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유흥문화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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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미디어 추천도서 > 주요일간지소개도서 > 한겨레신문 > 2018년 5월 3주 선정
작가정보
저자 임상태는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일찍이 예술에 뜻을 품고 연극영화학과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졸업 후 대학원에 합격하지만 제적. 학교를 옮겨 수학하던 중, 불량한 수업태도로 꾸지람을 듣곤 스스로 물러나다. 꽤 오랜 방황의 끝, 마흔 넷 나이에 문단에 입성. 늦깍이로 들어간 미대 대학원에선 나이에 한계를 느껴 또 다시 물러나다. 지금은 강원도 양양 한적한 바닷가 시칠리아 갈릭하우스에서의 생활을 접고, 서울 대학로의 창작실험실 먹물로드에서 그림을 그리며, 미니픽션 혹은 스마트 소설이라고도 불리는 짧은 소설 등을 쓰며 살고 있다. 전 계간 문학과 행동 편집위원으로 초단편소설 코너를 책임 편집했다. 쓴 책으로는 경계선적 문학집 ‘천국보다 낯선’과 몇 권의 함께 쓴 책들이 있다.
작가의 말
나는 근엄이 아닌 곳에 존엄이고 싶다. 가오를 세우지 않는 곳에 선 보일 듯 보이지 않는 멋진 얼굴이고 싶고, 이빨을 뺀 최고의 입이고도 싶다. 모두가 최상등급 한우이길 원하는 세상 속에서 아프리카 어느 미지의 물가에 서성인다는 세계유일과 최고의 들소 종자이길 원한다는 것이다. 광화문에 펄럭이는 태극기가 아닌, 영동대교 삼거리의 그것도 아닌, 국적상실의 이념불명의 바다 한 복판에 황당히 솟은 언어의 깃봉! 암초이고 싶다. 얼굴 없이 떠오르는 가오다시, 이빨 없이 구사하는 유연한 목청이길 원한다는 것이다
목차
- 작가의 말
Prologue_ 아나키스트
Ⅰ.
이미자 살해사건의 전말
희랍비극 식 만주서부활극
불란서 고전영화 식 싼마이 남과 여
천국보다 낯선
제 칠일
바니타스
바람
망령
여름, 밤
마 교수와 여제자Y_ 마광수 연작1
개꿈- 마광수 연작2
사강사강
메이요 쩐더
리얼한 게 좋아
가을,밤
실험, 초단편1_ 바람을 추적하다
실험, 초단편2_ 영원과 하루
Ⅱ.
서울, 2016년 겨울
그들만의 봉황
악어의 그림자는 어디로 갔을까?
세월이 가면
목간도장구상기
돌아가다
우럭
짧은 동행
봄날
유월절_ 출애굽기1
광야에서_ 출애굽기2
요단강 저편_ 출애굽기3
나의 유흥문화답사기1
나의 유흥문화답사기2
나의 유흥문화답사기3
Qyd
실험, 초단편3_ 연주회장에서
실험, 초단편4_ 내일의 정원
Epilogue_ 인사동에서
추천사
-
“소설이 이미 재래의 소설이라는 틀을 깨고 ‘어떤 장르’로 나타난 지도 오래되었다. 아마 ‘쉬르’도 그 일파(一波)일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초(超)’를 가져다 ‘초단편’이라고 명명했으리라. 이것을 ‘실험’이라고 하기에는 한참 늦는 평가가 된다. 소설은 소설이 아니어도 상관없기 때문이다. 임상태라는 소설가가 이와 같은 작업을 하는지는 몰랐었다. 더군다나 상큼하고 패러독스한 ‘문인화’까지 곁들였으니, 어쩌면 앨런 긴즈버그의 다른 모습을 보는 것도 같다. 재미 속에 신랄한 문장들이 뛰노는 이 소설의 세계가 어떻게 자리매김할지는 자못 흥미롭지만, 소설이 여러 다른 요소들을 아우르는 형식은 새로운 차원을 향한 의미있는 몸부림으로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우리 소설은 너무 고여 있는 것이다. 고정관념을 벗어나고자 존재하는 것이 소설의 임무이기도 하다는 사실은 더욱 강조되어야 한다.”
-
“그는 영원한 여행자이다. 그는 예술과 자신의 영육을 교환한 광인이다.”
-
“해설은 필요 없다. 임상태의 글에 대한 해설은 해서는 안 될 빛나는 작품에 대한 만행이다” (연극연출가)
책 속으로
지워진 시간들이 있었다. 기억은 불꽃에 이지러지는 영정影幀같았다. 바람은 탄내를 실어왔고 허파의 입을 막았다. 바람의 정체를 수소문했고 나비의 의문사를 탐문했다. 모든 일이 하늘 때문인 것 같았다. 하늘같은 아버지를 잡아와 주리 틀었다. 아버지는 시베리아 고기압이 바람을 사주했다며 고문을 못 이긴 자백을 했다. 타관他官으로 바람의 보스를 찾아 나섰다.
“어머님은 건강하시지?”
우연히 마주친 친구에게 물었다. 친구는 생모는 기억에 없지만, 세 번째 엄마가 자기보다 다섯 살이나 어리다며 굼벵이 같은 이빨을 드러냈다. 퍽 다행한 일이라 생각했지만, 왠지 바람이 느껴졌다. 바람의 방향을 좇아 추적을 계속했다.
시베리아행 열차를 탔다. 옆 자리의 까레이스키와 잔을 나눴다. 자신이 시베리아 호랑이란다. 호랑이라기엔 병약한 고양이를 닮은 노인...... 기적소리에 몸을 움츠린다.
“소싯적엔 진짜 호랑이였지, 그런데 일제스파이로 몰려 고문을......”
검붉은 채찍자국이 보였다. 황달 걸린 몸과 자국이 썩 잘 어울린다 생각했지만, 왠지 바람이 느껴졌다. 바람의 방향을 좇아 추적을 계속했다.
종착역에 내린다. 암살을 사주 받은 칼바람이 날선 혀를 날름댄다. 콧잔등의 결을 뜨는 번뜩임. 얼음의 대지와 눈의 강 사이에 빛이 다문다문하다. 어둠의 꽁무니에 오로라의 잔영이 묻어난다. 잔영 뒤의 그늘진 외따로운 집. 그 안에 박쥐노파 한 마리 잠을 자고 있다. 최면을 걸듯 노파의 귀에 모르스를 친다.
“ㅂ. ㄹ. ㅇ. ㅂ. ㅎ. ㅇ. ?. ㅅ. ㅂ. ㄹ. ㅇ. ㅇ. ㄱ. ㄱ. ㅇ. ㅇ. ??.”
그녀는 일곱 명의 아들 모두 삭풍에 베여 죽었다며, 이레 전에 남편마저 보냈으나 기억도 관심도 없노라고 했다. 슬픈 사연치고 꽤 편리한 대답이라 생각했지만, 왠지 바람이 느껴졌다. 바람의 방향을 좇아 추적을 계속했다.
걸었다. 어둠 저편에 숨겨진 바람의 복면을 벗기기 위해 걷고 또 걸었다. 벌판의 끝은 동면冬眠에 숨어버린 뱀의 꼬리 같았고, 경계는 벗어놓은 허물처럼 날아가고 없었다. 대지는 죽어있었다. 살아있는 것은 혼이 깃든 몸뚱어리뿐, 흔들렸다. 흔들리다가 스러지다가 다시 피어났다. 바람이 영혼에 불을 지폈다. 불 밑으로 살아있는 것들이 보였다. 어린 시절 뛰놀던 숲도 보였다. 풀숲이 너울졌다. 바람을 맞아온 풀들, 흔들리듯 일어서며 더 깊은 속으로 뿌리내리는 현자賢者의 수염 같은......
지친 몸을 낮추어 차가운 대지 위에 입을 맞췄다.- 초단편, 바람을 추적하다 전문
출판사 서평
작가는 ‘작가의 말’ 서두에 ‘근엄이 아닌 곳에 존엄이고 싶다’고 밝히고 있다. 그는 이러한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본문의 첫 번째 작품으로 ‘이미자 살해사건의 전말’을 보고(?)한다. 자신의 소설 속 인물인 이미자, 즉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수- 이는 예술인 내지는 문학인의 상징이다-를 과감히 죽이고 출발하는 것이다. 이것은 우상파괴이자 부친 살해이며, 근엄한 자신의 뿌리를 피살함을 선언하는 것이다. 구성-파괴-재구성의 예술사적 순환의 고리에서 그는 파괴와 재구성을 시도하며, 난데없는 미학을 선보인다. 굳이 미학적 용어를 빌자면 ‘키치’이고 문학에 있어서의 ‘B 문화’의 도입이다. 작가는 책 속에 여러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일관된 형식은 천박한 것을 통해 진지한 담론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진지한 것으로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지루하다. 천박한 형태로 천박한 이야기를 한다면 경망되다. 그는 천박한 소재로 철학을 담기에 신선하며, 싸구려 말투와 서정성이 오버랩 되는 절묘한 지점에 서 있음을 통해 새로운 미적 구축물을 선보인다.
작가는 스펙트럼이 넓은 사람으로 보인다. 여러 가지 다양한 이야기를 짧은 서사에 녹여 여러 가지 모양새로 진열해 놓기 때문이다. 극히 사적인 개인사부터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이야기까지... 그러나 관통하는 내용은 이 세상은 ‘가짜’라는 것이고, 그것은 플라톤에서 기원하여 장 보드리아르에 이르는 철학적 담론에서, 자본주의 물신사회의 위선과 거짓으로의 ‘가짜’까지 포괄하는 것이다. 그가 대표제목을 ‘나의 유흥문화답사기’로 선정한 이유는, 이 세계가 유흥문화계라는 허위와 허식, 거짓과 과장과 위선으로 뭉쳐진 ‘가짜 세계’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또한, 소설에 드러나는 생경한 욕설과 까발린 어투는, 조정래의 ‘태백산맥’에 나오는 수십 년 전 남도의 욕질은 토속적이며 질펀한 것이고, 임상태라는 신인작가가 내보내는 보다 생생한 동시대의 서울식 욕은 그렇게 불편하고 천박 하더냐 라는 작가의 야유이자 독자를 향한 삿대질이며 비판에 다름 아니다. 마치 너희들은 그토록 ‘근엄’하고 ‘고매’하더냐는 식의 질문을 문학인과 고급(?)독자들에게 던지는 것이다.
작가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도 자신의 소설로 대체하는데, 이 작품 두 편에 작가의 예술적 견해와 문학에 임하는 자세가 농축 되어있다. 전혀 다른 두 가지 성질의 미적재료를 한 작품 속에 적절한 균형을 이루며 섞으려는 시도는, 프롤로그인 ‘아나키스트’에 나오는 된장찌개를 막걸리와 함께 먹는 생소한 장면을 통해 보여 진다. 또한 권력의 중심부에 서지도 밖으로 아예 나가지도 않고 그 경계선 상에서 안과 밖을 동시에 살피려는 경계선적, 주변부적 ‘줄타기’의 입장을, 마지막 에필로그인 ‘인사동에서’라는 작품에서 최북과 고흐라는 화가의 입을 빌어 이야기하고 있다. 어쩌면 그는 문단의 권력 안도 밖도 지향하지 않기에 더욱 어려운 길을 스스로 택하고 기꺼이 그런 상황을 작가적 임무와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에 더하는 자작 그림들은 꿈틀거리는 선을 통해 삶의 내면과 외면을 동시에 응시하듯 뜨거운 에너지를 응축하고 있으며, 타 장르예술들을 지신의 문학 속에 끌어들임으로써 분화 이전의 미분화 상태로서의 문학이 갖는 원래적 의미를 추구한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점잖고 권위적인 ‘문학’ 자체가 아닌 그 자체로서의 ‘글쓰기’이며, 그 이전에 원형으로서의 ‘예술’이기에 말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69890337 |
---|---|
발행(출시)일자 | 2018년 05월 10일 |
쪽수 | 236쪽 |
크기 |
136 * 196
* 17
mm
/ 323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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