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미술, 역사를 듣는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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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미술운동은 흔히 그 다양성과 풍부함 그리고 역사성이 몰각된 채 협애하고 단순하게 잘못 이해되는 일이 많다. 하지만 민족미술협의회(‘민미협’)이 결성되기 이전에 수많은 소집단 미술운동은 저마다 새로운 미술의 개념과 틀을 모색하면서 예술적이며 사회적인 필요에 상응해 기존 관습에 얽매이지 않은 창의적인 활동을 전개해나갔다.
1980년대 전반기의 형상과 언어, 서사, 전통 양식 등을 도입하여 새로운 미술 언어를 모색하고 소통을 하려 했던 시도들, 1980년대 후반 들어서 진보적이고 실천적이며 급진적인 미술운동을 추구하면서 미술의 정치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실천을 전개했던 일, 또한 전시장 미술에 국한되지 않고 거리와 투쟁 현장에서 미술을 통해 다양한 민중들과의 결합을 시도한 점 등이 바로 그러한 확장의 사례들일 것이다.
당시 소집단 미술운동을 주도했던 10명의 작가들이 10명의 평론가 및 큐레이터와 나눈 생생한 대담은 당시 각 소집단이 추구했던 예술적 실천의 전망과 활동 방식, 단체의 성격을 명확히 그려내며, 나아가 민중미술에 대한 보다 복합적이고 확장된 이해의 단초들을 풍부하게 제시하고 있다.
작가정보
1968년 전남 신안에서 태어나 국민대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9년 문화패 갯돌 산하 미술패 대반동에 들어가 활동했고, 해원 씻김굿 형식의 실험극 〈숲〉을 쓰고 연출했다. 이후 큐레이터와 미술평론가로 살면서 우리 근현대사의 옹이 진 사건들과 생태미학에 주목하며 민중미술, 제주 4·3미술, 자연미술 등을 연구하고 있다. 녹색대학에서 강의했고, 성프란시스대학, 자활인문학, 지순협 대안대학, 다사리문화학교, 하늘배곧의 생성과 기획에 참여했다. 모란미술관,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미술관에서 일하며 《경기천년도큐페스타: 경기 아카이브_지금》전(2018), 《시점(時點)·시점(視點)-1980년대 소집단 미술운동 아카이브》전(2019~2020) 등을 기획했고, 저서로 『포스트 민중미술 샤먼 리얼리즘』(2013), 『한국현대미술연대기 1987~2017』(2018) 등이 있다.
1964년 전남 해남 출생으로, 홍익대학교 예술학과 석사와 박사 과정을 졸업했다. 박사 논문은 「1930~40년대 미국미술의 이행기에 관한 연구」이다. 지은 책으로는 『죽을 수 있는 사랑 - 박응주의 미술비평』(2008), 『민중미술 역사를 듣는다1』(2017, 공저) 등이 있다. 《길에서 다시 만나다》(2005), 《입장들》(2008), 《내안의 DMZ》(2014), 《도불60주년 이응노 박인경_사람, 길》(2018) 등의 전시를 기획했고, 미술비평지 『컨템포러리아트저널』에 다수의 비평을 발표했다. 현재는 홍성군 이응노의집 고암학술연구실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1957년 서울 출생으로 미술평론가이자 미술이론가다. 1980년대 말 민중미술운동에 참여한 이래 미술비평연구회 회장, 민족미술협의회 교육위원장, 대안공간 풀 대표, 현대미술사학회 회장 등의 역할을 맡은 바 있다. 민중미술, 아방가르드, 공공미술, 전통과 미술 같은 주제들에 관심을 가지고 책을 번역하거나 글을 써왔다. 저서로는 『미술과 진실?』(1996)이 있고, 「80년대 미술운동과 현실주의」, 「아방가르드/이방가르드/타방가르드」, 「앉는 법: 전통 그리고 미술」 등의 글을 썼으며, 『장소 특정적 미술』(2013), 『새로운 장르 공공미술』(2010), 『실재의 귀환』(2003), 『포스트식민주의란 무엇인가?』(2000) 등의 책을 번역한 바 있다. 전주대학교 교수를 역임했다.
목차
- 발간에 부쳐
1. 푸진 미술의 신명-김봉준의 산 미술론과 두렁 / 김종길
2. 노원희, 담담하고 꾸준히 현실에 싸움을 걸다 / 김현주
3. 둥글게, 낮게… 류연복의 길 / 박응주
4. 박건, 예술은 고통에 맞서는 ‘무기’ 또는 ‘놀기’ / 유혜종
5. 〈타! 타타타타타〉에서 ‘만화정신’ 이후-손기환의 시각문화관(觀) / 현시원
6. 탈조각의 여정: 안규철과의 대담 / 이영욱
7. 민중미술에서 공공예술로: 이섭과의 대담 / 신정훈
8. 이종구, 땅의 땀과 눈물을 그린 일하는 화가 / 채효영
9. 정정엽, 살아온 내력이 작품 되기의 당연함 / 양정애
10. 빛고을의 작가, 홍성담의 ‘증언과 발언’ / 라원식
책 속으로
“우리 붓이라고 하면 해방 이후부터 쭉 교육받아온 것이 서예하고 사군자 하는 거잖아. 화선지에 백모 붓으로 그리는 것이 유행하고 그랬고. 그래서 우리 붓이라고 하면 단순히 화선지에 작업하는 백모(白毛) 붓이라고 떠올려. 백모 붓은 염소털이나 양털로 만든 거야. 부들부들한 털이지. 그 붓 나름대로 개성과 장점이 있어. 붓에 먹을 많이 머금는 장점이 있거든. 단붓질로 이렇게 선필을 굵게 휘저을 수 있어서 사군자 같은 그림에 딱 맞는다는 특징이 있어. 그러나 이 신형 붓은 우리 붓의 주류가 아니야. 고구려 벽화를 한번 생각해봐. 가늘고 긴 장필로 흡사 침 같은 붓으로 그린 거거든. 그리고 그 붓털은 황모(黃毛)라는 것이고. 사냥에 나가 짐승을 잡아서 털을 뽑아 만든 붓이야. 고구려 기마족들의 벽화를 보면 나오잖아. 노루·사슴·순록·단비·족제비 등 숲속에 사는 동물의 털을 뽑아서 쓴 거야, 그게. 그 털이 갖는 특징은 백모하고 다르게 탄력이 아주 강하고 힘이 세.”
- 1. 「푸진 미술의 신명」, 17~18쪽.
“사실 현실이라고 하는 것은 비슷하지만 현실 의식을 둔하게 만들 수 없도록 모양을 바꾸면서 자극적으로 나타나지요. 자본주의가 지속되고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의 심리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불평등, 대립, 억압, 배제, 이런 여러 가지 인간 세상의 현실적 모순들은 계속 반복되는데, 그 가운데 사람의 삶의 양식이 새로운 기술문명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고 역사의 현실도 달리 나타나는 거죠. 70~80년대에 사회변혁 운동의 장에서 정치적 민주화가 달성된다면 경제적 민주화는 당연히 수반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지요. 신자유주의라는 자본주의의 무시무시한 괴현상이 나타나리라는 상상은 하지 못했잖아요.”
- 2. 「노원희, 담담하고 꾸준히 현실에 싸움을 걸다」, 132쪽.
“서울미술공동체란 말을 주목해봐야 돼. 우린 ‘예술가 대중조직’을 표방한 거란 말이야. 우린 이때 얼핏 보면 소집단인 것도 같지만, 소집단을 표방한 게 아니었단 말이야. 소집단이 아니라 예술가 대중조직, 그게 민미협. 민미협이 그런 조직이라는 거야. 민미협으로 가는 과정에는 서미공이 가장 역할이 큰 거였지. 그건 확실히 그렇게 말할 수 있어.”
- 3. 둥글게, 낮게… 류연복의 길『, 157쪽.
“1984년 『시대정신』의 발간 동기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어요. 1980년대 이후 새로운 미술운동이 폭발적으로 일어났어요. 우리는 이것을 ‘민중미술’운동으로 부르기 시작했고 이것을 기록하고 널리 알리면서 담론의 장을 마련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소집단을 넘어 연대하여 전시하고, 출판미술을 통해 공유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1권에서는 ‘민중미술운동의 생명력’이라는 특집을 엮고, 회화뿐만 아니라, 만화, 사진, 판화, 벽화에 관한 내용을 담았어요. 또 하나는 84년 『시대정신』을 창간할 무렵 이미 ‘민중문화운동협의회’가 결성되면서 문화운동 차원에서의 미술인 협의체 건설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었어요. 기성 제도권 단체였던 ‘한국미술협회’가 하지 못한 새로운 미술인 협의체가 필요했어요. 『시대정신』은 그런 모임을 위한 다리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발간사에서 시대정신기획위원회는 ‘힘의 문화’를 강조하면서 미술인의 연대를 기대했죠. 《시대정신》전 1회, 2회에 참여했던 작가들은 소집단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두루 참여했어요.”
- 4. 「박건, 예술은 고통에 맞서는 ‘무기’ 또는 ‘놀기’」, 238~239쪽.
“단순한 비교지만 ‘실천’은 ‘현실과 발언’과 ‘두렁’의 중간에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현실과 발언이 작가들의 작업 위주로 진행된 미술제도 안에서 작품으로 발화하는 소통 중심의 민중미술이라면 두렁은 현장의 집회, 공동체와 함께 공동 창작을 하는 실제 운동과 몸통을 같이 하는 운동이었다고 볼 때 실천은 어떤 성향을 가진다고 할 수 있는지요?”
- 5. 「〈타! 타타타타타〉에서 ‘만화정신’ 이후」, 279쪽.
“나는 임술년은 그 나름으로 새로운 미술운동의 한 방향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현장에서 운동 성격이 강한 두렁이 나왔어요. 두렁이 미술을 완전히 운동의 도구로 쓰고, 계속해서 어떤 전형을 만들려고 하는 것에 나는 부정적이었어요. 나는 ‘이렇게 하는 것이 과연 운동과 투쟁의 목표에 부합하는 것인가. 그러면 개인은 무엇인가. 예술가는 거기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 6. 「탈조각의 여정」, 344쪽.
‘목판모임 나무’는 《목-9인전》(관훈미술관, 1983년 5월 25일~31일)으로 공식적인 출발을 알렸다. 《목판모임 나무 7회전》(그림마당 민, 1987년 9월 18일~24일)이 열리는 1987년까지 전시와 모임이 이어진다. 한국적 이미지라는 외형적 전통을 따르는 것도 판화를 메시지의 전달 방식으로 삼는 것도 아닌, ‘우리’ 정서의 표출을 ‘목판’의 다각적인 재해석을 통해 추구하고자 했다.
- 7. 「민중미술에서 공공예술로」, 403쪽.
“마침 그때 ‘현발’이 창립을 했고 현발 활동 보니까 용기도 났습니다만, 사실 그때는 좀 무서운 시대였어요. 사회비판적인 그림을 그릴 때, 분위기가 전두환, 그야말로 억압적이라 좀 그랬지요. 젊긴 했지만 그래도 공권력이라든가 안기부의 네거티브한 통제라든가, 작가 작품들이 압수되고 그런 시대니까 조금 무섭기도 했어요. 하지만 의기투합을 하니까 용기가 났고, 우리 이런 창작을 한다, 세상을 그린다, 세상을 반영한다, 이런 구체성을 갖게 됐지요. ‘임술년’은 이제 가까운 친구들이 중심이 돼서 창립을 하게 되죠.”
- 8. 「이종구, 땅의 땀과 눈물을 그린 일하는 화가」, 455쪽.
“‘두렁’이 던진 삶과 예술에 대한 질문이 근원적인 부분을 건드렸다고 생각했어요. 삶과 예술의 이 간극을 해결하지 않으면 나한테 영원한 숙제로 남을 것 같다. 지금 피하면 나중에 숙제로 남으니까, 숙제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 일단 해보자. 이 문제를 밖에서는 못 해결한다, 이 안에서 해결해야 한다, 그런 참여의식 같은 게 있었던 것 같아. 그때 내 눈에 두렁은 촌스럽지만 뭔가 삶에 예술을 밀착시키려고 하는, 좀 돌진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 9, 「정정엽, 살아온 내력이 작품 되기의 당연함」, 522쪽.
“나는 촌스럽더라도 자유라는 말을 꼭 붙이고 싶더라고. 그때는 운동의 시대잖아. 운동의 필요성이 있었거든. 왜냐면 유신 독재와 싸워야 했으니까, 억압 체제와 싸워야 되잖아. 그래서 나는 자유라는 말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어. 열이는, 자유라는 말이 약간 전근대적으로 보인다는 거야. 나는, 우리 사회가 전근대적인 사회다, 이 압제가 무너져야 우리가 근대를 할 수 있는 거다, 자유라는 말을 꼭 집어넣어야겠다고 고집을 부려서 광주자유미술인회가 됐지. 회라고도 하고 협의회라고도 했어. 미술인회로 할 때와 협의회라고 할 때의 차이를 솔직히 몰랐어. 뒤섞어서 썼어. 짧게 줄여서 광자협이라고 하고, 길게 쓰면 광주자유미술인회라고 그랬어.”
- 10, 「빛고을의 작가, 홍성담의 ‘증언과 발언’」, 583쪽.
출판사 서평
1980년 전후 폭발적으로 분출한
소집단 미술운동에 관한 생생한 증언과 증거
1979년 ‘현실과 발언’ 발족, ‘광주자유미술인협의회’ 결성, 1982년 미술동인 ‘두렁’ 결성, ‘임술년 구만팔천구백구십이에서’ 결성, 1983년 ‘광주시민미술학교’ 발족, 그림동인 ‘실천’ 결성, 목판모임 ‘나무’ 결성, 벽화팀 ‘십장생’ 결성, 판화팀 ‘억새’ 결성, 1984년 ‘광주 시각매체연구회’ 발족, ‘서울미술공동체’ 결성, ‘시대정신기획위원회’ 발족, 1985년 ‘터’ 그룹 결성, 미술동인 ‘지평’ 결성, 1986년 인천 미술패 ‘갯꽃’ 결성…….
이 목록은 1980년을 전후해 출현한 미술운동 소집단들의 이름이다. 이들은 1970년대 말부터 더욱 억압적이고 엄혹해진 군사독재정권에 저항해 사회비판과 현실참여를 주창해왔다. 그러나 서울, 부산, 광주, 인천 등 전국 각지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산개해 펼쳐진 이들의 미술 활동은 1985년 《한국미술, 20대의 힘전》 사태를 계기로 전면적인 변화를 맞는다. 미술인에 대한 군사정권의 노골적인 탄압에 맞서 좀 더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협의체가 절실해졌고, 마침내 1986년에 민족미술협의회(‘민미협’)가 결성되기에 이른다.
이 책 『민중미술, 역사를 듣는다 2』는 2017년에 발간한 『민중미술, 역사를 듣는다 1』의 후속 기획이다. 먼저 나온 책이 “민중미술 원로 세대들로부터 그들의 체험과 기억을 듣고 기록하는” 일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 책은 ‘1985년 민족미술협의회 결성을 전후한 정황’에 주목해, 이 시기를 전후한 소집단 미술운동의 활동 양상과 민중미술운동의 진행 상황을 되돌아본다.
민중미술운동은 흔히 그 다양성과 풍부함 그리고 역사성이 몰각된 채 협애하고 단순하게 잘못 이해되는 일이 많다. 하지만 민미협이 결성되기 이전에 수많은 소집단 미술운동은 저마다 새로운 미술의 개념과 틀을 모색하면서 예술적이며 사회적인 필요에 상응해 기존 관습에 얽매이지 않은 창의적인 활동을 전개해나갔다. 1980년대 전반기의 형상과 언어, 서사, 전통 양식 등을 도입하여 새로운 미술 언어를 모색하고 소통을 하려 했던 시도들, 1980년대 후반 들어서 진보적이고 실천적이며 급진적인 미술운동을 추구하면서 미술의 정치성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실천을 전개했던 일, 또한 전시장 미술에 국한되지 않고 거리와 투쟁 현장에서 미술을 통해 다양한 민중들과의 결합을 시도한 점 등이 바로 그러한 확장의 사례들일 것이다. 당시 소집단 미술운동을 주도했던 10명의 작가들이 10명의 평론가 및 큐레이터와 나눈 생생한 대담은 당시 각 소집단이 추구했던 예술적 실천의 전망과 활동 방식, 단체의 성격을 명확히 그려내며, 나아가 민중미술에 대한 보다 복합적이고 확장된 이해의 단초들을 풍부하게 제시하고 있다.
기본정보
ISBN | 9788965642701 |
---|---|
발행(출시)일자 | 2021년 10월 25일 |
쪽수 | 632쪽 |
크기 |
153 * 224
* 45
mm
/ 937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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