하니?"
그는 고개를 들고 나를 쳐다봤다. 그의 회색 눈이 전보다 더 심각한 표정을 띠었다.
"그런 일에서 벗어나고 안 벗어나고가 문제가 아냐.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개인적일 뿐이야. 폭풍처럼 세상을 바꾸려고 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작은 영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조용히 하면서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다고 생각해. 그리고 아이들을 가르치며 산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야."
"그럼, 넌 행복하니?"
"행복이라는 말은 위험한 말이야. 그저 내가 현재의 상태에 만족하고 있다고 해 두자."
그는 열장이음을 깎기 위해 나무에 표시를 하기 시작했다. 그는 1분 정도 골똘하게 그 일을 하다가 이렇게 덧붙였다.
"아마 그것도 맞는 말은 아닐 거야. 어떻게 말해야 좋을까? 모든 사람의 마음속 깊숙한 곳에는 자신이 하기로 되어 있는 어떤 게 있다는 생각이 들어. 자기 외에는 다른 누구도 성취할 수 없는 어떤 것 말이야. 그렇다면 그게 무엇인지 찾아내는 게 문제지. 어떤 사람들은 일찍 그것을 찾아내고, 어떤 사람들은 그것을 찾기 위해 오락가락하지.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인내심을 갖고, 그것이 갑작스럽게 찾아올 날을 대비하지. ‘큐’ 사인을 기다리는 배우처럼 말이야. 너무 두루뭉실한 말처럼 들리니?"
"너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니?"
그는 끌로 첫 번째 이음촉을 파기 시작했다. 그는 눈에 흘러내린 머리칼을 쓸어 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나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중요한 것은 그 순간이 왔을 때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거지. 그 순간을 놓치면 그 순간은 영원히 가 버리는 것일 테니까."(40p)
저자 소개
안드레 브링크
해마다 노벨상 후보에 오르내리는 작가 안드레 브링크는 1935년 남아프리카의 네덜란드계 백인(아프리카너)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남아공의 포체스트룸대학과 프랑스의 소르본 대학에서 영문학, 아프리칸스문학(아프리카너들의 문학), 프랑스문학, 역사, 비교문학을 전공했고, 로즈 대학의 아프리칸스문학 교수를 역임했고, 현재 케이프타운대학의 펠로 교수로 있다. {어둠을 바라보며}(Looking on Darkness) {바람 속의 한 순간}(An Instant in the Wind) {메마른 백색 계절}(A Dry White Season) {이어지는 목소리들}(A Chain of Voices) {모래의 상상}(Imaginings of Sand) {악마의 계곡}(Devil's Valley) {욕망의 권리}(The Rights of Desire) 등의 소설과, 수십 편의 희곡 번역서 비평서 등을 출판했다. 그는 CNA상(남아공), 라이나 프린센 히어리그스상(네덜란드), 마틴 루터 킹 기념상(영국), 레지옹 도뇌르 훈장(프랑스), 모니스마니엔 인권상(스웨덴), 몬델로상(이탈리아) 등 화려한 수상경력도 갖고 있다.
브링크는 "작가는 문학을 정치의 수준으로 저하시켜서는 안 되고, 오히려 정치를 문학의 수준으로 세련시키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믿으면서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에 저항했던, 남아프리카의 대표적인 반체제 지식인이자 작가였다. 그는 브레히트와 카뮈와 고디머가 그랬듯이, 정치와 미학이 어우러질 수 있다는 강한 신념을 갖고 작품활동을 계속해오고 있다.
옮긴이 왕은철은 전북대 영문과 교수이며 문학평론가이다. 전북대 영문과를 졸업한 후, 미국 메릴랜드 주립대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이어하트 재단과 남아프리카 케이프타운대학의 펠로 및 객원교수를 역임했다. 저서와 역서로 <콘라드의 도덕적 상상력과 배반의 주제> <래그타임> <내 영혼의 밤> <즐라타의 일기> <콘라드> <거짓의 날들1·2> <한톨의 밀알> <추락> <페테르부르크의 대가> 등이 있다.
기본정보
ISBN | 9788970902371 | ||
---|---|---|---|
발행(출시)일자 | 2001년 07월 10일 | ||
쪽수 | 466쪽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A) Dry white season/Brink, Andre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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