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스틱 혹은 총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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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이고 비극적인, 사랑이라는 고통을 겨냥하다
『립스틱 혹은 총알』
작가정보
저자(글) 김세현
1990년 《대구문학》 등단
2001년 《월간문학》에 시 「가로수」 등이 당선되어 등단.
2018년 첫시집 『립스틱 혹은 총알』을 상재
한국시인협회 회원
대구시인협회 이사
《물빛》 시동인회 회장
목차
- 1
일식 _______ 10
주왕산 _______ 11
해인사 _______ 13
자귀나무 _______ 15
분홍편지 _______ 17
포도주 1 _______ 18
포도주 2 _______ 19
고독 _______ 20
가로수_______ 21
거짓말 _______ 22
수성못 _______ 24
우포늪 _______ 25
거미집 _______ 26
왠지 님이 봉숭아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_______ 28
광부와 벚꽃 _______ 29
2
립스틱 혹은 총알 _______ 32
그해 봄, 판소리 _______ 33
단풍 _______ 34
민들레 _______ 35
가제손수건 _______ 37
진달래 _______ 39
자작나무 숲 _______ 40
간이역 _______ 42
봄 편지 _______ 43
오카리나 _______ 44
한계령 _______ 46
플라타너스 _______ 47
삐에로 _______ 49
맨드라미 _______ 51
미포에서 달을 마시다 _______ 52
3
표충사 목백일홍 _______ 54
묘각사 _______ 56
강 _______ 57
초혼 _______ 58
모나코 다방 _______ 60
노을 _______ 62
몸이라는 감옥 _______ 64
도시의 거북 _______ 66
지독하게 그리고 황폐하게 _______ 67
해송 _______ 68
이응로 1 _______ 69
이응로 2 _______ 70
격렬 _______ 71
양귀비 _______ 72
그해 11월 _______ 73
4
등신불 _______ 76
홍시 _______ 77
을숙도 _______ 78
낙동강 _______ 80
삭다 _______ 81
밤이 청춘을 지날 때 _______ 83
떠도는 것들 _______ 84
가을 주산지에서 _______ 86
피나 바우쉬 _______ 88
정방폭포 _______ 90
지포라이터 _______ 91
판소리 _______ 93
배웅 _______ 94
살구나무 _______ 95
쥐 러브 _______ 96
5
샐비어 _______ 100
상사화 _______ 101
비닐봉지 _______ 102
외눈박이 봉창 _______ 103
장미 _______ 105
후포에서 _______ 106
도화 _______ 107
북경의 곰 _______ 108
나무 백일홍 _______ 109
첫사랑 _______ 110
봄비 _______ 111
모란 _______ 112
통구미 _______ 113
저녁 노을 _______ 114
|해설| 이진흥(시인)
사랑의 비극성 혹은 고통의 포용과 재생의 노래 _______ 117
출판사 서평
1. 김세현 시인의 등단 30년만의 첫 시집
시력 30년이 되는 김세현 시인의 첫 시집 『립스틱 혹은 총알』의 제목은 매우 자극적이고 강렬한 느낌을 준다. 대체로 표제는 시집 전체를 관류하는 주제 혹은 시인이 독자들에게 빠르게 던지는 강렬한 메시지 같은 것이기 때문에 우선 표제시 「립스틱 혹은 총알」에 주목하게 된다. 립스틱과 총알은 그 생김새 즉 형태는 유사하지만, 그 쓰임새 즉 내용에서는 대단히 다르고 멀다. 전자는 여성들의 아름다움을 위한 화장 도구인데 후자는 잔혹한 살해의 무기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상이한 화장 도구와 살해 무기를 연결하여 아름다운 삶과 잔혹한 죽음을 합치시키려는 시적 발상이 사뭇 충격적이고 신선하다. 남성이 립스틱을 바른 여성의 빨간 입술에 끌리는 것은 생명력을 강화해 주는 핏빛 때문인데, 총알은 생명을 파괴하는 것이므로 립스틱과는 대척점에 있다. 그런데 시인은 립스틱을 총알이라고 하면서 유혹의 립스틱에 끌려오는 남성에게 총구를 겨냥하여 방아쇠를 당길 포즈를 취하고 있는 것이다.
립스틱은 총알이다
방아쇠를 당겨
언제, 당신의 심장을 관통할지 모른다
유혹의 치명적인 반란
당신은 떨며
방패를 높이 쳐든다
그럴수록 총알은
황금 우레가 지나듯
당신 살 속에
격렬한 파열음을 낼지도 모른다
지금, 내 총구는 뜨겁게 달아 있다
― 「립스틱 혹은 총알」 전문
시인은 화자를 통해서 말한다.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당신에게 총구를 겨누고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나는 언제 방아쇠를 당겨 당신의 심장을 꿰뚫을는지 알 수 없다. 내 사랑(립스틱)에 이끌려 오면서도 당신은 본능적으로 그것이 치명적인 반란(총알)임을 안다. 그래서 당신은 떨며 방패를 높이 쳐들지만, 그럴수록 총알은 황금 우레가 지나듯 순식간에 당신 살을 뚫고 격렬한 파열음을 낼는지 모른다…….
사랑에 대한 이러한 견해가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남성과 여성이 갖고 있는 합일에의 욕망이 바로 죽음에 이르는 것이라는 이율배반을 시인은 사랑의 본질로 해석한다. 그것은 아마도 그가 “빈 껍질로/ 서걱이다가 종적을 감추”거나 “잔혹한 마침표를 찍고” 일어서서 빠져나간 것처럼, 사랑은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고 사라지는 존재라는 시인의 체험적인 인식에서 비롯된 것인 듯하다.
2. 사랑이라는 고통의 꽃
이 시집 전체를 관류하고 있는 것은 비극적 사랑이다. 시인의 사랑은 “꽃향기 둥둥 떠가는 물안개” 같은 그리움에서부터 “갈기갈기 찢긴 영혼”에 이르기까지 넓은 스펙트럼으로 펼쳐지지만, 센티멘털한 감정이나 연약한 몸짓은 변두리로 밀려나고 그 중심에는 강렬한 목소리로 절규하듯 부르는 비가가 출렁인다. 물론 그녀에게도 사랑의 시작은 분홍 향기로 다가와서 “분솔 같은 자귀꽃으로/ 내 풋잠을 깨우던”것이었고, “조금만 힘을 빼면/ 화르르 날아가 버리는/ 분홍 어휘들”처럼 사라지는 안타까움이었으며, “떨고 있는 몸 위로/ 담요 한 장 덮어주는 일”이었다. 그러나 그런 아름답고 정겨운 감정은 고통의 강가에서 맑은 물 몇 바가지 퍼내는 것에 불과할 뿐, 강의 본류는 “화인으로 남은 그대에게/ 길 없는 편지를 쓰고/ 잠 속에만 열리는/ 푸른 수로를 만드는 일로 시작해서 “가슴 속 슬픔을 꺼내들고/ 소원을 빌어본 사람만이/ 젖어서 내는// 환청처럼 아득한 전생의 소리”가 되어 안타깝고 두려움을 주는 것이었고, 더 나아가서 “명징하게 타고 있는/불면// 갈기갈기 찢긴 영혼을/ 허공에 묻고/ 온몸이 캄캄하게 쏟아져” 나오는 것처럼 지독한 고통이었으며 마침내 “핏빛 울음만이 남아 있”는 “각혈의 바다”에 이르는 것이었다.
벼랑 끝에
벼랑으로 피어나는
모든 소리들이 거두어진
각혈의 바다
― 「진달래」 중에서
요컨대 시인에게 사랑은 환희나 행복이 아니라 슬픔이나 고통이었다. 그녀에게는 남성성이란 대체로 폭력과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고 사라지는 존재로서 “빈 껍질로/ 서걱이다가 종적을 감추”는 것이거나 “잔혹한 마침표를 찍고” 일어서서 재빨리 빠져나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가 떠나고 난 빈 방”에서 그녀의 시적 자아는 “갈기갈기 찢긴 영혼을/ 허공에 묻고” 지옥의 핏빛 울음을 우는 것이다.
인간 세상과 다를 바 없는
저 사바의 늪에도
죽음까지 몰고 가는 지독한 사랑이 있어
커다란 방패를 찢고 솟구쳐 올라
제 살의 은밀한 전율을 탐하는 가시연꽃
진저리치는 뜨거운 입술이
저기 있네
― 「우포늪」 중에서
생각해 보면 사랑도 한때이고 젊음도 한 고비이다. 이제 그 시절을 지나 모퉁이를 돌아서면 모든 것이 삭고 녹고 사라지게 마련이지만, 그렇게 삭고 녹고 사라지는 것이 끝은 아니다. 그것은 어딘가로 흘러들어 호수를 이루고 그 속에서 다시 생명을 키워내는 재생의 순환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김세현 시의 주제는 삶의 역정이 죽음이라는 종말에 이르는 것이 아니라, “겨울엔 얼음 빗장 걸고 잠들어 있다가/ 봄 되면 온갖 잡 사내들 끌어안고 뒹굴어/ 세상의 씨란 씨 다 품어/ 이름도 성도 모르는/꽃과 새들 키워내고 있는” 저 우포늪처럼 포용과 재생인 것이다. 그리하여 세상은 윤회의 도정에서 “제 살의 은밀한 전율을 탐하는/ 가시연꽃”처럼 “진저리치는 뜨거운 입술”로 다시 살아나며 영원히 사랑이라는 고통의 꽃을 피우는 것임을 김세현 시인은 이 시집으로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3. 아니무스적 상상력과 탄탄한 묘사
김세현은 첫째, 전형적인 외강내유, 즉 겉으로는 조개처럼 단단한 껍데기를 쓰고 있지만 안으로는 부드러운 살 속에 진주를 감추고 있는 사람이다. 직설적인 화법과 강고한 성격 안쪽에는 눈물과 인정이 많아 불우한 이웃이나 곤경에 빠진 이들에게는 망설임 없이 손을 내민다. 둘째, 그녀는 타고난 시인이다. 주변의 사소한 일도 단번에 시적 언어로 읽어내는 감성과 상상력을 갖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그녀는 시작을 할 때에는 별로 퇴고하지 않는다. 그리고 셋째, 그녀의 언행은 매우 다이내믹해 보이는데 그것은 모르긴 해도 그녀가 지닌 어떤 내적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분출하는 에너지 때문이라고 짐작된다. 이제 그녀는 자신의 삶의 질곡과 상처로 만든 진주를 한 권의 시집으로 묶어낸 것이다.
시원시원한 리듬과 힘 있는 이미지가 압권인 「주왕산」이나 분홍 봄꽃 환한 탄광촌 모습이 가슴 먹먹한 슬픔 속에 서럽도록 아름답게 묘사된 「분홍편지」 또는 가독성과 독자를 빨아들이는 스토리가 일품인 「그해 봄, 판소리」 등에서 우리는 통념적으로 남성적이라 할 수 있는 서술의 힘을 느낄 수 있다. 흔히 아니마로 분류되는 감성적인 것, 따뜻함, 부드러움 같은 서정적 감성은 놀랍도록 절제되어 있다. 아니무스적 상상력과 탄탄한 묘사력이 돋보인다.
기본정보
ISBN | 9788970758886 | ||
---|---|---|---|
발행(출시)일자 | 2018년 12월 05일 | ||
쪽수 | 132쪽 | ||
크기 |
125 * 209
* 12
mm
/ 208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문학세계 현대 시인선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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