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역 마음으로 읽는 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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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서울신문 > 2014년 5월 4주 선정
자본의 탐욕과 이윤에 대한 맹신 앞에 뭇 생명이 참혹하게 스러지고, 국가의 무능과 권력의 무책임을 민낯으로 응시해야 하는 지금, 삶의 본질과 인간사의 이치를 꿰뚫는 날카로운 통찰, 상처와 고통을 어루만지는 따뜻하고 유쾌한 낙관이 드러나는 《장자》의 오래된 지혜가 절박하고 준엄하게 우리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
작가정보
저자 장자는 본명은 장주莊周이고, 기원전 4세기(기원전 370~300년경)에 활동했다. 전국 시대 송宋나라의 몽蒙 지역(지금의 중국 허난 성河南省 상추 현商邱縣)에서 태어나 칠원漆園이라는 마을에서 뽕나무지기를 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장자는 욕심 없이 가난하게 살았고, 출세하는 것을 영예로 생각하지 않아 초나라 재상 자리도 거절했다고 한다. 자신을 드러내려 하지 않고 소박한 삶에 만족할 줄 알았던 그는 숨은 빛?光으로 세상을 비추며 전쟁과 탐욕의 시대를 슬퍼했던 순수하고 아름다운 철학자였다. 그의 삶과 철학이《장자》에 면면히 흐르고 있다.
번역 조현숙
역자 조현숙은 성균관대학교 동양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성균관대학교 강사를 지냈으며,〈장자 죽음의식에 관한 연구〉,〈혜시의 사유체계에 관한 연구〉,〈순자의 제자비판에 관한 연구〉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번역한 책으로는《중국철학사방법론》,《중국철학강의》,《노자 도덕경》,《법구경》,《서양, 도교를 만나다》가 있다. 이화여대 평생교육원에서 “마음으로 읽는 장자”를 강의하고 있으며, 《장자》완역본(책세상)의 출간을 준비하고 있다.
목차
- 슬픔
길 잃은 사람들
위험한 앎
돈
쓸모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운명
즐거움
마음이 살아 있는 사람들
세상의 본래 모습
죽어가는 마음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사랑
돌봄
옮긴이 후기 - 마음으로 하는 철학
출판사 서평
전쟁과 탐욕의 시대를 슬퍼했던 순수하고 아름다운 철학자 장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위험한 책《장자》
마음의 눈으로《장자》를 다시 읽다
제자백가를 대표하는 고전의 하나인《장자》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이자 가장 위험한 책’이라 불리는 저작이다. 체계적인 논증에 얽매이지 않고 비유와 상징이 넘치는 ‘우화’와 ‘이야기’로 인간의 본질과 세상사의 이치를 명징하게 꿰뚫기에, 크고 활달한 사유로 ‘죽어가는 마음’을 살리고 ‘노니는 마음’을 회복시키는 철학이기에《장자》는 아름답다. 인간 사회의 어둠을 냉철하게 직시하고, 바른 말 하기 어려운 세상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발언했으며, 전쟁과 살육의 시대였던 전국시대에 권력자와 지식인들의 탐욕을 비판하고 평범한 사람들이 함께하는 소박한 삶에서 진정한 자유를 찾았기에《장자》는 위험한 책이다. 성리학이 지배 이념으로 군림하던 조선시대에는《장자》를 읽는 것이 정치적 반역 행위로 간주되기도 했다.
아름답기에 위험한《장자》 읽기의 의미는 2천 년이 넘는 시간을 지나온 지금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아니, 자본의 탐욕과 이윤에 대한 맹신 앞에 뭇 생명이 참혹하게 스러지고, 국가의 무능과 권력의 무책임을 민낯으로 응시해야 하는 지금, ‘길 잃은 세상에서 죽어가는 마음을 살리려’ 했던 장자의 사유는 그 어느 때보다도 절박하고 준엄하게 우리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
《마음으로 읽는 장자》는 내·외·잡편의 3편을 합해 지금 전하는 것만도 약 7만 자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장자》에서, 장자 사유의 본령을 잘 드러내주며 지금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들을 뽑아 번역한 초역抄譯본이다. 약 1만 6천 자를 뽑아 13개 장으로 구성했는데, 편역자가 내용 하나하나에 글 제목을 달고 필요한 경우 해설하는 내용을 덧붙였으며 원문을 함께 실었다. ‘슬픔, 길 잃은 사람들, 위험한 앎, 돈, 쓸모,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운명, 즐거움, 마음이 살아 있는 사람들, 세상의 본래 모습, 죽어가는 마음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사랑, 돌봄’으로 이어지는 각 장의 주제에서 보듯 머리와 이성이 아니라 ‘마음’으로 읽을 때 장자 철학의 깊이와 넓이가 더 밝게 드러나며, 작은 앎만 사랑하다 죽어가는 철학을 큰 바다로 향하게 한다.
‘담 없는 마을無何有之鄕’에서 ‘노니는 마음遊心’으로 함께 하는 즐거운 철학
편역자가 선별한 텍스트의 흐름을 살펴보면, 장자는 권력자와 지식인들의 탐욕으로 인해 세상은 길을 잃고 마음이 죽어가고 있다고 비판한다. 작은 앎에 갇혀 진위와 시비를 따지는 논리이성이나 인의예악의 도덕이성에 의한 판단으로 차별하고 배제하고 담을 쌓게 되었다는 것이다. 장자는 이러한 현실을 슬퍼하면서 소박한 삶, 본연의 모습을 회복하고 ‘담 없는 마을에서 노니는 마음으로 함께 하는 철학’을 이야기한다.
장자는 위태로운 세상에서 가난하고 소박한 삶을 살았으며, 세상 사람들에 대한 연민으로 슬퍼했던 아름답고 천진한 철학자이다. 그리고 장자의 철학은 모든 것을 품어주는 포용의 철학, 있는 그대로를 맑게 비추는 거울 같은 철학, 죽어가는 마음을 살리는 생명의 철학, 노니는 마음을 회복시켜주는 즐거운 철학이며, 그래서 머리로 읽고 이해하는 철학이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철학이다. 마지막 ‘돌봄’ 장을 여는 글 “정치란 바르게政 돌보는治 것입니다. 바르게 함政을 함께 즐기는 것이 정政입니다. 돌봄治을 함께 즐기는 것이 치治입니다”라는 구절은 오늘 한국 사회에 더욱 절박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이 책은 길 잃은 세상에서 비통한 시간을 보내는 우리에게 따뜻한 위안을 전하며, 또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어떻게 세상을 바르게 돌볼 수 있을지에 대해 수천 년 동안 성숙된 오래된 지혜를 들려주고 있다.
그저 쓸모없는 것을 가지고 노는 일, 탐욕의 시대를 돌파하는 일
“쓸모 있다는 기준을 세워 쓸모 있다고 하니 세상에 쓸모없는 것이 없게 되고, 쓸모없다는 기준을 세워 쓸모없다고 하니 세상에 쓸모 있는 것이 없게 됩니다. 동과 서를 서로 반대편에 놓고 서로 없어서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을 보면 이렇게 쓸모로만 나누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추수〉
오늘 우리는 이윤과 효율에 대한 맹신이 뭇 생명을 참혹히 앗아간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 자본의 탐욕이 인간과 생명을 압도할 때 얼마나 엄청난 비극이 빚어지는지 뼈아프게 확인하는 지금, 쓸모로만 재단하는 세상을 넘어서려 했던 장자의 목소리가 더욱 준엄하게 다가온다. 장자는 쓸모로 사람을 판단하지도, 효용으로 세상을 바라보지도 않았다. 그는 쓸모 있음과 쓸모없음의 경계를 허물어 새로운 지평을 열어 보인다.
박이 너무 커 쓸모가 없어 깨뜨려버렸다는 혜자에게 장자는 큰 술잔 같은 배를 만들어 띄워놓고 즐기면 되지 않겠느냐 하고, 나무가 너무 커서 쓸모가 없다는 불평에는 너른 들판에 심어놓고 그 아래 누워 낮잠이나 자며 놀라고 이야기한다. 그 나무는 도끼에 찍힐 일도, 달리 해를 당할 일도 없을 것이니 쓸모없다고 괴로워할 일이 뭐 있겠느냐는 것이 장자의 시각이다.(<소요유>) 세상은 쓸모로 사람과 사물을 재단하고 차별하지만, 장자는 그저 쓸모없는 것을 가지고 놀자고 이야기한다. 함께 노니는 곳에서는 귀하고 천한 것도, 잘나고 못난 것도 없다.
쓸모에 대한 장자의 사유는 한가로운 시절 홀로 고상한 이의 독백이 아니다. 수많은 제후국들이 패권을 다투던 약육강식의 시대를 살면서 장자 역시 쓸모와 탐욕이 사람을 파괴하고 세상을 병들게 하는 모습을 직시했을 것이다. 전쟁과 살육의 시대를 살았던 장자의 고뇌가 쓸모에 대한 근원적인 전복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그의 사유는 우리에게 지친 몸을 누일 수 있는 배이자 그늘인 동시에, 이 미친 탐욕의 시대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를 묻는 준엄한 죽비이기도 하다.
순수한 모습 그대로의 세상에서 차별 없이 소박한 즐거움을 누리다
“순수한 모습 그대로인 세상에서는 현자를 받들지도 않았고 능력자를 쓰지도 않았습니다. 위에 있는 사람은 그저 높은 나뭇가지처럼 있을 뿐이었고 사람들은 들판의 사슴 같았습니다. 사람들은 단정하면서도 그러는 것이 옳다는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습니다. 서로 아끼면서도 그것이 사랑仁이라는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습니다. 성실하면서도 그것이 충忠이라는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습니다. 마땅히 처신하면서도 그것이 신信이라는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습니다. 부지런히 움직이면서 서로 도와도 그것이 ‘베푸는 것賜’이라는 생각 따위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뭘 해도 흔적이 없고 일이 있어도 전해지질 않았습니다.” ?〈천지〉
불가항력의 재난이나 참혹한 비극 앞에서 약하고 평범한 사람들은 서로 손을 내민다. 2007년 원유 유출 사고 때에도,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도, 또 크고 작은 사건과 재난 앞에서 정부의 무능과 무력, 우리 사회의 총체적 부실이 도드라질수록 시민들은 어깨를 겯고 위로와 연대의 끈을 잇는다. 위기의 시절, 권력의 횡포에 굴하지 않고 ‘본래의 모습’을 회복하는 것은 소박하게 살아가는 장삼이사들의 힘이다. 장자의 시대에도 그랬다.
장자는 초나라 재상 자리도 거절하고 뽕나무지기로 가난하고 소박하게 살았지만, 그렇다고 속세를 초월한 사유를 펼친 것은 아니다. 논리 이성과 도덕 이성에 의한 판단으로 차별하고 배제하고 담을 쌓는 세상을 슬퍼한 그는 현실에서 순수한 모습 그대로인 세상至德之世의 실현을 꿈꾸었다. 그것은 본래 모습 그대로 건강한 나라建德之國이며, 담 없는 마을無何有之鄕을이기도 하다. ‘순수한 모습 그대로인 세상’은 사람들이 새와 짐승과 함께 서로 돕고 누구나 욕심 없이 타고난 그대로 소박하게 살아가는 곳(<마제>)이며, 서로 아끼고 마땅히 처신하면서도 그것을 의식하지 않는 곳(<천지>)이다. 그리고 본래 모습 그대로 건강한 나라의 사람들은 일할 줄은 알아도 쌓아둘 줄은 모르고 주는 건 알아도 받으려고는 하지 않는, 무엇이 정의인지 무엇이 예의인지도 모르고 마음대로 행동해도 큰길을 벗어나지 않으며 “살아 즐기고 죽어 묻”히는 사람들(<산목>)이다.
사람들이 순수한 본래 모습 그대로 살아가는 장자의 무하유지향(담 없는 마을)은 소유욕도 명예욕도 없으며 어떤 경계도 차별도 없이 누구라도 함께 노닐 수 있는 마을이다. 장자의 무하유지향은 ‘어디에도 없는 곳’이라는 서구의 유토피아와 달리, 꿈으로만 그려보는 곳이 아니라 우리의 삶에서 누릴 수 있는 곳이다. 자연과 교감하고, 사랑하고, 벗들과 사귀고,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며, 소박한 즐거움을 담담하게 즐길 때 우리는 바로 장자의 무하유지향에 있는 것이다. 오래전 장자가 그러했듯이, 우리는 이곳에서 내가 옳다는 아집을 버리고 성공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순수하고 천진하게 노닐게 될 것이다.
순수한 세상에서의 소박한 즐거움은 그러나 공짜로 주어지는 것은 아님이 분명하다. 이웃의 고통에 공감하고, 권력의 부도덕에 눈감지 않으며, 훼손된 근본을 바로 세우고, 역사의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행동할 때 그 세상은 우리의 현실이 될 것이다.
삶의 본질과 인간사의 이치를 꿰뚫는 날카로운 통찰
상처와 고통을 어루만지는 따뜻하고 유쾌한 낙관
“물길을 다니면서 소용돌이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어부의 용기입니다. 땅의 길을 다니면서 외뿔소나 호랑이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 사냥꾼의 용기입니다. 허연 칼날이 눈앞에서 서로 부딪쳐도 죽음을 삶처럼 보는 것이 열사의 용기입니다. 궁지에 빠지는 것이 운명이고 뜻을 이루는 것이 시운임을 알고 큰 역경 속에서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성인의 용기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은 마음이 죽는 것입니다. 두 사람이 잘못된 길에 들어서도 길을 잃고 목적지에 갈 수 없는데 지금은 온 세상이 길을 잃었습니다.”
“군자의 사귐은 물처럼 담담하고 소인의 사귐은 술처럼 달콤합니다. 군자는 담담하게 친분을 이어가고 소인은 달콤함 때문에 헤어집니다.”
“자연스러운 길道에서 보면 귀한 것도 천한 것도 없습니다. 귀천’이라는 차별의 문이 어디에 있는지, ‘작다 크다’는 구별의 집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담담한 무욕의 경지에서 마음을 놀게 하십시오. 그리고 적막함 속에서 흐름氣과 함께하십시오. 뭐든 저절로 되는 대로 따르고 사사롭게 받아들이지 마십시오. 그러면 세상이 보살펴질 것입니다.”
기본정보
ISBN | 9788970138725 |
---|---|
발행(출시)일자 | 2014년 05월 15일 |
쪽수 | 368쪽 |
크기 |
128 * 188
* 11
mm
/ 482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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