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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디미트리 구타스
저자 디미트리 구타스(Dimitri Gutas)는 미국의 그리스ㆍ아랍 문명 연구자. 구타스는 예일 대학교 및 동대학원에서 고대 그리스ㆍ라틴학, 종교사, 아랍ㆍ이슬람학을 공부했으며 1974년에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의 학술적 관심사는 이슬람 사회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데 적합한 사료로서 아라비아어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그리고 8~10세기 압바스 왕조 시대에 벌어진 그리스어-아리바아어 번역운동이 이슬람 세계에 끼친 영향은 무엇인가다. 특히 그는 그리스 철학ㆍ과학ㆍ의학 문헌 등이 아라비아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개입된 당대 아랍 사회의 사회적ㆍ정치적ㆍ이데올로기적 요인을 다층적으로 분석하는 작업을 지속해오면서 이 분야 최고의 전문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다.
주요 저작으로 『그리스 지혜 문학』(1975), 『아비센나와 아리스토텔레스주의 전통』(1988), 『아랍 전통에서 그리스 철학자들』(2000)이 있으며 그의 대표작인 『그리스 사상과 아랍 문명』(1998)은 아라비아어, 프랑스어, 그리스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페르시타어, 터키어로 번역되어 이슬람 지성사 연구에 중요한 참고 문헌으로 쓰이고 있다. 2011년에는 그의 연구 업적을 기념하는 학술서 『이슬람 철학, 과학, 문화, 종교: 디미트리 구타스의 연구 업적을 기리며』라는 책이 나오기도 했다. 현재 예일대 극동언어학ㆍ문명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그리스-아랍 간의 지식 전파 및 수용 과정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수행중이다.
번역 정영목
역자 정영목은 서울대 영어영문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전문번역가로 활동하며 현재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교수로 있다. 옮긴 책으로 『유럽문화사 1~5』(공역), 『가만히 앉아 있는 법을 가르쳐 주세요』 『프로이트 ⅠㆍⅡ』 『일의 기쁨과 슬픔』 『불안』 『여행의 기술』 『축의 시대』 『열일곱 개의 전통』 『그레이트 게임』 『지젝이 만난 레닌』 등 다수의 작품이 있다.
목차
- 저자 서문
개관 사회적ㆍ역사적 현상으로서의 그리스어-아라비아어 번역운동
제1부 │ 번역과 제국
번역운동의 배경: 물적ㆍ인적ㆍ문화적 자원
아랍 정복의 역사적ㆍ경제적ㆍ문화적 의미 │ 압바스 혁명과 바그다드의 인구 구성 │ 압바스 왕조 이전의 번역활동
알-만수르: 압바스 왕조 초기의 제국 이데올로기와 번역운동
들어가며 │ 알-만수르와 그리스어-아라비아어 번역운동의 기원 │ 사산 왕조에서 물려받은 조로아스터교 제국 이데올로기 │ 조로아스터교 제국 이데올로기와 번역 문화 │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등장한 점성학적 역사 해석 │ 번역운동과 ‘지혜의 집’이라는 문제
알-마흐디와 그의 아들들: 사회ㆍ종교 담론과 번역운동
신앙 간 담론의 절박성: 아리스토텔레스의 『토피카』와 이슬람-기독교 대화 │ 종교 간 담론의 필요성: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학』과 초기 신학
알-마문: 국내외 정책과 번역운동
중앙집권적 권위를 뒷받침한 번역운동 │ 외교 정책과 번역운동: 친그리스주의로 표현된 반비잔틴 이데올로기 │ 국내 정책과 번역운동: 아리스토텔레스 꿈과 합리주의 이데올로기
제2부 │ 번역과 사회
응용 지식과 이론 지식에 도움이 되는 번역
들어가며 │ 점성학에 대한 요구 │ 전문 교육에 대한 요구: 행정서기, 상속변호사, 토목기사, 경제학자 │
연금술과 압바스 왕조 국가의 경제 │ 과학 연구와 이론 지식에 대한 요구
보호자, 번역자, 번역
보호자와 후원자 │ 번역가와 번역 │ 번역 복합체와 그 연구
번역과 역사: 번역운동의 결과
번역운동의 끝 │ 번역운동에 대한 그 시대의 반발 │ 후대에 남긴 유산: 아랍 철학과 과학, 그리고 그리스 과학에 대한
‘이슬람의 반대’라는 신화 │ 해외 유산: 번역운동과 9세기에 등장한 최초의 비잔틴 인문주의
에필로그
주
참고문헌 및 약어
용어사전
인명사전
부록 동서 교류에서 동서 융합을 준비하는 문명사 연구를 위하여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그리스 사상과 아랍 문명
- 번역운동과 이슬람의 지적 혁신 -
“압바스 왕조는 번역운동을 통해
어떻게 지성의 제국이 되었는가.”
“『그리스 사상과 아랍 문명』은 번역을 통해서 아랍 문명의 바탕에 착생한 그리스 사상이 어떤 역할과 기능을 수행했는지 일러주는 소중한 글이자, 번역 작업이 학문과 문화의 발전에 얼마나 중요한 학술적 토대가 되는 활동인지 증명하는 사료이기도 하다.”
_ 안재원 서울대 인문학연구원 HK 연구교수
▲ 아랍 문명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 디미트리 구타스의 대표작 국내 첫 출간!
▲ 그리스 사상을 창조적ㆍ능동적으로 받아들였던 이슬람 사회의 지적 배경을 조망하다
▲ 섣부른 역사적 법칙과 개념 세우기보다 그리스어-아라비아어 번역운동을 둘러싼 복잡다단한
현상적 디테일과 인물들의 활약상에 초점을 맞추다
▲ 그리스어-아라비아어 번역운동 시기에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 및 저서가 압도적으로 추앙받던
이유에서부터 직역, 의역, 수정이라는 번역 기술의 상식적 발전을 깨는 당시 번역 문화까지 다 양한 의문점을 과장된 해석 없이 충실한 사료 분석을 통해 풀어나가다
▲ 원서에는 없는 용어사전ㆍ인명사전 그리고 고전 전문연구자 안재원 교수의 해제 및 관련 학술적 사례 소개 추가 수록
출간 의의
아랍 문명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디미트리 구타스 교수의 대표작 『그리스 사상과 아랍 문명』이 국내에 첫 출간되었다. 이슬람 지성사 연구에 중요한 참고 문헌이자 고전학자ㆍ동양학자들 사이에서 아랍 문명사의 새로운 고전으로 평가받고 있는 본 책은 8~10세기, 아랍의 압바스 왕조 통치기 동안 새로 건립된 수도 바그다드에서 전례 없이 벌어졌던, 그리스어를 아라비아어로 번역하는 운동의 주요한 사회적ㆍ정치적ㆍ이념적 요인들이 무엇인지를 역사적ㆍ문헌학적 관점에서 밝혀냈다.
1. 그리스어-아라비아어 번역운동은 사회적ㆍ역사적 현상이었다
ㆍ 그리스어-아라비아어 번역운동 연구의 기원과 유래
“그리스 저자들의 시리아어, 아라비아어, 아르메니아어, 페르시아어 번역에 관한 서지 문헌을 모으면 좋겠다. 오늘날에도 이에 관한 정확한 기록이 부족한 형편이다.”(9쪽)
150년에 걸친 그리스어-아라비아어 연구는 괴팅겐의 왕립과학회 회원들이 1830년에 열린 회의에서 이야기하고 회의록에 기록한 소망에 공식적 기원을 두고 있다. 이 연구는 8세기 중반부터 10세기 말까지 비잔틴 제국 동부와 근동 지역에서 손에 넣을 수 있던 거의 모든 비문학적ㆍ비역사적인 세속 그리스어 책들이 아라비아어로 번역되었음을 충분히 입증해주었다.
이 기간에 번역된 문헌은 “점성학과 연금술을 비롯한 비학, 산수ㆍ기하ㆍ천문ㆍ음악 이론 등 4과, 형이상학, 윤리학, 물리학, 동물학, 식물학, 특히 논리학 등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이 발전되어오면서 망라했던 전 분야는 물론이고 의학, 약리학, 수리학 등 모든 건강과학, 또 군사과학에 관한 비잔틴 시대의 전술 안내서, 대중적 금언집, 심지어 매 훈련법”(17~18쪽) 등 장르가 주변적이고 다양했다. 디미트리 구타스는 이런 맥락에서 아라비아어가 라틴어보다 먼저 제2의 고전어가 되었으며, 오늘날 우리가 아는 세속 그리스 문헌에 대한 연구는 아라비아어 자료 없이는 도저히 진행될 수 없다고 주장해도 무리가 아니라고 본다.
ㆍ 이 번역운동은 소수 집단의 고상한 취미가 아닌 사회 엘리트 전체의 주요 관심사였다
구타스 교수가 그리스어-아라비아어 번역운동의 주요한 특성으로 꼽는 점은 총 네 가지다. 먼저 이 운동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무려 200년 넘게 지속된 하나의 장기적 현상이었다. 그다음 이 번역운동은 칼리프와 제후, 공무원과 군사 지도자, 상인과 은행가, 학자와 과학자 등 압바스 왕조 사회 내 엘리트 전체의 지원을 받았다. 아울러 이 운동은 공적 또는 사적으로 충당된 대규모 자금의 지원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그리스어-아라비아어 번역운동은 엄격한 학문적 방법론과 정밀한 문헌학정 정확성을 고수했다. 구타스는 무엇보다 이 운동이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기 마련인 소수의 기인들이 문헌을 뒤적이고 조사하는 고답적인 취미”(19쪽)가 아니었음을 강변한다. 구타스가 보기에 그리스어-아라비아어 번역운동은 압바스 왕조의 사회구조와 그 결과로 나온 이데올로기가 직접 반영된 하나의 사회적ㆍ역사적 현상이었다.
2. 그리스어-아라비아어 번역운동을 이끈 아랍인의 초기 정복과 압바스 혁명
ㆍ 아랍인의 초기 정복, 동서의 문명적 경계를 무너뜨리다
구타스가 지적하는 그리스어-아라비아어 번역운동의 발생과 번창 배경은 두 가지 역사적 사건과 관련이 있다. 하나는 우마이야 왕조 시기에 이루어진 아랍인의 초기 정복, 또 하나는 750년에 절정에 이른 압바스 혁명이다. 아랍 정복의 역사적 의미를 따져볼 때 특히 “1000년 동안 문명 세계를 나누었던 커다란 경제적ㆍ문화적 구분선, 즉 양편에 적대 세력들을 만들어낸 커다란 두 강이 형성했던 동서의 경계가 사라”(28쪽)지고, “원료와 제품, 농산물과 사치품, 사람과 서비스, 기술과 기예, 사상, 방법, 사고방식이 자유롭게 흐르게”(28쪽) 되었다는 점은 중요했다. 이에 못지않게 아랍인의 초기 정복의 중요한 결과는 중국 전쟁포로들에 의해 제지 기술이 이슬람 세계에 도입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지식 전반의 확산에 큰 영향을 끼쳤다. 압바스 왕조 시대 초기 수십 년 동안 종이는 다른 모든 필기 재료를 빠르게 대체했다. “이 시기에 개발되었던 다양한 종류의 종이가 번역운동의 저명한 후원자 몇 사람의 이름을 땄다는 것도 흥미로운 일”(30쪽)이었다.
ㆍ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는 국제학자들, 번역운동이란 왕명을 듣고 궁정에 모이다
핫란과 마르브는 그리스어-아라비아어 번역운동의 탄생지가 될 그리스화된 세계를 끌어안은 지역으로서, 압바스 왕조가 지배한 모든 중심 지역들은 정치적ㆍ행정적으로 통일을 이루면서 동시에 학자들이 “어떤 종교이건 정통파가 제시하는 공식 학설에 신경쓸 필요 없이 공부하고 교류할 수 있는”(33쪽) 곳이 되었다. 아울러 “압바스 왕조가 권좌에 오르고 그 뒤 칼리프가 거주하는 도시가 다마스쿠스에서 바그다드로 옮겨진 것은 번역운동이 일어난 인구학적 배경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34쪽) 이러한 이전은 비잔틴이 거의 박멸했던 고전 그리스 유산을 보존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7~8세기에 걸쳐 각각의 분야에서 다양한 언어로 작업하는 수많은 국제 학자가 등장하게 되었다. 각 학문 전통의 대표자이자 자기 분야의 전문가인 그들은 서로 여행이나 서신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접촉했으며, 그들은 여러 언어를 구사했기 때문에 번역 없이 자연스럽게 지식을 전파할 수 있었다. “그래서 압바스 왕조가 동원 가능한 과학자들의 노력을 모아 기록된 문헌의 번역을 후원하겠다는 정치적 결정을 내리자 거의 하룻밤 새에 수많은 전문가가 궁정에 모일”(34쪽) 수 있었다.
ㆍ 번역운동은 압바스 왕조의 정통성 확립과 이념적 유화 정책을 위한 중요한 수단
이른바 압바스 혁명이라고 부르는, 예언자 무함마드 집안 내 경쟁 분파 사이의 내전을 통해 압바스 왕조의 통치자가 심혈을 기울인 것은 압바스 왕조의 대의를 위해 혁명을 참여했던 다양한 이익 집단의 화해였다. 알 만수르는 이 과정에서 다양한 주요 분파와의 정치적 제휴를 이루는 한편, 압바스 왕조 국가를 보전하는 것이 각자에게 이익임을 설득당하지 않는 극단적 분자를 상대로 이념적 정복을 지향해야 했다. 그는 여기서 조로아스터교가 중심이 된 제국 이데올로기와 정치적 점성학을 구상했다. 이 구상에는 많은 공부가 필요했으며 지도자인 알 만수르 본인은 다른 언어, 다른 사상을 학습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는 곧 번역 문화의 필요성을 채택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이와 동시에 점성학적 역사 해석은 압바스 왕조 통치자들에게 “신의 명령에 의거하여, 별들이 전에 사산 왕조가 그랬듯이 이제 압바스 왕조가 학문을 새롭게 할 차례라는 포고를”(71쪽) 내린다는 의미로 작용했다. 이는 곧 압바스 왕조 체제의 모든 잠재적 반대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 즉 이 체제에 반대하는 모든 정치 행동은 무익하다는 메시지가 내포되어 있었다.
특히 알 만수르는 번역운동의 중심지인 바그다드를 논란의 여지없는 통치의 상징만이 아니라, 다양한 민족, 종교, 전통이 모자이크처럼 짜 맞춰져 있는 근동의 풍요로운 과거를 상속한 곳으로 만들어나갔다.
3. ‘지혜의 집’을 둘러싼 과장된 역사적 해석을 경계하라
이 책에서 디미트리 구타스는 소수의 사료를 통해 이뤄진 과장된 해석을 경계하는 연구 태도를 시종일관 유지하는데, 그중 ‘지혜의 집’에 대한 냉정한 평가는 눈여겨볼만하다. 그는 “사실 지혜의 집을 묘사하는 글이 불필요한 정도로 많이 나왔지만, 대부분은 현대의 제도와 연구 기획을 공상적으로, 때로는 소망을 담아 8세기에 투사하는 것에 불과했다. 사실 우리에게는 지혜의 집에 관한 역사적 정보가 거의 없다. 이 자체가 지혜의 집이 뭔가 대단하거나 의미 있는 것이 아니었음을 보여주며, 따라서 최소한의 해석이 역사적 기록에 더 잘 어울릴 것이다”(81~82쪽)라며 기존 연구의 과해석을 비판하고 있다. 그는 뒤이어 “지혜의 집은 번역되고 있던 ‘고대’ 학문을 가르치는 학교가 아니었던 것도 분명하다. 우리가 실제로 갖고 있는, 이런 학문들의 가르침과 전달에 관한 그럴듯한 보고를 쓴 사람들은 그런 터무니없는 생각을 해보지도 않았다”(88쪽)며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나간다. 구타스에게 지혜의 집이란 그리스어-아라비아어 번역운동을 성공적으로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정도의 공간으로 분석된다.
4. 번역운동과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은 사회ㆍ종교 담론의 논쟁을 위한 중요한 다리였다
ㆍ 알 마흐디의 시대에 왜 아리스토텔레스의 『토피카』가 필요했을까
“알 마흐디는 훌륭한 학생이었다. 그는 신중하게 책을 읽었다. 심지어 그것을 적용할 기회도 있었다. 그는 이슬람교를 옹호하여 기독교인과 논쟁한 문서를 남긴 최초의 이슬람교도이기 때문이다.”(99쪽)
『토피카』는 한 가지 변증법, 즉 체계적인 기초에서 논증하는 기술을 가르친다. 규정된 목표는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믿음에 기초하여 하나의 명제에 찬성하거나 토론할 수 있는 방법을 계발하는 것이다. 질문자와 응답자 사이의 질문과 응답 과정에 관한 교전 규칙을 제공하고, 논점 또는 주제에 접근하는 방법을 약 300가지의 시험 사례로 제시하는 본서가 왜 알 마흐디의 시대에 필요했던 것일까. 이는 압바스 왕조의 개종 정책에 따라 종교적 반대 세력과의 토론과 논쟁이 일어나면서 담론 조성의 기술이 필요했던 것에서 연유한다. 번역운동 기간에 아라비아어로 쓴 옹호와 논박 논문이 엄청나게 증가했으며, 알 마흐디는 아라비아어 역사 문헌을 되새겨보다가 이단을 뜻하는 잔다카와의 싸움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했다. 알 마흐디는 논증과 반박의 기술을 가르치는 아라비아어로 된 안내서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꼈으며, 그 출발점은 아리스토텔레스의 『토피카』였다. 이것은 압바스 왕조 초기 동안 이슬람 사회에서 정치활동 아니, 더 중요한 것으로, 정치적 행동주의는 신학적 문제의 변증법적 토론을 통해 표현되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알 마흐디는 이러한 기술을 가르치는 기본적인 교과서를 요구했고, 그 결과 정확성과 이해를 추구하기 위해 같은 책의 번역이 반복되었다.
ㆍ 알 마문은 왜 아리스토텔레스의 꿈을 널리 유포하려 했을까
알 마문은 중앙집권적 통치를 위해 번역운동을 이용한 통치자였다. 그는 대중 속에 숨어 있는 자신을 위협할 권위자를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 그는 자신의 정통성을 중요시했고 특히 그 유명한 아리스토텔레스와의 만남이 담긴 꿈(본 책 138~139쪽 참조)을 널리 유포함으로써 압바스 왕조의 종교적ㆍ이데올로기적 의제를 뒷받침하려 했다. 상식적으로 “꿈을 사람들에게 퍼뜨려 어떤 정책에 대한 신의 승인 비슷한 것을 얻으려는 일은 분명히 그 정책에 대한 현실적 반대에 대응하려는 시도였을 것”(142쪽)이라는 점은 당연하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꿈에 아리스토텔레스가 나타난 것, 알 마문의 정책적 기초가 담긴 원리 선언에 반영된 주요 인물에 아리스토텔레스가 선택되었다는 것은 알 마문의 시기에 바그다드에 거주하던 지식인 집단이 아리스토텔레스를 매우 존중했음을 보여준다고 구타스는 해석한다.
이 꿈의 전승에 필요한 번역활동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꿈과 관련된 이야기를 처음 이용한 야흐야 이븐 아디를 언급해야 한다. 그는 그리스어에서 번역한 문헌에 대해 칼리프의 권위를 주장하고자 했고 고대의 모든 사상가 가운데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최고의 지위를 부여하려 했다. 이는 곧 번역 문헌을 위해서는 나름 정전의 가치가 있는 원본으로서의 이야기가 필요하며 아리스토텔레스는 그 위상을 맞출 수 있는 사상가였던 것이다.
5. 그리스어-아라비아어 번역운동과 함께한 사회적 키워드들
ㆍ 서기 계급의 교육은 번역운동에 동력을 제공했다
압바스 왕조 서기들은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자 실용적 학문을 공부해야 했다. 가령 회계, 측량, 공사, 시간 기록 등은 서기에겐 필수였다. 이를 공부하고자 관련 문헌들이 필요했던 것은 당연한 순서였으며, 이븐 쿠타이바라는 학자는 서기들이 외국 학문에 지나치게 빠져드는 것을 경계하고 올바른 언어학적 훈련을 시키고자 『서기들의 교육』이라는 책을 쓰기도 했다. 그 책에는 서기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익혀야 할 학과가 나와 있었다. 쿠타이바는 책을 통해 “서기가 획득해야 할 모든 주요한 수리과학의 구체적인 지식과 더불어, 서기가 이 지식을 이용할 능력도 있어야 한다는 점을 언급했다.”(159~160쪽)
ㆍ 과학 연구와 이론 지식에 대한 요구는 번역운동의 불을 당겼다
구타스의 분석에 따르면, 알 만수르 치세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번역운동은 아랍의 과학적ㆍ철학적 기획의 시작이라는 의의를 지니기도 했다. 알 만수르가 지시한 공식 정책으로서의 번역운동이 시작되면서 과학활동은 그 중심점이 되었으며, 바그다드에는 점성학자, 천문학자, 수학자, 의사, 궁극적으로 철학자까지 점점 많은 학자가 자신들의 관심사를 갖고 모여들었다. “번역운동은 아라비아어로 이루어지는 과학 기획의 일부가 되었으며, 그런 기획으로서 스스로 지속성을 얻어나갔다. 번역의 후원자들 자신이 과학자들이었던 것이다.”(166쪽)
ㆍ 번역운동은 통치자의 비위를 맞추기 위한 궁정인들의 전략적 수단이었다?
구타스는 그리스어-아라비아어 번역운동의 후원자로 4개의 주요 집단을 꼽는다. 먼저 압바스 왕조 칼리프와 그 가족, 궁정인, 국가 관리나 군부 장교, 학자와 과학자다. 이는 그 당시 직업이나 사회적 지위, 종교적ㆍ인종적ㆍ가족적 관계를 살펴 나눠본 구타스의 분석 범주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궁정인이 번역운동을 후원했다는 점은 이들이 학식 있는 엘리트라는 점을 보여주는 일종의 문화적 태도로 해석될 수 있으며 아울러 통치자들의 문화적 애호를 보여주고자 궁정인들이 비위를 맞추기 위한 수단으로 번역운동의 후원을 도모했다는 지점으로도 볼 수 있다.
6. 그리스어-아라비아어 번역운동은 직역, 의역, 수정이라는 발전 단계를 따랐을까
“현실은 훨씬 복잡하며, 연속적인 단계라는 연대기적 패러다임 즉 각 단계가 구체적 특징, 즉 직역, 의역, 수정이라는 번역 스타일로 다른 단계와 확연하게 구분된다는 패러다임은 분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연대기적 패러다임은 공시적으로나 통시적으로나 번역 방식과 관련하여 경직되어 있기 때문이다. 공시적으로는 같은 단계에 속한 번역에도 다양한 방식의 번역이 목격된다.”(200쪽)
『그리스 사상과 아랍 문명』에서 디미트리 구타스가 디테일하게 그 당시 그리스어-아라비아어 번역운동을 다루려 했다는 점은 번역운동에 참가했던 사람들이 쓰던 번역 방식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그 시대의 사람들은 원본에 충실한 직역을 고수했을까, 그리고 시간이 지나 나름의 해석과 문맥을 고려한 의역을 선호하게 되었을까. 구타스는 냉정하게 “번역 방식의 차이에 기초한 연대기적 패러다임은 번역이 번역으로서 가지는 성격을 중심에 두고 번역운동의 실제적 진행 과정이라는 현실을 표현하는 데 전혀 적합하지 않다”(201쪽)고 말한다. 그는 번역운동의 시기에 해석적 번역도 성행했음을 사료 분석을 통해 논리적으로 제시한다(198쪽 「번역 복합체와 그 연구 」 참조).
7. 그리스어-아라비아어 번역운동은 아랍 유산의 전달자였다
구타스는 에필로그에서 번역운동의 기간 내내 아랍 과학과 철학 전통은 번역운동의 융성을 가능케 했던 요인이라 지적한다. 아울러 중요하게 살펴볼 번역운동의 의의는 그리스어-아라비아어 번역운동이 “이슬람 사회 학문의 지적 성취와 오늘날 아랍 세계의 공동 유산을 전달하는 데 적당한 높은 수준의 표준어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262쪽) 더 넓은 맥락에서 그리스어-아라비아어 번역운동은 사상 최초로 과학적ㆍ철학적 사고가 국제적인 것이며 특정 언어나 문화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훗날 이 의의는 그리스어권 비잔티움과 라틴어 세계의 확립에 관한 모델로 작용했으며, 아랍 문화가 그리스 과학ㆍ철학 사고의 보편성을 역사적으로 확립했음을 공인하는 가교였음을 압바스 왕조의 번역운동이 보여주고 있음에 구타스는 방점을 찍는다.
추천의 글
『그리스 사상과 아랍 문명』은 고대 유산과 그리스 문화 전파에 관심 있는 고전학자들에게 중요한 책이다. 이 책은 특히 로마 시대에 일어난 그리스 사상의 발전을 포함해 모든 고대 문화의 상호 작용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는 사람들을 위한 탁월한 비교 자료를 제공한다.
_ 사이먼 스웨인, 고전학자, 워릭대 교수
디미트리 구타스의 책은 고전학자와 동양학자들이 가장 환영할 만한 책이다. 구타스의 이 유익한 책은 대중과 전문가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_ 한스 다이버, 동양학자, 요한볼프강괴테대 명예교수
주목할 만한 연구다. 이 분야의 고전이 될 중요한 요소를 두루 갖췄다.
_램케 크룩, 아랍 연구자, 라이던대 명예교수
기본정보
ISBN | 9788967350376 | ||
---|---|---|---|
발행(출시)일자 | 2013년 01월 21일 | ||
쪽수 | 376쪽 | ||
크기 |
145 * 216
* 30
mm
/ 608 g
|
||
총권수 | 1권 | ||
시리즈명 |
현대의 고전
|
||
원서명/저자명 | Greek thought, Arabic culture : the Graeco-Arabic translation movement in Baghdad and early °Abbaasid society/Gutas, Dimitr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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