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수업을 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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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해 학생들을 만나 온 일곱 교사가 수업을 살아온 이야기.
작가정보
충남에서 초등 교사로 살고 있다. 교사 이전에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잘사는 것, 이것이 아이들을 위한 수업의 질을 보장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났던 수업은 교사의 삶을 담은 한 편의 이야기였다. 사랑하고 존경했던 교사들의 진솔한 삶과 수업을 만날 때면 늘 내 삶과 수업을 돌아보곤 했다. 온몸을 다해 살아가는 교사들의 삶과 수업이 세상에 좀 더 많이 알려지길 바라며 이 책을 썼다. 교사에게 교육은 만남이고 수업은 삶이기 때문이다. 《아이들 삶의 리듬을 잇는 학급운영》, 《아이들 글 읽기와 삶 읽기》, 《1학년은 처음인데요》, 《다시 1학년 담임이 된다면》을 썼고, 함께 쓰고 엮은 책으로 《이것은 교육이 아니다》, 《7인 7색 국어 수업 이야기》, 《내 꿈이 어때서》, 《지구를 지켰다!》 등이 있다.
목차
- 006 머리말
014 놀이 수학으로 평등한 세상을 지향하다
교사 조성실
060 거름으로 다시 찾아갈 삶의 가장자리
교사 박지희
106 있지만 보이지 않는 시간을 산다는 것
교사 최은경
154 낭만과 예술을 꿈꾸던 수업, 이별할 그날까지
교사 강승숙
204 아이들 세상으로 들어가는 티켓을 손에 들고
교사 이경원
258 내 꿈은 세상을 바꾸는 수업, 그리고 삶
교사 김강수
316 새로운 도전을 찾아 오늘도 학교로 간다
교사 심은보
362 후기
책 속으로
“교실에서 수학을 못하고 소질이 없는 아이가 사회적으로 봤을 때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거죠. 그리고 그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기본소득처럼 기본적으로 배려받아야 하는 거고 교사의 태도나 학급의 분위기, 수학 시간에 일어나는 일로 그 배려를 권리로서 보장받아야 한다는 거예요. 놀이나 이야기 속에서, 특히 조작 활동에서 수학 수업을 잘 따라오지 못하는 아이를 따라오게 해서 기본소득을 보장해 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수학 시간은 사회적인 정의를 실천하고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인 것이죠.”
- 〈놀이 수학으로 평등한 세상을 지향하다 - 교사 조성실〉, 40~41쪽
그는 수학 수업의 모든 과정을 철저하게 사회적 정의에 바탕을 두었다. 성공과 실패, 정답과 오답의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나는 수학 교과에서 아이들이 쉽게 실패와 포기, 좌절을 하지 않도록 공평한 보상 체계를 마련해 두었다. 공립학교 다인수 학급에서 효과적이고도 가치 있는 수학 수업의 모델을 만들어 갔다. 수업은 교사의 삶을 담은 이야기이자 거울이다. 교사의 수업에는 한 교사의 삶이 이야기로 고스란히 담겨 있다. 빛깔 있는 수업에는 교사용 지도서와 인터넷 매체를 활용한 수업을 되풀이하는 것으로는 결코 쌓이지 않는 교사의 깊고 넓은 삶이 담겨 있다. 그 삶을 읽어 낼 때라야 비로소 온전히 한 교사의 수업을 이해할 수 있다.
- 〈놀이 수학으로 평등한 세상을 지향하다 - 교사 조성실〉, 52~53쪽
“학교에서의 복지는 수업에서 소외되지 않는 아이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 더 중요해요. 학교에서는 교육만을 생각해서 그 본질을 찾아야 한다고 봐요. 경찰서, 동사무소에서 하는 일까지 학교에서 다 하고 있는 게 문제예요. 기초 학력 부진인 아이들에게 복지라는 이름으로 기회를 준다고 하는데 일상의 수업에서 소외되고 있다면 다 거짓인 거죠. 학교의 경우 같은 교과서가 아니라 아이들 각자에 맞는 다른 교과서로 수업해야 해요. 진정으로 복지, 맞춤형 교육이 되려면 우리 학교에서 쓰는 교과서는 달라져야 해요. 그래야 자기 속도에 맞게 수업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 〈거름으로 다시 찾아갈 삶의 가장자리 - 교사 박지희〉, 88쪽
그는 수업은 내용이 형식을 장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용을 고민하다 보면 배움의 수준과 속도가 다른 학생들의 상황을 모두 고려한 수업을 그릴 수밖에 없다. 반면, 기능과 형식에 치우친 수업은 일정한 틀에서 학생들의 도달도 여부에 관심을 두기 때문에 수준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고 수업에서 소외된 학생들이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국어 교과는 학생들의 읽기 능력이 고르지 않고 차이가 크기도 해 해당 학년의 학습을 함께 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기능을 너무 앞세우다 보면 반드시 사각지대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를 부진 학생으로 구분 짓기 시작하는 순간, 학생들의 수업 소외는 불가피하다. 그는 국어 교과에 대한 안목과 학습이 없이 단순히 팁 위주의 기능 활동으로 전개되는 수업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많은 교사들이 깨닫기를 바랐다.
- 〈거름으로 다시 찾아갈 삶의 가장자리 - 교사 박지희〉, 88쪽
그는 눈에 보이는 수업 시간만이 곧 수업의 시작과 끝이라 여기지 않는다. 개인의 성취 기준으로만 한정시켜 학습 목표 달성이라는 기계적이고 틀에 박힌 성장을 기대하는 국가 교육과정에 묶이려 하지도 않는다. 함께 사는 수업이라는 시공간에서 아이들이 은연중 깨닫게 되는 공동의 목표를 수업에서 스스로 발견하고 타인에게 공감하며 삶의 맥락을 이해하는 지점에서 수업의 의미를 찾으려 하는 것이다. 그것을 그는 책에서 출발했지만, 책에 묶이지 않고 책 너머의 시공간에서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을 이해하는 또 다른 민주적인 시공간으로 끄집어내어 이전과 다르게 자라는 아이들을 기대한다. 수업의 끝에서 다시 현실로 돌아온 아이들은 이전의 아이들과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 〈있지만 보이지 않는 시간을 산다는 것 - 교사 최은경〉, 142쪽
“용기를 내는 거죠, 교사 스스로가. 그런 의미로 아이들이 우리한테 보내는 사인이 있는데, 그 사인을 잘 보고 그 안으로 교사가 용기를 내서 들어가야 한다는 걸로 이해해요. 교육과정을 구성하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정원이죠, 정원. 사실은 있지도 않은 시간은 결국 눈에 보이지 않는 정원이지만, 잘 가꾸어 가면 그게 학급의 정원이 될 수도 있고 학교의 정원이 될 수도 있고 크게는 민주주의의 정원이 될 수도 있는 거죠. 우리 사회에. 근데 힘들죠. 그 정원 문을 열고 들어가면 수고도 해야 하고 땀도 흘려야 하니까. 다들 문을 열 수 있는 괘종시계 소리가 들리긴 할 거예요. 다만, 그 문을 열고 들어가냐, 아님 제자리에 있는 거냐 하는 거죠. 근데 한번 걸어 들어가다 보면 점점 더 용기가 생겨 더 넓은 곳으로 가 보기도 하고 다른 방향으로 가기도 하며 영토가 확장되죠.”
- 〈있지만 보이지 않는 시간을 산다는 것 - 교사 최은경〉, 144쪽
그가 수업에 예술을 끌어들일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관심을 갖고 공부를 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는 10여 년 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춤을 배우고 있다. 주변에 연극을 공부한 선배가 있는 덕에 연극 공부도 할 수 있었다. 학습연구년을 할 때는 오카리나나 냅킨 아트를 배우기도 하고 재봉 기술을 배워 자신의 몸에 맞는 바지를 만들어 입기도 했다. 춤, 연극, 미술은 그가 예술을 교육과 수업으로 끌어들이는 힘이 돼 주었다. 최근에는 온작품 읽기 관련 연수를 하는데, 예술가들과 접목을 해서 연수를 직접 기획하고 강의를 하기도 한다. 단순히 읽기 사례를 발표하는 강의가 아니라, 문학과 예술의 만남을 통해 좀 더 풍성한 경험을 교사들에게 전해 주려 한다. 이런 노력은 그대로 자신의 수업으로 이어지며 깊어졌다.
- 〈낭만과 예술을 꿈꾸던 수업, 이별할 그날까지 - 교사 강승숙〉, 185쪽
“지금도 기억나는 게, 다섯 살 때 산에서 파 와서 심은 진달래가 담장에 필 때 얼마나 이뻤던지 몰라요. 한번은 집에 가서 어머니한테 ‘엄마 애들하고 수업하게 진달래 좀 꺾어 줘’ 했는데, 글쎄 어머니가 제대로 못 꺾고 있는 거예요. 이것도 이쁘고 저것도 이쁘다면서 말이죠. 그렇게 예쁜 진달래를 꺾어서 아이들에게 이만큼 가져가면 책상 가운데에 진달래를 놓아요. 제 의도는 진달래라는 시에 대한 감흥이 없는 아이들한테 진달래를 보여 주면서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는 거였죠. 그러면 남다르게 진달래를 좋아할 수도 있는? 교사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저는 늘 교사가 고민해야 한다고 봐요.”
- 〈낭만과 예술을 꿈꾸던 수업, 이별할 그날까지 - 교사 강승숙〉, 193쪽
“제가 이런 주제 중심 수업을 한 기간과 하지 않은 기간이 각각 10년이거든요. 그 사이 뭐가 달라졌을까 돌아봤어요. 다른 점이 확실히 있어요. 그 전 10년에는 제가 관계하고 있는 아이들 40명 중 일부 몇 명은 저랑 관계도 좋고 굉장히 주도적이었어요. 나머지 아이들은 학교에 그냥 있다가 갔어요. 아이들이 어떻게 있다 간지 전 몰라요. 근데 주제 중심 교육과정을 한 10년 동안에는 달라졌어요. 우리 반 전체가 저랑 관계를 맺고 있고 아이들이 주도성을 가지게 되었어요. 이건 굉장히 큰 차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어, 이거 뭐지? 왜 달라졌지?’ 결국에는 아이들이 만들어 내는 주도성은 개인적인 성향도 있지만 문화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는 거예요. 이 교육과정은 철저하게 함께하고 협력하는 것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에요. 이 과정에서 주도성을 배운다는 거예요. 발현되기도 하고. 이 교육과정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은 교육이라는 커다란 측면에서는 학교교육이 차지하는 것이 미미하지만, 수업에서 주도성을 익히게 되면 이것이 교육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이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고 보는 거죠.”
- 〈아이들 세상으로 들어가는 티켓을 손에 들고 - 교사 이경원〉, 233~234쪽
그가 실천하는 주제 중심 교육과정에 따른 수업은 복잡할 수밖에 없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그것은 수학 교과를 뺀 모든 교과를 통합하는 만큼 정교하게 다듬어 진행하지 않으면 이런 수업에서 소외받는 아이들이 생기거나 반드시 가르쳐야 할 내용을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이경원은 기본적으로 수업을 느리게 시작해서 빠르게 전개시킨다는 생각을 가지고 임하고 있다. 즉 주제망을 짜면서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아이들에게 기초적인 교과의 내용과 기능을 천천히 소개하고 안내하면서 진행한다. 그는 이 과정을 충실하게 진행을 하면 전체적인 과정과 지식을 이해한 아이들은 속도감 있게 수업을 주도적으로 전개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교사는 단지 어디서 멈춰야 하고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를 조절하고 안내해 주기만 한다는 것이다. 이는 교사가 한 달이 넘는 교육과정의 전반을 꿰뚫고 세세하게 신경을 쓰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수업이다. 그래서 그에게 교육과정과 수업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 〈아이들 세상으로 들어가는 티켓을 손에 들고 - 교사 이경원〉, 237쪽
출판사 서평
덧붙임 : 필자의 이야기
저마다 다른 교사들이 다른 학교와 다른 학급에서 다른 학생들과 수업을 하고 있으나 수업은 서로 비슷해지고 있다. 교사별, 혹은 교사 수준 교육과정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이다. 교사마다 자신만의 수업 브랜드가 있어야 한다는 말도 있다. 그러나 이에서는 수업에 함께하는 교사와 학생보다는 수업을 상품화하는 데에 초점을 두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도 저도 교사의 색깔을 온전히 드러내는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책에 소개한 교사들을 만나면서 이들의 수업에는 남다른 특징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수업에 교사의 삶이 녹아 있다는 것이다. 수업이 교사의 삶과 매우 닮았고, 수업에는 교사의 삶이 그대로 묻어나고 있었다. 한 사람으로 살아온 삶의 궤적과 질곡이 수업에 반영되면서 표준화를 넘어서거나 일반화와 거리가 먼 수업들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렇다고 이들의 수업이 다른 교사들과 나누기 어려운 것은 아니다. 다만 기존의 관행과 관성을 깨뜨리며 수업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던져 줄 뿐이다. 그들의 수업은 다른 교사들이 추구하는 것과 그다지 멀지 않다. 교사라면 누구나 학생들과 맺는 ‘관계’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가. 그렇지만 한 가지가 없다. 매뉴얼이다. 학생과 맺는 관계를 기계적으로 혹은 임상학적으로 접근해 하나의 매뉴얼로 완성하는 만남을 거부한다. 그들은 자신이 겪은 삶과 경험, 인간에 대한 예의로 최선을 다해 학생들을 만났다.
이들의 교실 속 교사의 삶은 교실 밖의 한 인간의 삶과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인생을 살듯, 수업을 살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교사라는 직업이, 수업에서 풀어내는 삶의 이야기가 교사 자신의 삶과 다르지 않은 이들의 수업 목표는 성취 기준만을 달성하는 데 있지 않았다. 궁극적으로는 자신을 거쳐 간 많은 학생들이 자유롭게 생각하며 예술을 사랑하는 어른, 비판적 시민으로 성장해 주길 바라고 있었다. 이를 위해 그들은 무던히도 부지런히 수업을 살고 있었다.
이들은 자신의 삶을 수업 속에서 녹여내기 위해 끊임없이 학생들을 만나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예술을 배우고 때로는 교육과정을 바꿔 내는 일에 나서기도 하고 교육과 학교를 바꾸는 운동과 투쟁에 참여하기도 한다. 이들에게 수업은 테크닉이 아니라 자신의 온전한 삶을 드러내고 전하는 일이었다. 이들은 진정 수업을 살았다. 그래서 이들의 수업은 자신의 삶을 닮아 있었고 이들에게 수업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한 편의 이야기였다. 만남과 관계, 삶. 이들의 변증법적 상관관계는 수업의 질을 끊임없이 변화시켜 갔다.
“안녕하세요? 너가 ○○이구나? 반가워.”
“안녕하세요?”
“와! 참 예쁘구나!”
올해 1학년을 맡았다. 코로나 재난으로 입학식도 못 치렀다. 한 달이 넘게 아이들을 만나지 못하던 때 나는 교과서를 나눠 주면서 학부모들을 만날 수 있었다. 몇몇 학부모들이 아이의 손을 잡고 왔다. 아이에게 담임 교사를 보여 주고픈 마음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마스크를 아래로 살짝 내리고 드러낸 서로의 얼굴을 보며 수줍은 웃음을 지었다. 순간 나는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맞아, 교육은 만남이어야 해’라는 생각만 들었다.
온라인 수업 준비가 한창이다. 교사들은 난데없는 온라인 수업 준비로 온통 정신이 없다. 정부는 온라인 수업을 미래 교육으로 치장하기 바쁘다. ‘지식’을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있느냐 하는 데만 초점을 두고 있다. 교육이 지식을 전달하는 것인가?
교사와 학생의 ‘만남’과 ‘관계’를 빼놓고는 교육이 성립하지 않는다. 온라인 교육을 두고 미래 교육이라고 하는 말이 공허하게 다가오는 까닭은 이 둘의 이야기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 실린 교사들 일곱 명의 이야기에는 ‘만남’과 ‘관계’가 어떻게 수업으로 이어지고 이들의 삶이 되었는지를 소박하게 담았다.
수업을 바꾼다는 수업 개선, 수업 혁신 등의 용어가 우리네 학교를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수업은 테크닉의 문제가 아니다. 수업을 살아가는 교사의 교육관과 세계관, 즉 삶이다. 내가 이 책을 통해서 전하고 싶은 것이다.
[책속으로 이어서]
김강수도 아이들과 살면서 나름의 원칙이 있다. 아이들 배움씨를 따라 교육과정과 수업이 확장이 되고 넓어질 수는 있지만, 미리 갈 길은 계획해 두는 것이다. 다만 그 길을 모두 가려 하지는 않는다. 아이들의 처지와 상태, 기대와 바람, 끌고 가는 힘과 의지에 따라 언제든지 자신의 계획은 바꾸어 나가는 것이다. 그 지점에 아이들의 삶과 온배움씨가 있다. 그가 만든 한 한기 계획표를 보면 왼쪽에는 한 학기 동안 주마다 아이들과 읽을 온작품들을 늘어놓고 있다. 오른쪽에는 말본(문법), 통합 인문, 통합 예술, 자치 활동, 상시 활동으로 구분 지어 이 계획에 모든 교과를 버무린다. 중심에 온작품 읽기와 말본을 넣어 그가 강조하는 말글살이 교육을 다져 놓는 형태다. 그가 교과로 나눠 가려 놓은 데에는 까닭이 있다. 국어 교과는 언어이기 때문에 생각이나 말을 담는 그릇이라고 보는 까닭이다.
- 〈내 꿈은 세상을 바꾸는 수업, 그리고 삶 - 교사 김강수〉, 297쪽
“처음에는 그렇게 해야 되는 거죠, 몸이 배듯이. 그러려면 꾸준히 해야죠. 배운다는 것은 꾸준히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 온배움씨가 바로 이런 것들을 제안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온배움씨의 스승은 정해져 있지 않아요. 가령 어떤 때는 ‘야, 그거 재밌겠다!’고 말해 주는, 그런 희망을 주는 사람이 스승이 되기도 해요. 그래서 배울 때는 제자가 되고 스승이 되는 과정이 생겨야 한다고 봐요. 배움의 공간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는 거죠. 저는 무학년제 수업을 하면서 이런 면들이 확실히 드러난다고 보고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온배움씨와 무학년제는 닮아 있다고 봐요.”
- 〈내 꿈은 세상을 바꾸는 수업, 그리고 삶 - 교사 김강수〉, 302쪽
“저는 아이들에게 주제를 선정하거나 수업을 짤 때, 저 스스로에게나 아이들에게 그런 질문을 던져요.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아이들 삶과 이어지게 하려면 교과서에 담긴 이야기만 말고 다른 이야기를 해야 하진 않을까?’ 질문해요.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담겼으면 좋겠고요. 다양한 경제 문제들이 지금 일어나고 있는데, 그 속에서 조금 더 우리 사회가 따뜻해지려면 어떤 상상력이 필요한가를 공부해 보게 하면 좋겠다 하는 생각도 하죠. 주제 중심 수업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점이 있었어요. ‘성취 기준을 따라서 기계적으로 짜 놓았는데, 이렇게 수업이 될까?’ ‘이렇게 하는 게 기존의 수업과 무엇이 다르지?’ 일반적으로 진행되는 주제 중심 수업을 보면 기존의 수업과 다를 게 없었어요. 저는 동료 선생님들에게 수업을 짜기 전에 우리는 왜 이런 수업을 해야 하고 왜 아이들과 이런 공부를 해야 하는지 스스로 질문하고 아이들에게 물어야 한다고 말하죠. 교과서 속에 빠진 것들이 무엇일지, 그것들을 찾아서 수업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봐요.”
- 〈새로운 도전을 찾아 오늘도 학교로 간다 - 교사 심은보〉, 338쪽
그가 하는 모든 활동은 개인적인 활동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가 학교에서 풀어내는 교육 내용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이렇게 그의 수업에는 한 사회의 시민으로 성장하고 살아온 삶이 그대로 묻어나 있다. 교사가 되기 전의 삶, 교사로 살아온 삶이 어떻게 이어지고 자신의 수업으로 확장될 수 있을지를 선배 교사들만큼이나 잘 보여 주고 있었다. 교사의 수업은 교사의 삶을 담은 이야기라는 것을 그는 너무도 잘 보여 주었다. 그 중심에 학교가 있었다. 그는 학교에서 성장한 교사이자 학교가 만들어 준 교사였다.
- 〈새로운 도전을 찾아 오늘도 학교로 간다 - 교사 심은보〉, 356쪽
기본정보
ISBN | 9788968801303 |
---|---|
발행(출시)일자 | 2020년 04월 16일 |
쪽수 | 372쪽 |
크기 |
153 * 225
* 26
mm
/ 448 g
|
총권수 | 1권 |
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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