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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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엑스폼』의 저자 니콜라 부리오는 프랑스의 저명한 미술비평가이자 큐레이터로, 그동안 ‘관계미학’ ‘포스트프로덕션’ ‘얼터모더니즘’ ‘래디컨트’ 등의 비평 용어로 1990년대 이후의 동시대 미술을 분석해왔다. 이 책 역시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엑스폼’이라는 비평적 개념어로 90년대 이후 미술의 새로운 지향과 제작 방식을 논하고 있다.
발터 벤야민이 묘사한 ‘거대역사의 넝마주이’, 바타유의 이종학(heterology), 알튀세르의 이데올로기 테제, 문화연구의 프로그램, 19세기의 쿠르베와 마네에서부터 피에르 위그, 리엄 길릭에 이르는 동시대 작가들의 예술 실천들을 종횡으로 넘나드는 『엑스폼』은 글로벌 자본주의 시대의 미술과 정치, 이데올로기와 실천, 역사와 현재 사이의 복합적인 관계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할 것이다.
작가정보
Nicolas Bourriaud
1990년대 이후 동시대 미술 현장에서 비평 담론을 이끌어온 세계적인 큐레이터이자 영향력 있는 비평가다. 글로벌 자본주의 체제 속에서 동시대 미술이 감행하는 창조적 표류와 기호항해를 얼터모더니즘, 마이크로유토피아, 래디컨트 등의 개념으로 이론화하면서 베니스비엔날레(1990), 테이트트리엔날레(2009), 이스탄불비엔날레(2019) 등 다수의 국제전을 기획했다. 현재 라파나세 현대예술센터와 몽펠리에 고등미술학교 및 몽펠리에 현대미술관을 아우르는 몽펠리에 콩탕포헹(MoCo)의 디렉터를 맡고 있다. 프랑스 현대미술 잡지 『예술비평』을 창간하고 디렉터(1992~2000)로 활동하였으며, 팔레 드 도쿄의 공동 설립 관장(1999~2006)과 런던 테이트 브리튼의 현대미술 큐레이터(2007~2010)로 재직했다. 『엑스폼』(2015)을 비롯한 주요 저서 『관계미학』(1998), 『포스트프로덕션』(2001), 『래디컨트』(2009) 등은 동시대 미술의 역동적인 장과 혼성적인 형식을 비판적으로 분석한 중요 텍스트로 평가받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 영문학과, 홍익대학교 예술학과를 졸업한 후 대학원 예술학과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하였고, 이후 미국 일리노이 대학교(어바나-샴페인)에서 현대미술사 및 이론으로 미술사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한국교원대학교 미술교육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현대미술사학회 회장과 편집위원장을 역임하였다. 미니멀리즘과 포스트미니멀리즘, 마르셀 뒤샹과 초현실주의, 비트겐슈타인과 개념미술 등에 대한 다수의 논문을 썼고, 기호의 어긋남과 교차에서 발견되는 풍부한 공명에 관심을 두고 연구를 확장하고 있다.
목차
- I. 프롤레타리아 무의식
PLM 생자크 호텔에서 벌어진 드라마
필립 K. 딕으로 다시 읽는 루이 알튀세르
‘대중노선’과 문화연구
II. 대중의 천사
역사와 우연
이시성異時性
잔해
무의식, 문화, 이데올로기, 판타즈마고리아
III. 리얼리스트 프로젝트
리얼리스트 프로젝트
쿠르베와 엄지발가락
예술, 노동, 쓰레기
[해제] 토대와 실천: 니콜라 부리오의 ‘엑스폼
찾아보기(용어)
찾아보기(인명)
책 속으로
자본이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사회 계급인 프롤레타리아는 더 이상 공장에서만 발견되는 존재가 아니다. 그것은 사회 전반에 퍼져 있으며 버림받은 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 전형적인 형상은 이민자, 불법체류자, 노숙자다. 예전에는 ‘프롤레타리아’가 노동을 박탈당한 근로자를 가리켰다. 하지만 우리 시대에는 그 정의가 확장되었다. 이제 프롤레타리아는 경험(그것이 무엇이든)을 빼앗기고 자신의 일상에서 존재(being)를 소유(having)로 대체하도록 강요받는 모든 사람을 포괄한다. 점점 더 가혹해지는 이민법뿐만 아니라 산업 생산의 탈현지화(delocalization)와 대규모 ‘감축’, 사회복지에 대한 점증하는 정치적 외면으로 인해 무등록 근로자든 장기 실업자든 사회의 잉여 인간이 식물처럼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회색 지대가 출현했다. -8~9쪽
오늘날 21세기 초반의 예술 생산은 알튀세르가 벌인 관념론과의 필사적인 투쟁을 곧바로 계승한다. 이 투쟁은 때로는 폭력적인 방법으로 공허, 우연, 이데올로기, 무의식-즉, 형언할 수 없거나 신비로운 것의 자연 보존 구역을 이루는 모든 것-의 절대적 물질성을 끊임없이 입증하기 위한 것이다. 동시대 미술은 이와 유사한 반(反)관념론을 이어나간다. 반관념론은 경제적 추상성을 구체화하고, 비물질적인 흐름을 보여주며, 우연을 인위적으로 창출하고, 비가시적인 것(또는 특정한 정신적 힘)에 형태를 부여하려는 예술적 의지에서 발견된다. -31쪽
우리를 둘러싼 현실은 하나의 언어적 사실이어서, 예술가들은 언어의 모든 상징, 환유, 은유, 반복과 함께 그것을 숙달하고 절합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그들은 발화 과정에서 ‘탈락하는 것’, 즉 언어의 쓰레기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56쪽
권력의 입장에서 보면 역사 서술은 언제나 대리석 같은 것이다. 역사 서술은 과거와 현재 모두를 이상화하려는 의지에 의해 조각되어왔기 때문이다. 동시대 예술가들이 아카이브에서 추출한 폐허의 진열, 흩어진 파편, 덧없는 이미지만큼 이 권력을 뒤흔드는 것은 없다. 그들의 도발은 사물의 질서가 피할 수 없는 운명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하는 방어적 환영주의(defensive illusionism)를 겨냥한다. -74쪽
동시대 미술의 정치적 기획에서 필수적인 요소 중 하나는 세계를 불안정한 상태로 만드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자면, 사회생활을 구조화하는 기관들, 개인과 집단의 행동을 지배하는 규칙들의 일시적이고 상황적인 성격을 끊임없이 주장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자본주의의 이데올로기적 장치들은 그와 정반대를 공표한다. 그 장치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정치적, 경제적 틀이 불변하고 확정적이라 선언한다. -82쪽
오늘날 문화에서는 링크, 차트, 가이드 및 항해의 서사가 중요해진다. 마찬가지로 방향 설정과 대조 검토의 매개자agent들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디제이, 프로그래머, 큐레이터, 컴파일러, 도상 연구자iconographers, ‘바이어buyers’, 편집자 등 사물들 사이의 관계를 설정하고 경험을 설계하는 전문가들의 실질적인 세계가 이를 보여준다. -89쪽
쓰레기라는 문제틀은 우리의 사회경제적 삶에 매우 핵심적인 것이 되어 이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잔해학(rudology)이라는 새로운 연구 분야가 등장했다. 라틴어 rudus(잔해, rubble)에서 파생된 이 학문은 재처리 기술뿐 아니라 인간 활동에 의해 생성된 평가절하 과정을 집중적으로 연구함으로써 쓰레기라는 분석 대상을 통해 경제 영역과 사회적 실천을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잔해학은 경계 영역의 흔적을 출발점으로 삼아 사회적 사실을 진단한다. 이런 점에서 잔해학은 집단 심리의 심층을 탐구하는 바타유의 방법이나 파리의 아케이드에 흩어져 있는 파편들을 통해 19세기의 이데올로기적 구조를 재구성하고자 했던 벤야민의 노력과 궤를 같이한다. -143~144쪽
출판사 서평
“진보 정치란 배제된 사람들을 중시하는 것이 아니라면 무엇이겠는가? 정신분석학자는 억압된 것을 탐구하는 의학자가 아니라면 누구란 말인가? 끝으로, 예술가란 가장 역겨운 폐기물을 포함한 모든 것이 미적 가치를 지닐 수 있다고 믿는 자가 아니면 누구이겠는가?”
쓰레기와 폐기물의 시대에
아방가르드를 소환하다
『엑스폼』의 저자 니콜라 부리오는 프랑스의 저명한 미술비평가이자 큐레이터로, 그동안 ‘관계미학’ ‘포스트프로덕션’ ‘얼터모더니즘’ ‘래디컨트’ 등의 비평 용어로 1990년대 이후의 동시대 미술을 분석해왔다. 이 책 역시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엑스폼’이라는 비평적 개념어로 90년대 이후 미술의 새로운 지향과 제작 방식을 논하고 있다. 전작들과 다른 점이라면 “좀 더 근본적인 수준에서 비평의 이론적 토대와 예술의 실천 전망을 담고 있다”(163쪽)는 점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점은, 저자 스스로도 밝히고 있지만, 20세기 사유에서 다소 특이한 인물이라 할 수 있는 이데올로기 이론가 루이 알튀세르를 소환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알튀세르를 다시 읽게 되면 우리는 미술과 정치 사이의 복합적인 관계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17쪽) 있다고 말한다. 아방가르드의 전망 혹은 미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의 유기적인 관계를 줄곧 모색해온 저자는 무의식에 대한 알튀세르의 급진적인 해석에 주목해 동시대의 정치적 미술을 위한 이론을 제안한다.
형식, 형태를 의미하는 ‘form’에 이탈, 분리를 뜻하는 접두어 ‘ex-’가 덧붙은 엑스폼(exform)은 특정한 형식이나 형태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을 떨어져 나가게 하는 정치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분류 작동이나 그렇게 떨어져 나온 것들이 존재하는 영역을 뜻한다. 부리오에 따르면, 오늘날의 글로벌 자본주의는 엑스폼이 출현하는 환경이자 엑스폼을 걸러내는 체계라 할 수 있는바, 일차적으로 그것은 상품과 물건이 과도하게 넘쳐나는 세계에서 떨어져 나온 쓰레기와 폐기물이며, 나아가 쓰레기와 폐기물처럼 무가치하고 쓸모없는 것으로 여겨지는 모든 사회적 존재가 속한 영역이다. 오늘날 거대한 규모로 커지고 있는 영역을 가리키기 위해 은유적으로 쓰인 ‘쓰레기’ 혹은 ‘폐기물’이라는 말은 “비생산적이거나 수익성이 없는 것들의 망령에 시달리는 세계”(8쪽)를 지칭하는 것으로, 현대판 프롤레타리아라 할 수 있는 실업자, 각종 난민 및 이민자, 불법체류자, 노숙자 등을 비롯해, “대중문화, 불결한 것과 부도덕한 것들이 뒤죽박죽 쌓인 배제된 구역” 등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것들의 무가치한 총체”(10쪽)라 할 수 있다. 엑스폼은 이처럼 의미 있는 것과 의미 없는 것, 포함과 배제, “버려진 것과 인정된 것, 상품과 쓰레기 사이 경계에서 협상이 펼쳐지는 현장”이자 “반체제와 권력 사이를 부유하며 중심과 주변을 뒤바꾸는 기호”(11쪽)이기도 하다.
물론 엑스폼이 동시대만의 현상인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 산업혁명, 제국주의적 식민주의가 본격적으로 개시되던 19세기 이래로 다양한 수준에서 폐기물을 걸러내는 분류 메커니즘인 배제의 역학이 본격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역사적으로 정치와 예술의 아방가르드는 이 배제된 사람들이 권력을 잡도록 돕는 것을 자신의 임무로 삼아왔다. 말하자면 자본이 억압해온 것을 자본화하고, 쓰레기로 취급된 것을 재활용하여 새로운 에너지의 원천으로 만들고자 했던 것이다. 부리오에게 정치적 미술이란 “불량품을 걸러내는 사회적 분류 작동을 거부”하고 “권력 장치가 배제의 체계와 그 폐기물(물질적이든 비물질적이든)에 씌워놓은 이데올로기의 베일을 걷어 올리는”(11쪽) 미술이다. 저자는 이처럼 사회가 내세운 위계질서와 배제 장치에 깔려 있는 전제에 의문을 제기하며, 그 가면을 벗기기 위한 방도를 모색하기 위한 투쟁의 핵심적인 장(場)이 바로 이데올로기, 정신분석학, 역사, 미술이라고 주장한다.
『엑스폼』은 소책자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사유의 스케일이 작지 않고 그 의미 또한 적지 않다. 발터 벤야민이 묘사한 ‘거대역사의 넝마주이’, 바타유의 이종학(heterology), 알튀세르의 이데올로기 테제, 문화연구의 프로그램, 19세기의 쿠르베와 마네에서부터 피에르 위그, 리엄 길릭에 이르는 동시대 작가들의 예술 실천들을 종횡으로 넘나드는 『엑스폼』은 글로벌 자본주의 시대의 미술과 정치, 이데올로기와 실천, 역사와 현재 사이의 복합적인 관계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할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65642732 | ||
---|---|---|---|
발행(출시)일자 | 2022년 02월 07일 | ||
쪽수 | 224쪽 | ||
크기 |
128 * 174
* 25
mm
/ 256 g
|
||
총권수 | 1권 | ||
원서명/저자명 | La exforma/Bourriaud, Nicola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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