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국가 대한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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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보
저자(글) 김기란
고신문 읽기가 취미고 연극 관람이 본업인 국문학 박사이자 연극평론가. 국문학에서도 비주류 장르에 속하는 한국 희곡 연구로 연세대학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후, 박사과정 재학 중 연극학을 공부하러 독일 베를린으로 떠났다.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연극학을 공부하던 중 연극학 중심의 통합학문인 문화학에 매혹되어, 2004년 연세대학교에서 관련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10년 넘는 세월을 함께 공부한 ‘근대초기매체연구회’ 동지들 덕분에 근대계몽기의 역사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연극, 문화, 드라마, 글쓰기에 대한 글을 쓰며 대학에서 강의한다. 저서로 『논문의 힘: 공부의 시작과 끝, 논문 쓰기의 모든 것』(2016), 『서울의 연극』(2019), 번역서로 『포스트드라마 연극』(2013)이 있다. 공저로는 『대중문화 사전: 300개의 키워드로 본 한국대중문화 20년』(2009), 『퍼포먼스 연구와 연극』(2010), 『포스트드라마 연극의 미학』(2011), 『비판적 읽기와 소통의 글쓰기』(2013), 『제국신문과 근대: 매체, 담론, 감성』(2014), 『연극 공간의 이론과 생산』(2017), 『퍼포먼스 드라마투르기』(2018)가 있고, 공동 편집한 『제국신문 미공개 논설 자료집』(2014)과 공동 번역한 『공연예술산책』(2014)이 있다.
목차
- 글을 시작하며
제1장 고종의 대한제국 만들기 프로젝트
문화적 상징을 통해 불안한 정치 현실 넘어서기
제국의 스펙터클과 과시적 재현
극장국가의 문화적 퍼포먼스, 대한제국의 극적 재현
제2장 대한제국의 탄생 전야(前夜)
고종의 정치적 승부수, 아관파천
조선에서 대한제국으로
제3장 제국의 무대를 만들다
제국의 수도 만들기, 한성도시개조사업
제국의 공간적 재현
제4장 제국을 공연하다
극장국가의 연출가, 고종
황제라는 정치적 배우가 되다
제국의 국가의례, 명성황후의 국장
제5장 황제의 권위를 공연하다
공연되지 못한 공연, 칭경예식
황권의 과시적 재현, 망육순과 기로소 입소
제6장 공연되는 신체, 제국의 현존
제국의 현존, 고종의 거둥(擧動)
공연되는 신체, 순종의 순행(巡行)
권력의 비가시적 시선, 관병식
제7장 제국의 시각화
지리적 실체, 왕의 어진
정치적 도상, 어사진
제8장 제국 표상의 오브제
대한제국의 표상, 태극기와 독립문
기억과 기념, 제국의 서사를 매개하는 오브제
제9장 제국의 서사, 제국의 드라마
움직이는 서사, 황실 미담
제국의 드라마, 자결이라는 가학적 반식민주의
고통의 전시, 분노의 정동
제10장 극장국가의 환영을 넘어 현실의 극장으로
사회의 표상, 회(會)
대한제국의 황실 극장, 협률사
정동의 무대, 매혹된 관객들
현실의 극장, 사실과 허구의 교직
글을 맺으며
인명 찾아보기
책 속으로
고종의 대한제국 만들기 프로젝트는 정치권력을 현실이 아니라 감각으로 설득하는 극장국가의 효과를 통해 완성될 수 있었다. 극장국가는 국가의례나 국가 공식행사와 같은 과시적 스펙터클의 극적 효과를 통해 국가 효력을 유지한다. 극장국가는 종교적 제의 공간에 연극의 극적 효과가 결합될 때 창출되는 감각적 공감을 바탕으로 하는바, 구체적으로 그것은 국가권력을 신민들 눈앞에 감각적으로 현존시키는 다양한 문화적 재현물과 문화적 퍼포먼스의 효과를 통해 구성된다.
- 「글을 시작하며」, 15~16쪽
고종의 대한제국 만들기 프로젝트는 경운궁(현재의 덕수궁)을 중심으로 한성이라는 도시 전체를 무대 삼아 고종이 기획하고 연출한 일련의 문화적 기획이다. 고종은 자신을 주연 배우로 내세운 대한제국 만들기 프로젝트의 실질적인 연출가였다. (…) 대한제국 시대에 거행된 종묘와 문묘제례의 악무(樂舞)가 조선 역사를 통틀어 그 규모가 가장 컸다는 사실만 보아도, 1895년 국가 제례의 정비 사업에 담긴 고종의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그것은 국가의례와 같은 국가 공식행사를 통해 자신의 통치력을 과시적으로 재현하려는 것이었는바, 이는 취약한 정치적 영향력을 문화적 기획을 통해 보강하려 한 것이었다.
- 제1장, 「고종의 대한제국 만들기 프로젝트」, 23쪽
국가의례의 통합적 스펙터클이 창출하는 극적 효과, 인간의 감정과 무의식적 충동을 활성화시켜 끌어내는 집단적 공감은 일종의 감각적 실천이며, 이는 극장국가를 승인하는 정치적 실천으로 연결될 수 있다. 신민들이 동참하여 왕의 신체를 신성한 것으로 감각할 때, 왕의 신체가 환기하는 권력도 승인된다. 공연(퍼포먼스)은 “인간이 의도를 갖고 연출하는 행위”인바, 국가의례나 국가 공식행사에서 참여한 신민들의 감각적 체험이 자발적 참여와 같은 현실적 실천으로 연결될 때 그 의도했던 효과가 작동할 수 있다.
- 제1장, 「고종의 대한제국 만들기 프로젝트」, 35~36쪽
대한제국의 수도 한성은 대한제국의 정치적 이념과 권력의 질서가 반영된 공간으로 거듭나야 했다. 동시에 대한제국의 ‘읽혀야 할 의미의 질서’를 사회적 질서로 일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일종의 매체로도 작용해야 했다. 한성도시개조사업은 제국의 수도를 무대 삼아 고종황제라는 주연 배우를 내세워 조선인을 제국의 신민으로 호명하는 극장국가의 “국가적 미장센”을 구성하는 것이었다. 대한제국의 드라마를 펼칠 무대가 필요했고, 이때의 무대는 제국의 역사와 비전을 서사화하는 건축물을 오브제로 갖춘, 신민들이 대한제국의 권력을 승인하고 제국의 신민으로 내면화하는 데 효과적인 공간이어야 했다.
- 제2장, 「제국의 무대를 만들다」, 59쪽.
스펙터클의 효과를 극대화해 줄 제국의 상징들이 무대 위 오브제처럼 배치된 가운데 고종은 마치 공연의 리허설을 공개하듯 환구단으로 향했다. 공연의 리허설이 그러하듯 고종은 즉위식이라는 본 공연에 앞서 공연의 구성 요소가 제대로 그 극적 효과를 끌어내고 있는가를 확인하고자 했을 것이었다. 즉위식 직전 사전 행사처럼 고종이 환구단에 행차한 것은 신민들의 스펙터클에 대한 반응을 사전 점검하기 위함도 있었다. 일반적으로 공연을 통해 창출되는 극적 효과의 최종적 의미는 공연의 과정에 함께 한 사람들(관객)에 의해 ‘초과-결정’된다. 말하자면 공연자(performer)와 연출가는 스펙터클의 효과를 통해 관객에게 도달하는 궁극적인 전언(메시지)을 완전하게 장악하거나 조종할 수 없다. 스펙터클은 늘 의도했던 그 이상의 효과를 끌어낸다.
- 제4장, 「제국을 공연하다」, 109~111쪽.
무언가를 기억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재현의 형식을 필요로 한다. 기표, 음향, 기의 등이 뒤죽박죽으로 분리된 단어가 시각적 문자 체계 속에서 한 편의 완결된 글로 다시 구성되는 문자 체계나 컴퓨터의 커서의 깜박임 등은 바로 그러한 특별한 재현의 형식에 해당된다. 고대 그리스 비극의 경우에도 극행동으로 이루어진 시각적 장면이 청각적으로 무대 위에서 반복적으로 발화되는 것이 중요한 극적 관습이었는데, 이처럼 무대 위의 극행동이 발화된 대사로 다시 한 번 표현되는 극적 관습은 기억의 기술과 관련된 특별한 재현의 형식으로 이해된다.
- 제4장, 「제국을 공연하다」, 115쪽.
‘거둥(擧動)’은 조선 시대 왕의 궁궐 밖 행차를 말한다. 거둥은 왕이 궁궐 밖으로 나올 수 있는 많지 않은 공식 행사 중 하나였다. 때때로 왕이 변복을 하고 어느 곳을 방문했다는 소문이 시전거리를 떠돌기도 했지만, 실상 왕이 궁궐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기회는 그리 많지 않았다. 신민들에게도 거둥은 왕의 신체를 직접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 그렇기에 왕이 거둥에 나서면 한성의 시전거리는 동요와 흥분으로 들끓었다. (…) 1890년대 조선을 방문한 외국인들에게도 거둥은 “한성에서 거의 유일한 그래서 매우 중요한 문화 행사”였다. 그들에게 거둥은 “조선 사람들의 구경거리 중에서 가장 볼 만한 것은 임금의 당당한 행렬로, 성문을 지나 선조들의 왕릉에 참배하러 가는 모습”이라고 기억될 만큼 강렬한 스펙터클이었다.
- 제6장, 「공연되는 신체, 제국의 현존」, 159~160쪽
왕의 초상인 어진은 직접 접하기 어려운 왕의 신체를 시각적으로 재현하여 왕의 권력이 미치는 영토에 배치한 이미지이다. 어진(御眞)은 서로 다른 시공간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는 왕권의 “지리적 실체(geo-body)” 였던 셈인데, 그것이 거둥이나 순행과는 다른 어진만의 효과였다. 어진은 신성한 왕권을 그 의미의 손상 없이 이미지로 재현한 것이기에, 실제 왕의 신체와 동일하게 엄격히 다뤄졌다. 어진은 신민들에게 공개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함부로 사용되거나 유통되는 것 자체가 금지되었다. 그 한 예로 1901년 5월 28일자 『제국신문』의 「잡보」에 따르면, 궐연 속에 대황제 폐하의 어진이 있는 경우가 많아 경부(경찰청)에서 궐연을 회수하기로 했다고 전한다.
- 제7장, 「제국의 시각화」, 201쪽.
태극기는, 연극 무대에서 오브제의 쓰임이 그러하듯, 스펙터클 속에서 그 의미 맥락을 매개하거나 그 자체 의미가 되기도 했다. 오브제는 “어떤 것의 기호”지만, 등가적인 의미들의 순환 속에서 맥락을 구성하고, 맥락에 참여한 이들이 부여하는 의미들의 저장소가 된다. 기념메달이나 훈장, 기념우표와 달리 태극기는 대한제국의 국가의례나 국가 공식행사에 반드시 등장했다. 태극기는 대한제국을 표상하는 고정된 문화적 도구에 머문 것이 아니라, 대한제국의 의미를 극적으로 재현하는 스펙터클 속에 신민들과 함께하곤 했다.
- 제8장, 「제국 표상의 오브제」, 239~242쪽.
황실의 미담을 확산시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황실은 서민적이면서 특별하고 친근하면서도 강건한 이미지를 동시에 필요로 했다. 이런 요소를 충족시키며 세간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황실의 인기 스타가 필요했다. 병약한 순종, 일본 귀족과 결혼한 영친왕과 달리 수려한 용모와 건장한 체격으로 인기를 모았던 고종의 5남 의친왕 이강이 바로 그였다. 이강은 당대 황실의 스타였고, 대중이 사랑한 황족이었다. 의친왕의 대중친화적 면모는 어려운 신민들의 삶을 살펴 세금을 면세해준 미담 기사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 제9장, 「제국의 서사, 제국의 드라마」, 274쪽.
말로 전달되는 논설의 내용보다 연설회에 참가한 사람들의 격정적인 몸짓과 표정 연출이 연설회의 분위기를 압도한다. 문자로 쓰인 글은 문해력을 지닌 일부에게만 효과를 발하지만, 구어로 발화된 말은 들을 수 있는 사람 모두에게 효과를 미친다. 연설회에 참여한 연사와 청중들이 함께 집단적 감흥의 분위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면, 연설 내용에 대한 의견 차이에도 불구하고 연설회에서는 단일한 감정 상태가 만들어질 수 있다. 연설회와 토론회에서 집단적 동의를 끌어내는 방식은 분기된 집단적 감흥을 일정한 사회적 지향점으로 정향시키는 방식이었고, 그것은 극장국가를 유지하기 위해 극적 효과를 활용하는 방식과 유사한 것이었다.
- 제10장, 「극장국가의 환영을 넘어 현실의 극장으로」, 306~307쪽.
공연이 끝나면 무대 위 모든 것이 사라지듯, 대한제국의 몰락과 함께 극장국가의 극적인 효력은 사라졌다. 대한제국의 현실을 불러낸 것은 실제 물리적 공간인 극장의 무대였다. 원각사를 위시한 실내극장 무대 위 허구적 드라마가 실상은 현실 그 자체로 인식되면서 연극 무대는 닥쳐올 식민지 삶을 멜로드라마적 구성의 신파극으로 플롯화하게 된다. 연극 무대가 곧 현실의 삶을 반영하는, 문화를 통한 저항의 시대가 시작되고 있었다.
- 「글을 맺으며」, 349쪽.
출판사 서평
고종의 ‘대한제국 만들기 프로젝트’와 극장국가
1897년부터 1910년까지 불과 10여 년 남짓 존재했던 대한제국의 시대는 전 세계적으로 제국의 시대, 황제의 시대였다.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스스로 황제 자리에 오른 고종은 자신이 통치할 대한제국을 유럽의 전제군주가 통치하는 제국에 맞춰 새롭게 정비하려는 의지를 드러냈다. 대한제국 선포는 서구 제국들이 정복자의 야욕을 숨기지 않던 시대, 현실적으로 만국공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세계 질서 속에 편입되어 대한제국의 생존을 도모하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현실 정치에서 그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고종은 피정복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절박한 현실과 제국이 되어야 한다는 열망의 간극을 스펙터클의 극적인 효과로 넘어서려 했다. 유럽의 제국에 비견할 만한 대한‘제국’의 외양을 갖추는 한편, 황제권을 과시적으로 재현하는 국가의례와 국가 공식행사를 대대적으로 기획했다. 정치적 ‘상징’을 통해 불안한 정치적 ‘현실’을 극복하려 한 고종의 ‘대한제국 만들기 프로젝트’가 바로 그것이다.
『극장국가 대한제국』은 그 시작부터 균열을 내재한 ‘대한제국 만들기 프로젝트’를 입체적으로 펼쳐 보인다. 그리고 고종이 어떻게 현실적인 정치권력이 아니라 극장국가의 효과를 통해 이 프로젝트를 성취했는지를 입증해 보인다. ‘극장국가(theater state)’는 미국의 인류학자 클리퍼드 기어츠가 발리 왕국을 분석하는 데 적용한 개념이다. 기어츠는 1900년대 발리 왕국에서 통치자의 정치권력 행사가 일련의 정치제도가 아닌 국가의 과시적 재현을 통해 이루어졌음에 주목했다. 곧 극장국가는 국가의례를 통해 국가권력을 실질적으로 유지하는 국가 형태를 의미한다. 권력의 존재를 환기시키는 재현물을 통해 통치자가 지금, 여기 함께한다고 믿게 되는 순간 비로소 강력한 정서적 환기, 일체감의 집단적 분기(奮起)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극장국가의 효과와 기억의 정치학
극장 안에서 창출되는 극적인 환영의 효과가 그러하듯, 제국을 재현하되 그것이 현실이 될 수는 없고, 그럼에도 환영처럼 제국을 믿게 만드는 것이 극장국가의 효력이다. 이것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스펙터클을 기획한 통치자의 의도보다 그것을 체험하는 신민들(관객들)의 반응이 더 중요하다. 신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제국의 집단기억을 구성하는 기념행사, 기념물 등 일련의 퍼포먼스는 그것을 경험하는 신민들에게 대한제국을 감각적으로 승인하는 극장국가의 효력을 창출했다. 현실 정치에서 성공했는가의 논의와는 별개로, 그들은 대한제국의 정치적 현실을 간단히 뛰어넘어 스스로를 제국의 신민으로 믿게 만드는 극장국가의 극적 효과에 매혹되었다.
『극장국가 대한제국』은 대한제국이 대외적 상황에 좌우되는 정치적 취약함에도 불구하고 현실 정치의 장(場)에서 10여 년 동안 유지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치 현실을 뛰어넘는 극장국가의 효과 때문이었다고 본다. 정치적 사건과 사료에 바탕을 둔 기존의 역사 서술과는 다른 방식으로 대한제국을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의 목적은 역사적 사실을 기록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대한제국을 재구성하는 데 있지 않다. 『극장국가 대한제국』은 극장국가의 효과를 통해 대한제국을 내면화하는 과정에 주목하면서 대한제국의 집단적 정체성이 구성되는 과정을 추적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마치 하나의 대하드라마를 상연하듯이, 대한제국이 극장국가로 등장할 수밖에 없었던 역사적 맥락, 연출자이자 주인공이기도 한 고종황제의 이목을 사로잡는 다양한 ‘국가적 미장센’과 기념물, 그리고 이를 경험하는 신민들의 반응 등에 주목하면서 그것들에 내포된 사회적, 역사적, 문화적 의미를 분석한다.
물론 공연이 끝나면 무대 위 모든 것이 사라지듯, 대한제국의 몰락과 함께 극장국가의 극적인 효력도 사라졌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대한제국은 우리 역사상 최초이자 최후의 제국이었음에도 실패한 정치 기획으로, 치욕스런 망국(亡國)의 역사로만 기억된다. 대한제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러 이견이 있을 수 있고, 대한제국의 정치적 지향점과 역사적 의미에 대한 판단도 서로 다를 수 있다. 그렇지만 대한제국을 지탱했던 극장국가의 효력은 몰락한 제국의 폐허에 남겨진 기억과 망각의 편린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저자가 보기에 대한제국이 도모했던 집단기억과 문화적 기억은, 〈명성황후〉, 〈덕혜옹주〉, 〈미스터 션샤인〉과 같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보듯이, 우리 역사에서 현실적 계기가 마련될 때마다 무의식 속의 망령처럼 되살아나곤 한다. 극장국가를 작동시킨 대한제국의 집단기억은 지금, 여기의 문화적 기억과 여전한 길항 관계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사료를 근거로 한 역사 기록과 함께 대한제국에 대한 문화 분석이 동반될 때, 대한제국의 역사적 성격과 그에 대한 지금-여기의 집단기억 역시 한층 입체적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정보
ISBN | 9788965642480 |
---|---|
발행(출시)일자 | 2020년 04월 25일 |
쪽수 | 352쪽 |
크기 |
153 * 225
* 29
mm
/ 597 g
|
총권수 | 1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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