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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지은이 백문임은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에서 국문학을 전공했다. <홍명희의 ''임꺽정'' 연구>로 연세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한국 문학과 한국 영화를 좀더 예리한 단면으로 자르고 또 융합하면 제법 맛깔스런 미학이 도출되지 않을까 궁리하며 박사 학위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사교적이거나 활동적이지 못해 홀로 책 읽는 것을 좋아했고, 왠지 ''공부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학문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엄정한 일이고 글을 쓴다는 것 또한 얼마나 뼈를 깎는 희열인지를 알아가며 학문에 정진하는 사람이 되었다. 박사과정 진학을 준비하는 동안 영화를 공부할 기회를 얻게 되어 《사회평론 길》에 영화 평을 썼고, 마르크스주의자이자 해체론자인 마이클 라이언과 더글라스 켈너가 쓴 《카메라 폴리티카―현대 할리우드 영화의 정치학과 이데올로기》를 공역했다. 그리고 여기저기에 써왔던 한국 영화 평들을 모아 올해 초 《줌-아웃 : 한국 영화의 정치학》이라는 평론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목차
- 001. 책을 쓰게 된 동기...(6)
002. 들어가는 말...(10)
제1장. 춘향, 그녀는 꿈인가 질곡인가...(15)
1. 귀신, 기생, 열녀 - 춘향의 스펙트럼...(18)
2. 리바이벌된 근대 "춘향전"의 초점...(29)
3. 근대 대중물의 여주인공들과 춘향...(36)
제2장. 근대 여주인공들의 좌표...(43)
1. 정절 이데올로기...(45)
2. 돈이냐 사랑이냐 - 삼각관계의 문제...(50)
3. 민족 알레고리, 팔려가는 딸...(54)
제3장. 우리가 사랑한 "기생" 여주인공들...(67)
1. 여주인공으로서의 기생...(73)
2. 그녀, 박영채...(78)
3. 홍도 - 가정에 편입된 춘향...(89)
제4장. 양공주, 아내 그리고 하녀 - 해방후 근대화의 아이콘...(99)
1. 양공주는 왜 사랑받지 못했나...(102)
2. 영화 "춘향전"의 여배우들...(104)
3. 스타 최은희...(109)
4. 재봉질하는 아내와 창 밖의 하녀...(112)
제5장. 귀환하는 "그녀들" - 여귀 공포영화...(121)
1. 여귀, 공포영화의 주인공이 되다...(125)
2. 근대화 프로젝트와 "월하의 공동묘지"...(130)
3.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135)
003. 맺는 말...(142)
004. 글을 마치며...(145)
005. 주...(147)
006. 더 읽어야 할 자료들...(158)
책 속으로
근대 대중물의 여주인공들이 놓인 좌표는 ''정절''의 자장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몰락한 양반의 딸이든 삼각관계의 여주인공이든 ''팔려가는 딸''이든 그들이 대중의 사랑과 연민을 얻게 된 이유는 빼앗긴 전통적인 가치를 구현한다는 점인데, 이 때 그 가치란 곧 ''정절''로 수렴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좌표 속에서 여주인공들의 주체적인 욕망은 타락한 근대적 가치와 동일시되며, 그들의 정조는 가부장과 민족이라는 거대한 주체의 재산으로 관리되게 된다. 이는 식민지 시대 민족의 운명을 여성 신체의 훼손으로 표상하는 ''팔려가는 딸'' 모티프에서 가장 두드러지는데, 가족을 위해 몸을 파는 여성들에 대한 오빠(가부장)의 과도한 분노와 불만은 여성의 신체를 가부장-민족의 재산으로 환원할 때 생겨나는 폭력성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가부장-민족의 무능을 환기시키는 그들의 신체는 곧 물욕과 성욕에 오염된 것으로 간주된다. 전통적 가치를 담지한 여주인공들에 대한 대중의 사랑과 연민, 그리고 그 가치를 유독 ''정절''로 고착화시킴으로써 생겨나는 분노와 폭력. 이는 대중물의 여주인공들이 가부장-민족의 노스탤지어를 충족시키는 가장 적절한 대상이었음과 동시에 가부장-민족의 무능과 불안을 상기시키기도 하는 복합적인 주체였음을 흥미롭게 드러낸다. 여기서 그들은 과거-유토피아를 표상하면서 동시에 현재-근대적 가치를 환기하기도 하는 것이다. -- 본문 중에서
출판사 서평
1. 서구문화권에 '줄리엣'이 있다면 한국에는 '춘향'이가 있다. 그녀는 우리 문학의 대표적인 여주인공이다. 문학뿐인가. 춘향은 극, 영화, 드라마 등에서도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여주인공으로서 《춘향전》이라는 텍스트를 넘어서는 한국 여성의 원형이라 할 만하다.
그녀가 우리 문화에 출현하는 방식은 매우 다양하다. 한때는 봉건적 신분제에 저항하는 투사로, 한때는 지고지순한 사랑에 몸을 던지는 청순 가련형의 여자로, 한때는 목숨을 걸고 정절을 지키는 봉건제 열녀로서. 물론 그 출현 방식의 빈번함 때문에 '춘향'이가 조명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만큼 우리 문화사에 그녀가 다양한 방식으로 합의하고 있는 의미가 간단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혹 때문에 지금, 춘향에 대한 담론이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책세상문고 043번 《춘향의 딸들, 한국 여성의 반쪽짜리 계보학》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이미 그녀가 우리 사회, 우리 문화의 일면을 대변하는 일정한 코드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 그 이면에 감춰진 규율과 이데올로기가 다분히 의심스럽다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2. 우리 문화사에서 '춘향'이라는 여성이 지니는 이미지는 매우 이율배반적이다. 그래서 흥미롭고 중요하다. 투사이자 열녀, 신분상승에 성공한 하층 여성에 이르기까지 《춘향전》만에도 여러 모습의 춘향이가 존재한다. 그러나 춘향은 점차 시대의 필요와 요청에 따라 어느 한 면만 부각되거나 선택되어왔다.
초기에는 '기생' 신분으로서 양반과의 금지된 사랑을 이루기 위해 적극적으로 항거하는 도발적인 모습이 부각되었다면, 근대로 올수록 양가집 규수로서 조신하고 순종적인 이미지로 모아졌다. 이광수 소설 《무정》의 박영채, 조중곤의 번안 소설 《장한몽》의 심순애, 1930년대 최고 히트 극인 <사랑에 속고 돈에 울고>의 홍도가 그 자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의 여주인공들이 투사에서 열녀나 현모양처로 변모해오는 과정을 일별하고 있는 이 책은, 우리 사회가 봉건제에서 근대화로 발전해오면서 가부장제와 근대화라는 메커니즘을 정당화하기 위해 '춘향'을 희생시켰다고 보고, 그 과정들을 면밀하게 분석한다.
3. 제1장을 통해 저자는 근대 이전의 《춘향전》에서 '춘향'이란 인물이 어떤 방식으로 형상화되었는가를 살펴본 후 근대 대중물의 여주인공들에게 미친 영향을 파헤친다. 적극적이고 당돌하고 명민했던 초기 판본의 성격이 후기로 갈수록 인고와 정절을 대표하는 전통적인 여인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근대의 리바이벌물과 여타의 대중물이 그녀를 둘러싼 상황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를 분석한다.
제2장에서는 근대 대중물의 여주인공들의 좌표를 세 가지로 나누어 짚어본다. 정절 이데올로기, 돈이냐 사랑이냐의 문제에서 발생하는 삼각관계, 민족 알레고리로서의 '팔려가는 딸' 모티프가 그것이다. 이러한 좌표들이 모두 근대 대중물의 여주인공들을 옭죄는 일종의 메커니즘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결론으로 끌어낸다.
제3장과 제4장, 제5장에서는 구체적으로 텍스트에 드러난 여주인공들의 상황과 운명, 이미지를 분석한다. 식민지 시대의 대표적인 여주인공으로 '기생'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고, 해방 후에는 현모양처와 '하녀'로 대표되는 도시 하층 여성을 살펴본다.
더불어 해방 후 여러 차례 만들어진 영화 <춘향전>의 여배우들이 형성한 이미지도 살펴보고 있으며, 특히 여배우 최은희가 담지하고 있는 이미지를 중요시한다. 또 이러한 흐름과는 별도로 1960년대 이후 근대화에 박차가 가해지던 시기에 급부상한 <월하의 공동묘지> 등 '여귀' 공포 영화 장르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자본제적인 소비문화가 자리잡아가던 시기에 등장한 여귀들의 사연에 귀를 기울임으로써, '춘향' 이래로 여인들이 품어왔던 '한'의 내용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의 문화적 의미는 무엇인지를 살펴본다.
4. 저자가 마지막 장을 할애한 '여귀'은 홍도와 심순애가 표상하는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일련의 여귀 공포영화에 나타난 이들은 대부분 '정절'을 의심받거나 '자손'을 생산하지 못해 자결한 여인들이다. 이들은 자신을 죽음으로 이끈 가족과 제도에 복종하지 않고 원귀가 되어 복수한다는 점에서 근대를 뛰어넘는다.
그러나 그녀들이 한을 품고 자결할 만큼 '정절'과 '자손'이라는 봉건적 가치가 중요시되고 있다는 점에서 '춘향'처럼 근대의 희생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라면 그들이 가진 공격성은 주체적이고 도발적인 여주인공으로서의 그것이기보다는 봉건시대의 가부장 이데올로기에 봉사하는 이미지일 뿐이라는 저자의 인식에는 안타까움이 깔려 있다.
저자는 이렇듯 대중물에 나타난 여주인공들을 다양하게 분석함으로써 근대화가 진행되던 이 땅에서 이들이 하층민으로, 여성으로 살아가며 자신의 사랑을 성취하기 위해 내면화하거나 흉내내야 했던 규율과 이데올로기가 밝혀지기를 기대한다. 또한 가부장 중심적이고 근대 중심적인 문제틀 안에서 뒤틀려온 '여귀'와 같은 이미지들을 단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우리 근대사의 흉측하고 공포스러운 일면도 밝혀내고자 한다.
5. 지은이 백문임은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에서 국문학을 전공했다. <홍명희의 '임꺽정' 연구>로 연세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한국 문학과 한국 영화를 좀더 예리한 단면으로 자르고 또 융합하면 제법 맛깔스런 미학이 도출되지 않을까 궁리하며 박사 학위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사교적이거나 활동적이지 못해 홀로 책 읽는 것을 좋아했고, 왠지 '공부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학문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엄정한 일이고 글을 쓴다는 것 또한 얼마나 뼈를 깎는 희열인지를 알아가며 학문에 정진하는 사람이 되었다.
박사과정 진학을 준비하는 동안 영화를 공부할 기회를 얻게 되어 《사회평론 길》에 영화 평을 썼고, 마르크스주의자이자 해체론자인 마이클 라이언과 더글라스 켈너가 쓴 《카메라 폴리티카―현대 할리우드 영화의 정치학과 이데올로기》를 공역했다. 그리고 여기저기에 써왔던 한국 영화 평들을 모아 올해 초 《줌-아웃 : 한국 영화의 정치학》이라는 평론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6. 근대 대중물의 여주인공들이 놓인 좌표는 '정절'의 자장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몰락한 양반의 딸이든 삼각관계의 여주인공이든 '팔려가는 딸'이든 그들이 대중의 사랑과 연민을 얻게 된 이유는 빼앗긴 전통적인 가치를 구현한다는 점인데, 이 때 그 가치란 곧 '정절'로 수렴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좌표 속에서 여주인공들의 주체적인 욕망은 타락한 근대적 가치와 동일시되며, 그들의 정조는 가부장과 민족이라는 거대한 주체의 재산으로 관리되게 된다.
이는 식민지 시대 민족의 운명을 여성 신체의 훼손으로 표상하는 '팔려가는 딸' 모티프에서 가장 두드러지는데, 가족을 위해 몸을 파는 여성들에 대한 오빠(가부장)의 과도한 분노와 불만은 여성의 신체를 가부장-민족의 재산으로 환원할 때 생겨나는 폭력성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가부장-민족의 무능을 환기시키는 그들의 신체는 곧 물욕과 성욕에 오염된 것으로 간주된다.
전통적 가치를 담지한 여주인공들에 대한 대중의 사랑과 연민, 그리고 그 가치를 유독 '정절'로 고착화시킴으로써 생겨나는 분노와 폭력. 이는 대중물의 여주인공들이 가부장-민족의 노스탤지어를 충족시키는 가장 적절한 대상이었음과 동시에 가부장-민족의 무능과 불안을 상기시키기도 하는 복합적인 주체였음을 흥미롭게 드러낸다. 여기서 그들은 과거-유토피아를 표상하면서 동시에 현재-근대적 가치를 환기하기도 하는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70132747 |
---|---|
발행(출시)일자 | 2001년 08월 05일 |
쪽수 | 170쪽 |
크기 |
128 * 188
mm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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