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문(2010 제 34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대상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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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문학상 추천도서 > 국내문학상 > 이상문학상 > 2010년 선정
작가정보
대상 수상 작가 박민규는 1968년 울산에서 태어나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03년 장편소설《지구영웅전설》로 제8회 문학동네작가상을 수상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같은 해 장편소설《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으로 제8회 한겨례문학상을 받았다. 2005년 소설집《카스테라》로 신동엽창작상을, 2007년〈누런 강 배 한 척〉으로 제8회 이효석문학상을, 2009년〈근처〉로 제9회황순원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밖에 장편소설 《핑퐁》(2006)과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2009) 등이 있다.
우수상 수상작가 배수아는 1965년 서울 출생. 이화여대 화학과 졸업. 1993년 《소설과 사상》신인상에 단편소설 〈천구백팔십팔년의 어두운 방〉으로 등단. 소설집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바람인형》《그 사람의 첫사랑》, 장편소설 《랩소디 인 블루》《붉은 손 클럽》《에세이스트의 책상》《독학자》《당나귀들》 등. 한국일보문학상, 동서문학상 수상.
우수상 수상작가 전성태는 1969년 전남 고흥 출생.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1994년 《실천문학》 신인상에 단편소설 <닭몰이>로 등단. 소설집《매향》《국경을 넘는 일》, 장편소설 《여자 이발사》 등. 신동엽창작상, 채만식문학상 수상.
우수상 수상작가 윤성희는 1973년 경기 수원 출생. 청주대 철학과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1999년 《동아일보》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레고로 만든 집〉으로 등단. 소설집 《레고로 만든 집》《거기, 당신?》《감기》등. 현대문학상, 올해의 예술상, 이수문학상 수상.
목차
- 대상 수상작 박민규 〈아침의 문〉
우수상 수상작(등단년도 순)
배수아 「무종」
현실과 비현실,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를 그린 몽환적 필치
전성태 「이야기를 돌려드리다」
치매 걸린 노모에게 바치는 작가의 감동적 유년 이야기
윤성희 「매일매일 초승달」
소매치기 세 자매를 통해 그려낸 상처와 치유의 가족사
김중혁 「3개의 식탁, 3개의 담배」
작가의 소설적 실험과 문학적 경계를 보여주는 SF적 작품
편혜영 「통조림공장」
현대인의 불안 심리와 엽기적 상상을 자극하는 소설
손홍규 「투명인간」
아버지의 부재라는 현대사회의 문제의식을 형상화
김애란 「그곳에 밤 여기의 노래」
사회적으로 소외받은 자들을 통해 그려낸 현시대의 명암
책 속으로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다. 의자를 밟고 서서 철제의 고리에 붕대를 감기 시작한다. 의외로 간단한 작업이다. 그리고 기분 좋은 아침이다. 수십 알의 약을 삼키던 때와 하나 다름없이, 나는 내려와 의자의 위치를 잡기 시작한다. 서른두 살. 두 달 전에 건강상의 이유로 택배일을 그만둠. 스스로 각종 암에 걸려 있다 믿고 있음. 전이는 빠른데도 생활에 지장은 없는 특수 체질. 그리고 실은 그 무엇도 확실하지 않음. 말도 안 되는 논리로 나는 잠시 지나온 삶을 돌이켜 본다. 내 삶은... 그러고보니 삶이란 게...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나 싶기도 하다. 물론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나는 그것을 절대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다.
성큼, 의자 위로 나는 올라선다.
축 늘어진 타원형의 문門을 열고서
나는 머리를 집어넣는다.
바람이 분다.
시원하다.
-본문 30~31쪽
지금 막 머리를 내민 무언가를 그녀는 만져본다. 그녀는 미칠 것 같다. 어금니가 물고 있는 붕대의 끝에서 피 맛이 감돌기 시작한다. 그녀는 잠깐 하늘을 본다. 눈을 감고, 다시 하늘을 보고 눈을 감기를 반복한다. 그녀는 울부짖는다. 지금 이 순간 골목 어딘가에서 가스가 폭발한다. 출근 시간이고, 또 늘어선 가판들이 소방차의 진입을 가로막는다. 한순간 모든 게 끝장나고 누구도 자신의 흔적을 찾지 못한다. 눈을 감고, 또 하늘을 보며 상상해보지만 물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세상은 그녀의 육체만큼이나 너그럽고, 운명은 그녀의 생각만큼이나 무자비하다. 그런 그녀와, 지금 머리를 내민 그녀의 아이를
그는 지켜보고 있다.
목에 붕대를 두른 채로, 그러나 여전히 의자를 딛고 선 채 보고 있다. 십 분도 더, 시간이 흘렀다는 생각이다. 그가 원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머리를 넣었을 뿐이고, 푸른 하늘을 보았으며, 끝으로 자신이 살아온 세상을 두 눈에 담아보자 생각했을 뿐이다. 그리고 그녀를 볼 수 있었다. 매일같이 담배를 피며 바라보던 맞은편 상가의 옥상이었다. 뭐지, 돼진가? 처음엔 눈을 의심했지만 곧 다릴 벌리고 누워 있는 여자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모르는 여자였다. 게다가 시체도 아니었다.
-본문 32쪽
출판사 서평
2010년도 제34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출간!!
한국문학을 사랑하는 모든 독자들이 매년 손꼽아 기다리는 이상문학상 작품집이 드디어 출간됐다. 한 해 동안 발표된 작품들 중 최고의 작품으로 평가되는 중·단편소설만을 모아 싣는 이상문학상 작품집은 합리적이고 공정한, 독특한 심사 과정과 한국 소설 문학의 황금부분을 선명하게 부각시키는 탁월한 작품성을 지닌 수상작으로 인해 현대 소설의 흐름을 대변하는 한국 소설 미학의 절정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2010년 이상문학상 대상은 심사위원 5인(김윤식, 윤후명, 권영민, 신경숙, 권지예)의 심사숙고 끝에 박민규의 <아침의 문>이 선정되었다.
올해의 대상 수상작인 박민규의 <아침의 문>은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삶의 문제성을 근원적인 생명의 가치에 대한 파격적인 해석을 통해 새롭게 형상화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소설에서 다루고 있는 죽음과 삶의 영역이 궁극적으로 생명의 탄생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으로 귀결되는 과정은 매우 극적이며, 이것은 사소한 일상의 테두리에 얽혀 있는 소설의 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작가적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올해의 작품집에는 대상 수상작인 박민규의 <아침의 문>과 자선 대표작 <딜도가 우리 가정을 지켜줬어요> 외에도 우수상 수상작으로 배수아 씨의 <무종>, 전성태 씨의 <이야기를 돌려드리다>, 윤성희 씨의 <매일매일 초승달>, 김중혁 씨의 <3개의 식탁, 3개의 담배>, 편혜영 씨의 <통조림공장>, 손홍규 씨의 <투명인간>, 김애란 씨의 <그곳에 밤 여기의 노래> 등 기발한 상상력과 실험성이 돋보이는 작품들이 고루 포진해 읽는 재미와 맛을 더해주고 있다.
■ 박민규의 <아침의 문>, 대상 선정 경위
2009년 12월 15일 심사위원을 위촉한 후 심사 작업을 시작하였으며 2010년 1월 4일 조선호텔 회의실에서 대상작과 우수상 수상작을 결정하는 최종 심사가 열렸다. 심사위원으로는 비평가 김윤식, 비평가 권영민(《문학사상》편집주간) 씨와, 이상문학상 기수상작가인 소설가 윤후명, 소설가 신경숙, 소설가 권지예 씨가 참여하였다.
작년 한 해 동안 발표된 중·단편소설 가운데 문학비평가, 문예지 편집장, 문학 담당 기자, 문학 연구자 등 100여 명의 후보작 추천을 거쳐 예비심사 과정을 통과하여 최종심에 오른 작품은 다음과 같다.
정지아 <즐거운 나의 집> / 배수아 <무종> / 전성태 <이야기를 돌려드리다> / 조경란 <파종> / 김숨 <럭키슈퍼> / 윤성희 <매일매일 초승달>/ 김중혁 <3개의 식탁, 3개의 담배> / 편혜영 <통조림공장> / 손홍규 <투명인간> / 박민규 <아침의 문>/ 김애란 <그곳에 밤 여기의 노래> / 황정은 <파씨의 입문>
전체적인 논의 과정에서 주로 관심이 모아진 작품은 박민규 씨의 <아침의 문>, 손홍규 씨의 <투명인간>, 윤성희 씨의 <매일매일 초승달>, 전성태 씨의 <이야기를 돌려드리다>, 편혜영 씨의 <통조림공장>, 배수아 씨의 <무종>, 김애란 씨의 <그곳에 밤 여기의 노래> 등이다.
논의에 논의를 거듭한 결과 <아침의 문>과 <통조림공장>이 대상 수상작의 최종 후보에 올랐고, 결정 단계에서 심사위원들은 소재의 과격성을 파격적인 서사기법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아침의 문>에 더 많은 점수를 주었다.
■ 대상 수상작 <아침의 문>에 대하여
<아침의 문>은 죽음과 탄생이라는 두 개의 메타포를 통해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삶의 문제성에 대하여 진지한 물음을 던지고 있는 작품이다. 삶이 시작되는 아침, 마주친 두 개의 문. 즉 죽음을 선택한 사람이 들이미는 올가미의 동그란 문과 축복받지 못한 생명이 세상 밖으로 나오는 자궁의 동그란 문. 생을 마감하려는 자와 세상으로 나오려는 자가 서로의 문을 열고 대면하는 극적인 장면은 긴장과 함께 진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작가는 ‘아침’과 ‘문’이라는 상징으로,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어놓는 놀라운 연금술을 보여준다.
■ 대상 수상 작가 박민규의 ‘수상 소감’ 중에서
즉 살아 있는
답도, 견적도 없이 살아가야만 하는 모두에게
이 영광을 바친다.
살아주셔서 감사하다.
수상의 영광이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오롯이
한세상을 함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주고 계신
여러분들의 몫이다.
■ <아침의 문>에 대한 심사평
<아침의 문>에서는 작중인물도 사건도 추상화되었다는 사실. 이는 그만큼 박씨의 스타일이 일정한 형식으로 순화되었음을 가리킴이다. 이런 현상은 박씨 스타일의 형식화의 일정한 완성으로 평가될 수 있다. - 김윤식(문학평론가, 서울대 명예교수)
일찍이 <코리언 스텐더즈>로 감탄케 하더니, 솜씨는 여전하군. 나와 그녀와 아이가 태반으로 연결되며, 특수성을 보편성으로 보여주는 마술이 박민규만의 문법에 실려 무서운 빛을 뿜었다. - 윤후명(소설가)
<아침의 문>을 대상 수상작으로 지목하면서 내가 주목한 것은 이 소설이 다루고자 하는 주제의 과격성에도 불구하고 파격적인 서사기법을 통해 오히려 극적인 긴장과 균형을 동시에 성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 권영민(문학평론가, 서울대 교수)
탄생과 죽음의 순간을 한자리에서 조우하게 한 작품이다. 수납하기 힘들지만 우리가 당면한 강렬한 서사로 에워싸여 있으면서 근원적인 질문을 남기는 작품이다. 왜? 라는 질문을 소설이 끝날 때까지 계속 유지시키는 작가의 힘이 느껴진다. - 신경숙(소설가)
죽음을 향해 들이미는 올가미의 동그란 문과 새 생명이 세상 밖으로 나오는 자궁의 동그란 문. 초현실주의 그림처럼 기괴한 두 개의 메타포가 극명하고 생생한 미학적 거리와 균형을 보여주고 있다. - 권지예(소설가)
기본정보
ISBN | 9788970128450 |
---|---|
발행(출시)일자 | 2010년 01월 22일 |
쪽수 | 356쪽 |
크기 |
153 * 224
* 30
mm
/ 502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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