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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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한겨레신문 > 2018년 4월 3주 선정
작가정보
저자 이태수
1947년 경북 의성에서 출생, 1974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했으며, 《자유시》동인으로 활동했다. 시집 『그림자의 그늘』(1979, 심상사), 『우울한 비상의 꿈』(1982, 문학과지성사), 『물 속의 푸른 방』(1986, 문학과지성사), 『안 보이는 너의 손바닥 위에』(1990, 문학과지성사), 『꿈속의 사닥다리』(1993, 문학과지성사), 『그의 집은 둥글다』(1995, 문학과지성사), 『안동 시편』(1997, 문학과지성사), 『내 마음의 풍란』(1999, 문학과지성사), 『이슬방울 또는 얼음꽃』(2004, 문학과지성사), 『회화나무 그늘』(2008, 문학과지성사), 『침묵의 푸른 이랑』(2012, 민음사), 『침묵의 결』(2014, 문학과지성사), 『따뜻한 적막』(2016, 문학세계사), 『거울이 나를 본다』(2018, 문학세계사), 시선집 『먼 불빛』(2018, 문학세계사) 육필시집 『유등 연지』(2012, 지식을 만드는 지식), 시론집 『대구 현대시의 지형도』(2016, 만인사), 『여성시의 표정』(2016, 그루), 『성찰과 동경』(2017, 그루). 미술산문집 『분지의 아틀리에』(1994, 나눔사), 저서 『가톨릭문화예술』(2011, 천주교 대구대교구) 등을 냈다. 매일신문 논설주간, 대구한의대 겸임교수, 대구시인협회 회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등을 지냈으며, 대구시문화상(1986, 문학), 동서문학상(1996), 한국가톨릭문학상(2000), 천상병시문학상(2005), 대구예술대상(2008) 등을 수상했다.
작가의 말
꿈과 현실 사이를 떠돌고 헤매면서 예까지 왔다. 여전히 꿈은 현실 저 너머에 있는 것 같아 쓸쓸하고 목마르다.
지난날로 거슬러 올라가 되돌아오면서 지금까지 낸 14권의 시집을 차례로 들여다보았다. ‘초월에의 꿈꾸기’가 한결같은 기본 명제(화두)였지만 시대와 세월의 흐름, 생각과 느낌의 변화와 맞물려 완만하게나마 변모를 거듭해 온 듯하다.
이 선집은 시적 완성도보다는 그런 변모의 과정을 염두에 두면서 시집들에 실린 900여 편 가운데 100편을 골라 연대순으로 엮었으며, 2000년대 이후의 근작에 조금 더 무게가 주어졌다.
이 매듭 하나를 짓고 나니 적잖이 허탈하다. 갈 수 있는 길이 이제 어느 정도 남아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앞으로도 역시 이 걸음으로 가는 데까지 가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목차
- 1 1974~1990
『그림자의 그늘』 | 『우울한 비상의 꿈』 | 『물속의 푸른 방』 | 『안 보이는 너의 손바닥 위에』
낮술 ㆍ 10 | 다시 사월은 가고 ㆍ 12 | 낮에 꾸는 꿈 ㆍ 14 | 그림자의 그늘 3 ㆍ 16 | 그림자의 그늘 9 ㆍ 18 | 물소리 ㆍ 20 | 아침, 장난감 비행기를 타고 ㆍ 22 | 다시 사월에-시인 연습 1 ㆍ 24 | 하회河回에서-탈놀이 ㆍ 26 | 동굴에서 ㆍ 28 | 내 마음의 새 ㆍ 29 | 망아지의 풋풋한 아침이 되고 싶다 ㆍ 30 | 눈은 내려서 ㆍ 32 | 나는 다만 하나의 모래알로 ㆍ 34 | 물속의 푸른 방 ㆍ 35 | 나의 섬 ㆍ 36 | 망아지가 뜁니다 ㆍ 38 | 눈 위에 눈이 내리고 ㆍ 39 | 나의 슬픔에게 ㆍ 40 | 나는 그와 만난다 ㆍ 42 | 너는 내 안에서 멀고 ㆍ 44 | 봄밤에는 ㆍ 45 | 안 보이는 너의 손바닥 위에 ㆍ 46 | 절망의 빛깔은 아름답다 ㆍ 47
2 1991~1999
『꿈속의 사닥다리』 | 『그의 집은 둥글다』 | 『안동 시편』 | 『내 마음의 풍란』
그는 물 아래 집을 짓고 ㆍ 50 | 꿈속의 사닥다리 ㆍ 52 | 쥐뿔 찾기-시법詩法 ㆍ 54 | 길, 머나먼 길 ㆍ 56 | 마음의 길 하나 트면서 ㆍ 57 | 나무는 나무로 ㆍ 58 | 그의 집은 둥글다 ㆍ 60 | 둥근 마음을 꿈꿉니다 ㆍ 61 | 마음은 먼지처럼 ㆍ 62 | 마음아, 너는 또 ㆍ 63 | 하지만 나는 다시 ㆍ 64 | 마음의 집 한 채 ㆍ 66 | 송야천 ㆍ 68 | 조라교鳥羅橋 ㆍ 70 | 사익조四翼鳥, 또는 천등산에서 ㆍ 72 | 하회마을 ㆍ 74 | 도산서당 ㆍ 75 | 조탑리 외딴 오두막집 ㆍ 76 | 그 무엇, 또는 물에 대하여 ㆍ 78 | 물, 또는 젖은 꿈 ㆍ 80 | 슬픈 우화 3 ㆍ 82 | 생각은 물방울처럼 ㆍ 83 | 느낌의 저쪽에는 ㆍ 84 | 새에게 ㆍ 85
3 2000~2012
『이슬방울 또는 얼음꽃』 | 『회화나무 그늘』 | 『침묵의 푸른 이랑』
다시 낮에 꾸는 꿈 ㆍ 88 | 꿈길, 어느 한낮의 ㆍ 90 | 이슬방울 ㆍ 92 | 앞산이 걸어온다-길 위의 꿈 5 ㆍ 93 | 새였으면 좋겠어 ㆍ 94 | 얼음꽃 ㆍ 96 | 회화나무 그늘 ㆍ 98 | 나의 쳇바퀴 2 ㆍ 100 | 유등 연지 ㆍ 102 | 하관下棺-목월 선생께 ㆍ 104 | 모자母子 별-아우에게 3 ㆍ 106 | 손톱달 ㆍ 107 | 먼 불빛 ㆍ 108 | 달빛 ㆍ 109 | 달빛 속의 벽오동 ㆍ 110 | 구름 한 채 ㆍ 112 | 우울한 몽상 ㆍ 114 | 꿈속의 집 1 ㆍ 116 | 눈, 눈, 눈 ㆍ 118 | 풍경風磬 ㆍ 120 | 둥근 길 ㆍ 121
4 2013~2018
『침묵의 결』 | 『따뜻한 적막』 | 『거울이 나를 본다』
눈〔雪〕 ㆍ 124 | 멧새 한 마리 ㆍ 126 | 벚꽃 ㆍ 127 | 침묵의 벽 ㆍ 128 | 산딸나무 ㆍ 130 | 야상곡夜想曲 ㆍ 132 | 나는 왜 예까지 와서 ㆍ 134 | 말 없는 말들 ㆍ 136 | 겸구箝口 ㆍ 138 | 오래된 귀목나무 ㆍ 140 | 미시주의, 또는 ㆍ 141 | 풍경 소리 ㆍ 142 | 바람과 나 ㆍ 144 | 유리벽 ㆍ 146 | 어떤 나들이 ㆍ 148 | 수평선 ㆍ 150 | 등 굽은 소나무 ㆍ 152 | 요즘은 나 홀로 ㆍ 154 | 지나가고 떠나가고 ㆍ 156 | 환한 아침 ㆍ 158 | 부재不在 ㆍ 159 | 유리창 ㆍ 160 | 하늘은 언제나 ㆍ 162 | 구름 그림자 ㆍ 164 | 월광곡月光曲 ㆍ 166 | 아침 느낌 ㆍ 168 | 아침 한때 ㆍ 170 | 나의 나 ㆍ 172 | 유리걸식流離乞食 ㆍ 173 | 강물 위에 편지를 쓰듯 ㆍ 174 | 꿈꾸듯 말 듯 ㆍ 176
나의 시, 나의 길 이상 세계 꿈꾸기와 그 변주 ㆍ 179
추천사
-
자연과 신 앞에 놓여 있는 인간의 조그맣고 불편한 진실을 그처럼 쉬지 않고 꾸준히 노래한 시인은 달리 찾기 힘들 것이다. 그의 시들은 ‘성스러움’으로 차 있다. 그 성스러움은 삶의 구차함 속에서, 때로는 침묵 속에서 “침묵으로 환해지는 성자”처럼 더 빛을 낸다.
-
이태수의 시들은 말, 살아 있는 진정한 말을 향한 갈망이며, 그의 기다림 · 희망의 주된 대상이 그 말과 말을 통해 존재할 수 있는 시인됨이고, 그가 꾸는 밝은 꿈과 별, 혹은 새, 혹은 새벽과 풋풋한 삶은 언어라는 낱말로 환치될 수 있는 것들이다.
-
이태수에게 침묵은 말의 맞은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시인 자신의 말을 껴안고 있는 말이다. 그 언어는 성스러운 기도와 같다. 인간의 언어로 조직되어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신성을 환기시키는 그의 시는 자연, 신성, 침묵이라는 명제 둘레를 맴돈다.
출판사 서평
● 비루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역설적 대응을 모색하던 초기작
첫 시집 『그림자의 그늘』(1979)에 실린 1970년대의 시는 표류하는 현실적 자아(그림자)와 그 그림자에 이끌려 어두운 방황을 거듭하는 내면의 얼굴(그늘)을 교차시키면서 진정한 자아 찾기의 아픔을 서정적인 언어로 그리는 한편 자신의 삶과 이를 둘러싼 상황과의 동적인 관련에 적극적인 의의를 부여하기도 한다.
무서워요. 눈 뜨면 요즈음은/ 칼날이 달려와요. 낮과 밤/ 꿈속에서도 매일 목 졸리어요./ 누군가 자꾸/ 자꾸 술만 권해요.// 거울을 깨뜨려요./ 구석으로 움츠리며 낮술에 젖어/ 얼굴 버리고 걸어가요. 요즈음은/ 아예 얼굴 지우고, 깨어서도/ 잠자며 걸어가요.// 걸어가요. 한반도의 그늘 속을/ 낮술에 끌리어 낮달처럼/ 희멀겋게 희멀겋게 다섯 잔/ 여섯 잔, 열두 잔
-「낮술」 부분
두 번째 시집 『우울한 비상의 꿈』(1982)에서는 말을 비천하게 만드는 현실에 절망하면서도 이를 초극하려는 완강한 몸짓으로 실존적 방황에 상승 이미지를 부여한다. 해설에서 문학평론가 김병익은 그 양상은 “좌절당하는 자아와, 그 좌절 속에서 끝내 버릴 수 없는 희망 혹은 기다림의 언어 탐구로 나타난다.”고 풀이했다.
관념적인 세계의 천착(1970년대), 삐걱거리는 현실에 대한 고통과 그것의 초극을 향한 몸부림(1980년대 초반)을 거친 뒤 다다른 지점이 하강 이미지로 방향을 바꾼 세 번째 시집 『물속의 푸른 방』(1986)의 역설적인 세계다. 비현실적인 상황 설정으로 새로운 길 찾기를 한 이 무렵의 시가 개인적, 정서적인 꿈에 무게가 실린 건 비루한 현실을 비켜서려는 게 아니라 그 극복을 위한 역설적 접근이었다.
1980년대 후반부터는 ‘너’와 ‘나’의 문제를 축으로 인간관계에 눈을 돌리는 한편 신(절대자)과 인간의 중간 지점에 자리 잡으면서 초월에 다다른 존재로서의 ‘그’를 찾아 나섰다. 이 같은 추구는 네 번째 시집 『안 보이는 너의 손바닥 위에』(1990)에서 시작돼 다섯 번째 시집 『꿈속의 사닥다리』(1993), 여섯 번째 시집 『그의 집은 둥글다』(1995)로 넘어오면서 본격화됐다.
『안 보이는 너의 손바닥 위에』의 해설에서 시인 황동규는 “상상력 쇠퇴의 고통을, 거의 태양 상실의 심정으로, 그것도 한두 편이 아니라 연작시 형태로 노래한 작품은 우리 시에서 찾기 힘든 것”이라고 보기도 했다. 시집 『꿈속의 사닥다리』는 상승과 하강 이미지를 교차시키면서 끝없이 가위눌림을 강요당하는 황폐한 현실에서 자유롭고 따스하게 꿈꿀 수 있는 정신적 이상향을 추구한다. 해설에서 문학평론가 김주연은 “‘그’는 우리 현실에 꼭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결핍되어 있는, 신성에 가까운 어떤 추상적 가치”라며, “시인은 세속적인 현실 속에서 자신도 어차피 더러울 수밖에 없다는, 더러움을 통하여 더러움을 극복하겠다는 저 유마힐(維摩詰)식 세계관을 내세우지 않는다. 시인은 ‘유리알 같이 맑고 투명한’ 길을 만들어가고자 한다.”고 풀이했다.
● 삶의 비애와 마주치는 아픔을 신성하고 처연한 언어로 그려낸 중기의 작품들
시집 『그의 집은 둥글다』(1995)는 ‘둥글음’에의 지향이 그 핵심이다. 둥글고 푸르고 맑은 이데아로서의 ‘그’를 찾아 나서고, ‘나’를 포함한 이 세상이 그런 둥글음의 세계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기구와 현실 초월에의 의지를 집중적으로 노래한다.
그의 집은 둥글다. 하늘과 땅 사이/ 그의 집, 모든 방들은 둥글다./ 모가 난 나의 집, 사각의 방에서/ 그를 향한 목마름으로 눈감으면/ 지금의 나와 언젠가 되고 싶은 나 사이에/ 검고 깊게 흐르는 강./ 모가 난 마음으로는/ 언제까지나 건널 수 없는 강./ 신과 인간의 중간 지점에서 그는 그윽하게,/ 먼지 풀풀 나는 여기 이 쳇바퀴에서 나는/ 침침하게, 눈을 뜬다. 아득하게 느껴지는/ 그의 집은 둥글다. 하늘과 땅 사이/ 그의 집, 모든 방들은 둥글다. -「그의 집은 둥글다」 전문
문학평론가 오생근은 해설에서 “이태수에게는 자신의 실존을 자각하고, 덧없는 삶에 갇혀 있지 않으려는, 끈질기면서도 부드럽게 지속되는 의식이 어떤 그리움이나 기다림의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음이 분명하고, 그것이 바로 시를 쓰는 마음의 원동력이 된다.”고 분석했다.
이방인으로서의 안동 떠돌기, 잘 안 보이지만 높고 깊게 흐르는 듯한 선비정신 더듬기가 은밀한 밑그림을 이룬 일곱 번째 시집 『안동 시편』(1997)의 시들은 뭇사람들이 미처 보지 못하는 풍경의 내밀한 깊이를 포착하면서 시인의 심상 발현을 포개어 놓고 있다.
여덟 번째 시집 『내 마음의 풍란』(1999)은 각종 재앙과 세기말의 어둠, 특히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의 사람들을 향한 따스한 ‘가슴 열기’로 연민과 사랑을 노래한 시들이 주로 실려 있다. 일련의 시들은 낮고 부드러운 힘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환기하고 있으며, 풍란처럼 허공에 뿌리를 뻗고 있는 우리의 삶이라 할지라도 더 나은 세계에 이르려는 초극과 초월에의 꿈을 불러일으켜 준다.
아홉 번째 시집 『이슬방울 또는 얼음꽃』(2004)은 ‘이슬방울’이나 ‘얼음꽃’과 같이 조그마하고 투명하며 아름다운 세계를 꿈꾸는 시편들을 담고 있다. 비현실적인 공간에서 서정적 자아가 한없이 작고 낮아진 상태에서 맑고 투명하게 반짝이는가 하면, 새로운 길이 열리고 신성성이 부여되는 꿈의 세계가 다각적으로 그려졌다.
풀잎에 맺혀 글썽이는 이슬방울/ 위에 뛰어내리는 햇살/ 위에 포개어지는 새소리, 위에/ 아득한 허공.// 그 아래 구겨지는 구름 몇 조각/ 아래 몸을 비트는 소나무들/ 아래 무덤덤 앉아 있는 바위, 아래/ 자꾸만 작아지는 나.// 허공에 떠도는 구름과/ 소나무 가지에 매달리는 새소리,/ 햇살들이 곤두박질하는 바위 위 풀잎에/ 내가 글썽이며 맺혀 있는 이슬방울. -「이슬방울」 전문
문학평론가 이광호는 이 시에 대해 “신성한 언어의 발견이 삶의 비애와 마주치는 아픔을 처연한 아름다움으로 그리고 있”다며, “자연의 사물들이 상호 조응하는 세계 안에서 글썽이며 맺혀 있는 이슬방울은 이 시인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의 그 ‘둥글음’의 다른 상징으로 읽을 수도 있게.”하고. 절정의 순간은 바로 소멸 앞일 수밖에 없으므로 “그 찬연한 순간을 깊이 끌어안으면서도 그 유한성을 아프게 일깨우기도 한다.”고 분석했다.
열 번째 시집 『화화나무 그늘』(2008)은 “시적 행로가 내면의 어둠에서 자연 속의 그늘로 나오는 과정과 경위를 표출하고 있다. 시인 자신의 자아가 자연에 놓이는 자아로 이행하면서 원숙한 사유의 결정을 드러내고 있어 시적 세계 속으로 읽는 사람을 빨아들이는 강한 흡인력을 보여주고 있”(문학평론가 김선학)다.
● 현대인들의 소통이 야기하는 언어의 무력화와 그에 맞서는 치열한 시적 도정
2010년에 접어들어 출간한, 열한 번째 시집 『침묵의 푸른 이랑』(2012)과 열두 번째 시집 『침묵의 결』(2014)은 ‘침묵’을 중심 화두로 쓴 시들을 담고 있다. ‘침묵’에 들기와 떠받들기를 중심으로 ‘비우기’와 ‘지우기’, ‘내려놓기’가 그 화두다.
“바람은 풍경을 흔들어 댑니다/풍경소리는 하늘 아래 퍼져 나갑니다//그 소리의 의미를 알지 못하는 나는/그 속마음의 그윽한 적막을 알 리 없습니다//바람은 끊임없이 나를 흔듭니다/흔들릴수록 자꾸만 어두워져 버립니다//어둡고 아플수록 풍경은/맑고 밝은 소리를 길어 나릅니다//비워도 비워내도 채워지는 나는/아픔과 어둠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어두워질수록 명징하게 울리는 풍경은/아마도 모든 걸 다 비워내서 그런가 봅니다” -「풍경風磬」 전문
문학평론가 오생근은 시집 『침묵의 푸른 이랑』은 “언어를 통해서 언어를 넘어선 침묵의 세계를 동경하거나 성스러운 침묵의 언어를 탐구한다.”며 “‘침묵의 한가운데서’, ‘또 다른 침묵으로 가는 길 위에서’ 태어나는 시의 언어는 ‘침묵만이 말의 깊은 메아리를 낳’기 때문에 자유와 해방을 위해서 언어는 언제나 침묵과의 긴장 관계를 잃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침묵의 언어를 동경하는 이태수의 시 세계는 화려한 ‘말잔치’와는 거리가 먼 침묵의 시학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평했다
시집 『침묵의 결』은 그 연장선상에서 신과 자연 앞에 스스로를 한없이 낮추어 세속을 뛰어넘으려는 의도가 두드려져 있다. 시 「침묵의 벽」에서 “침묵의 틈으로 앵초꽃 몇 송이/조심조심 얼굴을 내민다”고 쓰거나 “잃어버린 말, 새 말 들을 더듬으며/유리창 너머 풍경들을 끌어당긴다”고 한 대목도, 「「눈〔雪〕」」에서 눈이 침묵에서 내린다고 본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눈은 하늘이 내리는 게 아니라/ 침묵의 한가운데서 미끄러져 내리는 것 같다/ 스스로 그 희디흰 결을 따라 땅으로 내려온다/ 새들이 그 눈부신 살결에/이따금 희디흰 노랫소리를 끼얹는다// 신기하게도 새들의 노래는 마치/ 침묵이 남은 소리들을 흔들어 떨치듯이/ 함께 빚어내는 운율 같다/ 침묵에 바치는 성스러운 기도 소리 같다 -「눈〔雪〕」 부분
해설에서 문학평론가 김주연은 “현대사회에서 고립화?원자화된 개인들의 소통과 그로 인한 언어의 무력화에 언어철학적으로 접근하고 있”으며, “『침묵의 결』은 신과 자연, 자연이 함축하고 있는 언어, 인간의 언어와 비인간의 언어 등 이 세계의 본질과 현상에 대한 많은 문제들을 불러 놓”고, “인간의 언어로 조직되어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신성을 환기시키는 이태수 시의 핵심은 결국 이러한 명제 둘레를 맴돈다.”며, “자연 속의 신성을 기웃거리는 모습은 새로운 소망을 예감케 한다.”고 풀이했다.
열세 번째 시집 『따뜻한 적막』(2016)은 ‘적막’을 따뜻하게 끌어안는 마음의 그림들을 진솔하게 보여 준다. 자연과 어우러진 심상풍경들을 겸허하고 신성한 언어로 감싸 안고, 적막한 현실 너머의 따스한 풍경에 다가가거나 그 풍경들을 끌어당겨 깊이 그러안으려는 형이상학적인 꿈에 무게를 실었다.
구름들이 하늘을 떠난다/ 너도 기어이 나를 떠나고/ 못 돌아올 것들이 영영 떠나간다./ 허공 깊숙이, 아득히, 죄다 떠나간다.// 비우고 지우고 내려놓는다./ 나의 이 낮은 감사의 기도는/ 마침내 환하다./ 적막 속에 따뜻한 불꽃으로 타오른다.
-「지나가고 떠나가고」 전문
역시 기본명제(화두)가 ‘초월에의 꿈’인 열네 번째 시집 『거울이 나를 본다』(2018)에 이르러서는 역설의 자기성찰로 자연과 내면을 넘나드는 심상 풍경들을 원숙한 서정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기본정보
ISBN | 9788970758756 |
---|---|
발행(출시)일자 | 2018년 04월 20일 |
쪽수 | 232쪽 |
크기 |
141 * 205
* 16
mm
/ 361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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