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린 늑대와 강아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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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내역/미디어추천
- 전문기관 추천도서 > 세종도서 우수교양도서 > 2014년 선정
작가정보
목차
- 책을 펴내며
1부 소년에게 물들다
꽃보다 중딩 / 강아지들의 놀이 본능 / 여섯 명의 깁스맨과 대구포 / 졸업식에 우는 아이 / 나팔바지와 스키니 / 새 교복을 입고 자퇴한 아이 / 그 아이가 상처를 극복한 방식 / 비장 발랄한 저항, 직선제와 두발 자유 / 지각 없는 아이스크림의 날 / 사춘기 소년의 사랑
2부 이 죽일 놈의 사랑
만복아, 한잔할까? / 드라마가 아니었어 / 호기심과 성범죄 / 서열 / 너 욕 좀 아니? / 엄마와 여교사를 대하는 그들의 자세 / 아이 싸움, 엄마 싸움 / 분노 조절 호흡법 / 영혼이 작은 아이들 / 아이들을 군대에 보내며
3부 천진하고 무식한 아름다움이여
첫 수업, 주문을 건다 / 진정한 자기 주도 학습 / 잘 들어야 잘 말한다 / 행복이가 만든 ‘나만의 시집’ / 현대판 고전소설 쓰랬더니 뭐? ‘해물파전!’ / 민주주의는 자유로운 상상력이다 / 통일교육 농사 / 주워듣고도 큰다 / 때로는 책이 치유가 된다
4부 학교를 그리다
교사가 어울리는 당신 / 불안과 부끄러움의 역설 / 제자와 후배에게 배우는 교사 / 거울을 들여다본다 / 상담실이 살아나야 한다 / 교사는 어떻게 늙어 가는가 / 박하사탕, 15년 후 / 풀꽃선생의 문집 사랑기 / 그래도 학교를 버릴 수는 없다
책 속으로
깁스를 푼 아이와 축하의 악수를 하기 무섭게 새로운 환자가 생기는 상황이 계속되니 그냥 있어선 안 되겠다 싶었다.
“얘들아, 안 되겠다. 이 교실 터줏대감이 너희에게 뭔가 언짢으신 게 있나 보다. 고사를 지내자.”
(……) 돼지머리는 비씨서 못 사고 “얼굴 뚱그런 네가 대신 목만 내밀어라”는 둥 애들끼리 서로 장난치며 놀리다 결국 두꺼운 도화지에 웃는 돼지 얼굴을 그리는 것으로 대신했다. (……) 고사는 일종의 학급 잔치였다. (……) 재미도 있으면서 교육적 의미도 있는 행사였다. 만약 어딘가에 조상신이나 정령들이 정말 계신다면 그 힘을 빌려서라도 아이들의 거친 행동과 부상을 막아 보고 싶기도 했다.
_ 《여섯 명의 깁스맨과 대구포》, 31~32쪽
“오늘 아침에 어떤 선생님이 친절하게도 작년에 여러분이 어떤 학생이었는지 말해 주려는 것을 정중히 거절했다. 난 여러분을 전혀 모른다. 여러분도 나를 잘 모를 것이다. 오가며 우리 학교 선생님인 줄이나 알았을 것이다. 우리 서로 모르고 시작하자. 난 여러분이 작년에 전교 1등을 했어도 관심 없다. 일진으로 학생부에 끌려다녔어도 난 모른다. 지금 우린 서로에 대해 백지상태다. 여러분은 그냥, 새로 나의 반이 된 소중한 나의 학생일 뿐이다. 혹 1ㆍ학년 때 열심히 살지 않았더라도 다 잊어라. 난 모르니까. 여러분에게는 새 담임에게 좋은 모습을 보일 기회가 얼마든지 있다. 여러분도 나를 잘 모르니 나도 여러분에게 최선을 다할 수 있다. 서로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_ 《졸업식에 우는 아이》, 41~42쪽
짝사랑하던 선생님에게 용기를 내어 애정을 표현하던 소년들이 사춘기를 보내고 졸업을 하고 한참의 세월이 지나 청년이 되어 찾아온다. 어쩌면 자신의 소년기를 다시 한 번 되짚어 보기 위해, 모천에 회귀하는 연어처럼 안녕을 고해야 하는 사춘기를 확인해 보고 싶어서 찾아오는 것일 수도 있다. 한참 동안 내 얼굴을 바라보면서 열여섯 소년이 연모하던 바로 그 사람인가 찬찬히 뜯어본다. 그러다 되레 그 시절 부끄러운 ‘소년’을 발견하게 되면, 청년들은 얼굴을 붉히고 돌아선다. 자신의 사춘기에 ‘영영 안녕’을 고하고 다시는 나를 찾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치기 어린 마음은 사라지고 청년이 된 자신을 발견한 소년들은 그 시절 따스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조금씩 늙기 시작하는 스승을 두고두고 계속 만나러 온다.
(……)
“선생님, 제가 사랑하는 거 아시죠?”
“짜식, 아직도 사춘기냐. 사랑 타령이게?”
“그럼요, 전 영원히 사춘기예요.”
_ 《사춘기 소년의 사랑》, 80~81쪽
소설을 구상하다가 비장하게 “왜 여자가 영웅인 고전소설은 없는 겁니까!”라고 비분강개한 녀석도 있었다. 내가 “박씨전!” 하고 한마디로 대답해 주자 아름다웠던 그 비분강개는 사라지고 녀석의 무식만 남았다. 사실 나는 이렇게 의문을 던지는 아이들이 좋다. 자신의 무식이 드러날까 봐 조심스러워하지 않고 내게 질문하는 아이들이 좋다. 가끔 정말 황당한 질문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운문이 시예요” 이런 건 애교로 넘길 수 있다. “훈민정음이 한글이에요?”라거나 “우리나라가 언제 해방됐나요?”라고 물을 땐 정말 꿀밤을 한 대 선물하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녀석들의 그 천진한 표정, ‘샘은 우리가 무식해도 얼마든지 이해해 주실 거죠? 저희는 샘의 사랑을 믿어요~’ 하는 표정을 보면서 목구멍까지 나왔던 욕을 도로 삼킨다. “야, 이 무식한 쉐리야~!” 하고 말해 질문한 한 아이를 무안하게 만들고 나머지 서른여섯을 웃게 만드는 실수는 결코 저지르지 않는다. 난, 친절한 ‘안 샘’이니까.
_ 《현대판 고전소설 쓰랬더니 뭐? ‘해물파전!’》, 197~198쪽
가끔 ‘왜 대안학교를 꿈꾸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들을 만난다. 어떤 이는 ‘학교가 죽어야 교육이 산다’는 일리치의 오래된 담론을 새삼 들먹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나…… 학교에 한번 와 보라. 먼지투성이 좁은 책걸상에 앉아 있는 저 아이들은 왜, 유학도 가지 않고 대안학교로 가지도 않고 홈스쿨링도 검정고시도 택하지 않고 저기 앉아 있는가. 학교가 죽어야 한다면 저 아이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저기 앉아 있는 아이들 중에는 ‘원수 같은’ 사교육조차 받을 수 없는 아이들도 많다. 아니 어쩌면 엉덩이가 터지게 매를 맞을지라도, 소매가 반들거릴 만큼 새까맣게 때가 앉은 교복을 입고서라도 ‘학교에는’ 나오는 그들에게 학교는 최후의 보루일 수도 있다.
_ 《그래도 학교를 버릴 수는 없다》, 295쪽
출판사 서평
《내 어린 늑대와 강아지들》은 23년 동안, 남중에서 남중생들만 가르쳐 온 한 여교사의 교단 일기이자 생태 보고서이다. 몸과 마음의 변화가 가장 큰 사춘기, 소년들의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하기엔 학교의 울타리는 비좁기만 하다. 초등학생티를 채 벗지 못한 1학년 강아지들과 막 야성이 꿈틀대기 시작하는 말썽꾸러기 2학년, 짐승 포스와 소년의 신비로움이 공존하는 3학년. 이 ‘혈기 방자’한 소년들의 서식지에는 사건ㆍ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그래서 100m를 22초에 주파하는 풀꽃선생의 유쾌한 동분서주도 멈출 틈이 없다.
덩치만 컸지 마음은 유리처럼 깨지기 쉽고 투명한 소년들. 아직 발톱을 숨기는 법을 배우지 못한 그들의 좌충우돌은 때론 교사의 가슴에 생채기를 남긴다. 하지만 그마저 사랑과 관심의 표현임을 스승은 잘 알고 있다. 상처 입은 짐승처럼 소년들 또한 아픔을 드러내기보다 숨기는 것에 더 익숙하다. 호의나 선의를 갖고 다가가는 이에게조차 ‘으르렁’거리며 공격하려 드는 것도 닮았다. ‘품으며 가르친다’는 풀꽃선생과 소년들의 속살을 들춰 보면 모두 상처투성이인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상처 위로 딱지가 생기듯 교사와 학생이 만들어 가는 믿음과 사랑은 서로를 치유하는 힘이 있다. 풀꽃선생의 교실이 아름다운 이유도 어쩌면 훈장처럼 새겨진 그 상처의 흔적, 추억 때문일 수도 있겠다.
가정과 사회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학교는 보루가 될 수 있을까? 이 땅의 척박한 교육 풍토, 어쩌면 아이들에게 최악의 서식지인 학교에서 교사의 역할은 무엇일까? 교육 현실을 비판하는 풀꽃선생의 통찰은 날카롭지만 또한 아프고 쓰라리다. 소박하고 진솔한 물음은 학교와 교사의 역할에 대한 자기반성의 발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풀꽃선생은 ‘혼자 잘 울고, 아이들과 함께 잘 웃는 교사들과 함께’ 이 책을 나누고 싶어 한다.
이 책의 구성
이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소년에게 물들다〉와 2부 〈이 죽일 놈의 사랑〉, 3부 〈천진하고 무식한 아름다움이여〉는 유쾌하고 엉뚱한 소년들의 매력이 담겨 있다. 4부 〈학교를 그리다〉는 교사와 학교의 역할을 되새기는 계기를 마련한다.
1부 〈소년에게 물들다〉는 소년들의 매력을 고봉으로 꾹꾹 눌러 담았다. 답답한 학교 안에서도 쉴 새 없이 기발한 놀이를 만들어 내는 건강한 모습, 자신들의 몸을 무기 삼아 노는 통에 깁스와 목발이 빠지면 어색한 교실 풍경, 나팔바지에서 스키니까지 못 말리는 패션, 철부지 아이에서 심연처럼 푸른 눈을 가진 소년으로 성장해 가는 신비로움, 거기에 사춘기 소년의 사랑까지……. 풀꽃선생과 아이들의 학급 이야기는 시트콤처럼 유쾌하고 첫사랑처럼 풋풋하고 아름답다.
2부 〈이 죽일 놈의 사랑〉은 사춘기 소년들의 거칠고 미숙한 심리와 특성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술, 담배, 성, 욕설, 폭력 등 고전적인 문제에서부터 마음이 아픈 아이들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까지 담고 있다. 휴대전화로 여교사의 치마 속을 촬영한 아이에게 아버지와 대화를 통해 건전한 성 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한 풀꽃선생의 지혜는 행정적 처벌에만 급급한 학교에 대안을 제시한다. 거친 욕설을 입에 달고 사는 아이들에게 그 욕의 기원과 뜻을 설명해 욕을 욕답게 쓰도록 가르치는 모습은 고지식한 교사의 모습을 탈피한 신선한 역발상이다. 한편 왕따를 주도하고 폭력을 행사하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영혼이 작은 아이’가 늘어나는 현상은 근심스럽다. 풀꽃선생은 이런 ‘아이들의 딱딱한 마음에 보드라운 흙 한 줌, 거기에 생명력 강한 감성의 씨앗 하나 심어 주지 못한다면 진정한 어미도 선생도 아니다’며 교사의 역할을 성찰한다.
3부 〈천진하고 무식한 아름다움이여〉는 제목처럼 자신의 무식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천진난만한 소년들과의 수업 이야기이다. 배우는 것이 본분인 학생들은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많고 그게 당연하다. 하지만 학년이 높아질수록 아이들은 질문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한다. 하지만 풀꽃선생의 교실은 예외다. ‘샘은 우리가 무식해도 얼마든지 이해해 주실 거죠?’ 하는 아이들의 순진한 표정에 풀꽃선생은 그 천진한 무식함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고 고백한다. 수업 시간에 자는 아이들에 대한 시선도 다르다. 많은 교사들이 자신의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자는 아이들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입는다. 하지만 풀꽃선생은 공부가 아이들을 짓누르는 세상이니 아이들의 잠은 교육 현실에 대항한 똥침일 수도, 체념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 수업 시간에 엎드린 채로, 주워들으면서도 크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4부 〈학교를 그리다〉는 풀꽃선생의 교사로서의 자기고백과 교육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이 담겨 있다. ‘교사’라는 어릴 적 꿈을 이뤘지만, ‘좋은 선생’이 되겠다는 아이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수업을 녹음도 해 보고, 촬영도 해 본다. 동료 교사들과 서로의 노하우를 나누고 배우는 것을 자랑스러워한다. 제자의 쓴소리도 따끔해하며 귀담아듣는다. 먼지투성이 좁은 책걸상에 앉아 있는 아이들, 엉덩이가 터지게 매를 맞을지라도, 소매가 반들거릴 만큼 새까맣게 때가 앉은 교복을 입고서라도 ‘학교에는’ 나오는 그 아이들에게 학교는 최후의 보루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아이들에게 ‘좋은 선생’이 되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6880005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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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출시)일자 | 2013년 12월 09일 | ||
쪽수 | 300쪽 | ||
크기 |
128 * 188
* 20
mm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벗 교육문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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