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으로 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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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우리는 왜 이들을 불멸의 화가라 부르는가?
영원한 젊은이로 기억될 천재들의 뜨거운 예술혼과
때로는 찬란하고 때로는 처절했던 인생을 들여다보다
이들의 공통점은 한창 활동하던 시기에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예술가는 수십 년에 걸쳐 재능을 연마하고, 비평가들을 설득하면서 기반을 확립하고, 계층 사다리를 올라가 대가로서 모습을 드러내지만 이런 과정이 이 책에 실린 예술가들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세계적인 전시 기획자이자 소호하우스 앤 컴퍼니(Soho House & Co.)의 컬렉션 총괄 책임자인 케이트 브라이언(Kate Bryan)은 “고흐의 작품 활동 기간은 10년 정도고, 모딜리아니는 그림을 그린 기간이 고작 6년밖에 안 되며, 아나 멘디에타(Ana Mendieta)와 장미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는 경력이 각각 7년과 11년 정도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한다.
책은 ‘짧고 굵은 인생을 살다 간 예술가들’이라는 이야기를 총 다섯 가지 주제로 풀어 간다. 첫 번째 주제는 예술을 목숨보다 더 소중히 여겼던 이들의 삶을 통해 바라본 ‘요절의 낭만’이다. 두 번째 주제는 죽음이라는 색안경에 의해 ‘신화화’된 예술가로, 때 이른 죽음을 맞이함으로써 대중의 사랑 혹은 오해를 받게 된 인물들의 이야기다. 다음으로는 자기 시대를 한참 앞선 작품을 창작하고 그것을 세상에 완전히 이해받기 전에 세상을 떠난 ‘선구자들’과 생애 내내 질병이나 내외부적 갈등에 시달리면서 예술 창작 활동에서 ‘구원과 안정’을 찾고자 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최근에 세상을 떠났거나 죽은 다음 대중의 기억에서 잊혔다는 이유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예술가들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들’을 다룬다.
이 책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예술가들은 20대 혹은 30대에 생을 마감했지만 우리의 눈에는 그들의 삶이 그리 짧아 보이지 않는다. 때로는 찬란하고 때로는 처절했던 인생사가 여전히 전 세계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으며, 폭발적으로 불태웠던 예술혼은 후배 예술가들에게 커다란 영감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정보
Kate Bryan
‘젊은 예술가들의 멘토’로 통하는 그는 영국의 미술사학자이자 큐레이터이며 미술 전문 방송 진행자, 작가이다.
워릭 대학교를 졸업하고 홍콩 대학교에서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 〈참회하는 막달라 마리아〉를 주제로 한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대영박물관 큐레이터로 경력을 쌓기 시작해 런던과 홍콩을 오가면서 〈가디언〉,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 《아시안 아트 뉴스(Asian Art News)》 등에 미술 칼럼을 기고했으며 여행을 매개로 예술, 철학, 문학 등을 교육하는 아트 히스토리 어브로드(Art History Abroad)에서 전문 가이드로 일했다. 그 후 〈아트15 런던(Art15 London)〉의 전시 감독, 런던의 유명 갤러리 파인 아트 소사이어티(The Fine Art Society) 이사 등을 거치며 다양한 현대 미술 전시를 기획했다.
2016년부터 현재까지 전 세계 소호하우스 앤 컴퍼니 컬렉션 총괄 책임자를 맡고 있으며, 예술 전문 방송사 스카이 아츠(Sky Arts)가 매년 주관하는 〈올해의 초상화 화가들(Portrait Artist of the Year)〉과 〈올해의 풍경화 화가들(The Landscape Artist of the Year)〉의 심사 위원이기도 하다. 주요 저서로는 《불꽃으로 살다》를 비롯해 예술가 커플 70인을 소개하는 《사랑의 예술(The Art of Love)》이 있다.
홈페이지: katebryanart.com
인스타그램: instagram.com/katebryan_art
연세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바른번역 아카데미 출판번역 과정을 수료했다. 옮긴 책으로는 《모나리자를 사랑한 프로이트》, 《원근법 드로잉 레슨》, 《고전을 만나는 시간》, 《말센스》, 《헤드스페이스: 영혼을 위한 건축》 등이 있다.
목차
- 추천의 말
서문
제1장 찬란하게 타오르다
키스 해링: 이름 자체가 브랜드인 스타
장미셸 바스키아: 바스키아는 왜 비싼가?
카라바조: 악마의 탈을 쓴 타락한 천재
대시 스노: 자신의 출신을 저주한 반항아
제2장 죽음의 신화
빈센트 반 고흐: 오해도 사랑도 가장 많이 받는 거장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세계에서 가장 많이 위조된 화가
프란체스카 우드먼: 작품을 위해 자살을 선택한 사진가
아나 멘디에타: 죽기 직전까지 자신의 자리를 찾아 헤맨 페미니스트
필릭스 곤잘레즈토레스: 사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
라파엘로: 예술적 재능과 사교성을 겸비한 화가들의 왕자
제3장 선구자들
이브 클랭: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 주려 한 영적 수도자
고든 마타클라크: 마타클라크는 왜 집을 두 동강 냈을까?
로버트 메이플소프: 미국을 뒤흔든 문화 전쟁의 한복판에 서 있었던 선동가
에곤 실레: 내면의 고통을 그려 낸 초상화의 거장
파울라 모더존베커: 여성 화가가 그린 최초의 누드 자화상
암리타 셔길: 소설가의 상상력을 자극한 현대 인도 미술의 개척자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어둠 속에 묻혀 있는 빛의 마술사
로버트 스미스슨: 자연을 캔버스 삼은 대지 미술가
제4장 전쟁과 구원
앙리 드 툴루즈로트레크: 세속적인 것을 예술로 끌어올린 작은 거인
오브리 비어즐리: 퇴폐적이고 악마적인 미감을 추구한 탐미주의자
노아 데이비스: 예술의 힘을 보여 준 선지자
에바 헤세: 아름다움과 질서에 도전한 역설의 대가
샤를로테 살로몬: 연극보다 더 비극적인 삶을 살다 간 예술가
움베르토 보초니: 죽음으로 이상을 증명한 미래파 화가
게르다 타로: 전쟁의 비인간성을 고발한 사진작가
제5장 끝나지 않은 이야기들
조애나 메리 보이스: 라파엘전파 형제회의 여형제
폴린 보티: 아름다운 외모로 저평가된 팝 아트의 디바
헬렌 채드윅: 신체적 고정관념에 도전한 선구자
카디자 사예: 배타적인 예술계를 단숨에 사로잡은 아웃사이더
바살러뮤 빌: 그림에 문학과 음악의 숨결을 불어넣은 화가
감사의 말
찾아보기
도판저작권
추천사
-
아프리카에서는 사람이 죽어도 그를 기억하는 이들이 있는 한 그는 현재와 가까운 시간을 뜻하는 ‘사샤(sasha)’에 살아 있다고 믿는다. 그를 기억하던 이들이 더 이상 없을 때 그는 ‘자마니(zamani)’라는 먼 과거에 잠기게 된다. 이 책은 사샤에서 영원한 생명을 얻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죽은 즉시 사샤에서 생명을 이어가는 라파엘로부터 자마니에 잠겼다가 그들을 찾아낸 수호자들에 의해 사샤에서 부활한 요하네스 페르메이르(Johannes Vermeer)와 에바 헤세, 그리고 저자가 사샤에서 살리고 싶은 샤를로테 살로몬(Charlotte Salomon)에 이르기까지 짧지만 강렬하게 삶을 불태웠던 천재들의 예술 세계에 대한 탐험기다.
-
예술적 유산과 예술사가 만들어지는 방식에 대한 흥미진진한 성찰.
책 속으로
신선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이런 매혹 옆에는 불만을 품은 젊은이들을 향한 관음증적 시선이 자리 잡고 있었다. 1960년대에는 눈부시게 타오르며 굵고 짧은 삶을 살다 간 로큰롤 스타들이 많이 배출되었다. 상업 예술계는 대중들의 관심을 끌고 예술적 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예술가들 주변에 이와 비슷한 신화들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나는, 이 예술가들의 때 이른 죽음 이후 그들의 명성을 지탱해 준 신화의 도움이 없었다면 그들이 우리의 집단적 상상력 속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차지할 수 있었을지 고려해 보는 것이 매우 흥미로울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충격적으로 요절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아메데오 모딜리아니나 빈센트 반 고흐 같은 화가들의 이름을 들을 수 있었을까? 나는 여기 소개된 많은 예술가들을 에워싼 채 그들의 작품에 관한 중요한 진실을 은폐하기도 하는 이런 신화들을 해독하기 위해 노력했다.
- 서문
이 책에 소개된 모든 예술가들 가운데 위험한 신화화로 가장 큰 고통을 받은 사람은 바로 장미셸 바스키아였는데, 그에 대한 신화화는 정도가 너무 지나쳐서 바스키아의 인생사가 그의 예술에 내재된 힘을 압도할 정도였다. 바스키아 신화가 위험한 이유는, 그것이 가차 없고 우울할 정도로 백인 중심적인 예술계의 증후를 보이기 때문이다. 폭발적이고 전례 없으며 극적이고 끔찍할 정도로 불운했던 바스키아의 이력은 1980년대 뉴욕의 인종, 정치, 돈, 권력과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1980년대는 탐욕과 속도의 시대였고, 바스키아의 급격
한 성공은 예술과 문화의 이 우려할 만한 상품화를 대표한다.
- 장미셸 바스키아: 바스키아는 왜 비싼가?
수십 년간 연극과 영상 매체에 영향력을 행사해 온 이런 식의 사건 묘사가 고흐의 성취와 지성을 제대로 드러내 주지 못하는 환원주의적 해석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비록 심각한 정신 질환으로 고생했지만 반 고흐는 아웃사이더 예술가가 아니었다. 그는 예술사에 조예가 깊었고, 청소년 시절에는 7년 넘게 헤이그와 런던에 있는 삼촌의 미술품 판매점에서 일하기도 했다. 1853년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고흐는 언어에도 능통했다. 그는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구사했고, 영어로 말하고 쓰고 읽는 데 능숙했으며, 독일어 문장을 읽을 수도 있었다. 또한 독서량도 엄청났다. 고흐의 편지에는 찰스 디킨스를 비롯한 800여 명의 작가들이 인용되어 있는데, 그는 다른 어떤 작가들보다도 디킨스를 자주 언급했다. 반 고흐는 그 자신이 열렬한 인도주의자였던 만큼 빅토리아 시대의 소외된 사람들을 향한 디킨스의 공감 어린 태도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 빈센트 반 고흐: 오해도 사랑도 가장 많이 받는 거장
실레의 작업에는 고양된 감정이 담겨 있고, 그의 작품은 눈에 띌 정도로 ‘실제 세계’와 동떨어져 있다. 그의 예술은 빈의 정신과 의사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이룩한, 자아와 성에 관한 인식의 놀라운 변화와 연관 지을 수 있다. 프로이트 이전까지는 자기 성찰이 자기 자신에 대한 지식을 얻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하지만 프로이트는 이 익숙한 생각을 무너뜨리고, 그 대신 우리에게 자신도 모르는 마음이 있을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아마도 실레가 자신의 얼굴에 엄청난 관심을 보인 건 이 가설 때문일 것이다. 렘브란트, 알브레히트 뒤러와 더불어 실레는 자화상 분야의 가장 위대한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데, 그는 자신의 모습을 100여 점이 넘는 작품들을 통해 묘사했다. 1910년 작인 〈앉아 있는 남성 누드(Seated Male Nude)〉(때때로 ‘노란 누드(TheYellow Nude)’라 불리기도 함)는 자화상의 역사로부터 극적인 일탈을 보여준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실레는 그 자신을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해부하다시피 한다. 성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들쭉날쭉하게 묘사된 그의 알몸은 하얀 캔버스 위를 떠다닌다. 진한 노란빛의 피부와 붉은 젖꼭지, 눈, 성기를 물들인 구아슈 물감은 강렬한 선에 비하면 부차적일 뿐이다. 그의 발과 손은 제거되었고 얼굴은 모호하다.
- 에곤 실레:내면의 고통을 그려 낸 초상화의 거장
혼자 힘으로 새로운 삶을 구축해 가는 동안, 그녀는 헝가리계 유대인 사진가였던 엔드레 프리드만을 만났다. 타로는 그가 ‘불한당이자 바람둥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훗날 그녀의 멘토가 될 이 동료 진보주의자와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두 아웃사이더는 상황이 유대인 이민자에게 점점 더 적대적으로 변하자 큰 어려움을 겪었다. 프리드만은 종종 자신의 카메라를 저당 잡혔지만 타로에게 기본적인 사진 기술을 가르쳐 주었고, 타로는 얼라이언스 사진 에이전시에서 근무하면서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열정적으로 섭렵해 나갔다. 파리에서 외국인을 향한 반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사실을 직감한 이들은 함께 미국인 보도 사진가의 신분을 지닌 로버트 카파라는 가상의 인물을 창조했다. 프리드만의 작품은 그럴듯한 이름을 지닌 이 가상의 사진가가 창작한 것으로 간주되었고, 그는 본명을 사용했을 때보다 훨씬 더 많은 금액을 받고 자신의 사진들을 신문사에 판매했다.
- 게르다 타로: 전쟁의 비인간성을 고발한 사진작가
배타적인 것으로 악명 높은 예술계의 심장부로 단번에 진입해 들어가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예술가들이 활동하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오직 진정으로 독창적이고 확신에 찬 목소리만이 평론가들의 귀에 들어갈 수 있다. 카디자 사예는 눈에 보이지는 않는 그 단단한 장벽들을 뚫고 24세의 나이에 주목해야 할 신인으로 평가받았다. 그녀가 임대 아파트에서 매우 적은 수입으로 생활하고 사회적 특권이 없는 흑인 여성이었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다. 그녀는 이 책에 실린 예술가들 가운데 활동 기간이 가장 짧
지만, 오늘날의 사회적 쟁점을 개인적이면서도 역사적인 방식으로 아름답게 탐색한 예술가로 기억될 것이다.
- 카디자 사예: 배타적인 예술계를 단숨에 사로잡은 아웃사이더
출판사 서평
뜨겁고 빠르게 생을 불태웠던 30인의 천재들
“제 작업은 일종의 불멸을 향한 추구입니다.
이 작품들은 호흡에 의존하지 않으므로
우리 중 그 누구보다도 더 오래 살아남을 것입니다.”
_키스 해링
“죽어서 묻힌 화가들은 그들의 작품을 통해
다음 세대나 그 이후의 세대들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화가의 삶에서 죽음은 어쩌면 가장 힘든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_테오 반 고흐
《불꽃으로 살다》는 예술사에서 ‘영원한 젊은이’로 남은 사람들,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지만 지금까지도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많은 이들에게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예술가들의 이야기다. 이 책에 등장하는 예술가 대부분은 20대나 30대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자신의 재능을 드러낼 시간을 20년도 채 갖지 못했지만, 미켈란젤로나 렘브란트,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티치아노 같은 거장에 비견되는 젊은 천재들로 추앙받고 있다.
책은 빈센트 반 고흐, 장미셸 바스키아처럼 너무나 유명한 작가들과 샤를로테 살로몬, 헬렌 채드윅(Helen Chadwick)처럼 다소 생소한 작가들 30인을 섞어서 같은 비중으로 소개한다. 생물학적 단명에도 불구하고 작품이 많은 이들에게 기억됨으로써 계속 생명을 누리는 작가들과 그러한 ‘사후 생명’이 형성되는 과정을 다루는 한편, 요절 후에 작품에 대한 후대의 기억까지 희미해져 사후 생명이 가물가물한, 그러나 저자가 마땅히 생명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작가들을 함께 다룬다.
영원히 기억될, 삶을 위한 투쟁기
하지만 이 책은 때 이른 죽음이 일종의 후광이 된 인물의 신화를 낭만적으로 펼쳐 놓는 책들과 다르다. 요절한 예술가 하면 우리는 흔히 ‘지나친 재능으로 심신이 좀먹은 예술가’, ‘천재의 광기로 스스로를 파괴한 예술가’의 신화를 떠올리곤 한다. 19세기 낭만주의에 의해 시작되었고 이제는 자본주의 프로모션으로 활용되는 이러한 신화를 이 책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해체한다. 바스키아의 경우는 그러한 신화에 비교적 가깝지만, 저자 케이트 브라이언은 그가 ‘젊은 작가를 숭배하며 띄우고 그들의 물감도 채 안 마른 작품을 투기적으로 구매하는’ 미술 시장 풍토의 “첫 순교자”라는 점, 그리고 바스키아 자신이 “칭찬인 듯하지만 모욕적이기도 하다”라고 말한 ‘검은 피카소’ 별명에서 알 수 있듯 교묘한 인종주의를 바탕에 깐 프로모션에 이용된 점을 지적한다. 그 덕분에 우리는 사회적 맥락에서 한 인간으로서의 바스키아를, 그리고 개인의 산물인 동시에 사회의 산물인 그의 예술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다른 예술가들의 이야기로 가면 신화는 더욱 사라지고 대신 인간의 모습과 그들이 예술로 말하고자 했던 것들이 남는다. 키스 해링(Keith Haring)과 필릭스 곤잘레즈토레스(Felix Gonzalez-Torres)는 동성애자 예술가로서 “사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 되는 작품을 창작했으며, 시시각각 퍼지는 에이즈의 위협 속에서 그들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예감하고 더욱 찬란하게 자신들을 불태웠다. 앙리 드 툴루즈로트레크(Henri de Toulouse-Lautrec)와 오브리 비어즐리(Aubrey Beardsley) 역시 선천적인 장애나 병약함 때문에 요절을 예감하고 그들의 생명을 작품에 쏟아 넣었다.
반면에 자신의 때 이른 죽음을 예상하지 못했던 작가들도 많다. 서양 미술의 정형화된 여성의 이미지를 누드 자화상을 통해 거의 최초로 뒤집어 놓은 파울라 모더존베커는 현대에도 여전히 힘든 예술(일)과 모성(육아)의 양립을 이루겠다고 다짐했으나 산후 색전증으로 갑자기 숨지고 말았다. 대지 미술(Land Art)의 걸작 〈나선형 방파제〉를 창작한 로버트 스미스슨(Robert Smithson)은 새로운 작품을 위해 지형을 답사하다 비행기가 추락해 숨졌고, 낙후한 도시 변방을 예술로 재생하는 작업을 활발히 하던 예술가 겸 큐레이터 노아 데이비스(Noah Davis)는 암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때 이른 죽음을 예감했든 예감하지 못했든, 이 예술가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치열하게 투쟁적으로 살았다는 것이다.
진정한 예술가는 죽지 않는다
그런 예술가 중에서도 특히 샤를로테 살로몬의 이야기는 심장을 움켜잡을 듯이 마음을 파고들어 온다. 그녀는 기꺼이 스스로를 파괴하고 싶을 만한 상황이었다. 집안의 독재자인 외할아버지의 학대 속에서 이모와 어머니와 외할머니가 차례로 자살했으며, 독일계 유대인으로서 받는 박해가 나치의 집권과 함께 심해지고 있었다. 햄릿처럼 ‘사느냐 죽느냐’의 고민에 빠져 있던 살로몬은 삶을 택했다. 그녀는 “내 삶은 … 나 자신이 유일한 생존자라는 사실을 발견한 순간 시작되었다”라고 했으며, 죽음으로 내몰렸던 가족과 이웃, “그들 모두를 위해서라도 나는 살아남을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그토록 어렵게 택한 삶이 나치로부터 위협받기 시작하자, 그녀는 온 힘을 당해 자신의 생명을 독특한 대작 《나의 삶은 삶인가? 아니면 연극인가?》로 쏟아부었다. 징슈필(Singspiel, 독일의 가벼운 코믹 오페라) 대본의 형식을 띠고 수백 점의 그림과 대사와 음악 지시로 구성된 이 작품은 일종의 자서전, 고통과 기쁨이 모두 담긴 자서전이다. 이렇게 가까스로 자신의 분신을 만든 후 그녀는 고작 26세의 나이에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가 죽임을 당했다.
살로몬의 예술가로서 사후 생명도 한동안 가물가물했다. 그저 홀로코스트의 희생양으로만 여겨졌다가 최근에야 예술가로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저자는 살로몬이 “지난 세기 창작된 미술품들 가운데 가장 열정적이고 광범위하고 ‘총체적인’ 작품을 창작했음에도 아직까지도 예술사에서 외면당하고 있다”라고 단언한다. 그녀와 그녀 같은 작가들에 대한 기억을 일깨워 그들에게 보다 긴 생명을 주는 것, 그리고 그 생명으로 인해 사람들이 영감과 기쁨을 얻게 하는 것, 이것이 저자의 목적일 것이다. 예술가가 사후 생명을 얻는 것은 사회적 상황과 관련이 깊다. 그래서 그간 서구 남성 중심의 예술계에서 여성이나 비서구 작가는 불리한 입장이었다. 이 책의 미덕은 그런 예술가들에 대한 기억을 적극적으로 일깨운다는 것이다. 책에 소개된 예술가의 3분의 1 이상이 여성이다.
아프리카에는 삶과 시간에 관한 독특한 관념이 있다. 사람이 죽어도 그를 기억하는 이들이 있는 한 그는 ‘현재와 그 가까운 전후’를 뜻하는 ‘사샤’에 살아 있다. 그를 기억하던 이들이 더 이상 없을 때 그는 ‘먼 과거’를 뜻하는 ‘자마니’에 잠기게 된다. 이 책에는 라파엘로 처럼 죽음 즉시 사샤의 시간에서 오랜 생명을 누리는 예술가부터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에바 헤세처럼 자마니에 잠겼다가 그들을 찾아낸 수호자들에 의해 사샤에서 부활한 예술가들, 그리고 살로몬처럼 저자가 사샤에서 오래도록 살게 하고 싶은 예술가들까지 요절한 예술가들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그들의 이야기는 ‘천재와 광기와 죽음의 신화’ 대신 ‘인간과 삶을 위한 투쟁과 예술로 인한 생명 연장’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들을 사샤의 생명으로 끌어내는 수호자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바로 저자 자신을 포함해서. (〈추천의 말〉에서)
기본정보
ISBN | 9788970417608 | ||
---|---|---|---|
발행(출시)일자 | 2022년 06월 07일 | ||
쪽수 | 308쪽 | ||
크기 |
152 * 226
* 20
mm
/ 652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Bright Stars/Kate Bry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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