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밖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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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조선일보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북한의 국화 진달래를 그렸다는 오해를 받아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다 자살한 남편을 둔 변혜경은 일터와 삶터에 적응하지 못하고 한국을 떠나 장기 여행족으로 떠돌아다닌다. 힌두 문명지를 훑던 여행길에서 우연히 일본인 후미코를 만나 자매 이상의 정을 느끼고 인도와 남미의 순박한 사람들과 인간적인 교감을 나누면서 영혼의 정화를 경험하게 된다.
또한, 그녀는 프랑스 국적의 집시 존을 만나 사랑하면서 잠시나마 인생의 풍성함을 누린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이 임신했음을 알게 되고 연인의 뜻을 따라 결혼하지만, 존은 살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간암 환자다. 결국 변혜경은 칠레 이스터 섬 해변묘지에 그를 묻고 또다시 미망인이 되어 한국에 돌아와 홀로 아기를 낳는다. 하지만 설상가상으로 자신도 남편도 닮지 않은 흑인 아기가 태어나고 그녀는 더 깊은 절망의 수렁으로 빠져드는데….
이번 작품에는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다 자살한 남편을 둔 한국인 변혜경, 죽도록 뒷바라지하여 인기배우로 만들어준 남자에게 버림받은 일본인 후미코, 제가 태어난 나라가 망하기를 바라는 소망을 평생 품고 지낸 집시 프랑스인 존이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제 나라에서 상처와 고통으로 얼룩지게 된 사람들이 국적과 인종의 경계를 뛰어넘어 인간적 교감을 나누면서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나아가 영혼의 정화를 경험하는 이야기가 생생하게 펼쳐진다.
작가정보
지은이 유순하는 1943년 일본 교토에서 태어났다. 1968년 《사상계》 신인문학상을 받으면서 글쓰기를 시작했고, 1988년 첫 창작집《내가 그린 내 얼굴 하나》를 출간했다. 그 뒤 다섯 권의 창작집을 더 냈고《아주 먼길》 등 열한 권의 장편소설,《힘내라, 동서남북》 등 동화책 두 권,《한 몽상가의 여자론》 등 일곱 권의 에세이를 썼다. 1989년에 장편소설《생성》으로 이산문학상을, 1991년에 중편소설〈한 자유주의자의 실종〉으로 김유정문학상을 받았다. 2007년에 장편소설《멍에》를 출간하면서 10년 이상 이어진 휴지기를 마감하고 다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다.
목차
- 이 소설의 약사(略史)
1부 갠지스는 흐른다
1장 프롤로그
2장 활짝 밝은 햇살
3장 알리바그
4장 호텔 스와르고
5장 까마귀 울음소리
2부 몽고반점
6장 야릇한 순례
7장 이슬라 델 솔
8장 모아이의 눈
9장 해변묘지
10장 또 하나의 프롤로그
헌사
소망 둘
출판사 서평
1. 픽션과 논픽션 사이, 탈한국적 지평을 확보하다
1968년《사상계》신인문학상을 받으면서 작품 활동을 펼쳐온 중진 작가 유순하의 장편소설 《길 밖의 길》이 책세상에서 출간되었다. 지난 10여 년간 집필을 중단해오다 작년부터 작품 활동을 재개한 유순하는 이번 신작을 통해 탈한국적 시야를 확보하며 국적과 인종이라는 제한된 울타리를 넘어 우리의 삶과 현실을 좀 더 거시적인 안목에서 바라보도록 이끈다.
《길 밖의 길》은 일종의 여행담 소설로 힌두와 잉카 문명지를 배경으로 현실에 안주하지 못하고 떠도는 사람들이 우연히 만나 엮어가는 사랑과 삶을 그렸다.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다 자살한 남편을 둔 한국인 변혜경, 죽도록 뒷바라지하여 인기배우로 만들어준 남자에게 버림받은 일본인 후미코, 제가 태어난 나라가 망하기를 바라는 소망을 평생 품고 지낸 집시 프랑스인 존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데, 제 나라에서 상처와 고통으로 얼룩지게 된 사람들이 국적과 인종의 경계를 뛰어넘어 인간적 교감을 나누면서 서로의 상처를 보듬고 나아가 영혼의 정화를 경험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작가는 실제로 작품의 배경이 되는 인도와 남미 등지를 1년 반 동안 발품을 팔아 둘러보기도 했는데, 이 시기는 그가 창작 세계에서 오랜 침묵을 지키던 때와도 겹친다. 때문에 작가 스스로가 직접 길 밖으로 이탈하여 탐색한 또 하나의 길이라 할 수 있는 이 소설은 전문 문인의 필력에 의해 생생히 묘사되는 이국적 아름다움은 물론이거니와 그 이상의 것을 전달해준다. 가령 그것은 픽션과 논픽션 사이, 추상과 현실이 한데 맞물리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통찰 혹은 혜안이라 할 만한데, 이는 40여 년의 창작 기간 동안 실제와 관념, 어느 한쪽에 기울지 않고 균형 있는 사유를 유지해온 작가 의식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2. 상처투성이 떠돌이들의 길 밖의 서사
《길 밖의 길》은 인생에서 조난당한 사람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자신의 삶을 다시 받아들이게 되는지를 그리고 있는데 인도와 남미 등지를 배경으로 한국인 여성의 시점에서 기술된다.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북한의 국화 진달래를 그렸다는 오해를 받아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다 자살한 남편을 둔 변혜경은 일터와 삶터에 적응하지 못하고 한국을 떠나 장기 여행족으로 떠돌아다닌다. 힌두 문명지를 훑던 여행길에서 우연히 일본인 후미코를 만나 자매 이상의 정을 느끼고 인도와 남미의 순박한 사람들과 인간적인 교감을 나누면서 영혼의 정화를 경험하게 된다. 또한 프랑스 국적의 집시 존을 만나 사랑하면서 잠시나마 인생의 풍성함을 누린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이 임신했음을 알게 되고 연인의 뜻을 따라 결혼하는데, 존은 살날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간암 환자다. 그런 그가 결혼을 서두른 까닭은 태어날 아기를 자기와 같은 사생아로 만들고 싶지 않아서다. 결국 변혜경은 칠레 이스터 섬 해변묘지에 그를 묻고 또다시 미망인이 되어 한국에 돌아와 홀로 아기를 낳는다. 하지만 설상가상으로 자신도 남편도 닮지 않은 흑인 아기가 태어나고 그녀는 더 깊은 절망의 수렁으로 빠져드는데…….
3. 탈한국적 문학 공간, 한국 문학에서 세계 문학으로
유순하는 《길 밖의 길》에서 주어진 현실에 쉽게 안주할 수 없는 개인들의 특별한 상처와 고통을 인간 보편의 문제로 확장시킨다. 칠레 고산 지대에서 한국인 변혜경이 사경을 헤매는 일본인 후미코에게 베푸는 우정은 혈육의 정을 넘어서는 것이라 할 만하다. 한국과 일본 사이의 오랜 민족적 유감은 이들에게서는 결코 찾아보기 어렵다. 나라와 민족이라는 울타리를 넘어서 개인과 개인, 존재와 존재가 직접 살을 맞대며 소통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서구 유럽에서 오랜 천대와 멸시의 대상이 되어온 집시 종족 존이 정치적 폭압에 의해 제 나라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변혜경을 품어주는 장면에서도 이 사례는 반복된다. 이들의 교감에서 개인적․민족적 상처의 양과 질은 문제되지 않는다. 같은 인간 존재로서 가지는 환부와 존엄성만이 중시될 뿐이다.
이 같은 범인종적․범민족적 태도는 ‘몽고반점’이라는 상징을 통해 구체화된다. 변혜경이 두 번째 남편, 그러나 결국 또 사별하고 마는 존과의 사이에 낳은 흑인 혼혈아를 두고 번민에 휩싸일 때 그녀를 구원해주는 것은 다름 아닌 아이 엉덩이에서 발견된 몽고반점이다. 그녀에게 있어 어미의 피부도 아비의 피부도 닮지 않은 흑인 아이를 제 핏줄로 받아들이기까지 여행지에서 우연히 맞닥뜨린 낭만적 정념은 원망의 대상일 뿐이고 그것의 결과물인 흑인 아이는 절망의 대상일 뿐이다. 그러나 아시아에서 베링 해를 거쳐 북남아메리카로 이어지는 몽골리언 루트를 굳이 확인하지 않더라도 보편 생명으로서 ‘혼혈’의 참다운 의미를 발견하게 되면서 변혜경은 비로소 희망을 꿈꾸게 된다.
유순하는 이처럼 탈한국적 소재와 문학 공간을 유장한 문체로 형상화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한국 문학이 한국이라는 지역적 한계와 한국인이라는 민족적․인종적 한계를 넘어 세계 문학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다.
4. 길 밖의 길, 비판을 넘어 수용으로
작가 유순하는 개인 내면의 문제를 지적인 문체를 통해 효과적으로 ‘고백’해온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개인 내면의 문제는 늘 사회라든가 집단 및 전체의 문제와 동시적으로 탐색되곤 했다. 그리고 이러한 탐색은 날선 사유와 팽팽한 문체에 기반을 두고 펼쳐졌다. 따라서 ‘비판’은 그의 특장 중의 특장이었다. 유순하의 이 같은 작가적 면모는 이번 신작에서도 두드러진다. 그러나 비판을 위한 비판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변화의 의미는 작지 않다.
인종적․정치적 폭압으로 말미암아 자신이 처한 현실을 벗어나 떠돌 수밖에 없는, 그렇게나마 자신의 실존적 근거를 간신히 연명해나가는 인물들을 길 밖으로 내몰면서 작가가 시도하고 있는 바는 급진적인 변화나 파괴가 아니다. 급진적인 변화나 파괴는 비판적 태도의 전형적인 양상들이다. 이번 신작을 통해 비판적인 작가 유순하는 역설적이게도 비판적이지 않은 태도를 취함으로써 새 출구를 마련한다. 세상 밖 경계에서 떠돌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고통스러운 삶과 내면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것은 다름 아닌 수용의 태도, 수용의 마음이다. 상처를 상처 그대로, 고통을 고통 그대로 인식하고 끌어안는 것이다.
바로 여기서 ‘고백’의 의미가 재발견된다. 각 인물들은 자신만의 모국어가 아닌 제3의 언어를 통해 꼭 필요한 의사만을 소통하며 편린, 조각의 형태로밖에 나눌 수 없는 관계의 ‘의미’들을 신체적․정서적 교감을 통해 극복해낸다. 이들에게 결코 채워지지 않는 간극이란 없다. 그것은 관념 세계에서나 존재하는 무엇이다. 신체와 정서라는 통로를 통해 영혼의 교감을 이뤄내는 이들은 무엇보다 인간 삶에서 정해져 있(다고 믿어지)는 루트, 즉 온전한 길, 그 밖에 있는 온전하지 못한 존재들이기 때문에 오히려 길 밖에서 만난 인연들에 충실하다. 이것이 바로 작가가 길 밖에서 발견하는 또 하나의 길의 의미다. 사회나 집단에만 대고 변화하라고 요구하지 않게 된 작가, 만년에 이른 그의 목소리가 더 묵직하게 들려오는 까닭은 여기서 멀지 않다.
기본정보
ISBN | 9788970136806 |
---|---|
발행(출시)일자 | 2008년 03월 05일 |
쪽수 | 505쪽 |
크기 |
153 * 224
mm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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