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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이청준 1939년 전남 장흥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다. 1965년 『사상계』에 단편 소설 「퇴원」이 당선되면서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이청준의 작품으로는 창작집 『별을 보여드립니다』『소문의 벽』『살아 있는 늪』『비화밀교』『키 작은 자유인』『서편제』『꽃 지고 강물 흘러』등과 장편소설 『당신들의 천국』『낮은 데로 임하소서』『춤추는 사제』『이제 우리들의 잔을』『흰옷』『축제』『신화를 삼킨 섬』등이 있다. 동화로 『숭어 도둑』『동백꽃 누님』, 산문집 『그와의 한 시대는 그래도 아름다웠다』『아름다운 흉터』『인생』등이 있으며, 2003년 <이청준 문학전집>(전25권)이 발간되었다.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이산문학상, 대산문학상, 인촌상 등을 수상하였다.
목차
- 눈길
새가 운들
사랑의 감대
연-새와 어머니를 위한 변주 1
빗새 이야기-새와 어머니를 위한 변주 2
학-새와 어머니를 위한 변주 3
꽃처녀 시절로 돌아가신 어머니
나는 눈길을 이렇게 썼다-눈길 위의 독행자들을 위한 노트
책 속으로
지금까진 그래도 저하고 나하고 둘이서 함께 헤쳐온 길인데 이참에는 그 길을 늙은 것 혼자서 되돌아가려니…… 거기다 아직도 날은 어둡지야…… 그대로는 암만해도 길을 되돌아설 수가 없어…… (71쪽) 눈길을 혼자 돌아가다보니 그 길엔 아직도 우리 둘말고는 아무도 지나간 사람이 없지 않았겄냐? 눈발이 그친 그신작로 눈 위에 저하고 나하고 둘이 걸어온 발자국만 나란히 이어져 있구나. …… 신작로를 지나고 산길을 들어서도 굽이굽이 돌아온 그 몹쓸 발자국들에 아직도 도란도란 저 아그 목소리나 따뜻한 온기가 남아 있는 듯만 싶었제. 굽이굽이 외지기만 한 그 산길을 저 아그 발자국만 따라 밟고 왔더니라. 내 자석아, 내자석아, 너하고 둘이 온 길을 이제는 이 몹쓸 늙은 것 혼자서 너를 보내고 돌아가고 있구나! (72쪽) 오목오목 디뎌논 그 아그 발자국마다 한도 없는 눈물을 뿌리며 돌아왔제. 내 자석아, 내 자석아, 부디 몸이나 성히 지내거라 부디부디 너라도 좋은 운 타서 복받고 살거라…… 눈앞이 가리도록 눈물을 떨구면서 눈물로 저 아그 앞길만 빌고 왔제……. (79쪽)
출판사 서평
이청준 문학의 근원, ‘어머니’ 이청준은 한국 현대소설사를 빛낸 가장 지성적인 작가의 한 사람으로 손꼽힌다. 그의 소설은 한국의 해방 60년사에서 가장 진실한 영혼의 궤적이라 일컬어진다. 그는 영혼의 본질과 삶의 밑자리를 웅숭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며 한, 고향, 어머니 등의 전통적인 정서를 탐색해왔고, 또 한편으로는 정치 사회적 현실의 폭력적 상황에 대항하는 인간 정신을 심도 있게 그려왔다. 그 가운데 ‘어머니’는 이청준 문학의 근원이라 할 수 있다. 삶의 증인이자 따뜻한 사랑의 실체인 어머니는 이청준 문학 작품 곳곳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노모의 장례식을 가족의 화해와 축제의 자리로 승화시한 장편소설 『축제』를 비롯하여「눈길」「새가 운들」「해변 아리랑」「연」「빗새 이야기」「학」 등 많은 단편소설에서, 그리고 「사랑의 감대(感帶)」「꽃처녀 시절로 돌아가신 어머니」「해변의 육자배기」 등의 산문에서 어머니는 한결같이 주인공의 존재를 확인해주는 사랑의 실체로 그려지고 있다. 이번에 열림원에서 발행한 『눈길―어머니와 아들의 슬픈 동행』은 이처럼 이청준 문학의 주요 테마 가운데 하나인 ‘어머니’를 가장 절제된 소설 미학으로 형상화한 단편 5편을 묶은 소설집이다. 한국적 어머니 상을 가슴 시리게 묘사한 표제작「눈길」을 비롯하여「눈길」의 밑작품에 해당하는「새가 운들」, ‘새와 어머니를 위한 변주’라는 부제가 달린 세 편의 짧은 소설「연」「빗새 이야기」「학」이 그 면면들이다. 그리고 다섯 편의 소설 가운데와 마지막에 잔잔하게 호흡을 가다듬으며 어머니를 느낄 수 있는 산문「사랑의 감대 」와「꽃처녀 시절로 돌아가신 어머니」를 배치했다. 이 한 권의 소설로 우리는 한없이 강인하면서도 연약한, 고난과 목메임의 시간을 묵묵히 견뎌온 우리들의 어머니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번 소설집은 문학작품의 이미지화에 발군의 재능을 보여주고 있는 만화가 변병준 씨의 세련되고 감성의 깊이가 느껴지는 그림이 작품의 영상미를 잘 살려내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모성애의 미학 「눈길」은 가장 낮은 자리에서 가장 높은 사랑을 베푸는 한국적 어머니의 상을 슬프고도 아름답게 표현한 이청준 문학의 정수이다. 아들은 집안이 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집을 찾는다. 광주의 고등학교에 다니던 아들이 고향마을을 찾았을 때 집은 이미 남의 손에 넘어간 후였고 가족도 다 흩어졌다. 어머니는 이미 남의 손에 넘어간 옛집에서 어린 아들에게 마지막 저녁을 해 먹인다. 그 집에는 아들에게 옛집의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려고 어머니가 남겨둔 옷궤 하나가 덜렁 놓여 있다. 그리고 날이 밝기도 전에 나선 눈 덮인 길. 산을 넘자마자 버스가 도착하고 어린 아들은 떠나버린다. 그리고 어머니는 아들과 함께 걸어온 눈길을 아들의 발자국을 밟으며 홀로 되돌아간다. 자식을 건사하지 못했다는 부끄러움과 절망으로 눈물을 뿌리며 홀로 돌아가는 어머니. “내 자석아, 내 자석아, 부디 몸이나 성히 지내거라. 부디부디 너라도 좋은 운 타서 복받고 살거라……” 하며 아들의 앞날을 기원하는 어머니. ‘눈길’은 아들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지극한 모성의 길이자, 그 어머니의 사랑을 깨달으며 어리석은 자식이 원숙한 인간으로 성장해가는 길이다. 한국 현대문학의 고전 「눈길」은 1977년 『문예중앙』에 발표된 이래 30년 가까이 변함 없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오고 있으며, 7차 교육과정부터는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린 우리 현대문학의 고전이다. 눈길에 탁월하게 묘사된 어머니 상은 아무리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고 시대가 변하였다 하더라도 빛이 바래지 않는 보편성을 획득하고 있다. 아들과 함께 걸어갔던 길을 혼자 되밟아 오는 어머니, 아들의 발자국 위에 자신의 발자국을 포개며 눈물을 뿌리며 아들의 복을 비는 어머니, 마을 어귀에서 시린 눈에 비쳐드는 아침햇살이 부끄러워 동네로 들어서지 못하고, 이제는 갈 곳이 없는 어머니. 그 막막하고 처연한 어머니의 모습에서 독자들은 눈시울을 붉히지 않을 도리가 없다. 눈길은 작가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작품이다. “「눈길」은 그러니까 나 혼자 쓴 소설이 아니라 내 어머니와 아내 셋이서 함께 쓴 소설인 셈이다. 오랜 세월 가려져 온 그 새벽 헤어짐 이후의 두려운 사연을 당신의 삶 속에 간직해온 어머니나 그 헌 옷궤의 설운 사연을 실마리 삼아 끝내 그 무고한 아픔의 실체를 드러내준 아내가 아니었으면 이 소설은 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눈길을 이렇게 썼다’에서 밝힌 작가의 말이다. <새가 운들> 고향에 온 제민은 면소 정류장 앞에서 마을 사람을 기다린다. 형의 주벽으로 대대로 살아오던 집이 남의 손에 넘어가면서 어머니는 거처가 일정치 않은 생활을 해야 했고, 그 때문에 제민의 귀향길은 늘 어머니의 거처를 알려줄 만한 사람을 만나는 일이 우선이었다. 선산마저 남의 손으로 넘어갔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을 찾았을 때 어머니는 육신을 의탁할 곳도 없는 처지에 방 안 선반에 소나무관을 올려놓고 당신의 사후를 준비하고 계셨다. 선산의 조상들 무덤을 손질하며 “꽃이 핀들 아는가, 새가 운들 아는가” 하고 읊조리던 어머니. 그 소리에는 조상에 대한 원망과 고달픈 현실에 대한 체념, 그리고 선산을 다시 찾고 싶은 강한 소망이 뒤섞여 있었다. 제민은 머지않아 반드시 선산을 찾겠다고 약속했건만 수년이 지나도록 어머니의 소원을 풀어드리지 못한 터였다. 재민이 마침내 동네 사람을 만나 어머니 소식을 듣고, 어머니가 계실 거라는 선산으로 갔을 때, 거기에는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 무덤이 둥그렇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연-새와 어머니를 위한 변주 1> 양산댁은 산에서나 들에서나 이따금 일손을 멈추고 하늘의 연을 찾는다. 상급학교에 진학을 못한 아들이 온종일 날리는 연을 보면서 양산댁은 멀리 날고 싶어하는 아들의 마음을 본다. 언제나 머나먼 하늘 여행을 꿈꾸고 있는 작은 새와 같은 연. 양산댁은 그 연이 줄을 끊고 마을의 하늘을 떠나버릴 것 같아 불안하다. 그러던 어느 바람 많은 날, 양산댁은 아들의 연이 실을 끊고 한 점 까만 새처럼 허공 속으로 멀어져 가는 것을 본다. 곧 아들이 도회지로 떠났다는 소식이 들리고 양산댁은 허망하게 중얼거린다. “아가, 어딜 가거나 몸이나 성하거라…….” <빗새 이야기-새와 어머니를 위한 변주 2> 봄부터 가을녘까지 비가 오는 날에만 우는 새, 비가 와도 깃들일 둥지가 없어서 우는 새. 어머니는 그게 빗새라 했다. 어머니는 늘 제 몸 깃들일 곳 없이 비를 맞으며 우는 빗새를 안타까워하며, 빗새가 의지 삼을 수 있도록 텃밭 가 동백나무를 정성껏 돌보고 그 주변에 새 모이를 놓아두곤 했다. 빗새의 형상을 궁금해하던 ‘나’에게 마침내 그 모양을 어림짐작할 수 있는 날이 왔다. 집을 떠났다 30년 만에 빈털터리로 돌아온 형, 지치고 가련한 몰골을 한 그 귀향자의 모습에서 ‘나’는 오랜 빗새의 형상을 문득 떠올렸다. <학-새와 어머니를 위한 변주 3> ‘그’는 밤새 신열을 앓으며 고통스러워하는 어머니 곁에서 애를 태우며 날이 밝기를 기다린다. 불현듯 그의 앞에 하얀 옷을 입고 서 있는 어머니가 보인다. 어머니는 이내 눈부신 한 마리 학이 되어 그를 내려다본다. 어머니는 이제 떠날 때가 됐기에 학이 되어 너의 아버지에게로 간다는 말을 남기고 공중으로 날아오른다. 그는 어머니가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간절한 안타까움 속에서 눈을 뜬다. 어느덧 날이 하얗게 밝아오고 어머니는 아무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어머니의 얼굴엔 꿈속의 학처럼 지극히 깨끗하고 평화로운 기운이 떠올라 있다.
기본정보
ISBN | 9788970634777 |
---|---|
발행(출시)일자 | 2005년 10월 25일 |
쪽수 | 166쪽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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