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종 시인의 사유 깃든 로르카 시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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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저자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Federico Garcia Lorca | 1898~1936)는 스페인의 세계적인 시인이자 극작가. 1898년 스페인 그라나다의 푸엔테바케로스에서 태어났다. 집시의 피가 섞인 아버지와 유대계였던 어머니에게서 스페인의 이단적 특성과 집시의 피를 유전적으로 물려받았다. 가족, 음악, 신화, 태고의 험악한 산, 그라나다의 기복 완만한 평야가 로르카의 일상이었으며 어려서부터 신화, 전설, 민담을 많이 듣고 자랐다. 스페인에서 가장 돋보이는 안달루시아 지역의 문화는 로르카의 작품 세계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그라나다대학에서 법학·철학을 공부했으며 1918년 첫 산문집 『인상과 풍경』의 출간이 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1919년 마드리드대학에 들어간 그는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 초현실주의 영화감독 루이스 부뉴엘, 시인 후안 라몬 히메네스 등의 예술가들과 친분을 쌓으며 문학을 공부했다. 1921년 첫 시집 『시집』을 발표한 뒤 호평 받았으며 그 후 시와 희곡은 물론 음악과 미술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국제적으로 유명해졌다. 스페인 고유의 신비로운 힘인 두엔데(duende)를 강조했던 로르카는 작품에서 뛰어난 리듬과 강력한 주술성, 신비로운 감각으로 스페인의 서정적 전통을 현대적으로 승화시켰다. 또한 민족적인 소재로 시와 극을 융합했으며 그의 희곡 3부작은 대중적으로도 큰 인기를 거두었다. 억압과 본능, 자유와 운명을 주제로 한 비극 3부작으로는 『피의 결혼식』, 『예르마』,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이 있다. 그 외에도 대표적인 시집으로 『집시 민요집』, 『깊은 노래의 시』, 『익나시오 산체스 메히아스를 애도하는 노래』 등이 있다. 1936년 스페인 내전 중에 민족주의자들에게 사살되어 서른여덟 살의 짧은 생애를 마감했다. 그러나 로르카의 매혹적인 시들은 비극적인 죽음을 초월하여 그를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시인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번역 정현종
역자 정현종은 1939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1965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뒤, 첫 시집 『사물의 꿈』 이후 『나는 별아저씨』,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한 꽃송이』, 『세상의 나무들』, 『갈증이며 샘물인』, 『견딜 수 없네』, 『정현종 시선집 1·2』, 『광휘의 속삭임』. 『그림자에 불타다』 등을 펴냈으며, 『고통의 축제』,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이슬』, 『시인의 그림이 있는 정현종 시선집 섬』 등의 시선집과 문학 선집 『거지와 광인』, 산문집으로 『날자, 우울한 영혼이여』, 『숨과 꿈』, 『생명의 황홀』, 『날아라 버스야』, 『두터운 삶을 향하여』 등이 있다. 번역서로는 파블로 네루다의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 『네루다의 시선』, 『100편의 사랑 소네트』, 『충만한 힘』, 『질문의 책』 ,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 시선집 『강의 백일몽』 등이 있다. 한국문학작가상, 연암문학상, 이산문학상,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미당문학상, 경암학술상(예술부문) 김달진문학상, 만해문학대상 등을 수상했다. 2004년에는 칠레 정부에서 전 세계 100인에게 주는 ‘네루다 메달’을 받았으며, 연세대학교 문과대 국문과 교수를 역임했다.
목차
- 책머리에 10
봄 노래 14
나무들 24
야상곡 30
별들의 시간 38
속표지 44
열지 않은 노래 50
메멘토 56
어떤 영혼들은…… 64
여름의 마드리갈 70
그리고 그 뒤 80
특별한 박자를 가진 노래 88
사냥꾼 98
기수의 노래 104
작별 112
벙어리 소년 120
으뜸가는 욕망에 대한 소시(小詩) 128
메아리 138
작가연보 144
책 속으로
책머리에
로르카의 작품에서 우리는 강렬한 정서적, 감각적 응축에서 터져 나오는 노래를 만난다. 그는 한 산문에서 “어떤 시의 마술적 특질은 항상 두엔데에 사로잡혀 있는 데 있으며, 그걸 보는 사람은 누구나 검은 물로 세례를 받는다”라고 했는데, 그것이 스페인 예술의 특징이며 물론 자기의 시도 예외가 아니다. ‘두엔데’는 꼭 집어서 말할 수 없으나 내 나름대로 정리를 해 보자면, 땅의 일들로 상처 입기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순간순간 죽음과 더불어 사는 영혼에게 생기는 비상한 에너지에 다름 아니며, 그리하여 죽음의 냄새가 나고, 결코 길들지 않는 나머지 항상 날것인 채 있으면서 예술 창조에 새로운 국면을 여는 힘이다. 요컨대 두엔데는 예술가의 영혼 속에서 그 작품이 완전한 것이 되도록 부추기면서 운명과도 같이 강력히 작용하는 신비의 힘이다.
그리고 로르카의 작품이 그러한 신비한 힘이 낳은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2015년 팔월
정현종
출판사 서평
한국현대시에 언어의 미학과 사유의 우주를 펼쳐 보인
정현종 시인의 로르카 시 육필 감상
“로르카의 시는 우리의 영혼에 불을 붙이고
모든 세포를 새롭게 솟아나게 한다.” - 시인 정현종
리듬 · 음악 · 메아리의 시인, 로르카
로르카는 집시의 피가 섞인 아버지와 유대계였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스페인의 이단적 특성과 집시의 피를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시인이다. 로르카는 시와 희곡으로 국제적인 성공을 거뒀을 뿐만 아니라 음악과 미술에도 재능을 보여 당대 새로운 세계의 지식인들을 사로잡았다. 특히 1933년 「피의 결혼식」을 공연하면서 그의 명성은 최고에 이르렀으나 스페인 내란으로 30대의 젊은 나이에 총살당한 비운의 시인이다. 로르카의 일상적 경험 속에는 가족, 음악, 신화, 태고의 험악한 산, 그리고 그라나다의 완만한 평야가 있다. 신화, 전설, 민담을 많이 듣고 자란 그의 환경은 그의 시에서 뛰어난 음악성으로 드러난다. 로르카의 작품은 메아리로 가득 차 있다. 이 메아리를 가리켜 정현종 시인은 ‘만상의 조응’이라고 명명한다. 사물이 서로를 반영하고 파고드는 울림이라는 것이다. 메아리는 사물의 경계를 지우면서 넘나드는 흔들림이며, 인간의 감정과 사물의 음영이 서로 스며서 우주를 떠도는 만물의 넋이다. 이러한 메아리를 들을 줄 알고 그러한 메아리를 되울리는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시인이야말로 시인 중의 시인이다. 정현종 시인은 로르카의 시를 감상하며 ‘그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강렬한 정서적 순간들의 응축으로 이루어진 이미지들로 가득 차 있다.’고 송찬한다. 그것은 마치 초신성의 별처럼 엄청난 밀도의 에너지를 방출하고 있어서, 우리가 그것을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의 영혼에 불을 붙이고 모든 세포를 새롭게 하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로르카 시의 신비로운 힘, 두엔데
코르도바.
멀고 외로운.
검은 조랑말, 큰 달,
그리고 내 안낭(鞍囊)에 올리브.
비록 나 길을 알아도
나는 코르도바에 가지 못하리.
평원 속으로, 바람 속으로,
검은 조랑말, 붉은 달.
죽음이 나를 보고 있네
코르도바의 탑들에서.
아! 멀기도 하여라!
아! 내 장한 조랑말!
아! 그 죽음이 나를 기다리리
내 코르도바에 가기 전에.
코르도바.
멀고 외로운.
- 「기수의 노래」 전문
로르카의 시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두엔데(duende)이다. 두엔데는 로르카가 스페인 고유의 신비로운 힘이라고 강조하는 것이다. 위의 「기수의 노래」는 정현종 시인이 로르카의 시 중에서 두엔데가 가장 잘 드러나는 것으로 뽑은 대표적인 시이다. 음악, 문학, 춤, 미술 같은 예술은 물론, 그들에게 또 하나의 예술인 투우에서도 두엔데는 신비로운 힘을 불어 넣는다. 두엔데는 피 속에 녹아 있는 원초적인 힘이고 주술이며 시의 영감이다. 또한 천사와 뮤즈의 이미지와는 다른 어둠이며 검은 물, 즉 죽음의 세계이다. 정현종 시인은 두엔데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순간순간 죽음과 더불어 사는 영혼에게 생기는, 결코 길들지 않는 나머지 항상 날것인 채 있으면서 예술 창조에 새로운 국면을 여는 힘이며, 예술가의 영혼 속에서 운명과도 같이 강력히 작용”하는 신비한 힘이다. 로르카의 작품은 몇 편을 제외하면 모두 이 두엔데의 작용으로 탄생했다는 것이다.
새벽꽃이 벌써
자기를
열었다
(기억하는가
오후의 깊이를?)
달의 감송(甘松)이 내뿜는다
그 찬 냄새를
(기억하는가
팔월의 긴 눈짓을?)
-「메아리」전문
‘새벽’에 핀 ‘꽃’이 오후로 메아리쳐 ‘오후의 깊이’를 감지하게 하고, ‘달의 감송’이 ‘팔월의 긴 눈짓’에까지 미치는 메아리의 파동을 감지한 시인은 시간들과 공간들의 놀라운 공명과 연속성에 대해 깨닫는다. 메아리가 공명할 때 시간과 공간의 우주적 개화를 실현한다는 정현종 시인의 깨달음은 로르카의 시보다 더 시적이다. 모든 꽃은 바로 시간의 깊이에 다름 아니다. 메아리는 우리 안팎에 있는 사물 사이의 조응이며 화창이다. 로르카의 시에서 보듯이 여기와 저기, 이것과 저것 사이의 거리와 심연을 순식간에 뛰어넘는다. 또한 시간이 직선적으로 움직인다는 생각에 익숙한 우리의 시차를 뒤흔든다.
시를 목소리라고 믿은 로르카의 시는 주술처럼 강력한 힘을 가진다. 그의 시에서 보이는 뛰어난 리듬은 가슴속을 진동시키기에 충분하며 그 진동 속에서 세계는 무한한 것이 되고 만물은 내통한다. 우리는 좋은 시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감각이 열리고 평범한 사물이 놀라운 감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정현종 시인의 눈을 통해 비로소 깨닫게 된다. 정현종 시인이 로르카의 시를 보며 감탄할 때마다 역으로 정현종 시인이 얼마나 감각적인 시인인가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바로 이 부분이 『정현종 시인의 사유 깃든 로르카 시 여행』을 통해 보여 주는 풍요로운 공명의 지점이다.
삶의 열정을 샘솟게 하는 강력한 주술성의 시인
로르카의 작품에서 우리는 강렬한 정서적, 감각적 응축에서 터져 나오는 노래를 만난다. 그것을 스페인 예술의 특징으로 봐도 되겠지만 무엇보다 두엔데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 같다. 그 말은 두엔데라는 신비한 힘이 아니면 로르카의 시를 설명할 길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두엔데는 꼭 집어서 말할 수 없으나 항상 날것인 채 있으면서 예술 창조에 새로운 국면을 여는 힘이다. 요컨대 두엔데는 예술가의 영혼 속에서 그 작품이 완전한 것이 되도록 부추기면서 운명과도 같이 강력히 작용하는 신비의 힘이다. 그리고 로르카의 작품이 그러한 신비한 힘을 낳은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 로르카의 시를 읽으면 뜨거운 것이 가슴 속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듯한 강렬한 느낌을 받는다. 두엔데를 우리말로 옮길 수는 없겠지만 만에 하나 번역이 가능하다면 단연코 가장 근사치에 있는 단어가 열정이 아닐까 싶다. 열정은 모든 것을 굴러가게 하는 뜨거운 원동력이다. 예술가에게도, 사랑하는 이에게도, 그리고 삶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도 필요한 에너지이다. 로르카의 시는 낭만 없는 시대에 삶의 열정을 샘솟게 하는 강력한 주술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70638782 | ||
---|---|---|---|
발행(출시)일자 | 2015년 08월 05일 | ||
쪽수 | 146쪽 | ||
크기 |
120 * 210
* 20
mm
/ 242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정현종 문학 에디션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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